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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의 기술] 기억에 남을 여행 기념사진 찍기

  • Editor. 김경우
  • 입력 2017.07.0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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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도 과학이지만 사진도 과학이다. 
지극히 메커니즘적인 순리대로 찍히는 게 사진일진대, 
우리 인간의 눈에서 뇌로 전달되는 회로는 항상 순리대로만 찍히지 않는다. 
세상 모든 사물과 현상이 이성적으로만 찍힌다면 사진의 재미는 지극히 반감될 테니까. 
여행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더하다. 너무나 사실적으로 나온 사진은 
밋밋하고 기억에 남지 않는다. 더없이 감성적인 방법으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여행 인생 샷’을 찍어 보자.
 

촬영지 | 한국 인천 영종도
카메라 | 캐논 EOS 6D , 초점거리 100mm, 촬영모드 A(조리개우선)모드, ISO 200, 조리개 F2.0, 셔터스피드 1/2500초, 노출보정 +2/3

해와 ‘맞짱 뜨기’를 
두려워 말라!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워낙 유행이라서 그럴까? 속칭 ‘뽀사시 사진’이라는 밝은 역광 사진이 인기가 많다. 옛날에는 ‘필름 탄다’며 역광으로 사진을 찍지 말라는 금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외려 ‘역광을 우선적으로 찍어라’란 조언이 있을 정도로 역광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역광 사진이야말로 대표적인 감성 사진이며 잘만 표현하면 인상적인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실 감성 사진이란 정의는 애매하기 짝이 없지만 이성적인 사진에 반대되는 개념이란 것은 명확하다. 사진에서 이성적인 빛은 사물의 명암이나 색상이 있는 그대로 나오는 순광이다. 촬영자가 해를 등지고 찍는 방향인 순광과 달리 해를 마주보고 찍는 역광은 순광처럼 ‘있는 그대로’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카메라 입장에서 보면 무척 난해한 상황이라 곧 바보가 되기 십상이니, 촬영자의 주관을 100% 발휘해야 한다. 즉 위치나 앵글, 카메라 조작에 따라 각양각색의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행에서도 자기 주관에 따라 역광으로 사진을 찍으면 감성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역광 촬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법은 ‘할레이션(Halation)’. 우리말로는 빛 번짐, 한자로는 훈광(暈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진의 특정 부분이 밝게 번진 듯 얼룩이 지는 현상이다. 빛을 통제 못한 카메라의 실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외려 이런 실수가 이성적인 사진보다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을 탄생시키곤 한다.
 
감성 한 스푼, 
할레이션 완전 정복 Halation

할레이션은 여행에서 함께한 소중한 사람을 촬영할 때 활용하면 효과 만점이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짝사랑했는데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이 할레이션으로 여자의 ‘인생 샷’을 찍어 줘 결국 여자의 마음을 얻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전설이 있을 정도. 그럼 어떻게 그리도 멋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할레이션의 몇 가지 공식을 꼽았다.
 

1. 날씨와 시간대

빛이 없으면 당연히 할레이션을 표현할 수 없다. 실내조명으로 가능할 수도 있지만 가장 좋은 빛은 역시 자연광인 태양이다. 할레이션은 맑은 날이면 얼마든지 가능한데, 시간대가 중요하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대낮에는 빛이 위에서 아래로 퍼져서 과한 노출의 하얀 사진이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할레이션을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대는 해 지기 1~2시간 전부터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까지다. 해가 뜨는 아침에도 가능하지만, 해가 질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빛이 퍼지기 때문에 할레이션이 가능한 시간이 지극히 짧다. 그러니 여행 중에 날씨가 좋다면 해 뜬 직후와 해 지기 직전을 노려 볼 것.
 
 
2. 빛의 방향과 조건

할레이션을 표현할 수 있는 빛의 방향은 역광이다. 이때 상기해야 할 점은 해와 피사체를 정확히 일직선에 배치하면 그냥 실루엣으로 나오기 쉽다는 것. 할레이션은 피사체 위쪽의 공간에 빛이 번져야 할 뿐 아니라 앞면으로 부드럽게 빛이 넘어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확한 역광 방향에서 촬영자가 좌우로 한 발 정도 위치를 옮겨 비스듬한 각을 만들어 줘야 한다. 조금 비스듬히 역광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3. 배경 선택

할레이션은 밝은 빛 번짐이다. 기본적으로 하얗게 나온다는 의미다. 그러니 빛 번짐이 배경 속에서 명확히 보이려면 밝은 배경보다는 어두운 배경이 당연히 더 좋다. 하늘을 많이 담기보다는 프레임 속 뒤 배경이 어둡게 나오도록 산이나 숲, 건물 등을 배경으로 하면 어두운 배경이 조성된다. 그래서 공간이 탁 트인 개활지보다는 건물이 많은 골목 같은 장소에서 할레이션을 연출하기가 유리하다. 

4. 렌즈와 초점거리

어떤 렌즈로도, 어떤 초점거리로도 할레이션을 표현할 수 있긴 하지만 가장 좋은 초점거리는 ‘표준’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시야감에서 할레이션도 가장 잘 표현되기 때문. 렌즈의 초점거리는 1:1 기준으로 50mm 정도로 선택하는 게 가장 좋고, 그래서 저렴하고 조리개 값이 밝은 50mm 단렌즈를 추천한다.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로도 가능하지만 배경이 좁아져 그만큼 할레이션을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 
 

5. 촬영모드와 노출, 초점

렌즈 혹은 초점거리를 선택했다면 촬영모드는 M(매뉴얼) 혹은 A(조리개 우선) 모드로 한다. 조리개를 조일수록 심도가 깊어져 할레이션 효과가 반감되니, 배경이 너무 뚜렷하지 않도록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도록 한다. 노출은 임의로 정하면 되는데, 사람의 얼굴 앞면까지 환하게 보이게 하려면 적정노출보다 ‘+1’ 정도 밝게 보정하는 편이 좋다.

그런데 이때 강렬한 햇빛과 마주쳐 카메라가 초점을 못 잡고 버벅대기 일쑤. 이럴 땐 초점 방식을 스폿(빨간 점 하나만 켜지는)으로 바꾸고 초점을 눈 대신 빛을 받는 얼굴이나 머리카락의 가장자리(엣지)에 맞춰 보자. 어렵사리 초점을 맞추게 되면 드디어 ‘띠디딕’ 신호가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셔터에서 손을 떼지 말고 반 셔터 상태를 유지한 채로 카메라를 아래로 약간 낮춘다. 해를 사진 속에 담지 말고 사진 상단 위에 걸치게 한 다음, ‘엣지 있게’ 셔터를 눌러 주면 된다. 해가 사진 속에 직접 들어오면 사진 전체가 번지는 노출오버가 되거나 플레어가 생기는 등 지저분한 사진이 되기 때문. 어려운 요령이지만, 각도를 조절해 가며 반복적으로 시도해 보자.

6. 우연과 불확실성에 대한 기대

여기까지 읽고 난 뒤에도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빛 좋은 어느 날, 무작정 부딪혀 볼 것. 할레이션 자체가 감성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시도하는 것이니 ‘딱 이렇게 나올 것이다’란 확신보다는 ‘어떻게 나올까?’라는 불확실성을 갖고 접근하는 게 맞다. ‘소 뒷발 쥐 잡기’ 식이면 뭐 어떤가. 무수한 시도 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온다면, 그 사진이야말로 함께 여행한 사람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을 ‘인생 샷’이 될지니. 
 

일본 사카이
공원에서 아침 산책을 하다 마주친 강아지. 할레이션을 활용해 더 깜찍한 느낌을 강조했다.
 
일본 나라
할레이션은 꼭 사람이나 기념사진에만 적용하는 건 아니다. 동물이나 식물도 빛 번짐을 이용해 촬영할 수 있다.
 
한국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셔터를 누르기 전 카메라의 각도를 조절하는 게 가장 어렵다. 이 사진은 해가 프레임 속으로 살짝 들어와 할레이션 외에 빛줄기와 플레어도 생겼다. 기대치 못한 변수가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게 해 주는 경우도 있다.
 
한국 서울 하늘공원
역광에서 어두운 배경을 선택하면 할레이션은 물론 촬영자와 피사체 사이의 공간에 떠 있는 먼지, 꽃가루, 홀씨 등의 부유물들이 보케(망울)로 표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 강원 정동진
촬영자와 피사체간 거리가 멀 때 사람을 할레이션으로 표현하긴 힘들다. 이땐 노출은 조금 어둡게 하고 사람은 실루엣으로 표현해도 인상적인 사진이 탄생한다.
 
인도 조드푸르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친 현지인들을 촬영한 사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이 눈이 부시게 환하다.
 
태국 후아힌
할레이션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찍어 줄 때다. 가족여행을 갔을 때 할레이션으로 촬영한 아들 사진. 언제나 이렇게 환한 빛으로 느껴질 녀석이다. 
 
 
글·사진 김경우  에디터 트래비 
 
*여행사진가 김경우 | 10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마치고 틈만 나면 사진기 한 대 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좋아 발 닿는 대로 다녔으나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에게 보여 줄 오래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www.woos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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