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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BNB] 제주에서 만난 두 마리의 고래

  • Editor. 신중숙
  • 입력 2017.08.02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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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안 가 본 곳이 없는 홍콩 친구들과 함께하는 제주. 
모름지기 숙소는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를 담아야 하며 
주인장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여행고수인 그들과
어떤 숙소에 묵어야 할까? 
 
눈 먼 고래는 바깥채인 ‘바다 고래’와 안채인 ‘숲 고래’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의 오래된 돌담 집에 현대적인 기술과 감각을 더해 이렇게 세련된 공간을 만들어 냈다

●문화 차이를 초월한 감성 스테이

숙소 이름은 ‘눈 먼 고래(Blind Whale)’. 평범했던 조천의 오래된 전통 돌집을 개조해 마치 마술을 부리듯 모던하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돌담집의 모습이 마치 바다에서 표류한 고래가 뭍으로 올라온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꼬불꼬불 좁은 길을 운전해 가니 정말 두 마리 고래를 쏙 닮은 지붕의 돌집이 등장했다. 호스트는 건축회사 ‘지랩(Z-lab)’의 이상묵(Benny)씨. 눈 먼 고래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돼 체크인 전에 숙지할 점과 입실 방법, 숙소 사용 방법 등을 호스트와 문자로 소통했다. 셀프 체크인 시스템도 그렇지만 외국 친구들과의 여행인지라, 미리 숙소에 대한 스토리를 에어비앤비 웹페이지를 통해 예습해 왔다.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눈 먼 고래는 바다를 향해 문과 창이 활짝 열린 ‘바다 고래’와 그 뒤의 ‘숲 고래’ 두 채의 집이 사이좋게 정원 하나를 품고 있는 모양새다.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래의 속살을 샅샅이 구경하며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바다 고래와 숲 고래는 분위기와 인테리어만 다른 게 아니다. 집마다 흘러나오는 각기 다른 음악은 나고 자란 환경이 다른 두 나라의 네 여인의 감성지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브랜드를 중시하는 홍콩, 유행에 민감한 한국 여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요소들도 놓칠 수 없다. 요즘 젊은 커플들의 프러포즈, 스몰 웨딩 장소로도 인기라며 검색을 통해 이곳 사진을 보여 주니 홍콩 친구들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인상적인 건축 작품을 선보이는 지랩, 매터 & 매터(Matter & Matter)의 가구, 라이마스(LIMAS)의 조명, 욕실의 이솝(Aesop) 제품까지 특급 호텔이 부럽지 않다.
 
함덕 해변은 가장 제주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는 바다다. 일출과 일몰의 풍경이 근사하다
 
●제주를 온전히 담은 집 

인테리어는 또 얼마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지. 진정한 제주의 문화를 속속들이 담아 더욱 의미가 있다. 눈 먼 고래는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 우영팟(텃밭)과 통시(화장실) 등 제주 전통 돌집 구조를 지키면서도 조천의 지역적인 특징도 살린 지랩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겼다. 각 돌집 안의 벽을 철거하고 바깥에는 낮은 돌담을 세워 공간마다 경계를 둔 점, 집을 철거할 때 생긴 대문과 바닥자재를 테이블과 침대로 재활용한 점 등 옛것을 고수하는 동시에 지랩 특유의 감각을 반영한 일거양득의 전략이다. 

바다 고래 밖으로 난 욕조도 자랑거리다. 원래 화장실을 겸한 돼지 우리였던 이곳은 이제 조천의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노천욕을 즐기는 로맨틱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새파란 제주의 바다 풍경은 바다 고래 어디를 돌든 한눈에 들어와 가슴을 살랑살랑 간질인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세찬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삼다도(三多島)’, 제주를 외국인에게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눈 먼 고래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도 좋지만 제주도민들이 제주 최고의 해변이라 극찬하는 함덕 서우봉 해변 주변을 산책하거나 일몰이나 일출을 감상하는 것도 눈을 호강시키는 방법이다. 숙소 인근의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 완벽하게 갖춰진 주방시설을 활용해 우리만의 근사한 만찬을 즐기는 것도 좋다. 그마저도 수고스럽다면 인근 유명한 식당도 찾아 볼 만하다. 우리 일행은 관광객은 물론 제주 사람들도 즐겨 찾는 선진횟집을 찾았다. 벵에돔을 주문했는데 해산물과 횟감이 무려 10코스에 걸쳐 나왔다. 끝나지 않는 음식 퍼레이드에 홍콩 친구들은 “Oh My God!”, “Amazing!”을 연발했다. 여러모로 옳은 선택이었다. 눈 먼 고래에서의 하룻밤은 이 친구들에게 특별한 제주를 각인시킬 수 있었던 킬링 포인트였다.  
 
제주도민도 단골집 삼는다는 에어비앤비 근처 선진횟집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만찬을 즐겼다
 
 
선진횟집
오픈: 매일 11:30~22:00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480
전화: 064 784 8383
 
1 바다 고래의 자랑, 야외에 마련된 노천 욕실  2 욕실 용품부터 눈 먼 고래를 채운 모든 제품들이 고급스럽다  3 철거 과정에서 나온 자재를 침대 받침이나 테이블 등으로 재활용했다 

▶에어비앤비 제주 숙소 정보 
눈 먼 고래

호스트 | 이상묵Benny 
유형 | 단독 주택, 침실 2개, 침대 2개, 욕실 2개(숙박인원 6명) 
홈페이지: www.airbnb.co.kr/rooms/4798649
주소: 제주특별자치도시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3080-2
 

글·사진 신중숙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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