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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몽골 여행법, 몽골올레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7.08.03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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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꾼, 몽골에 가다!  
 
부산역에서 김해공항까지, 새벽의 공항리무진은 30여 분 만에 임무를 완수했다. 몽골에 대해 기본 검색밖에 못했는데 벌써 에어부산 기내다. 비행기를 탐색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6월 중순인데도 이미 만석인 비행기가 말하는 것은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옆 좌석의 여자가 유창한 외국어(몽골어라고 짐작되는)를 쏟아내기 전까지 한국인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었다. 몽골에 도착하면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4시간의 비행도 순식간이었다. 기내식 먹고, 40%나 할인해 준다는 면세품을 하나 주문했더니 시간이 훅 지나갔다. 1시간의 시차까지 빼고 나니 이른 아침 김해를 출발했는데 정오가 되기 전에 몽골 칭기스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층 환전소에서 달러를 투그릭MNT으로 바꾸고 나니 드디어 몽골을 만날 자신감이 두둑해졌다. 지금까지 그 어떤 몽골 여행자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말이다. 나로 말하자면, 이제 막 몽골에 도착한 올레꾼이다. 
 
몽골올레 1코스의 전봇대 옆에 세운 간세. 초원에는 이정표가 없다
북방계식물인 피뿌리풀은 몽골 초원에 흔하고, 한국에서는 제주도 한라산에서만 발견된다
탁 트인 경치를 즐기는 올레꾼들
 
개장식에서 축사를 하는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제주 10년, 규슈 5년, 몽골 원년
올레의 네버엔딩 스토리 

위풍당당하게 홀로 도착하긴 했지만, 사실 먼저 와서 다른 올레꾼들을 기다렸을 뿐이다. 규슈올레에 이어 두 번째의 글로벌 올레인 ‘몽골올레’가 지난 6월에 2개 코스를 개장했다. 한국에서 온 올레꾼 300여 명과 몽골의 걷기동호회인 유비 하이킹(UB Hiking) 회원들, 지역 주민들까지 500여 명이 함께 모여 6월18일에 1코스 복드항산 코스를, 19일에는 2코스 칭기스산 코스를 완주했다. 

2007년부터 올레길을 조성해 제주뿐 아니라 국내 여행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던 (사)제주올레는 5년 후인 2012년에 일본 규슈에 진출해 매년 코스를 늘려 왔으며 현재까지 19개 코스를 운영 중이다. 2012년 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총 22만3,620명(한국인 14만1,500명, 일본인 8만2,120명)이 그 길을 걸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몽골에 첫 깃발을 꽂았다. 제주관광공사가 후원하고 (사)제주올레가 코스 개발 자문 및 길표식 디자인을 맡았다. 내년에도 2개 코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6월18일 몽골올레 개장행사에서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몽골은 제주와 100여 년에 걸친 특수한 역사적인 관계를 통해 혈연, 문화, 언어가 섞인 나라입니다. 제주에 올레길을 낸 지 10년이 되는 해에 괜당(친척을 뜻하는 제주어) 나라인 몽골에 길을 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800년 전 제주는 몽골의 지배를 받았다. 원나라1271~1368년의 침략에 마지막까지 맞섰던 삼별초가 1273년, 거점을 진도에서 탐라로 옮겨 항쟁을 계속하자 원나라는 이들을 진압한다는 이유로 탐라를 침공했다. 이후 원은 탐라에 군사행정 책임자인 다루가치를 임명하고 직할령으로 다스렸다. 1294년충렬왕 20년에 이르러서는 탐라에 대한 지배권을 고려에 돌려주었지만, 목호(목마관리인)를 비롯한 많은 몽골세력이 남아서 원나라에 보낼 군마를 길러 냈다. 탐라에 대한 몽골의 지배는 명대로 넘어와서도 지속되다가 1374년 최영 장군이 목호의 난을 진압하면서 100여 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다시 이어진 제주와 몽골의 운명은 이제 ‘동행’이다. 그동안 ‘주마간산’으로만 이어졌던 몽골 여행이 이제 ‘걷기’라는 가장 느리고 친환경적인 행위를 통해 다시 조명 받게 되기를 바란다. 
 
초원의 흔한 교통수단은 말이다 
한국에서 300명 이상의 올레꾼들이 몽골올레 개장식에 참가했다
가뭄이라 메마른 초원에서 부지런히 풀을 뜯는 양들
 

▶몽골 올레 간세가 나왔어요
올레길의 상징인 간세가 빠질 수 없다. 제주올레 간세인형을 만드는 조합원이 몽골 전통복 제작 기능장인 얻개씨에게 제작 비법을 전수했다. 직접 양털을 염색하고 수작업으로 만드는 데 3일이 걸렸다. 한국에서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소량 판매한다.  2만2,000원
 
 
▶몽골 올레, 같이 걸어요
몽골은 대도시를 벗어나면 대중교통도, 이정표도 찾기 어렵다. 개인보다는 단체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제주올레 홈페이지에서 여행 상품과 코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주올레 콜센터  064 762 2190   www.jejuolle.org
 
 
▶길표식을 아껴 주세요
간세, 화살표, 리본 등 제주올레의 길표식을 동일하게 사용했지만 리본은 몽골인들이 좋아하는 노란색으로 선정했다. 길표식을 유지하는 것이 몽골에서는 큰 난관이었다. 폴대를 깊이 박고 주변에 돌을 놓아 몽골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어워(돌무더기를 쌓아 만든 성황당)처럼 보이게 했으며 정부 자산이므로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도 붙였다. 걷다가 길표식을 발견하면 돌을 하나씩 보태 주시길.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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