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사가시 명과 투어

이민영기자     작성일제310호(2017.12) 댓글0건
●Saga Ebisu Tour 
슈가로드 위에서 달달한 발걸음을

글 이민영  사진 정혜진 

사가역부터 사가현청까지 뻗은 골목은 아기자기한 상점들로 가득하다. 평소에도 ‘디저트 배와 밥 배는 따로 있지’라고 생각한다면, 전통과 맛을 겸비한 명과점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에도 시대에 규슈의 나가사키에서 에도로 설탕을 운반했던  228km의 길을 ‘슈가로드’라고 한다. 원료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 길을 따라 과자 문화가 발달했다. 그 슈가로드의 일부인 사가시에는 전통 있는 명과점들이 많이 남아 있다. 주머니도 가볍고, 대식가도 아니지만, 다양한 명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주요 명과점에서 대표 과자 하나씩을 맛볼 수 있는 ‘에비스투어’가 안성맞춤이다. 
 
무라오카소혼포의 촉촉한 팥빵
살짝 당화가 진행된 야토지덴키치의 무카시 요캉과 창업주의 얼굴이 걸린 매장 입구
팥과 밤이 씹히는 무라오카야의 사가니시키
커다란 계란쿠키 느낌의 키타지마 마루보로
 
사가시(佐賀市) 
규슈·사가현청과 사가대학이 둥지를 틀고 있는 사가현의 중심도시다. 나가사키와 가까워 일찍이 서구문명이 들어왔으며 규슈사가국제공항과 JR사가역, 버스센터가 있어 다른 지방으로 가는 교통도 발달했다. 높은 산이 없는 환경은 열기구의 비행에도 최적의 조건이라 매년 가을 ‘인터내셔널 벌룬 페스타’가 이곳에서 열리고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사가시를 찾아온다. 
 
스탬프를 다 채운 에비스투어 티켓. 배경은 키타지마 명과점

과자에서 장인의 손맛을 발견할 때

JR사가역 내 관광안내소에서 에비스투어의 티켓을 구입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1928년 설립된 ‘무라오카야’. 티켓을 건네자, 스탬프를 하나 찍고 대표과자인 ‘사가니시키’와 함께 돌려준다. 사가니시키는 겉은 부드러운 빵이지만, 안쪽은 쫀득하니 떡 같다. 매장에는 커피와 차가 있어서 아침을 거른 이에게 단비와 같은 식사가 되었다. 

5분만 더 걸어 내려가면 옛날식 양갱인 ‘무카시 요캉’을 파는 ‘야토지덴키치’가 있다.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는 건물 외관부터 장인정신이 넘친다 했더니, 상호가 바로 창업주의 이름이다. 가업은 백여 년 넘게 이어져 벌써 4대손이 운영하고 있단다. 과분하게 아름다운 그릇에 녹차와 함께 각설탕처럼 곱상하게 생긴 양갱을 담아 준다. 무카시 요캉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양갱의 맛과 조금 다르다. 겉은 당화가 일어나 사각사각 설탕의 거친 맛이 그대로 느껴지지만, 속은 쫀득하다. 많이 달다고 생각될 때쯤, 함께 주는 녹차를 한 모금 마시면 개운하게 입 안이 정리된다. 

세 번째 타자인 ‘무라오카 소혼포’는 ‘야토지덴키치’와 몇 발자국 차이로 붙어 있다.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서적과 제과기구들이 눈길을 끈다. 혹시나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레시피는 아닐지 기를 쓰고 살펴봤다. 조그마한 명과 역사관을 보는 것 같았다. 직원에게 건네받은 노란봉지를 뜯자 촉촉한 빵 하나가 반긴다. 반으로 뚝 자르자 분홍고명이 상큼한 자태를 뽐내는데, 단팥맛이 난다. 시원한 흰 우유 한 잔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배가 불러올 때쯤, 아쉽게도 마지막 명과점에 도착했다. 무려 1696년에 창업한 ‘키타지마’에서는 포르투갈 선원들의 보존식이었다고 전해지는 ‘마루보로’를 맛볼 수 있다. 평범한 쿠키 모양이지만, 밀가루, 설탕, 계란 등의 배합을 계절에 따라 조금씩 조절해 이상적인 식감을 낸다.
 
에비스상은 장사의 신이라서 오래된 점포 앞에는 꼭 에비스상이 있다. 사진의 에비스상은 히젠 하마슈쿠 거리의 양조장 앞에서 찍은 것이다. 명과투어에서는 먹기에 바빴다
 
에비스상을 만지고 대박을 꿈꾸다 

명과점에서 받은 스탬프와 함께 배도 빵빵하게 채우고서야, 비로소 이 투어의 이름이 ‘에비스투어’였던 점이 떠올랐다. 사실 에비스상은 제주도의 돌하르방 같은 존재다. 사람들은 가게에 에비스상을 두면 장사가 잘 된다고 믿는다. 에비스는 복을 가져다주는 칠복신 중에서도 상업과 번영을 뜻하는데, 사가시에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803개의 에비스상이 있다. 그중 중요한 88개를 선택해 둘러보는 코스를 만들었다. 

에비스상을 발견하면 몸을 좀 숙여 눈높이를 낮추고 합장하면 된다. 자식을 바라며 돌하르방의 코를 쓰다듬듯, 사업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의 염원 덕에 표면이 반질한 에비스상도 꽤 있다. 거대한 석상이 아니기에 자칫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사가시 곳곳에 숨은 에비스상을 발견하면서, 중간중간 명과점을 하나씩 방문해 달달함을 누리는 에비스투어는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좀 더 부지런히 돌아다니려면, 관광안내소에서 자전거를 대여하자. 사가시에는 언덕이 없으니, 그보다 좋은 이동수단은 없을 테다.   

에비스투어 
티켓 | JR사가역 내 관광안내소에서 구입 가능. 티켓은 당일에만 이용할 수 있다.  
요금: 500엔(안내책자, 스탬프 티켓) 
 
무라오카야 Muraokaya 
주소: 3-18 Ekiminamihonmachi, Saga-shi, Saga
전화: +81 952 22 4141  
오픈: 9:00~19:00
홈페이지: www.muraokaya.co.jp
 
야토지덴키치 Yatoji Denkichi 
주소: 1 Chome-5-38 Tojin, Saga-shi, Saga 
전화: +81 952 23 3914 
오픈: 9:00~18:00
홈페이지: www.yatoji.co.jp
 
무라오카소혼포 Muraoka Sohonpo 
주소: 1 Chome-5-45 Tojin, Saga-shi, Saga
주소: +81 952 23 5017 
오픈: 8:00~20:00
홈페이지: muraoka-sohonpo.co.jp
 
 
키타지마 Kitajima 
주소: 2 Chome-2-5 Shirayama, Saga-shi, Saga
전화: +81 952 26 4161
오픈: 9:00~20:00
홈페이지: www.marubolo.com
 
사가시 관광안내소
주소: 1 Chome-11-10 Ekimae Chuo, Saga-shi, Saga
전화: +81 952 23 3975
오픈: 평일 8:30~18:00, 휴일 8:30~17:00 
 
깔끔하게 정돈 된 사가시의 거리풍경
에비스투어는 먹는 재미뿐 아니라 스탬프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Saga City
사가시의 하늘 조망법 

글·사진 정혜진
 
사가시는 일년 내내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조용한 시골 마을이지만, 하늘은 의외로 분주하다. 허공을 꽉 채우는 스릴과 동심. 이 도시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걷지 말자. 
 
 
 
1년 365일 열기구를 만날 수 있는 곳 

지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하늘을 날 수 있지만 열기구야 말로 처음 인간이 하늘을 동경했던 꿈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시켜 주는 방법이 아닐까. 이런 열기구의 매력을 1년 365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가 벌룬 뮤지엄(Saga Balloon Museum)이다. 열기구의 원리와 종류, 역사 등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벌룬 뮤지엄의 1층에는 슈퍼 하이 비전 극장이 있어서 280인치 와이드 스크린에서 열기구 관련 영상을 상영한다. 형형색색의 열기구들과 대회 풍경까지 현장감 넘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2층은 열기구에 대한 역사와 원리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일본 최초 유인비행에 성공한 열기구 ‘이카로스 5호’ 도 전시되어 있고 열기구의 원리와 방법을 이해할 수 있는 체험 게임도 해볼 수 있다. 실제 벌룬 속에 서 있는 듯한 환경에서 풍속과 풍향에 따라 목적지를 향해 운전하는 게임으로 열기구의 원리를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열기구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흥미롭다. 
  
사가 벌룬 뮤지엄
주소: 2-2-27 Matsubara, Saga-shi, Saga  
전화: +81 952 40 7114  
오픈: 10:00~17:00, 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500엔, 초중고생 200엔, 초등학생 미만 무료  
홈페이지: www.sagabai.com/balloon-museum
 

사가의 밤하늘을 수놓는 매핑쇼 

사가를 걷다 보면 참 조용한 도시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이건 낮이건 밤이건 거리를 종일 다녀도 복잡한 풍경은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조용한 사가도 화려하게 변신하는 시간이 있으니 바로 사가 현청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매핑쇼 타임이다. 사가성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현청의 가장 높은 층에는 사가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무료 전망대가 있는데, 밤이 되면 이곳에서 야경 프로젝션 매핑쇼가 펼쳐진다. 지난해 처음 시작할 때는 한쪽 면에서 조촐하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가현 필수 코스가 되어 매핑 공간도 전폭적으로 확장했다. 개장 후 5만명이나 다녀갔다. 작년 ‘사가 빛의 밤’에 이어 올해는 2탄으로 ‘별이 빛나는 밤의 수족관’이란 이름으로 아리아케해의 수중생물들의 화려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별이 빛나는 밤의 수족관’은 창문을 스크린으로 약 10분간 상영된다. 영상이 끝나면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아쿠아리움 터널과 창문에 손을 터치하면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스타라이트 피시를 인터랙티브하게 만날 수 있다. 
  
사가 현청 전망대
주소: 12F, 1-1-59, Jonai, Saga-shi, Saga  +81 952 25 7386
매핑쇼 시간 2018년 3월 31일까지 18:30~22:00(일요일, 공휴일 21:00 마감)
현청 전망대 오픈 평일 08:30~22:00, 주말 10:00~22:00 연중 무휴   
입장료: 무료
 
 

카레 한 접시에 담긴 
경이로운 불꽃놀이의 맛
 
글 권라희 사진 정혜진
 
‘한 입으로 압도하는 카레 맛’이라는 모토로 1958년 창업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유럽풍 카레 전문점 시라야마 분가(白山 文雅)는 사가 거리 한 쪽에 소박한 듯 서 있지만 그가 내놓는 카레의 실체는 엄청나다. 프렌치 스타일로 갈색 육수인 퐁드보(Fond de veau)를 정성껏 우려내고 밀가루와 버터를 볶아 루(roux)를 만들어 향신료 조합인 마살라(Masala)를 직접 배합해 베이스를 만든다. 카레 베이스만 완성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한다. 여기에 사가에서 생산된 최고급 쌀 사가비요리(さがびょり)로 지은 버터라이스에 채썰어 튀긴 양파와 볶은 건포도를 얹고 카레와 따로 내어 품격을 유지한다. 각각의 카레는 특유의 맛이 있어 한 번씩 경험해 봐야 한다. 쇠고기, 새우, 가리비, 닭고기, 버섯, 과일, 매운 돼지고기, 콩, 매운 자바, 타이 카레, 하야시라이스 등으로 메뉴가 다양하다. 반반카레의 경우 두 가지 카레를 고를 수 있다. 

한 입 떠먹으면 처음에는 보드라운 느낌을 주다가 이내 다양한 향신료가 불꽃놀이하듯 정체를 드러낸다. 그야말로 카레의 새로운 세계에 빠져드는 순간이다. 테이블 세팅도 신경 썼다. 은빛 숟가락과 포크는 기본이고 최고급 도자기 고란샤와 노리타케의 그릇을 써서 기품을 높인다. 카레의 색을 나타내듯 갈색의 나무 식탁에 붉은 색으로 힘을 준 인테리어는 시간을 머금은 듯 고풍스럽다.

주소: 1 Chome-2-1 Shirayama, Saga-shi, Saga 
찾아가기: JR 사가역에서 도보 12분
전화: +81 952 23 4789
오픈: 11:30~14:30 / 17:30~21:00, 월요일 휴무 
홈페이지: shirayamabunga.sagafan.com
가격: 비프 카레 1,080엔, 실론 바람 치킨 카레, 과일 카레 972엔, 특제 하야시 라이스 1,080엔 
 
▶airline 
티웨이항공이 유일하게 인천-사가 직항편을 매일 운영하고 있다. 인천 출발 14:50, 사가 출발 18:35 (편도 1시간 20분 소요)  
티웨이항공  www.twayair.com 
 
▶info 
사가현관광연맹에서는 한국여행자들을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글 애플리케이션APP <사가 트래블 서포트 ‘DOGAN SHITATO’>도 유용하다. 
사가현관광연맹 +81 952 20 1601  www.welcome-saga.kr 
 
 
▶사가현 ‘미인’ 원정대
Date 2017년 10월8~11일 3박 4일
Member 권라희, 이민영, 정혜진, 차승준, 천소현 기자 
Cities 사가(1박)→가라쓰→다케오(1박)→오카와치야마→우레시노→가시마→다라(1박) 
 
사가현 | 규슈의 서쪽에 위치한 사가현은 바다와 접하고 있어서 먹거리가 풍부하고,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온천, 뛰어난 도자기 등으로 팔방미인에 속하는 여행지다. 소박하면서도 수려한 풍경으로 일찌감치 올레길이 조성되기도 했다. 임진왜란 출병식, 조선통신사의 왕래, 임진왜란 때 끌려온 조선도공들의 후손들이 꾸린 도자기 마을 등 한국과 역사적으로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 
 
 
글·사진 사가현 원정대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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