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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 있는 곡성 찾기

  • Editor. 이성균
  • 입력 2018.01.0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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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하면 으레 떠오르는 섬진강, 기차마을, 곡성 영화촬영지? No! 새로운 곳이 궁금했다. 비슷한 감상의 여행이 아닌 나만의 것을 채우고 싶어 깊숙한 산골도 마다하지 않았다. 곡성의 속살 찾아 한 발짝 더 움직였던 시간을 소개한다. 
 
1933년에 지어진 구 곡성역
섬진강변을 따라 달리는 증기기관차

 
곡성군 | 전라남도에 있는 인구 3만명의 작은 군으로 구례군, 화순군, 순천시와 접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4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섬진강과 옥과천 유역의 평야를 중심으로 한 벼농사가 주 산업이며, 사과, 멜론, 딸기, 토란, 깻잎 등의 특산품도 유명하다. 관광지로는 섬진강, 기차마을, 레일바이크, 천문대, 영화 <곡성> 촬영지 등이 있다. 
 
다도 체험을 위해 준비된 황토방 
장갑용 도예가가 직접 빚은 각양각색의 찻잔
계피가루를 묻힌 밤과 설탕으로 절인 귤 

●내려놓는 시간

비봉마을을 지나 굽은 산길로 깊숙이 들어간다. 휴대폰의 통신 상태가 불안정해질 때 즈음 목적지에 도착한다. 비봉산방이다. 장갑용 도예가가 운영하는 숙소다. 왜 이런 곳에 도예가가 머무르고 있을까? 그에게는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장소가 필요했고, 곡성 일대에서 나는 거친 흙도 독특했다고. 이런 흙은 투박하면서 자연미를 뽐내는 도자기에 제격이라고 한다. 물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골짜기에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오랜 시간 공들인 끝에  근사한 정원이 있는 집과 도예공방, 손님들 모실 황토방까지 탄생했다. 이 공간에 오롯이 집중하려 휴대폰을 끄고, 그간 있었던 일들도 모두 내려놓는다.

비봉산방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도예가와 함께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다. 도자기 빚기도 배워 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는 곡성 학생들한테만 가르쳐 준다고.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며 거닐다 차를 마시러 따뜻한 분위기의 황토방에 자리를 잡는다. 도예가가 직접 빚은 각종 잔들로 꾸며져 있는 이곳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즐거움을 줄지 고민한 결과물. 예쁜 잔에 따뜻한 차, 이 공간에 무척 잘 어울린다. 원목으로 만든 낮은 키의 상에는 앙증맞은 찻잔과 차에 곁들일 예쁜 간식이 놓여 있다. 먼저 눈으로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하고, 연신 감탄하며 셔터를 누른다. 따뜻한 차가 졸졸졸 잔에 채워지자 그윽한 향이 실내를 감싼다. 한 모금, 두 모금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음미한다. 구수한 향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몸속의 나쁜 것들을 다 없애 주는 기분이다. 너무 티가 나게 좋아했는지 더 좋은 차가 있다며 우려내기 시작한다. 차에서 꿀맛이 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녹차를 숙성 시킨 것이라는데 이전까지 맛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연신 홀짝이며 황홀한 시간을 마저 즐긴다.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있으니 묘한 설렘이 가득하다.
 
비봉산방
주소: 전남 곡성군 죽곡면 비봉가목길 95-134 
전화: 010 5607 7551
가격: 12만원(8명 기준, 기준인원 초과시 1인당 1만원, 최대 12명)
 
태안사의 고요한 시간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의 아련한 대웅전
분홍 꽃 너머로 삼성각이 보인다

●이 자리를 지키겠노라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이윽고 맞배지붕 형태의 누각 ‘능파(凌波)각’이 보인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나무다리 위에 올려진 누각으로 봉두산 아랫자락에 위치한 태안사(泰安寺)에 도착했다는 안내판과 같다. 막상 태안사의 대웅전을 보니 그 크기로 보아 세가 컸던 곳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의외로 긴 시간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태안사당시 대안사는 신라 경덕왕 원년742년에 동리산파를 일으킨 세 명의 신승에 의해 창건됐다. 동리산파의 본산지로 선암사, 송광사, 화엄사, 쌍계사 등을 거느리고 꽤 오랫동안 영화를 누렸던 사찰로 적인선사 혜철과 도선국사가 득도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려 중기에 송광사가 수선(修禪)의 본사로 독립해 사세가 축소되었고, 일제 식민지에는 화엄사의 말사 신세로 떨어졌다. 게다가 6·25전쟁 때 대웅전과 절에 딸린 건물 15채가 불에 타 버렸다. 1969년에서야 대웅전을 복원했다. 

이런 배경 때문일까. 태안사를 둘러보면 고독하지만 단단한 기운이 감돈다. 부침 있는 역사 속에서 세는 줄었어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 온 자부심, 인내의 시간을 보내며 덧입혀진 사찰의 정신이 느껴진다. 특히 절의 가장 높은 곳에서 혜철 스님의 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인선사탑의 기품과 대웅전의 모습이 백미인데, 대웅전 지붕 위로 햇살이 비추니 옛 영광이 다시 찾아온 듯하다.
 
태안사
주소: 전남 곡성군 죽곡면 태안로 622-215 
전화: 061 363 6669 
 
고소한 맛의 흑미 두부 부침
연잎밥과 토란국 한 상

▶토란국을 넘어서
 
토란 생산량 전국 1위의 곡성에서는 다양한 토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맛과 향이 강하지 않은 토란으로 무얼 만들 수 있을까? 토란밥, 토란국, 토란강정, 토란만주, 토란푸딩 등 다양하다. 그중 가장 놀란 것은 토란 디저트였다. 어떻게 만들지 의문을 품고 갔다가 맛에 매료됐다. 수상한 영농조합에서 만드는 토란 푸딩과 토란 만주다. 토란 가루, 토란 당절임, 우유, 바닐라빈으로 만든 푸딩은 입술로도 부서질 정도로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을 지니고 있다. 토란 만주는 흑미로 만든 반죽 안에 토란 앙금을 넣어 구워 냈다. 쫄깃한 빵과 달달한 앙금의 궁합이 좋아 차를 곁들여 먹으면 제대로다. 

게다가 박사 농부가 운영하는 미실란의 밥집 반하다는 오색발아현미로 만든 음식을 낸다. 발아현미 누룽지를 곁들인 샐러드, 흑미 두부부침이 전채로 준비되고, 식사로는 맑은 토란국과 함께 발아오색미 연잎밥 한 상이 차려진다. 발아오색현미의 구수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정찬이다. 

미실란 반하다
주소: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읍 섬진강로 2584 
전화: 061 363 7060 
오픈: 수~일요일(사전예약제, 2인 이상 가능)
 
1 통나무로 만들어진 둥둥나무집, 어린 시절 꿈꾸던 그곳  2, 3 도깨비마을 촌장을 빼닮은 도깨비 조각상  4 귀여운 도깨비들과 추억을 남기자 
 
●웃음 속에 담긴 철학

10m 크기의 도깨비가 나타나 숲으로 인도한다. 도깨비 친구들이 숨어 있는 숲길을 지나니 도깨비마을이 보인다. 왜 하필 곡성일까. 김성범 촌장은 곡성에서 전해지는 ‘마천목장군과 도깨비살’ 설화를 들려줬다. 태종 이방원의 집권에 기여했던 인물인 마천목장군. 그가 아픈 어머니를 위해 고기를 잡으러 섬진강변에 나갔다 이상한 푸른 돌을 주웠는데 갑자기 도깨비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두목 도깨비를 돌려주면 무엇이든지 다하겠다고 하니 장군은 강에다 어살을 만들면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도깨비들이 진짜로 어살을 만들어 놓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김 촌장은 도깨비와 인연이 깊은 지역에서 한국의 도깨비를 정리하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도깨비마을 곳곳에서는 1,000여 개의 도깨비 조각상과 도깨비 역사전시관, <도깨비 방망이> 같은 공연 및 연극도 즐길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이곳에서 만난 모든 도깨비들은 뿔이 하나인 일본 도깨비 오니가 아니라 뿔이 두 개인 우리의 착한 도깨비다.

그가 도깨비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 교육이다. “우리 아이들은 과한 보호를 받고 있어요”라며 생글생글한 얼굴로 말한다. 아이들은 ‘하지 마라’, ‘위험하다’는 말에 갇혀 야외 활동이 제한된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위험을 스스로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 다소 위험한 놀이터인 밧줄놀이 숲, 자연 속 흙길에서 곤충, 벌레, 풀을 가까이 하는 도깨비숲, 5m 높이에 나무로 지어진 둥둥나무집까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섬진강 도깨비마을
주소: 전남 곡성군 고달면 호곡도깨비길 119-99 
전화: 061 362 2954 
오픈: 10:00~17:00(프로그램별 상이), 월·화요일 휴무
입장료: 5,000원(체험 및 공연 가격은 상이), 단체 패키지 35인 이상 예약 가능 
홈페이지: www.dokaebi.co.kr
 
 
▶곡성 Plus+
곡성 ‘관광두레’
정부가 지원하는 주민주도형 관광 사업으로 지역별 관광전문 PD와 주민 사업체가 지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 곡성에는 ‘섬진강 두꺼비(여행사)’, ‘도깨비 마을’, ‘수상한 영농조합’, ‘미실란’까지 주민 사업체 4개가 있다. 전국적으로는 40개 지자체에서 190개 이상의 주민사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섬진강두꺼비와 곡성 한바퀴 
섬진강의 ‘섬’자는 ‘두꺼비 섬(蟾)’자다. 고려 역사 속에서 섬진강 두꺼비는 왜구를 몰아낸 전설의 귀인. 꿈에 나오면 복이 들어온다는 섬진강 두꺼비에서 착안해 여행사 이름을 정했다. 곡성 한바퀴는 섬진강두꺼비의 여행상품이다. 곡성의 대표 관광지와 각 계절마다 곡성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경들로 채운 원데이 여행 코스로 곡성에 처음 오는 여행자에게 추천한다. 
주소: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546 
전화: 010 2692 1758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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