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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 다테(だて)한 미야기현 힐링 로드

김정흠기자     작성일제311호(2018.01) 댓글0건
가을은 화려했고, 온천은 따스했다. 저녁마다 눈앞에 차려졌던 진수성찬도, 즉석에서 익혀 낸 해산물도 힐링 그 자체였다. 지난 1년간 쌓였던 심신의 피로를 미야기현에서 단 며칠 만에 풀어낼 수 있었다.
 
다테(だて)*한 미야기현 힐링 로드
*だて(伊達) | 멋부림, 호기를 부림
 
미야기현 | 일본 도호쿠 지방의 최대 중심지다. 혼슈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오우 산맥의 동쪽에 위치해 내륙 쪽으로는 험한 산악 지형이, 바다 쪽으로는 너른 평야가 펼쳐진다. 230만명의 인구 중 100만여 명이 센다이시에 거주한다. 낙엽수림이 풍부해 일본의 대표적인 가을철 단풍 명소로 알려져 있으며, 오우 산맥에 솟은 화산의 영향으로 다양한 수질의 온천이 발달해 있다. 
 
자오산의 화구호 ‘오카마’는 이름처럼 거대한 솥을 닮았다

입국 심사가 길어진다. 심사관은 내 여권을 뒤적거리더니 일본 출입국 기록을 샅샅이 살핀다. 그의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온다. 뒤에 가서 잠시 앉아 있으란다. 이유를 물었지만 되돌아오는 말은 잠시 기다리라는 것뿐. 두 대의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 모두가 빠져나갈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대기했다. 슬슬 초조해질 무렵, 확인해 보니 아무 이상 없다는 말과 함께 여권을 내어 준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동명이인의 수배자가 있어 확인차 늦어졌단다. 흔한 이름도 아닌데 말이다. 미야기현 여행은 이렇게 묘한 스트레스 2g쯤을 얹은 채로 시작됐다. 명색이 힐링 여행인데!
 
다테 마사무네가 자신이 세운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제는 흔적만 남은 센다이 성터는 왠지 모르게 쓸쓸하기만 하다

●센다이 仙台
다테-한 그 사람

일본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 ‘다테샤(だてしゃ)’가 있다. 멋부리는 사람, 멋쟁이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그루밍족’과 비슷하다. 갑자기 웬 일어냐고? 다테샤의 어원이 된 주인공이 미야기현에 있기 때문이다. ‘다테 마사무네(伊達 政宗)’. 센고쿠시대 후기부터 에도시대 전기까지 살았던 인물로, 센다이의 초대 번주였다. 어릴 때 천연두에 걸려 오른쪽 눈을 잃었고 키도 작았지만,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성공 가도에 오른 대표적인 일본 위인 중 하나다. 

다테샤의 ‘다테’는 다테 마사무네의 이름에서 따왔다. 다테 마사무네와 병사들의 복장은 늘 화려했고, 그런 복장을 한 이들을 두고 다테샤라고 불렀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어디 복장뿐이었겠는가. 여러 일화에서 드러나는 호탕한 성격과 함께 도쿠가와 이에야스*조차도 두려워했다는 그의 용맹함을 생각하면, ‘다테샤’라는 단어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일조를 한 인물은 바로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센다이에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센다이 성터였다. 다테 마사무네의 이야기가 여운이 짙었던 찰나라 느낌이 남달랐다. 에도시대가 닻을 올리기 직전이었던 1602년, 다테 마사무네는 평야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아오바야마(青葉山) 언덕 위에 성을 쌓았다. 미야기 지역의 부흥을 이끌었던 센다이성은 메이지시대를 거치며 일부 파괴되었고, 2차 세계대전 중 폭격을 당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성터 옆에는 여전히 용맹스러운 표정의 다테 마사무네가 자신이 기틀을 다졌던 그 땅, 센다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센다이와 미야기현에는 다테 마사무네의 일화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문무를 겸비해 여기저기에서 활약했던 이야기부터 상당한 미식가였던 그가 미야기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좋아했다는 이야기까지. 160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해져 내려온 다테 마사무네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게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되겠다 싶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 에도 막부의 초대 쇼군. 세키가하라 전투를 통해 전국의 패권을 쥐고 에도 막부를 열었다. 이후 오사카성 전투에서 히데요시 가문을 멸망시켰고, 메이지 유신까지 약 260여 년에 걸쳐 자신의 시대를 이어갔다.
 
센다이 성터 
주소: 1-11, Kawauchi, Aoba-ku, Sendai-shi, Miyagi-ken
입장료: 무료
주차장 영업시간 08:00~17:00
승용차·경차 1시간 400엔(30분마다 200엔 추가), 자전거 1일 100엔
 
오랜 세월 위스키를 빚어 냈던 증류기가 이제는 증류소 한쪽에서 쉬고 있다
니카위스키 요이치 증류소에서 생산한 싱글몰트위스키를 직접 시향할 수 있다
전시관에서는 니카위스키가 생산하는 술의 향을 맡아 보거나 살펴볼 수 있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센다이 시내에서 그리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도로 옆을 가득 메운 빽빽한 숲이 왠지 모르게 포근했다. 선선한 공기도 그저 부드럽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높고도 푸른 하늘,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숲 사이에 니카위스키(ニッカウヰスキー)의 증류소가 있다. 마치 비밀 기지라도 되는 것처럼. 

니카위스키 증류소는 홋카이도 요이치를 기반으로 한 위스키 주조 업체다. 히로시마의 한 사케 양조장에서 태어난 타케츠루 마사타카(竹鶴 政孝)가 창업주. 사케에 안주할 수 없었던 스물넷의 그는 전통 위스키 주조법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스코틀랜드 유학길에 올랐다. 대학과 증류소를 오가며 주조법을 배우고 3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온 마사타카는 산토리(サントリー)사에 입사해  일본 최초의 위스키를 만들어 냈다. 이후 자신만의 위스키를 만들고자 홋카이도 요이치에 증류소를 차렸다. 니카위스키 증류소의 전신인 대일본과즙주식회사의 시작이었다. 

요이치에서 위스키를 생산한 지 30년이 흘렀을 때, 마사타카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미야기현 어느 한 깊은 숲에 두 번째 증류소를 차린 것이다. 미야기쿄 증류소를 품은 미야기현의 자연은 요이치와 판이했다. 요이치가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였다면, 미야기는 로우랜드였던 것. 증류 방식도 요이치와 차별화를 두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것과는 색다른 맛과 향의 위스키가 태어났다.

미야기쿄 증류소에서 진행하는 무료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개인 자격이라면 사전 예약 없이도 증류소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다양한 종류의 니카위스키를 시음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한국어 설명을 읽어 볼 수도 있다. 증류 순서에 따라 배치된 건물을 차례로 둘러본 뒤, 증류소 뒤편에 있는 저장소까지 살펴보았다. 숙성 기간에 따라 진해지는 색깔과 깊어지는 향까지 체험하고 나면, 누구나 기다렸을 시음 순서가 온다. 요이치와 미야기쿄 증류소에서 생산한 위스키를 비교 시음해 보고는 함께 견학했던 이들과 어떤 것이 입맛에 맞았는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그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더 진지한 표정이었다. 
 
니카위스키 미야기쿄 증류소(ニッカウヰスキー仙台工場)
주소: Nikka 1, Aoba-ku, Sendai-shi, Miyagi-ken 
전화: +81 22 395 2865
견학 | 09:00~11:30, 12:30~15:30(견학 프로그램은 15~20분마다 출발), 마지막 투어는 15:30에 시작, 매주 일요일, 연초(1월7일까지) 휴무  
홈페이지: nikka.com
 
 
▶70년을 이어 온 규탕(牛タン)
우마미 타스케(旨味太助)

센다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규탕이다. 우설(소의 혀)을 이용해 만든 요리를 통칭하는데 주로 구워서 낸다. 센다이 시내에 자리한 우마미 타스케는 규탕의 원조를 자부하는 식당이다. 1947년부터 규탕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 식당은 현재 2대에 걸쳐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규탕과 밥, 꼬리곰탕 등을 내주는 규탕 정식이 유일한 메뉴다. 20년 이상의 단골로 가득한 것은 물론, 유명 인사들도 즐겨 찾는단다. 미야기 여행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식당이다.
주소: 2 Chome 11-11, Kokubuncho, Aoba-ku, Sendai-shi, Miyagi-ken
전화: +81 22 262 2539
오픈: 11:30~22:00(주문은 21:30까지), 매주 월요일, 연초(1월4일까지) 휴무 
가격: 규탕정식A 1,500엔, 규탕정식B 1,850엔, 규탕정식C 2,200엔  
홈페이지: www.gyutown.com/gyu_shop/tasuke
 
고다이도(五大堂), 오대당으로 들어서는 다리는 고다이도만큼이나 고풍스러운 모습이다
인왕이 잎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라는 니오지마섬
다테 마사무네의 거처이기도 했다는 즈이간지는 여느 사찰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마츠시마 松島
고요한 섬 사이를 유람하다

센다이시와 태평양 사이에 자리한 바닷가 마을, 마츠시마는 일본의 대표적인 경승지 중 하나다. 에도시대에 일본 전역을 유랑했던 학자 하야시 가호(林 鵞峰)가 자신의 책에서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로 꼽은 것이 그 시작이라고. 마츠시마만은 드넓은 태평양을 배경으로 26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리아스식 해안이다. 그 규모만 해도 동서로 14km, 남북으로 12km에 달한다. 복잡한 해안과 수백 개의 섬 덕분인지 지난 2011년 3월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때도 마츠시마에는 비교적 큰 피해가 없었다. 

한낮에도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해안을 따라 여행자를 맞이하는 식당과 카페, 기념품 숍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마츠시마의 특산물인 굴과 가리비 등을 꼬치에 구워 파는 매장 앞에는 어김없이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좁디좁은 길을 줄지어 걷다 보니 어느새 작은 선착장에 다다랐고 유람선에 올라탔다. 마츠시마의 여러 섬 사이를 도는 50분짜리 코스를 선택했다. 가장 인기가 있는 노선이었는지 1층과 2층 선실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배가 출발함과 동시에 유람선 곳곳에 달린 스피커로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보이는 섬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섬 이름의 유래와 이야기 등을 소개했다.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갑판으로 나갔다. 유람선은 섬과 섬 사이로 시원하게 내달렸고, 선선한 바람이 머릿결을 한바탕 흩뜨렸다. 모처럼 여유로운 이 순간이 계속 이어지길 바랐다. 

섬 소개는 계속되었다. 인왕이 잎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라는 니오지마(仁王島, 인왕도), 수면과 맞닿은 네 개의 구멍에서 종소리가 난다는 카네지마(鐘島, 종도), 섬마을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같이 배를 타고 오간다는 카츠라지마(桂島, 계도)와 노노시마(野々島, 야야도), 그리고 칠레 대지진 당시 밀려들어 온 쓰나미에 두 동강이 났다는 이유로 칠레라는 이름을 얻은 섬까지. 반환점을 돌고도 10여 분쯤 더 이동했을까. 마츠시마의 수많은 섬 이야기가 끝나자 스피커를 통해 노래가 흘러나왔다. 마츠시마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트로트 말이다. 
 
TIP▶마츠시마는 작은 어촌이지만, 이곳의 아름다움을 찾아온 관광객으로 늘 북적인다. 불교의 신앙 대상인 오대명왕을 모시는 ‘고다이도’를 비롯해 다테 마사무네가 별장으로도 사용했다는 사찰인 ‘즈이간지’ 등도 함께 둘러보자. 모두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식탐, 여기서는 괜찮아
타카라야식당(たからや食堂) 

86년의 역사를 내세우고 있는 타카라야식당은 굴 요리 전문점이다. 당일 아침 일찍 공수해 오는 식재료로 정해진 수의 손님만 받고 있어 일찍 마감되는 일도 빈번하다고. 요쿠바리(よくば), 욕심쟁이 정식를 주문하면 굴구이와 굴튀김 등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주소: Namiuchihama 10, Matsushima-machi, Miyagi-gun, Miyagi-ken 
전화: +81 22 354 2520
오픈: 10:00~15:30, 매주 수요일 휴무
가격: 요쿠바리 세트 2,500엔(부가세 별도)
홈페이지: takaraya-matsushima.com
 
온천 마을의 료칸 옆으로 강이 흐르는데, 강가를 따라 산책하는 것도 좋을 터
아키우 호텔의 객실 내부
눈 쌓인 노천탕에 들어가 보는 것이야말로 추운 계절에 떠나는 온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아키우 秋保
온천, 겨울을 품다

마츠시마에서는 1시간, 센다이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미야기현이 자랑하는 아키우 온천이 있다. 도시에서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 당일치기로도 많이 찾는다고. 다테 마사무네가 즐겨 방문했던 곳이었다고도 하니, 아키우 온천 명성은 최근에 생겨난 것이 분명 아닐 터. 지금으로부터 약 1,600년 전, 그러니까 일본 고분 시대300~710년경에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성 염화물 성분의 온천수가 나오는데, 신경통이나 근육통, 관절통, 피로 해소 등에 효능이 있다. 

아키우에 자리한 료칸 ‘호텔 뉴 미토야(Hotel New Mitoya)’에 들어선 것은 늦은 오후였다. 체크인 후 방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유카타를 입고는 온천으로 향했다. 투숙객에 한해 온천 이용료가 무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열성적으로 온천을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저녁 먹기 전에 한 번, 먹고 나서 한 번, 그리고 내일 아침에 체크아웃하기 전에 한 번씩 온천에 들어가겠노라 다짐했다. 이 호텔에 있는 모든 대욕장을 한 번씩은 다 들어가 봐야 할 터이니. 
 
TIP▶ 아키우 온천이 있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나토리강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작은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골짜기에서는 왠지 협곡 밑바닥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이른 아침, 온천을 즐기기 전에 잠시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키우 온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키우대폭포도 있다. 55m 높이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이다. 일본의 100대 폭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오카마에 안개가 드리우는 모습이 꽤 몽환적이다 
갓타다케 정상부에 있는 작은 신사에는 작은 소망 하나를 기원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자오 蔵王
하늘에 내걸린 거대한 솥

길은 점점 더 험해지고 있었다. 여태껏 경험해 볼 수 없었던 산악도로가 끝없이 이어졌다. 정상으로 향할수록 한껏 붉은색으로 물든 숲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뿐. 길을 오를수록 나무의 키는 줄어들었고, 어느새 앙상한 가지만 파르르 떨고 있는 나무들로 바뀌었다. 급기야 거친 바위와 흙, 바람에 잔뜩 움츠린 나무들이 가득한 고원 지대가 창밖으로 펼쳐졌다. 

‘자오 에코라인’으로 불리는 이 도로는 해발 1,758m 높이의 갓타다케(刈田岳) 정상으로 향한다. 험하기로 악명이 높지만, 그만큼 자오산(蔵王山)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매년 많은 자동차 여행객이 찾는다. 그들이 자오 연봉 중 하나인 갓타다케 정상을 힘겹게 오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자오산의 화구호인 오카마(御釜, お-かま)를 보기 위해서. 

자오 에코라인에서 갈라지는 유료 도로인, ‘자오 하이라인’ 끄트머리에 위치한 주차장에 내렸다. 최근 몇 달간 느끼지 못했던 한기가 엄습했다. 외투를 챙겨 들었고, 옷깃을 여몄다. 능선에 걸터앉은 수증기에도 냉기가 가득했다. 눈앞에 보이는 휴게소에서 따뜻한 캔 커피 하나를 뽑아 갓타다케의 정상부로 향했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았는데 저 멀리 에메랄드빛을 머금은 오카마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카마라 불리는 화구호(Volcanic Lake)다. 

1182년에 마지막으로 분화한 자오산의 화구가 오카마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600여 년이 지난 1820년부터 물이 고였고, 1km 길이의 둘레와 25m에 달하는 깊이의 호수가 된 것이다. 자오산을 비롯해 주변에 솟아난 다섯 개의 봉우리는 이 호수가 왜 ‘큰 솥’이라는 뜻의 오카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아름다운 빛깔의 호수 안에 여러 생명이 살아갈 법도 한데 어찌 된 일인지 생물이 살 수 없는 물이란다. 

날카로운 산비탈 꼭대기,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어 들어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갓타다케 정상에 올라선 채 오카마와 자오 연봉의 자태를 감상했다. 산 중턱 아래로 구름이 가득했다. 카메라 셔터를 몇 번 누르던 찰나, 오카마의 뒤쪽 능선을 타고 넘어 들어온 수증기가 호수를 뒤덮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호수의 온전한 모습을 제대로 한 번 보기 힘들다는 누군가의 말을 따르자면, 잠깐이라도 오카마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 그저 행운이었을지도. 공기는 점점 더 차갑게 변했고, 안개는 더욱 짙어져만 갔다. 짧은 만남을 못내 아쉬워하며 주차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갓타다케 정상부에 위치한 작은 신사에서는 수시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오 하이라인 
오픈: 4월 하순~11월 초, 07:30~17:00
요금: 이륜자동차 380엔, 일반 자동차 540엔, 마이크로버스 1,340엔, 대형버스·대형화물자동차 2,160엔
JR시로이시자오역에서 자오 갓타산 정상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다(미야기자오 로열 호텔 경유)
 
1 코케시 공예가 스가와라 와해이씨는 50년간 이곳에서 코케시 인형을 만들어 온 장인이다 2 코케시관으로 들어서는 문, 그 옆으로는 귀여운 포토존이 자리한다.
 
●오사키 大崎
목각으로 펼치는 예술

미야기현을 비롯해 도호쿠 지방에서는 원통형 기둥에 머리만 얹은 형태의 목각 인형이 쉽게 눈에 띈다. 이 일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코케시(小芥子)라는 이름의 전통 목각 인형이다. 코케시의 역사는 1600년대 에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에게 제물로 바쳐졌거나 먹을 음식이 없어 유기됐던 아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그 유래. 혹은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만들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단순히 아이들의 놀이 도구로 시작해서 어른들의 민예품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래가 어찌 되었든 코케시 인형은 19세기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의 온천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제작자의 스타일이나 지역 특성에 따라 모양과 그림 형태, 표정 등으로 종류가 세분되어 있는데, 전국을 다니며 코케시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이들도 꽤 많다고 한다. 

나루코 마을 어귀에 자리한 일본코케시관(日本こけし館)을 찾았다. 이 마을의 코케시 공예가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코케시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공간이다. 마침 코케시 제작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50년 경력을 자랑하는 코케시 공예가 스가와라 와해이(菅原 和平)씨의 능숙한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제작 과정 시연 후에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리 만들어 둔 원통과 머리에 검은색, 빨간색, 초록색 등의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 넣는 체험이다. 참가자들이 붓끝에 집중하는 동안, 코케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나루코 온천의 노천탕
온천욕 후 즐기는 가이세키는 힐링 그 자체다 
 
온천 뷔페가 펼쳐지다

오사키 시내를 지나 나루코(鳴子)로 들어섰을 때부터 유황 냄새가 코를 찔러댔다. 이 지역에서 솟아나는 온천수 중 일부에 유황 성분이 함유된 탓이었다. 나루코는 도호쿠 지방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온천 명소다. 일본 내에 존재하는 온천을 보통 11종의 수질로 분류하는데, 나루코에서만 9종의 수질을 경험해 볼 수 있단다. 유황 성분의 온천도 그중 하나. 이 지역에서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원천만 해도 400여 개에 달한다니, 온천 마니아들이 어찌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온천을 운영하는 곳마다 각기 다른 수질의 온천을 자랑한다. 가히 온천 뷔페라고 불러도 좋을 만했다. 우리가 하룻밤 묵었던 나루코 호텔(鳴子ホテル)은 유황 염천과 유산 염천, 그리고 나트륨 염화물천 등의 원천을 두고 온천객을 맞이했다. 센다이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나루코는 선택지가 다양하기도 한 덕분에 평일이나 주말에나 많은 온천객이 방문하고 있다. 

아키우 온천이 피로 해소에 효능이 있다면 나루코 온천은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일명 ‘미인탕’이었다. 호텔측의 설명에 따르면 바깥 온도와 습도에 따라 물의 색깔이 미묘하게 변하며, 나루코 지역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두기까지 한 온천이란다. 어찌 그 매력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있으랴. 다음날까지도 촉촉한 피부는 보습력이 뛰어난 온천의 효능을 그대로 입증해 주었다. 유황 냄새가 온종일 몸에 남아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일본코케시관 
주소: Shitomae 74-2, Narukoonsen, Osaki-shi, Miyagi-ken
전화: +81 229 83 3600
요금: 성인 320엔, 고등학생 160엔, 중학생 110엔, 초등학생 80엔
코케시 만들기 체험료(1인) 1,080엔 
운영시간: 4월1일~12월31일 08:30~ 17:00(12월은 16:00까지 운영) 
홈페이지: kokesikan.com
 
나루코 호텔 
주소: Yumoto-36, Narukoonsen, Osaki-shi, Miyagi-ken
전화: +81 229 83 2001
요금: 1박 2식 플랜 기준 8,800엔부터(1인 기준, 2인 이상부터 숙박 가능, 저녁 가이세키 혹은 뷔페식, 조식 포함), 온천 투숙객에 한해 150엔(성인)
125개 객실, 체크인 15:00, 체크아웃 10:00(11:00 레이트 체크아웃 플랜 있음)
홈페이지: narukohotel.co.jp
 
●오사키 PLUS+
 
나루코 협곡
鳴子峡
나루코 온천 마을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루코 협곡이 깊고도 길게 이어진다. 화산 활동으로 인한 침식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4~6m, 최대 10m 너비의 폭, 낙차는 80~100m에 이른다. 낙엽수림이 풍부한 이 지역은 가을철 단풍 나들이 명소로도 알려진 곳. 현재 일부 구간은 낙석 위험으로 잠정 폐쇄 중이지만,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두 개의 산책로는 여전히 여행객을 맞이한다. 
주소: Hoshinuma-13-5 Narukoonsen, Osaki-shi, Miyagi-ken
 
아라다테나 미치노에키
あ・ら・伊達な道の駅

센다이에서 오사키로 들어서는 국도변에 자리한 이 휴게소는 연간 365만명이 찾는 명소다. 이름에 ‘다테’를 붙였을 정도이니 이들의 자신감이 어느 수준인지 알 것도 같다.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장터와 식당이 인기며, 여행자를 위한 각종 기념품도 판매한다. 나루코 온천을 오가는 이들은 물론, 이 휴게소를 위해 멀리서 오는 이들도 상당하다고. 나루코로 들어서기 전, 혹은 다시 센다이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 보자. 
주소: Simomiyamichi 4-1, Iwadeyama Iketsuki, Osaki-shi, Miyagi-ken 
오픈: 08:45~18:00(식당은 16:30까지 영업)
전화: +81 229 73 2236 
홈페이지: www.ala-d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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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NE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에서 매일 1회 센다이행 항공편을 운항한다.
 

FOOD
미야기현은 상어, 황새치, 참치 어업이 발달했으며, 김, 굴, 가리비 등을 주로 양식하고 있다. 농업 또한 발달하여 꽤 다양한 종류의 곡물류가 생산되는데, 최근에는 풋콩을 으깨 만든 페이스트인 즌다(ずんだ)를 이용한 셰이크와 모찌가 인기다. 미식가이기도 했던 다테 마사무네가 이 지역의 음식을 발달시켰다는 설도 있다. 

SHOPPING
공항 근처에 종합 쇼핑몰인 이온EON몰이 있어,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들를 만하다. 
주소: 5 Chome-3-1, Morisekinoshita, Natori-shi, Miyagi-ken 
오픈: 09:00~21:00
전화: +81 22 381 1515
홈페이지: natori-aeonmall.com
 

HOTEL
센다이 시내에서 여행을 준비하거나 마무리하고 싶다면 ANA홀리데이인을 추천한다. 센다이역과 버스터미널은 걸어갈 만큼 가깝고, 공항까지도 그리 멀지 않다. 
주소: Shintera 1-4-1, Wakabayashi-ku, Sendai-shi, Miyagi-ken
전화: +81 22 256 5111

BEFORE  TRAVEL
2011년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해 방사능이 유출되었으며, 한동안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일본 전체가 후유증에 시달렸다. 미야기현에서는 주민과 방문객 등의 우려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매일 각 지역에서 측정한 방사능 관련 정보를 웹사이트에 게재한다. 방사능 정보 사이트에 올라오는 정보를 살펴 여행의 불안감을 덜어 내고 떠나 보자. 

미야기현 방사능정보사이트  www.r-info-miyagi.jp/r-info/ko
개인이 직접 측정해 올리는 방사능 수치 공유 사이트(하카테가이거)  hakatte.jp 
 
취재협조 미야기현청 www.pref.miyagi.jp
글 김정흠  사진 김정흠, 미야기현청  에디터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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