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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우리가 만나지 못한 또 다른 중국인 관광객

  • Editor. 유경동
  • 입력 2018.01.22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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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텔 영업의 결정적 변수는 방한 외래객의 규모다. 아직 공식집계가 발표되기 전이지만 2017년의 잠정 추정치는 전년도에 비해 놀랄 만큼 격감할 것이라 예상한다. 2003년 당시 사스로 통칭되던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등장 직후 외래객은 전년 대비 60만 명이 감소했다. 2015년 한국을 강타한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도 빼놓을 수 없다. 메르스가 일어났을 때는 전년도 대비 약 97만명이 감소했다. 2017년 방한 외래객은 전년 대비 무려 400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중국인 방한객의 감소수가 약 390만명에 이른다.

2017년 한국 관광산업은 중국 발 사드 증후군으로 기록될 만큼 큰 위기가 닥쳤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으로 유지하던 호텔들은 운영난에 직면했고, 푸른 꿈을 안고 신규 개관한 호텔들은 사업초기부터 강펀치를 맞고 휘청댔다. 반면 무덤덤한 호텔들은 주로 5성급 이상의 고급 브랜드 호텔뿐이다. “우리는 중국 관광객 잘 안 받아요”라고 당당히 얘기하는 호텔담당자들의 모습에서 묘한 거만함도 느껴졌다. 마치 중국인 관광객이 투숙하는 호텔과 투숙하지 못하는 호텔로 호텔의 수준이 결정된다는 기묘한 기준이 말에서 묻어난다. 호텔들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겪은 비매너 사례를 거리낌 없이 나열한다.

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는 사이, 중국의 아웃바운드 시장은 놀랄 만큼 크게 변화했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과 여행정보 사이트 스키프트(Skift)가 발간한 ‘럭셔리 진화 보고서(The Luxury Evolution Report)’에 따르면 한때 샤넬 핸드백을 자랑스러워했던 중국 부유층들이 유명 관광지로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중국 부유층들은 고급 휴양지와 유명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중시한다. 중국 부유층 소비 경향을 분석하는 후룬리포트는 지난해 2,200만 위안(36억원) 규모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3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 가족 여행경비는 5만500달러(6,200만원)이며, 기억에 남는 여행지 1위로 북극을 꼽았다. 선호하는 여행지로 미국·태국·일본 등이 순위권에 올랐으나 한국은 차트에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중국인 관광객을 민폐 고객으로 낙인찍은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그들을 VIP로 점찍어 관광산업의 전략적 타깃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의 호텔들이 중국의 FIT고객 유치에 더딘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의 변화는 급격하게 진행됐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여행을 통한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을 사기 위해 명동에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을 보며 한국이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지역이라고 착각하는 사이, 또 다른 중국인 관광객들은 유럽과 북극 여행을 즐기며 소비하고 있다.

반도체·조선·철강·자동차 등 한국을 이끌던 주요 산업은 세계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지 오래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관광산업에 대한 시각과 전략적 방향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이 국가경제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주요 산업이라는 걸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그 공감대가 이루어져야만 중국인 관광객을 바라보는 지금의 부정적 시각도 바뀔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야만 한국에 중국의 럭셔리 소비층을 당당히 초대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을 피해 세계로 뻗어가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붙잡는 건 우리에게 절박한 과제가 됐다. 이러한 과제 수행에는 호텔의 역할도 결정적 요소다. 한중 간 해빙 분위기로 조금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2018년도에는 호텔들이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길 기대한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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