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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이어 온 파리의 겨울 풍경

  • Editor. 신중숙
  • 입력 2018.02.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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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nter in Paris 
그 겨울, 파리 여행 해프닝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센 ‘파리’라는 도시의 이미지가 ‘겨울’이라는 낱말을 만나면 시너지가 폭발한다. ‘겨울의 파리’는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겨울이라서 가능했던 그 겨울, 파리에서의 해프닝. 
 

예나 지금이나 에펠탑은 우리가 지금 파리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드는 파리의 상징이다. 이 거대한 철조물이 눈에 잡히는 그 순간 심장이 ‘쿵’ 한다면 이미 당신은 팜므 파탈 파리에 매료당한 것이 분명하다
 
●City  of   Lights 
Lights Up Paris! 
 
환상을 가지고 겨울에 이 땅을 밟는 자들을 조소하듯, 파리의 겨울은 스산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로 도도하게 여행자에게 말한다. “이래도 날 사랑할 수 있냐”고. 하지만 파리는 잠시도 실망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시시때때로 눈을 홀리는 휘황찬란한 겨울 장식, 겨울 별미, 그리고 파리 그 자체의 매력까지. 겨울의 파리는 그야말로 팜므 파탈 같다.  
 
갤러리 라파예트 본관 옥상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파리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쇼윈도마다 5세 이하 어린이 전용 난간이 마련된 것이 재밌다  

파리가 빛의 도시가 되기까지 

잠시 파리의 겨울을 좀 더 불평해야겠다. 겨울의 파리는 비도 잦다. 그럼에도 파리 사람들은 우산 없이 비를 맞는다. 그 이유는 머지않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비에 바람까지 부니 차라리 우산 없이 맨몸으로 비바람을 헤치고 파워워킹을 하는 편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해도 짧다. 10시가 다 되어야 ‘아침인가 보다’ 싶고, 오후 5시가 되면 해는 이미 온데간데없다. 

화려하다는 말보다는 오히려 흑백영화 같다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한 겨울의 파리는 어떻게 ‘빛의 도시(Ville Lumiere)’가 되었을까. 17세기 루이 14세 때 파리는 거리마다 골목마다 각종 범죄의 온상이었다. 그래서 1대 치안 감독관은 아주 좁은 골목길까지 램프를 밝히고 횃불을 마련해 온 도시를 밝혔다. 등잔 밑까지 샅샅이 살피겠다는 범죄 타파의 의도가 세계 최초의 공공조명이 되어 파리를 더욱 환히 밝히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한 외지 사람들이 ‘빛의 도시’라고 부르며 파리를 찾기 시작했다는 역사는 아이러니지만 흥미롭다. 

특히 겨울에 파리를 찾은 여행자들은 샹젤리제(Champs-Elysees), 각종 쇼핑지구의 대형 백화점, 파리의 랜드마크와 유적지를 비롯해 거리마다 섬세하게 장식된 조명을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 라파예트 1층에 마련된 아트 갤러리(Galerie des Galeries)도 흥미롭다. 다양한 컨템포러리 예술전이 열린다
갤러리 라파예트의 2017년 크리스마스 장식  
 
100년을 이어 온 파리의 겨울 풍경 

‘100년을 이어 왔다는 게 고작 쇼핑몰과 쇼핑지구의 풍경인가?’ 라고 얕잡아 보면 큰코다친다.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와 쁘렝땅 오스만(Printemps Haussmann)은 프랑스 쇼핑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백화점이다. 매해 겨울이면 사람들은 두 백화점의 겨울 장식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기대감에 들뜬다.
 
두 백화점의 겨울 장식 전통이 언제부터인지 ‘썰’들이 난무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라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프랑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우울하고 어두웠기에 대형 백화점들이 앞장 서 밝고 신나는 겨울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느덧 이 성탄절 장식은 두 백화점의 자존심 싸움이 됐고 한 달 남짓한 이 특별한 성탄 쇼윈도 장식은 준비에만 1년이 걸린다고. 아쉽게도 갤러리 라파예트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은 지난해 12월31일까지 진행됐지만, 다시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상상하는 바탕그림으로 살펴보자. 

지난해 갤러리 라파예트 성탄 쇼윈도 장식은 누가 뭐래도 ‘역대급’이었다. 오페라 지구의 주요 건물 세 동을 차지한 갤러리 라파예트의 쇼윈도는 ‘1900년대 초반의’ 놀이 공원으로 꾸며졌다. 한 쪽의 배럴 오르간, 또 다른 쇼윈도의 대관람차 장식이 신나는 캐롤에 맞춰 움직인다. 선물을 향해 실제처럼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모빌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떠나질 않는다.
 
어릴 때부터 매년 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기다려 왔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도 모두 영화를 보듯 성탄 쇼윈도 장식에 집중하느라 오페라 지구의 갤러리 라파예트 앞은 인산인해다.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의 돔형 지붕 아래 우뚝 선 크리스마스트리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갤러리 라파예트의 중심부를 장식한 5층 높이의 대형 트리는 온갖 사탕, 과자,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가득 매달고 천천히 회전했다. 형형색색의 마카롱과 도넛, 별사탕이 캐롤에 맞춰 위 아래로 움직이면 쇼핑을 하던 사람들도, 물건을 팔던 점원들도 옹기종기 난간에 서서 이 황홀한 크리스마스 쇼에 몰두했었다. 2018년에 펼쳐질 성탄 장식은 또 얼마나 진화할까?
 
바또 파리지엥을 타면 수준급의 프렌치 요리와 파리의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디너 크루즈 타고 바라보는 겨울의 파리 

거리 전체를 화려하게 꾸민 파리의 겨울 장식은 주요 포인트에서 면밀하게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파리 시내의 주요 포인트를 도는 오픈 버스를 타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파리에는 다양한 2층 투어 버스가 운행되는데 그중에서 오픈 투어 버스(Open Tour Bus)는 1시간 30분 동안 크리스마스 라이트 투어(Christmas Lights Tour) 코스를 운행해 파리 시내의 크리스마스 장식만을 둘러볼 수 있었다. 버스를 타면 이어폰과 담요, 따뜻한 음료가 제공되며 이어폰을 끼면 9개의 언어로 파리 시내 주요 포인트의 설명을 크리스마스 캐롤과 함께 들을 수 있다. 

더 특별한 파리의 겨울을 느끼려면 세느강을 유람하는 디너 크루즈를 예약하자. 바또 파리지엥(Bateau Parisien)은 일반 유람선은 물론이고 디너 크루즈를 운영한다. 바또 파리지엥의 디너 크루즈는 식사를 즐기며 주변을 바라보기 좋게 통창으로 이뤄졌다. 에펠탑에서 시작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세느강의 다리 풍경과 노트르담 성당, 오르셰와 루브르 등의 고풍스러운 건물부터 퐁피두 센터와 같은 현대적인 건물이 번갈아 등장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디너 크루즈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서 다시 에펠탑으로 향하는 2시간 30분의 코스로 식사와 파리의 풍경 감상을 함께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pass
파리 버스 패스 
원하는 곳에서 내리고 탈 수 있는 버스 패스는 성인 기준 1일권이 33유로, 2일권은 37유로, 3일권은 41유로. 4~15세 어린이의 모든 버스 패스는 17유로로 동일하다. 참고로 크리스마스 라이트 투어 버스의 가격은 27유로. 
홈페이지: www.paris.opentour.com 
 
바또 파리지엥 
디너 크루즈는 오후 6시, 8시30분, 9시 세 차례 운행되며 좌석과 운행 시간에 따라,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1인당 69유로부터. 유람선은 15유로부터.  
홈페이지: www.bateauxparisiens.com 
 
글·사진 신중숙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 관광청 kr.france.fr 파리 일드프랑스 관광청 www.visitparisreg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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