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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프리미엄, 루프트한자의 새로운 선택

  • Editor. 유호상
  • 입력 2018.03.02 13:08
  • 수정 2018.05.24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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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Crane’ 로고 100주년을 맞은 루프트한자가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기념행사장인 프랑크푸르트공항 A380격납고(Hangar) 어디에도 새로운 디자인의 비행기는 보이지 않는다. 몇 발자국 더 들어가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멀리 맞은편 벽에 어렴풋한 조명을 받은 초대형 비행기 그림은 그림이 아닌 실제 항공기였다.
 
1 진한 남색에 빠질 수 없는 노란색 악센트 2 행사장인 격납고에서 새로운 도장의 보잉 747-8이 공개됐다 3 루프트한자가 단일 색상을 통해 노린 건 강렬한 프리미엄 이미지!

강렬한 한 방으로 프리미엄 이미지 강조

“우리는 노란색을 버린 게 아닙니다.” 
기자회견에서 루프트한자 그룹 카르스텐 슈포어Casten Spor CEO는 연신 강조했다. 브랜드의 노란색 ‘실종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집착에 가까운 질문 공세에 그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어쩌면 속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급기야 그는 애플이 오리지널 무지개색 로고를 버렸지만 건재하지 않느냐는 농담까지 던졌다. 

그럴 만도 했다. 유독 팬덤이 두터운, 그래서 손대지 않아도 좋았을 법한 루프트한자의 남색·노란색 로고가 하나의 남색으로 바뀌어 버렸다. 악센트 역할을 한 오묘한 채도의 노란색은 전체 로고에서도 백미였으니,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루프트한자가 로고에서 그리고 비행기 외관 도장에서 노란색을 뺀 이유는 한 가지, ‘프리미엄 항공사’의 표방이다. 프리미엄의 이미지는 강렬한 주류 색상 한 가지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에서다. 올해는 루프트한자의 상징인 학Crane 로고가 탄생한 1918년으로부터 딱 100주년이 되는 해다. 100년이란 시간 동안 다행히(?) 학은 살아 남았지만 ‘계란 프라이’라 불리기도 했던 노란색은 사라졌고, 폰트 또한 디지털 시대에 맞게 모바일 기기 등에 최적화된 서체로 교정됐다.
 
루프트한자는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을 적용한 보잉 747-8 및 에어버스 A321 기종도 공개했다. 루프트한자의 기체 도장이 변경된 것은 전반적인 CI 변경 이후 30여 년 만이다. 이들 두 항공기는 이후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새 디자인을 알릴 예정이라고.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은 항공기 외관 도장뿐만 아니라, 공항 카운터, 탑승권, 승무원 유니폼과 기내 식기, 담요 등 기내 물품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노란색을 버린 게 아니라던 카르스텐 슈포어 CEO의 말은 저녁 연회장에서 증명됐다. 그는 스피치 도중 느닷없이 자신의 구둣발을 들어 보이며 노란색 양말을 보여 주는 ‘쇼’를 연출했다. 비행기의 외부 도장에서만 사라졌을 뿐, 어디서나 한 눈에 루프트한자를 알아보게 하는 노란색은 체크인 카운터나 비행기 앞쪽 도어의 명판, 항공권 등 곳곳에 계속 활용할 것임을 재치 있게 전달한 메시지였다. 
 
 
항공사보다 오래된 100년의 로고

그런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정작 로고를 사용하는 루프트한자의 역사는 60여 년 정도인데 어찌 로고 탄생 100주년이 가능하단 말인가? 답은 루프트한자의 이색적인 역사에 숨어 있다. 루프트한자는 1917년 독일 최초의 항공사인 도이체 루프트-레더라이(DLR, Deusche Luft-Reederei)가 설립된 이래 여러 차례 인수·합병 과정을 거치며 탄생했다. 당시 그래픽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오토 피를레Otto Firle가 도안한 학 로고는 DLR이 1918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DLR은 1923년 도이체 에어로 로이드(DAL, Deusche Aero Lloyd)에 합병되고, 이 회사는 다시 1926년 융커스 루프트 베르커(Junkers Luft Verkehr)에 합병되면서 도이체 루프트 한자(DLH, Deusche Luft Hansa)라는 이름으로 독일의 국적 항공사가 된다. DLH는 2차 세계대전 중 문을 닫았다가 1953년 쾰른에 본사를 둔 오늘날의 루프트한자로 거듭났다. 항공사보다 로고의 역사가 더 길어진 사연이다.

이후 1962년 독일의 유명 디자이너 오틀 아이허(Otl Aicher)에 의해 대대적인 CI 개편을 거치면서 오늘날 익숙한 타이포그래피와 색상 등이 만들어졌고, 학 로고는 이런 큰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오틀 아이허는 학을 원으로 둘러싼 로고를 고안했는데, 당시 “원 안에 갇힌 새는 이코노미석에 갇힌 승객을 의미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올해 개편된 로고는 원의 테두리가 보다 가늘어지면서 학 앞뒤 공간이 넓어졌다는데. 그렇다면 이는 곧 이코노미석의 개선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루프트한자 그룹
540여 개의 자회사와 투자처를 소유한 글로벌 항공 그룹이다. 여객, 화물, 정비, 기내식, 기타 총 5개 영역으로 이루어진 사업은 각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이끌고 있다. 루프트한자 그룹의 핵심 사업인 여객 부문의 경우 루프트한자 독일항공(Lufthansa German Airlines), 스위스항공(SWISS), 오스트리아항공(Austrian Airlines), 유로윙스(Eurowings), 브뤼쉘항공(Brussels Airlines)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400개 이상 도시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중 루프트한자 독일항공은 유럽 항공사 중 여객 수송량 1위*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항공사이자 스카이트랙스(Skytrax) 선정 유럽 최고 항공사, 유럽 최초 및 유일의 5-스타 항공사다. 한국에서는 현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뮌헨 노선을 각각 주 5회 운항하고 있다. 한국 노선에는 A350 및 A380·B747 등 최신 기종을 운항하고 있는데 퍼스트, 비즈니스, 프리미엄 이코노미, 이코노미 4개의 클래스 모두 최신 프로덕트를 갖추고 있다. 한식 기내식, 한국어 엔터테인먼트, 한국인 승무원 등 맞춤형 현지화 서비스는 물론 기내 인터넷 서비스인 ‘플라이넷’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 세계항공수송통계 기준 2015년, 2016년 연속 1위
 
글 유호상 사진 루프트한자, 유호상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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