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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에서 즐기는 ‘진짜’ 오프로드 드라이빙

  • Editor. 유호상
  • 입력 2018.03.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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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잘 닦여진 포장도로를 벗어나 
마음껏 거칠게 달려 보고 싶은 ‘일탈의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일탈을 하냐고?
서부의 모래 위에서라면 가능하다.
 
밸리 루프의 깊숙한 곳에 들어오자 석양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만이 우리를 맞이했다
 
●Loop Drive in Monument Valley
모뉴먼트 밸리에서 루프 드라이브
 
미 서부의 상징적인 여행
 
‘미 서부’ 하면 떠오르는 드넓은 황야, 그 위로 여기저기 암석이 솟아 있는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하지만, 어지간한 여행 욕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사리 가기 어려울 만큼 먼 곳이다. 어렵게 찾아온다 해도 대표적인 포토 존인 ‘뷰 호텔(The View Hotel)’의 주차장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가는 여행객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조금 더 특별한 여행을 위해서라면 이 지역 유일의 호텔인 뷰 호텔에서 하루만이라도 머물러야 한다. 하루 중 해가 떠 있는 시간(5~9월 07:00~18:30, 10~4월 08:00~16:30)에 밸리 루프(Valley Loop)를 별도의 입장료 없이 개방하기 때문이다. 일반 승용차로도 큰 무리 없이 코스를 돌아 볼 수 있지만, SUV(Sport Utility Vehicle)와 함께라면 두 배로 즐거워진다. 때마침 운이 좋았다. 지극히 미 서부 같은 길 위에서, 그것도 오프로드 드라이브의 상징과도 같은 ‘지프(Jeep)’를 몰 수 있었으니.
 
총 17마일약 27km 길이의 밸리 루프에는 11개의 포인트가 있다. 보통은 시간 관계상 4마일 거리의 5번 포인트까지만 보고 오는데, 일방통행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13마일 거리의 6번 포인트 이후 구간도 놓치기 아까운 곳이다. 밸리 루프에서 접한 지극히 ‘미 서부’스러운 용어는 뷰트(Butte)와 메사(Mesa). 둘 다 오랜 침식작용에 의해 급한 경사나 수직으로 이루어진 옆면과 평평한 꼭대기가 특징인 지형을 의미한다. 다만 높이보다 정상의 길이가 짧은 것이 뷰트, 긴 것이 메사라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다양한 사막 지형만큼이나 식물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순도 100%’라는 인디언과의 조우! 
조금 안쓰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차가 없다면 유용한 트럭 투어
 
 
영화의 한 장면을 달리다
 
5번 포인트까지만 보고 돌아오려 했지만, 결국 모든 루트를 둘러봤다. 루프 안에서 보는 풍경은 입구에서 보는 것과는 스케일과 느낌이 확연히 달라 그냥 놓치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던 탓이다. 밸리 루프를 달리다 보면 정말 서부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든다. 울퉁불퉁 황야 길을 큼직한 바퀴의 지프를 몰고 여유롭게 달릴 때면 세상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이다. 여기에 서부의 정취를 한껏 더 돋울 수 있는 추가 옵션이 있다. 바로 ‘말’을 타고 밸리 투어를 하는 것. 긴 시간 말을 타는 것은 부담스럽고, 살짝 흉내만 내고 싶다면? 단돈 몇 달러에 거대한 뷰트를 배경으로 말 위에서 인증 사진만 찍는 일도 가능하다.
 
다만 이 멋진 풍경을 즐기는 데는 대가가 있다. 불그스름한 미세 모래 토양에 비포장길이다 보니 차가 달릴 때마다 엄청난 먼지가 날린다. 차 없는 여행자에게 밸리 루프 지프 투어를 자신 있게 권하기가 조금 망설여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권하련다. 마스크를 쓴 채로, 풀풀 날리는 이 모래마저 즐길 준비가 된 오프로드 여행자라면!
 
▶RENT-A-CAR
내 취향이 반영되는
알라모 렌터카
미국의 다른 렌터카 회사와는 달리 알라모 렌터카는 차량 등급 내 차종을 맘대로 고를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 키가 꽂혀 있으니 굳이 직원한테 부탁할 필요도 없이 마음에 드는 모델을 몰고 나가면 된다. 온·오프로드 지형을 자유롭게 주행하는 가장 미국적인 차, 지프 그랜드체로키를  잽싸게 선점해 보자. 
홈페이지: www.alamo.co.kr 
 
HOTEL
모뉴먼트 밸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뷰 호텔(The View Hotel)
‘굳이 호텔에서 1박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바호 네이션(Navajo Nation) 지역에서 제대로 씻고, 먹고, 잘 수 있는 숙소는 사실상 이곳이 유일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뷰 호텔에 묵을 이유는 충분하다.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낭만, 다음날 아침의 기가 막힌 일출을 모든 룸의 테라스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주소: Indian Rte 42, Oljato-Monument Valley, AZ 84536, USA
전화: +1 435 727 5555  
홈페이지: monumentvalleyview.com
 
헬멧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깨끗한 공기가 헬멧으로 공급돼 마음껏 달릴 수 있다
사막의 매력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코스
 
 
●4WD UTV Wildcat in Desert
4륜구동 UTV 와일드캣으로 사막 누비기
 
라스베이거스의 또 다른 면모

‘부르릉~’ 생각 외로 요란한 엔진 음과 묵직한 핸들의 감각이 낯설었다. 사막 저 멀리 보이는 라스베이거스가 마치 신기루마냥 아른거렸다. 평평한 노면을 잠시 달리다 방향을 바꾸자 고운 모래가 깔린 본격적인 사막지대로 들어섰고, 차츰 차 조작법에도 익숙해졌다. 몇해 전 제주도에서 오프로드 버기카를 타 본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르다. 군용으로도 쓰일 만큼 고성능인 와일드캣(Wildcat*)을 타고 약 30km에 이르는 넬리스 듄(Nellis Dunes)사막지대 코스를 2시간에 걸쳐 달리는 것.

사막 오프로드 레이싱 선수 출신인 케빈이 운영하는 이곳을 알게 된 건, 내게는 행운이었다. 우람한 타이어를 장착한 차를 몰고서 거친 지형을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랠리 경기를 볼 때면, 랠리 선수가 되는 꿈을 꾸곤 했으니까. 트로피 트럭 Trophy Truck(탁월한 성능으로 늘 우승을 거머쥐었기에 붙은 이름) 레이싱 선수 출신인 케빈은 오프로드 드라이빙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일반인들도 오프로드 드라이빙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생각해 냈다고. 그의 아들인 라이언도 2016년 우승 경력이 있는 현역 프로레이싱 선수인데, 오늘 우리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특별히 나섰다. 최고 기량의 레이서 부자가 이끄는 드라이빙 코스라니, 이런 영광이!

라스베이거스 하면 흔히 카지노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 미국 전역의 레이서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오프로드 경주인 ‘민트 400Mint 400’이 매년 개최되기 때문. 1960년대 말 민트 호텔(Mint Hotel)은 홍보차 라스베이거스 외곽 사막에서 오프로드 레이싱 경기를 처음 개최했다. 경기가 한참 인기를 끌던 1998년, 호텔이 매각되면서 맥이 끊겼다가 2008년 다시 부활했고 지금은 북미 최대의 오프로드 경주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대회에는 버기카부터 트로피 트럭까지 다양한 종류의 레이싱 차량들이 참가한다. 그리고 경기에서와 같은 루트, 지형, 차량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와일드캣 오프로드 프로그램이다.
 
*와일드캣4WD UTV│스노모빌을 생산하던 아틱캣(Arctic Cat)에서 생산하는 1000cc 엔진의 고성능 4륜구동 차량으로, UTV 또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라고도 불린다. 법적으로 일반 도로에서는 주행이 불가하지만, 목장이나 시골 지역에서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최근 레크리에이션용으로도 인기다. 폴라리스, 캔암, 야마하, 혼다 등이 비슷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사막 위 레이서가 되어
 
 
와일드캣의 매력은 거침없는 주행 성능이었다. 길이라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디든 아무렇지도 않게 나아갔다. 가파른 급경사마저도 엑셀을 차분히 밟고 있으면 마치 기어오르듯 기어이 올라가고야 만다. 속도도 의외로 빨라 조건에 따라 최고 시속 70마일약 110km까지 낼 수 있고, 공기 대신 특수한 폼(foam)으로 채워져 있다는 타이어는 펑크가 나지 않는다니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케빈의 말에 따르면, 미국 경제 위기 이후 기존에 인기였던 모터사이클이나 쿼드바이크(Quadbike)보다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 by Side) 차량이 대세가 되었단다.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더러,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큼 안전하기 때문이다. 롤 케이지(Roll Cage)라 불리는 프레임이 차를 덮고 있어, 만에 하나 차량이 전복되어도 탑승자는 무사하다. 맘 놓고 밟아도 된다는 뜻이다. 
 
돌길, 도랑, 언덕, 흙길, 잡초가 드문드문 난 황무지.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고운 모래언덕(Sand Dune)까지 다양한 지형을 거쳐 달렸다. 앞차가 일으키는 흙먼지를 온몸에 뒤집어 쓰는 일은 결코 피할 수 없었지만, 헬멧으로 신선한 공기가 주입되는 시스템 덕분에 오히려 모래 세례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 언덕에서 코너를 돌며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drift)를 할 땐, 그야말로 프로 레이싱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출발할 때만 해도 1시간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코스를 마치고서 시계를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넘었다. 이렇게나 무책임하게(?) 휙 끝나 버리면 어쩌나? 내 안의 질주본능은 이제야 시작인데 말이다. 
 
데저트 오프로드 어드벤처(Desert Off Road Adventures)
요금: 2시간 코스 기준, 2인승 1명 225USD·2명 375USD
(드라이버 교대 가능), 4인승 4명 555USD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서 북동쪽으로 약 30~40분 거리에서 진행. 왕복 차량 픽업서비스, 레이서의 코스 가이드, 기념품, 식음료 포함 www.desertoffroadadventures.com
 
글·사진 Traviest 유호상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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