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오사카] 100년을 견딘 근대건축물의 재발견

  • Editor. 박탄호
  • 입력 2018.03.07 14:0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인의 소울푸드
소셜 잇 어웨이크(Social Eat Awake)
 
일본의 대도시에는 웅장한 근대 건축물이 지역의 상징인 경우가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역을 본떠 만든 도쿄역과 빨간 벽돌 벽으로 치장한 삿포로의 아카렌가 건물 등이 시간의 멋을 덧입은 건축물이다. 이런 건물들을 바라보며 걷는 것도 일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오사카의 번영과 시민의 긍지가 담겨 있는 오사카 중앙공회당(大阪市中央公会堂)은 꼭 들러야 할 명소다. 오사카 중앙공회당은 1911년 주식 중개로 돈을 번 이와모토 에이노스케(岩本栄之助)가 오사카 시민들의 문화 공간 마련을 위해 내놓은 100만엔을 기반으로 한다.
 
그 후 1913년부터 1918년까지 총 5년 4개월간, 18만명을 동원해 완공했다. 그러나 이와모토 에이노스케는 1916년 주식 대폭락으로 큰 손해를 입어 건물의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배경 때문일까. 건물의 웅장함에도 그 이면에는 구슬픈 인생사가 묻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바람처럼 오사카 중앙공회당은 현재 시민들이 이용하는 문화공간으로, 소셜 잇 어웨이크와 같은 세련된 식당에서는 맛있는 음식으로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소셜 잇 어웨이크는 감각적인 조명과 가구, 쇼파 좌석 등을 배치한 캐주얼 식당이다. 편안한 분위기라고 음식까지 가볍지는 않다. 

미슐랭 스타 셰프인 요네무라 마사야스씨가 요리를 감수했으며 데미그라스 소스의 오므라이스와 전채, 메인이 나오는 2코스 런치가 인기다. 선선한 날에는 야외 테라스 좌석에서 다양한 음료와 작은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음식 종류만 보고 젊은 사람들만 온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점심시간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몰려오는데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눈에 띈다. 20세기에 학교를 다닌 그들에게 카레와 오므라이스는 흰밥 위에 계란 프라이와 햄이 올라간 우리의 도시락과 비견될 정도로 애정이 깊은 음식이라고. 일본 어른들에게 오므라이스는 어릴 적 추억을 상기시키는 소울푸드인 셈이다. 오므라이스는 밥 위에 넓은 계란 옷을 얹고, 쇠고기의 맛이 진하게 밴 데미그라스 소스를 넉넉히 부어 낸다. 이런 오므라이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한 스푼 크게 떠서 입에 가득 넣고 천천히 씹으며 소스와 계란의 풍미를 충분히 음미해야 한다. 
 
1 오므라이스는 일본 중년들에게 소울푸드다  2 모던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소셜 잇 어웨이크  3 프랑스식 햄인 테린과 샐러드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바도 있다

주소: B1F 1-1-27 Nakanoshima, Kita-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06 6233 9660  
오픈: 월~금요일 런치 11:30~15:00 / 디너 17:30~22:00, 주말·공휴일 런치 11:00~15:00 / 디너 17:30~22:00, 4번째 화요일 휴무(비정기 휴무 있음)  
가격: 오므라이스 1,250엔, 2코스 런치 1,600엔, 3코스 런치 2,300엔, 크림소다 380엔  
홈페이지: www.nakanoshima-social-eat-awake.jp
 
글 TAN  사진 Raycat
 
 

덴마크 음식 전문인 스뫼레브뢰 키친
감각적인 공간에 어울리는 멋진 종업원
오사카 사람들의 지식 창고인 나카노시마 도서관
스뫼레브뢰는 각종 재료가 올라간 오픈 샌드위치다

●도서관에서 즐기는 휘게(Hygge)
스뫼레브뢰 키친
Smørrebrød-Kitchen
 
돌아다니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다. 편안한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커피 한잔 하는 여유를 부리는 시간도 여행이다. 오사카에는 덴마크어로 편안함, 아늑함 등, 기분 좋은 상태를 뜻하는 휘게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스뫼레브뢰 키친이다.

스뫼레브뢰 키친이 있는 오사카 부립 나카노시마 도서관(大阪府立中之島図書館)은 오사카 중앙공회당 옆에 있는 근대건축물이다. 1904년에 문을 연 이래로 현재까지 오사카 시민들의 지식 보따리를 채워 주고 있다. 근대건축물의 화려함이 더해졌지만 실내는 도서관 특유의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도서관을 둘러보는 자체로 오사카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도서관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실내를 가득 채운 근엄함을 느끼게 되는데 스뫼레브뢰 키친에 들어서는 순간, 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나게 된다. 식당은 심플한 장식과 근대적인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은은한 텅스텐 불빛은 사람들에게 편하게 쉬고 가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스뫼레브뢰는 덴마크 등 북유럽의 향토요리로 오픈 샌드위치를 뜻하는데, 이곳에서는 일본 전국에서 온 싱싱한 재료들을 활용해 아침, 브런치, 점심, 저녁까지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스뫼레브뢰는 물론 샐러드, 파르페, 음료, 커피젤리 등 메뉴도 다양하다. 

동남아, 중국 등 아시아 음식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덴마크 요리는 생소할 수 있으니 직원이 추천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안전하다. 식사용 스뫼레브뢰는 로스햄, 오렌지, 당근 등을 올린 것과 쇠고기 햄, 간 페스토, 콘소메 젤리 등을 올린 것을, 디저트용으로는 말린 과일과 치즈 스프레드, 꿀을 곁들여 먹는 것을 추천했다. 음료는 후르츠 소다, 디저트는 티라미수 파르페가 인기가 많다. 
 
주소: Nakanoshima Library 2F, 1-2-10 Nakanoshima, Kita-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06 6222 8719  
오픈: 9:00~21:00(주문마감 20:30), 연중무휴(비정기 휴무 있음)  
가격: 쇠고기 햄 스뫼레브뢰 540엔, 말린 과일 스뫼레브뢰 540엔, 아보카도 스뫼레브뢰 540엔, 티라미수 파르페 918엔,  후르츠 소다 702엔, 모닝세트 810엔, 런치세트 1,512엔  
홈페이지: smorrebrod-kitchen.com
 
글 TAN  사진 이성균 기자
 

우아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홍차 한 모금의 여유
선물가게에 들어온 듯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공간
1 심플한 샹들리에가 공간에 무드를 더한다 2 애프터눈 티를 두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보자 

●100년의 시간을 느끼다
기타하마 레트로(北浜レトロ)

기타하마에는 각종 은행과 증권거래소 등 굵직한 건물들 사이로 에메랄드 색의 작은 빌딩이 자리한다. 양옆으로 높은 빌딩 사이에 숨바꼭질 하듯 콕 숨어 있는 기타하마 레트로 빌딩. 하지만 어떠한 빌딩보다 당당히 자신의 멋을 뽐내고 있는 근대 건축물이다. 

빨간 벽돌과 에메랄드 색 지붕이 조화를 이룬 기타하마 레트로 빌딩은 1912년에 완공됐다. 당시 주식 거래상의 사옥으로 지어진 건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건축 목재를 취급하던 회사의 사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다 한동안 빈 건물로 방치되어 있던 것을 지금의 건물주가 구입해 현재는 영국식 디저트와 홍차를 파는 디저트 전문점으로 거듭났다. 특히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큰 주전자가 달린 외관과 온갖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꾸며진 실내는 뭇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차와 디저트, 잡화 등을 판매하는 진열장이 있는 1층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 계단 위로 등장하는 동화 같은 공간은 SNS에 올리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든다.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영국식 카페를 제대로 재현했다.

여성 손님들의 대화에서는 연신 ‘가게가 너무 예쁘다’라는 찬사가 흘러나온다. 이곳에서 즐겨야 하는 메뉴로는 3단 트레이에 스콘, 케이크, 샌드위치가 나오는 애프터눈 티와 일본 홍차 협회로부터 티 인스트럭터 자격을 얻은 스태프가 직접 우려낸 다양한 홍차가 있다. 홍차는 그 종류도 다양한데 기타하마 브렉퍼스트, 나카노시마 애프터눈, 그레이터 오사카 클래식이 추천 홍차다. 애프터눈 티가 부담스럽다면 케이크 한 조각 또는 스콘 한 조각과 홍차를 즐기는 세트도 준비돼 있으니 원하는 대로 골라 마음껏 인증샷도 찍고 홍차의 향도 느껴 보자. 

게다가 이곳은 메이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서빙을 해준다. 애프터눈 티와 홍차가 앞에 놓이자 예쁘게 찍으려고 요리조리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정신을 차리고 귀족이라도 된 듯 도도하게 홍차를 마시고, 부드러운 케이크를 음미한다. 
 
주소: 1-1-26 Kitahama, Chuo-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06 6223 5858  
오픈: 월~목요일 11:00~21:00, 금요일 11:30~21:30, 토·일요일 10:30~19:00, 연중무휴(연말연시 비정기 휴무)  
가격: 애프터눈 티 2,400엔, 홍차 800엔, 케이크세트 1,200엔, 스콘세트 1,200엔
 
글 TAN  사진 Raycat
 
클래식함이 돋보이는 가스비루 쇼쿠도의 내부
그리스 가정식을 본떠 만든 무사카
1 쇠고기의 깊은 맛이 한껏 배인 카레라이스 2 소품 하나도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오사카 양식의 선구자
가스비루 쇼쿠도(ガスビル食堂)

에도시대, 동서를 잇는 중개교역으로 번영을 이룬 오사카는 이미 17세기경에 인구 40만이 넘는 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또한 19세기 중엽에는 지역 경제와 사회, 산업, 문화가 번영하면서 일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오사카의 경제를 지탱해 온 요도가와 나카노시마 주변에는 옛 모습의 근대적 건축물이 현재까지 남아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1897년 창립한 오사카 가스회사의 건물인 가스비루(가스빌딩)ガスビル 8층에는 가스비루 쇼쿠도라는 식당이 자리한다. 이곳은 1933년에 영업을 시작해 오사카 시민들에게 서양의 식문화를 소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가스비루 쇼쿠도는 지금까지도 지역 상류층이 즐겨 찾는 명소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식당으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을 정도. 8층에 도착하면 고급 양식당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응접실과 절도가 몸에 밴 직원들이 등장해 혼마치 시내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로 안내한다.
 
런치 타임에는 디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주 메뉴는 그리스 가정식을 본떠 만든 무사카와 카레라이스, 새우 그라탕 도리야와 전채, 메인, 디저트가 나오는 3코스 런치 등이 있다. 

특히 데미그라스 소스와 으깬 감자, 쇠고기, 각종 채소가 들어간 무사카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서 꼭 한 번 먹어 볼 만하다. 취향에 따라 밥이나 빵을 추가해 즐길 수 있다. 물론 무사카만 먹어도 상관없지만 음식 자체에 염도가 높고, 버터가 한껏 들어간 전형적인 서양 음식이라 탄수화물과 곁들여 먹어야 맛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카레라이스는 데미그라스 소스를 기본으로 진한 걸쭉함을 자랑하는데 이는 옛 카레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의 카레라이스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과거와의 만남을,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흠뻑 느끼게 하는 메뉴다. 

가스비루 쇼쿠도는 가격대가 높고, 10%의 봉사료가 추가되지만 식문화에 관심이 많고, 20세기 초 오사카 상류층이 즐기던 맛의 풍미를 느끼고 싶다면 이만한 곳도 없다. 
 
주소: 8F Minamikan 4-1-2 Gas Building Hiranomachi, Chou-ku, Osaka-shi, Osaka-fu  
전화: +81 06 6231 0901  
오픈: 11:30~20:30(런치 11:30~14:30), 토·일요일 및 연말연시 휴무  
가격: 무사카 2,160엔(빵, 라이스 추가 324엔), 비프카레 1,944엔, 새우도리야 1,512엔, 런치코스 2,700엔  
홈페이지: osakagas.co.jp
 
글 TAN  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오사카관광국 osaka-info.jp/ko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