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 해장을 책임지는 제주 향토음식, 몸국

김연미기자     작성일제314호(2018.04) 댓글0건
 
제주 낭만에 취하는 데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겠다.
여행에 이리도 흠뻑 취할 수 있는 건, 쓰린 속을 달래 줄 든든한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몸국 옛날 제주에서는 잔칫날이면 돼지고기를 삶아 손님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돼지 2~3마리쯤을 잡아 큰 솥에 넣고 푹 삶아 낸 고기는 손님상에 나가고, 남은 육수와 피, 내장 등을 넣고 보릿가루나 밀가루, 순대, 그리고 몸(모자반)*을 추가해 끓여 냈던 것이 바로 몸국이다. 몸국의 기본은 예나 지금이나 돼지 육수다. 요즘은 돼지 머리고기만 넣고 옛날보다 간편하게 국물을 낸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고기의 향과 맛이 육수에 진하게 배어 나온다. 돼지고기 육수와 몸에서 나는 해조류 향이 섞인 맛은 그 어떤 음식도 딱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낯설다. 그래도 굳이 비하자면 순대국에 가까운, 술안주나 해장 메뉴로 좋을 음식이다.
*몸│모자반의 제주 방언. 생김새와 오돌오돌한 식감이 톳과 비슷하다.
 
 
 
●칼칼한 국물이 핵심
김희선 몸국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가게 이름. 사장님 이름이 공교롭게도 유명 배우와 같다. 짙푸른 바다 앞에 있는 작은 가게는 운치가 있다. 가게 앞에 구름다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특히나 아름답다. 식당 내부는 아담하지만 깔끔하고 아기자기하다. 가게 뒤편에 천막으로 만든 반 실외 공간도 있어 좌석은 생각보다 넉넉하다.

김희선몸국의 핵심은 칼칼한 국물에 있다. 매운 걸 못 먹는다면 다소 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몸 외에 다른 첨가물은 없지만 몸의 아삭아삭한 식감 덕분에 씹는 맛이 있고, 국물은 걸쭉하지 않고 말갛다. 들어간 수제비의 쫄깃함은 몸국과 잘 어우러진다. 김희선몸국의 메뉴는 몸국과 고사리육개장, 성게미역국, 고등어구이 단 4가지. 모든 메뉴가 두루 사랑 받고 있으며,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재료가 소진되어 일찍 마감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니 오전 중 방문하는 일정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겠다.

김희선 사장님은 친절하다. 인터넷에 ‘몸국’으로 검색하면 첫 번째로 나올 정도로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집이지만 손님에게 결코 소홀하지 않다. 공깃밥을 추가했는데 밥이 떨어져 미안하다며 즉석 밥을 무료로 내 주신 일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주소: 제주 제주시 흥운길 73 
오픈: 07:30~17:00(토요일은 15:00까지, 매주 일요일 휴무)   
전화: 064 745 0047 
가격: 몸국 6,000원, 고사리육개장 6,000원, 성게미역국 8,000원, 고등어 1만원
 

●할머니 표 든든한 밥상
자연몸국

동문시장 안쪽 골목에 자리 잡은 자연몸국은 오래된 작은 식당이다. 사장님과 단골손님들이 주고받는 제주 방언이 끊이지 않는다. 제주 토박이인 60대 사장님의 음식 은 뭐랄까, 술 먹고 늦게 들어온 손주가 걱정돼 만든 할머니의 밥상 같다. 몸국뿐만 아니라 반찬과 쌈장에서까지 정성이 듬뿍 느껴진다. 쫀득쫀득 찰진 흑미 밥에 깊은 손맛이 담긴 밑반찬만으로도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오래됐다고 해서 무조건 전통 방식만을 고수할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재래식 조리법에서 순대나 내장을 빼는 대신 메밀가루를 많이 넣은 자연몸국의 레시피는 육지사람, 젊은이들의 입맛을 고려한 것이다. 덕분에 몸국 특유의 돼지 육수 향이 약한 편이라 몸국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자연몸국은 보기에는 얼핏 밋밋해 보이지만 막상 먹으면 맛이 얼큰하고 시원하다. 메밀가루를 많이 넣어 국물이 걸쭉하고 푹 삶아 풀어진 몸과 장조림처럼 찢어 넣은 살코기는 죽처럼 부드럽다. 건강한 밥상이다.

주소: 제주 제주시 중앙로 63-9 
오픈: 08:00~22:00(주문은 20:30까지)
전화: 064 725 0803
가격: 자연몸국 8,000원, 접착뼈국 8,000원, 고등어구이 1만2,000원, 옥돔구이 1만4,000원, 아강발 1만2,000원
 

●술을 부르는 얼큰함
호근동

외관만 보면 외진 골목에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제주시내에서도 번화가로 손꼽히는 제주시청 근처에 있다. 오가는 젊은이들과 요즘 노래들로 가득한 골목을 지나면 호근동이 등장한다. 가게 내부는 넓고 깨끗하다. 친구들끼리 모여 소주 한 잔 하기에도 좋을 수더분한 분위기다.

순대국에서 순대를 빼고 몸을 추가한 듯한 맛이랄까. 뚝배기에 팔팔 끓여서 나오는 호근동 몸국은 진하고 얼큰하다. 호근동 몸국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엄청난 양의 몸이다. 적당하게 풀어진 몸이 진한 국물과 어우러지며, 돼지고기와 내장이 그 풍부함을 더한다. 다만 진한 맛과 향 때문에 호불호가 나뉠 수 있으니 입문자보다는 평소 몸국을 자주 접해 본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호근동만큼 ‘로컬’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여기저기서 익숙하게 외치는 ‘이모’와 손님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몸국 못지않게 인기 있는 메뉴는 돔베고기와 순대. 꾸밈없이 그릇을 가득 채운 실한 순대와 돔베고기는 거의 모든 테이블에 하나씩 올라가 있을 정도다. 해장을 하러 갔다가 오히려 술을 마시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주소: 제주도 제주시 이도2동
오픈: 17:00~02:00 
전화: 064 752 3208
가격: 몸국 8,000원, 순대국 7,000원, 순대 9,000원, 돔베고기 2만5,000~3만5,000원
 
 
●가성비로는 갑 
예소담

제주 여행 중 만난 택시기사의 소개로 알게 된 집이다. 양과 맛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왜 이 집을 알려 줬는지 한 번의 방문으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현지인 맛집’으로 알려진 예소담은 제주도민뿐 아니라 여행객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자자해 식사시간 대기는 필수다. 

예소담에는 순대국밥, 몸국, 고기국수, 아강발, 돔베고기 등 흑돼지와 관련한 제주 향토음식은 거의 다 있다. 도민들에게는 특히 고기국수와 순대국밥이 인기가 많다고. 순대국밥에는 내장, 특히 허파가 많이 들어서 순대국과 돼지 내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몸국은 돼지고기와 파, 그 위에 고춧가루가 뿌려져 나오는데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오랜 시간 푹 끓여 낸 듯한 국물은 걸쭉하고 몸은 사르르 풀어지니 숟가락으로 호로록 떠먹기에 좋다. 밑반찬도 하나하나 맛깔스럽다. 갈치젓을 갈아 넣어 직접 담근 배추김치는 시원하고 감칠맛이 돈다. 가게 한 쪽 벽면에는 ‘갈치젓을 갈아 넣어 만든 김치에서 가시가 씹힐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한 번도 없다 하니 안심하시길.
 
주소: 제주 제주시 천수로 6 
오픈: 07:00~22:00(매주 월요일 휴무) 
전화: 064 752 8882 
가격: 몸국 7,000원, 순대국밥 5,500원, 고기국수 6,000원
 
글·사진 복토끼(김연미)
 
복토끼의 <제주, 어디까지 맛봤니> 시리즈는 흑돼지, 오메기떡과 같은 제주 대표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소문난 음식점에 대한 주관적이면서도 솔직한 후기를 공유하며, 우리 모두의 맛있는 제주 여행을 응원한다. 
post.naver.com/7luckyb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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