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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 3色 발견

  • Editor. 김진
  • 입력 2018.04.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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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봄의 입구에 왔다. 
엉덩이가 들썩이고 움츠러들었던 어깨는 절로 펴진다. 
기온처럼 올라가는 방랑욕에 결국 
당일치기 원주 여행길에 올랐다. 
 
구룡사에 서서 바라보면 치악산의 능선이 겹겹이 펼쳐진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간현관광지는 관광객뿐 아니라 암벽등반 애호가들에게도 사랑 받는다
 
●History
 
구룡사로 가는 길에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
치악산 기슭에 자리잡은 구룡사는 688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치악산을 품에 안은 천년고찰 
구룡사
 
구룡탐방지원센터에서 구룡사까지는 1km밖에 되지 않아 느긋한 걸음으로 25분 정도면 도착한다. 구룡사까지 이어지는 숲길에는 소나무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금강소나무가 빽빽하게 솟아 있다. 금강소나무는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경북 울진과 봉화까지 이어지는데, 그 시작이 금강산이다. 결이 워낙 곱고 단단해서 귀한 목재로 취급받아 주로 왕실에서 사용했다는 금강소나무는 다른 소나무와 다르게 줄기가 붉고 마디가 길며, 잘 휘지 않고 직선으로 곧게 자란다. 소나무 길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솔향기는 와사비처럼 코끝을 자극해 감기로 막혔던 코가 뻥 뚫렸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귀도 즐겁다.  
 
소나무 산책길이 끝나면 겹겹이 쌓인 치악산의 능선이 수묵담채화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미륵보살이 반기는 사찰 하나가 나타난다. 구룡사(龜龍寺)는 치악산의 너른 품 안에 쏙 안겨 있다. 구룡사의 ‘구’는 현재는 거북을 뜻하는 ‘구(龜)’ 자를 쓰지만 과거에는 아홉 ‘구(九)’ 자를 썼었다. 전설에 따르면 연못에 아홉 마리 용이 살았는데, 의상대사가 지세를 살핀 결과 그곳이 절을 세우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 판단해 용들을 연못에서 모두 내쫓았다고. 용 여덟 마리는 절 앞산을 여덟 조각내면서 동해로 달아나고 한 마리는 눈이 멀어 도망가지 못한 채 연못에 머물렀다. 구룡사에서 동해를 향해 있는 산봉우리가 여덟 개로 쪼개져 있는데, 여덟 마리의 용이 급히 도망가느라 생긴 골이란다. 
 
구룡사는 템플스테이도 운영한다. 새벽예불, 수행자의 삶 체험하기, 다담, 공양게, 수계식, 듣기·향·호흡·걷기, 108배 등 명상을 통해 나를 찾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주소: 원주시 소초면 구룡사로 500 
 
따스한 미소로 사찰 손님을 맞는 미륵불
거돈사지에 가면 나도 모르게 사색에 빠져든다. 아무것도 없지만 무언가 채워지는 기분이랄까
 
고요하게 압도적이다
거돈사지
 
현계산 기슭 조용한 시골마을로 들어서자 네모반듯한 대지가 넓게 펼쳐진다. 흐린 오후, 인적이 없는 폐사지에 홀로 서 있으니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툭 던져진 느낌이다. 어딜 가나 폐사지에는 이상한 기운이 흐른다. 허허벌판일 뿐이지만 묘하게 압도적이다. 국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폐사지 가운데 고려시대 폐사지는 거돈사지, 법천사지, 흥법사지뿐인데 셋 모두 원주에 모여 있다. 
 
거돈사지(居頓寺地) 입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석축에 뿌리를 박고 서 있다. 나이가 700살이 넘었다니 거돈사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유일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기 사이 지어진 거돈사는 고려시대 대찰의 면모를 갖췄다. 조선 전기까지 형태를 유지해 오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고 전해지나 정확한 기록은 없다. 지금은 약 5만8,000m2(7,500여 평)의 텅 빈 절터에 바람만이 윙윙 퍼져 나간다. 남은 것이라고는 보물 750호인 삼층석탑과 부처님을 모셨던 금당터뿐. 사찰을 떠나는 길, 안개 속에 느티나무와 석탑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고요한 사색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빠져 들었다.
주소: 원주시 부론면 정산 3리 189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긴 산악출렁다리, 소금산 출렁다리
 
●Nature
 
시 한 수 떠오를 만한
간현관광지
 
간현관광지는 물놀이와 산행이 둘 다 가능한 여행지다. 물놀이 계절은 아직 멀었지만 지금 간현관광지는 그 어떤 때보다 뜨겁다. 소금산 출렁다리가 개통했기 때문이다. 징검다리를 건너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개미둥지골에 들어서면 암벽등반 장소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간현암이 나온다. 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기암절벽에 도전장을 내민다. 설렁설렁 계단 길을 따라 오르면 출렁다리 입구에 다다른다. 입구 왼쪽으로는 번지점프대처럼 생긴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있다. 바닥이 투명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데다 길이가 12m나 돼 공중에 서 있는 기분이다. 하늘 위를 걷는 것 같다. 
 
이제 간현관광지의 하이라이트인 출렁다리를 건널 시간이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200m, 가장 높은100m 산악 출렁다리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고소공포증을 이겨 내며 낙엽을 쓸어 내던 바로 그 장소다. 소금산 등산로 일부 구간 중 암벽 봉우리 두 곳을 연결했는데, 강풍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지만 다리 위에 올라서면 이름 그대로 좌우로 출렁거려 끝이 생각보다 멀게 느껴진다.  
 
다리를 건너느라 풍광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발아래 강이 흐르고, 고운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한수漢水를 돌아드니 섬강(蟾江)이 어디메뇨, 치악(雉岳)이 여기로다’라고 예찬하지 않았던가. 강, 산, 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은 그 누구에게나 시의 소재가 되어 준다. 
주소: 원주시 지정명 소금산길 26
tip | 원주시가 출렁다리와 스카이워크를 2018년 연말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뮤지엄 ‘산’. 자작나무 길을 지나면 본관으로 이어진다
뮤지엄에 있는 워터가든 입구 조형물
종이 요강에는 따스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Art
 
공간, 예술, 자연의 조화
뮤지엄 산 Museum SAN
 
Space, Art, Nature의 앞 자를 따 이름 지은 뮤지엄 ‘산’은 말 그대로 공간 속에서 예술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건축계의 노벨상격인 플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곡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진 돌담에는 창이나 뚫린 공간이 없어서 외부와 단절돼 있는 느낌이 드는데, ‘소통을 위한 단절’이라는 뮤지엄의 콘셉트를 표현한 것이다. 
 
뮤지엄 산의 여러 전시관 중에서도 종이 전시관(Paper Gallery)은 특히 특별하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맏딸인 한솔문화재단한솔제지 이인희 고문은 자신이 보유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종이전문박물관을 세웠다. 박물관으로 들어서자 한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종이요강이 눈에 띄었다. 굳이 종이로 요강을 만든 이유를 들어 보니, 시집가는 새색시가 가마 안에서 소변을 볼 때 가마꾼들에게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색시의 어머니가 종이끈을 일일이 엮고 옻나무 진액을 발라 소변이 새지 않게 만들어 딸을 시집보냈다니, 이렇게나 애틋한 요강이 또 있을까 싶다. 이외에도 파피루스부터 성경, 코란 등 종이 유물들과 함께 종이 인쇄술 역사도 엿볼 수 있다. 전시관 가득한 종이 향은 아날로그 감성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주소: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2길 260
 
예술의 향기가 느껴지는 숍들로 가득한 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
밝고 아기자기한 시장의 2층은 기존의 전통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흔하지 않은 수제 기념품을 사기에도 좋다
 
차라리 예술에 가깝다
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
 
원주중앙시장의 1층은 시장의 과거를, 2층은 현재를 보여 준다. 1950년대 원주시 중앙동 일대에 열렸던 5일장은 원주 최대의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으로 발전했는데, 1990년대 대형화재와 IMF를 겪으면서 재건축이 무산되고 대형마트와 인터넷쇼핑이 발달하면서 깊은 침체기에 빠졌다. 중앙시장이 변화를 시도한 건 2010년대에 들어서다. 일직선으로 길이 쭉 뻗은 1층과는 달리 2층은 미로처럼 좁고 답답한 공간이었는데, 이곳이 젊은 예술가들의 벽화와 오너먼트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좁고 빽빽했던 공간은 아기자기한 공간으로 재탄생했고, ‘미로예술’이라는 예쁜 이름까지 얻었다.  
 
원주중앙시장의 1층에서는 여느 전통시장처럼 여전히 이불이나 생선, 호떡, 전, 뻥튀기과자 같은 것을 팔지만 2층은 카페, 식당, 공방 등 감각적인 공간들로 가득하다. 젊은 예술가들은 공방에서 각자의 개성이 담긴 제품을 만들어 팔고 방문자들은 액세서리나 향초, 그림엽서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매달 플리마켓이 열리고, 시장 내 크고 작은 공연도 자주 열린다. 보석처럼 숨어 있는 상점들을 구경하다 보면 반나절이 그만 훌쩍 지난다. 
주소: 원주시 중앙시장길 6 
 
▶inside 중앙시장
 
밥 한 공기 추가요
치악산 한우
중앙시장 1층에 형성된 쇠고기 골목에 있는 고기집이다. 테이블이 대여섯 개밖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퇴근시간이면 하루의 고단함과 허기를 달래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갈빗살, 살치살, 치맛살, 토시살 등 한우 특수부위를 입맛 따라 골라 먹을 수 있고 180g 당 2만5,000~3만원 정도로 가격도 착하다. 고기를 구워 먹고 난 잔불에 된장찌개를 바글바글 끓여 밥에 비벼 먹는데, 여기에 매운 고추로 만든 특제 양념장을 더하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주소: 원주 중앙시장 내
오픈: 11:00~23:00 
전화: 033 744 1260
 
▶travel info 원주
 
TRANSPORTATION
서울에서 원주까지 가는 데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광주-원주 고속도로를 타고 자동차로 이동하면 서울 상일나들목에서 서원주 IC까지 50분 정도, KTX를 타면 청량리에서 원주(만종역)까지 50분 정도 걸린다. 
 
FOOD
꿩만두
치악산의 ‘치(雉’)는 꿩을 뜻한다. 은혜 갚은 꿩(까치로 알려져 있지만 잘못된 것) 이야기의 배경이 바로 치악산이기 때문. 꿩은 그래서 원주를 대표하는 새다. 은혜 갚은 새를 식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지만, 맛있다. 메밀가루를 섞은 만두피에 꿩고기 소를 넣어 만두를 만드는데 꿩고기의 식감은 닭고기와 비슷하지만 약간 새콤한 맛이 나고 담백하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그 맛이 배가 된다.
 
운채 
주소: 원주시 고문골길 47 
오픈: 10:00~22:00(명절연휴 휴무)
전화: 033 747 1993
 
원주추어탕
평소 어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원주에서 인생 추어탕을 찾았다. 원주식 추어탕은 독특하게도 고추장으로 국물 맛을 내는데 감자와 토란대, 부추, 미나리, 표고버섯 등 채소를 듬뿍 넣어 걸쭉하게 끓여 낸다. 진득하고 구수한 것이 영양 가득한 보약을 먹는 기분이다. 
 
장터 추어탕
주소: 문막읍 문막시장 1길(문막 고등학교 옆)
오픈: 09:00~21:00(첫째, 셋째 월요일 휴무)
전화: 033 735 2025
 
글·사진 김진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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