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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일로코스 탐험기

  • Editor. 이승철
  • 입력 2018.04.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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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코스를 여행한다면 빼놓지 말고 가 봐야 할 곳들이 많다. 구석구석 오래된 성당과 종탑, 등대를 비롯해 해변에 줄지어 선 풍력발전 단지까지 다채로운 매력이 여행자들을 사로잡는다. 원정대원들이 소개하는 일로코스 탐험기.
 

●모래 위에 지은 탑, 싱킹 벨 타워 

처음 ‘싱킹 벨 타워(Sinking Bell Tower)’ 이름을 들었을 땐 죄Sin 를 지은 왕(King)을 가둬 놓은 타워로 착각했다. 한국어로 치면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처럼 띄어쓰기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이름에 담긴 사연이 무척 궁금해지는 인상적인 종탑이다. 

라왁(laoag) 시내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니 번잡한 시장이 나오고 트라이시클(Tricycle)과 지프니(Jeepney)가 뒤섞인 큰길 옆에 벽돌로 올린 거대한 종탑이 나타났다. 본래 종탑은 성당 옆에 바로 짓기 마련인데 싱킹 벨 타워는 본 성당인 성 윌리엄스 대성당(Saint William’s Cathedral)과 85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다. 1612년 아우구스티노회 수도사들이 세운 싱킹 벨 타워는 필리핀에서 가장 크고 높은 종탑 가운데 하나다. 특이한 건 처음 종탑 높이는 45m였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낮다.
 
주변 지반이 약한 탓에 매년 1인치2.54cm씩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종탑의 문을 말 위에 탄 채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몸을 구부려야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직접 대면하니 싱킹 벨 타워란 이름이 딱 들어맞아 보였다. 보수공사를 통해 지금은 더 이상 가라앉지 않는다니 다행이다. 

주소: Sinking Bell Tower, Laoag City, Ilocos Norte, Philippines/Saint William’s Cathedra Brgy. 14, Laoag City, Ilocos Norte, Philippines
전화: 077 772 0001
 
글 이승철
 

●오후 4시, 파오아이 성당  

햇살이 진하게 내려온 늦은 오후, 초여름빛 잔디와 부겐빌레아 꽃밭이 펼쳐진 파오아이 성당(Paoay Church)에 도착했다. 뛰어노는 아이들과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방문해 사진을 찍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일로코스 노르테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여행지임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때마침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축복과 행운을 빌어 주는 말들이 오가고 있어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성당은 직선과 곡선이 적절히 섞여 조화로워 보였고 본 건물과 벨 타워는 나란히 서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따가운 햇살이 지나가고 부드러운 불빛이 내려왔다. 나뭇결이 고운 의자에는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었고, 고개 숙인 사람들은 저마다 속 사정을 털어놓으며 기도하고 있었다. 
 

성당 외벽은 산호 벽돌로 만들어져 어두운 빛깔인데 모양은 모두 달랐지만 우직하게 외벽을 지지하는 모습이 한마음으로 취재하는 우리와 비슷했다. 성당 앞 잔디밭으로 나와 ‘Paoay’라는 글자 조형물 옆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눴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성당 앞 별이 맺힌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우리들은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즐겼다.

주소: Marcos Avenue, Paoay, Ilocos Norte, Philippines
전화: +63 927 834 9824
 
 
지진도 견디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성당 양옆에는 벽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 각 12개씩 총 24개가 있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하는 필리핀인지라 지진에 견뎌내기 위해 추가로 덧대어 건축했다고 한다. 이러한 건축 양식을 ‘Earthquake Baroque’ 양식이라고 부르는데, 필리핀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스타일을 종종 볼 수 있다. 파오아이 성당은 세인트 어거스틴 성당(St. Augustine Church)이라고도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글 김희진
 
 
●일로코스 바다를 밝히는, 보헤도르 등대

마르코스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건설한 판 필리핀 하이웨이(Pan-Philippine Highway)를 따라 일로코스 북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언덕 위에 세워진 하얀 등대를 만나게 된다. 비기아 드 나파리탄(Vigia de Nagparitan)이라 불리는 언덕에 100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보헤도르 등대(Cape Bojeador Lighthouse)가 서 있는 언덕의 높이는 약 160m, 보헤도르 등대는 약 17m에 달한다. 오랜 시간 필리핀 서해 바다를 밝혀 온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언덕 위, 등대를 향해 난 계단을 올라가 봤다. 등대 안에는 오래된 역사와 구조를 설명해 놓은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을 오르는 또 하나의 이유, 너르고 푸른 바다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언덕 아래에는 트라이시클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언덕이 완만하고 길지 않아 등대까지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가 보길 추천한다. 언덕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주소: Cape Bojeador Lighthouse, Burgos, Ilocos Norte, Philippines
입장료: 20페소  
전화: +63 3930 315 4099
 
글 주동원
 
 
●비포 선셋, 방구이 윈드밀 

일로코스의 해안도로는 낭만이 함께한다. 에메랄드빛 해변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풍력기가 그 원동력이다. 방구이 윈드밀(Bangui Windmills)에는 27개의 풍력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50% 이상이 지역 전력 공급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지역 주민에게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여행객에게는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기특한 녀석이다. 가까이에서 본 풍력기의 위엄은 대단하다. 높이가 약 70m로 23층 건물과 맞먹는다. 마치 걸리버 옆에 서 있는 꼬마가 된 기분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자 각 41m에 달하는 3개의 날개가 힘차게 춤을 춘다. 파도도 시원하게 출렁인다. 낯설고 생경했던 일로코스의 아름다움이 끝없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방구이 윈드밀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일몰이다. 우뚝 솟은 새하얀 풍력 터빈 뒤로 서서히 물들어 가는 노을처럼 어느새 일로코스가 내 안에 스며들었다. 
주소: Bangui Windmills, Pagudpud, Luzon, Philippines  
전화: +63 939 147 3720
 
글 전수미
 
글 필리핀원정대 일로코스팀
사진 주동원 그림 김희진 에디터 정은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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