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버스 타고 엘 니도, 날 것 그대로의 팔라완과 만나고 싶다면

유의민기자     작성일제314호(2018.04) 댓글0건
낙원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팔라완, 엘 니도를 가다
날이 흐려도 좋았고, 해가 반짝여도 좋았다. 언제든 바다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리조트에서 잠을 자고, 자동차 대신 배를 환승하며 이 섬에서 저 섬으로 호핑(Hopping)하는 며칠은 꿈만 같았다. 너무 달콤해서 마음이 아릴 정도로 행복했던 시간. 그 섬에 가고 싶다. 
 
팔라완 타이타이의 언덕 위에 있는 레스토랑 카사 로사에서는 이사벨 요새가 한눈에 들어온다 
 
●The Way to El Nido
버스 타고 엘 니도,
날 것 그대로의 팔라완과 만나고 싶다면

활주로의 조명이 채 꺼지지도 않은 이른 아침, 필리핀 서쪽 끝에 위치한 팔라완(Palawan)의 주도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나오자 축축한 공기가 얼굴을 적신다. 도시와 섬의 차이일까? 마닐라 공기보다 수분 한 모금 정도는 더 머금고 있는 것 같다. 여행의 시작은 떠나기 전, 짐을 챙길 때부터라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모름지기 이때부터가 아닐까 싶다. 우리도 공항에서부터 추억을 남기며 두근거리는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호기심 많은 필리핀 아이들 덕분에 잠시나마 한류스타가 됐다

소박한 도시, 순수한 아이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약 5시간, 짧지 않을 여정의 발이 되어 줄 버스에 오른다.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 찬 청춘들을 실은 버스는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팔라완 북부에 있는 제비들의 보금자리, 엘 니도(El Nido)로 출발했다.

시내에 접어들자 차창 밖으로 팔라완의 이국적인 풍경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푸에르토 프린세사가 팔라완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하지만 낮은 건물들과 정돈되지 않은 거리 때문인지 지방 소도시의 향기가 난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것이 트라이시클Tricycle이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아닌 것이 꼭 세발자전거에 모터를 달아 놓은 것 같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트라이시클이 팔라완의 1차선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를 빠져나오면 또 다른 모습의 팔라완이 나온다. 넓디넓은 초원을 홀로 차지한 소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아이들은 특별한 놀거리가 없이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소를 타고 놀기도 하고 해먹에 누워 쉬기도 한다. 눈만 마주쳐도 좋아하고 인사를 해주면 더 좋아한다. 아이들의 순수함에 나도 미소가 지어진다.
 
눈만 마주쳐도 활짝 웃어 주는 필리핀 아이들
푸에르자 데 산타 이사벨 요새의 작은 예배당. 벽 틈에 피어 있는 풀들이 요새의 강인함을 닮았다
팔라완 원정대만의 인증샷 찍는 법. 우리가 지금 여기에 와 있다
 
타이타이를 수호하라!

팔라완의 천연 자연 속을 한참 동안 달려 스페인 식민지 시절 팔라완의 수도였던 타이타이(Taytay)에 들어섰다. 분위기가 제법 소란스럽다. 마을에 신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했다. 남자아이들은 깃발을 여자아이들은 부채를 들고 있다. 오늘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오와 열이 딱딱 맞는 게 아이돌의 칼군무 못지않다. 한창 축제에 빠져 있는데 뒤통수를 찌르는 시선이 느껴진다. 외국인이 신기한지 아이들이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에 우리는 서로의 카메라로 한 번씩 추억을 나눠 가졌다.

타이타이라는 지명은 대나무로 만든 다리를 뜻하는 타갈로그어, 탈라이타이엔(Talaytayan)을 스페인 사람들이 ‘타이타이’로 발음한 데서 유래되었다. 지명 말고도 스페인의 잔재가 또 남아 있다.
 
1667년 해적과 외세의 침략에 대비해 스페인 군대가 만든 요새, 푸에르자 데 산타 이사벨(Fuerza de Santa Isabel)이다. 검은 회색빛의 낡은 성벽이 지나온 아픈 세월을 말해 준다. 성벽 틈 사이를 비집고 나온 나무들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오랜 세월 따이따이를 지켜 왔으리라. 요새 중앙에 작은 예배당이 있다. 내부는 낡고 헐었지만 십자가만큼은 새것 같다. 예배당 앞에는 화포 한 대가 바다를 향해 있다. 

산 넘고 마을을 지나, 다시 산 넘고 또 한 번의 마을을 지났다. 그 사이 몇 차례 변덕스러운 날씨도 만났다.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던 길을 뚫고 마침내 엘 니도에 도착했다. 비행기로 왔다면 마닐라에서 1시간 만에 도착했을 테지만 그랬다면 팔라완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른 채 의미 없는 여정이 되었을 것이다. 길 위에서 보낸 5시간은 팔라완을 만나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엘 니도, 그중에서도 우리의 숙소가 있는 라겐 아일랜드(Lagen Island)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설렘이 밀려오는 가운데 라겐 아일랜드로 데려다 줄 배가 도착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마음으로 배에 오른다.

푸에르자 데 산타 이사벨(Fuerza de Santa Isabel)
해적과 외세로부터 타이타이를 방어하기 위해 스페인 군대가 만든 요새다. 1667년에 짓기 시작해 1738년에 완공된 것으로 71년간 강제 노역으로 만들어졌다. 팔라완 본토 안에서 사람이 만든 유일한 문화유산으로서 그 의미가 깊다. 요새 안에는 작은 예배당이 하나 있는데 현재는 결혼식이나 세례식을 위한 특별한 장소로 쓰인다.
주소: Taytay, Palawan, Philippines  
전화: +63 915 260 2480
 
글 유의민  사진 이상윤
 
▶팔라완 원정대
Date  2018년 1월26~30일(4박 5일) 
Member  이상윤, 오윤희, 유의민, 박지혜
Cites  팔라완(Palawan) & 엘 니도(El Nido) 
 
▶팔라완 Palawan 알아보기
필리핀 남서부에 있는 섬으로 길이는 약 397km, 평균 너비 약 40km의 가늘고 긴 모양을 띄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5번째로 큰 섬이다.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어 ‘필리핀 최후의 비경’이라고 일컬어진다.

▶엘 니도 El Nido 알아보기
엘 니도는 팔라완 북부지역에 위치한 섬으로 스페인어로 보금자리, 둥지를 뜻한다. 스페인 사람들이 이곳을 발견했을 당시 수많은 제비들이 섬 주위를 날아다닌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엘 니도는 다우림, 석회암, 백사장 산호층 등 다양한 생태계가 어우러져 경이로운 자연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엘 니도 가는 길
엘 니도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마닐라에서 에어 스위프트(경비행기)를 타고 이동(약 1시간 소요)하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는 필리핀 국내선을 타고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에 도착하여 밴이나 버스 탑승 후 이동(약 5시간 소요)하는 방법이 있으며, 코론에서 쾌속선을 타고 이동(약 4시간 소요)할 수도 있다. 팔라원 원정대는 육로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TRAVEL INFO
AIRLINE
필리핀 항공편

원정대의 목적지였던 일로코스와 엘 니도는 아직 직항편이 없는 곳이라 마닐라를 경유했다. 필리핀항공이 인천-마닐라 직항편을 매일 2회(인천 출발 08:10, 20:25) 운영 중이며 세부, 칼리보(보라카이), 클락, 탁빌라란(보홀) 등지에도 직항 노선이 있다. 엘 니도를 여행하려면 에어 스위프트 등 국내선을 이용해 마닐라-엘니도 노선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티켓 확보가 어려울 경우에는 필리핀항공을 타고 팔라완(푸에르토 프린세사, 이하 PPS)을 경유해 육로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필리핀항공은 마닐라-PPS를 주 16회 운항한다. 일로코스로 이동하려면 마닐라-라왁 노선을 이용하면 된다. 주 10회 운항한다. 
www.philippineairlines.com 
+63 2 855 8888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팔라완 섬 중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국제공항은 우리나라 인천 국제공항 공사의 첫 해외 사업의 결실로 지난해 5월 새 단장을 했다. 
 
TAYTAY
타이타이는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북동쪽으로 2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과거 스페인 식민지 시절 팔라완의 수도였던 도시다.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스페인의 흔적이 묻혀 있는 푸에르자 데 산타 이사벨 요새(Fuerza de Santa Isabel)가 있다.
 

EPISODE
뜻밖의 만남, “방탄소년단 좋아요!” 

한국인은커녕 한글 안내판 하나 찾아보기 힘든 비간 역사지구를 걸을 때 놀랍게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들었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중학생 또래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 세 명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모두 방탄소년단 팬이란다. 한 소녀의 가방엔 크게 ‘BTS’라고 쓰여 있었고, 다른 소녀는 손에 든 포스터를 흔들며 방탄소년단 팬임을 자랑했다. 원정대원 중 한 명이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갔었다고 말하니 아이들의 눈에 존경과 부러움이 떠올랐다. 함께 사진을 찍은 후 고마운 마음에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다음 여행 때는 정말 아이돌 기념품이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인상 깊었던 여행지에서의 만남이었다. 
 

RESTAURANT
눈앞에 펼쳐지는 파노라마,  까사로사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 공항에서 엘 니도(El Nido)로 가는 길에 들른 타이타이 마을에 위치한 까사로사(Casa Rosa)는 오래된 스페인 요새(Fuerza de Sta. Isabel)와 항구가 내려다보여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겸 숙박시설이다.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독특한 위치 덕분에 식사를 하며 도시의 오래된 요새와 바다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며, 서양 음식과 필리핀 음식을 두루두루 맛볼 수 있고 비건 메뉴까지 준비되어 있어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장소이다.
주소: Poblacion (Town Proper), Palawan, Philippines 
홈페이지: casarosaseaview.com  
전화: +63 920 895 0092 
오픈: 월~금요일 8:00~22:00/ 토~일요일 08:00~23:00
 

BEVERAGE
빨간 말 빨간 맛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필리핀에는 산미구엘 맥주만 있다고? 그렇지 않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산미구엘 레드홀스 맥주(San Miguel Red Horse Beer)를 마셔 보자. ‘웬 빨간 말?’ 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레드홀스는 현지에서 ‘앉은뱅이 맥주’라 불릴 정도로 6.9% 알코올 도수를 지닌 라거 스타일 맥주다. 2014년 호주대회(Australian International Beer Awards)에서 금메달을,  2015년에는 베스트 라거상(Trophy for Best International Lager)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을 소유한 맥주이기도 하다. 레드홀스를 잔에 따르면 붉은 빛이 감돌며 바디감은 중간 정도다. 홉향보다는 몰트에 치중한 맥주로 피니시가 깔끔하고 탄산감이 거의 없어 새로운 맥주를 찾는 이들에게 강추한다. 노을 진 팔라완 바다를 배경 삼아 ‘빨간 말 빨간 맛’을 마시고 싶다면, 레드홀스 한잔 어떠신지? 레드홀스는 엘 니도 라겐 리조트와 미니락 리조트 두 곳 모두에서 마실 수 있다.
 
글·사진 필리핀원정대 팔라완팀 사진제공 엘 니도 리조트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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