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남가일몽(南柯一夢),라겐 리조트에서 보낸 겨울밤

오윤희기자     작성일제314호(2018.04) 댓글0건
El Nido Resorts Lagen Island
한파가 몰아닥친 대한민국에서 겨울나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 1월, 엘 니도 리조트 라겐 아일랜드에서 보낸 시간은 추위를 피해 달아난 한겨울 밤 꿈만 같았다. 디즈니동화 <추위를 싫어한 펭귄>처럼 다시는 춥지 않을 거라는 굳센 다짐을 눈치라도 챈 걸까?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에 들어선 순간, 동화 속 남쪽 지상낙원이 눈앞에서 펼쳐졌고 얼음 녹듯 긴장감이 사르르 풀려 버렸다. 오랜만에 나뭇가지 아래에 누워 달콤한 꿈을 꾸었다.
 
떠나는 게스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는 라겐 리조트 직원들
라겐 리조트에서 바라본 밤바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하얀 구름을 띄운 하늘, 달빛을 머금은 금빛 모래와 수많은 별… 영화 <알라딘>의 OST ‘A Whole New World’ 가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온 세상에 파스텔 파우더를 흩날린 것 같은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에서는 청정자연의 선물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1998년에 설립된 이곳은 다섯 가지 ‘G.R.E.E.N. 주의’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 ‘G.R.E.E.N. 주의’는 ‘Guard, Respect, Educate El Nido’ 의 줄임말로 지역 특산물 구매, 지역주민 채용, 토착 갈대 필터를 결합한 하수 처리장, 빗물 집수 시스템을 운영하며, 모든 전구는 소형 형광등을 사용한다. 또한 해양 청소와 야생동물 감시, 환경 암초 설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리조트로 운영 중이다. 

라겐 아일랜드 숙소는 오래된 필리핀 가옥에서 재활용한 목재를 바닥자재로 사용하여 친환경적으로 설계되었다. 해변부터 숲까지 풍경에 따라 포레스트, 워터, 비치 등으로 이름 붙여진 총 51개의 객실은 파노라마 형식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어느 곳 어디에서든 라겐 아일랜드를 두루 바라볼 수 있다. 이곳에 묵는 내내 흔한 일회용 제품 하나 구경하기 힘들었으니, 과연 자연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리조트였다.

엘 니도 리조트 라겐 아일랜드El Nido Resorts - Lagen Island
4성급 객실 총 51개 요금 온라인 예약사이트 기준 1박 약 55만원부터(모든 숙박요금에는 공항까지 보트 환승과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의 조식 및 무료 과일 주스, 커피, 티 포함) 
전화: + 63 2 902 5980  
홈페이지: www.elnidoresorts.com
 
라겐리조트 수영장과 그 너머의 바다
한국은 한겨울. 팔라완은 한여름
정글 탐험의 대미는 해먹 위에서 꾸는 단꿈이다
 
오늘은 내가 아일랜드 탐험가!

하루 24시간이 이리도 짧을 수가 있을까? 라겐 아일랜드리조트에서는 들새 관찰, 맹그로브 탐험, 카약, 스노클링, 스탠딩 패들 보드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리조트 내 수영장, 마사지 숍, 도서관 및 키즈룸, 짐 등 내부 시설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온 가족이 24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매일 제공되는 식사는 매번 다양한 메뉴로 눈과 배를 가득 채울 수 있다. 특히 엘 니도에서 수확하여 바로 짜낸 망고주스는 지금도 군침을 흘릴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인공색소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천연 주스에 달콤한 망고 향이 더해져 비타민을 한가득 먹은 기분이다.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는 24시간 ‘정글짐’을 연상시킨다. 리조트가 위치한 라겐 아일랜드는 엘 니도 자연 보호구역 안 4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에 동서남북 모두 석회암으로 둘러싸인 섬이다. 필리핀 현지어로 ‘돌’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에서는 기암절벽 사이사이 자생하는 이색적인 식물들과 토종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리조트 체크인시 나눠주는 안내서(Discover Diversity)에는 이곳에서 마주치는 동식물들의 생김새와 설명이 적혀 있으며, 마주치면 상단에 V를 체크할 수 있게 하여 재미를 더했다. 아침에 열어젖힌 창문 앞에서는 게잡이원숭이(Long-tailed Macaque)를, 바닷가에서 스노클링 때엔 대왕조개와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흰동가리(False Clown Anemone Fish)를,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는 도마뱀을 마주쳤다.
 
이들을 마주친 아이들 눈에는 모험심이 가득, 부모들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 커플들 눈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는 굿나잇 인사를 적은 나뭇잎과 엘 니도에서 전해지는 전래동화 이야기가 적힌 종이를 건네준다. 꿈에서조차 탐험을 떠나라는 걸까?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에서는 모두가 24시간 탐험가다.
 
글 오윤희 사진 이상윤

●Resort Activity
 
Paddle Boarding
자신 있게 본능적으로 
 
야자수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파고드는 화창한 오후,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Lagen Island Resort) 앞 얕은 석호에서 사람들이 무동력 수상 액티비티를 즐기고 있다. 카약(Kayak), 패들보드(Paddle Board), 코라클 보트(Caracle Boat)*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패들보드다. 하와이(Hawaii)에서 유래된 패들보드는 ‘Stand Up Paddleboard’, 줄여서 SUP로 불리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두 다리로 서서 균형을 잡고 노를 젓는 방식으로 타지만 앉아서 노를 저을 수도 있고, 노 없이 엎드려서 팔로 수영을 하듯 탈 수도 있다.

꼿꼿이 서서 천천히 노를 저으며 석호를 유유히 떠다닌다. 빠르지 않아 주변 풍경을 음미하기에 좋고, 서 있으니 더 잘 보일 것 같다. 당돌하게 뛰어올라 보드 위에 엎드리기 성공! 이제 아기가 처음 직립을 하듯이 천천히 중심을 잡아가며 무릎을 편다. 보드 위에 서는 것도 성공! ‘별거 아니네.’ 자신감이 한층 붙어 힘차게 노를 저었다. 그 순간, 첨벙! 입수다. 그렇게 엉덩이로 바닥과 인사하기를 몇 번, 짭짤한 물도 몇 차례 맛보니 이제는 오기가 발동한다. 전쟁이다! 무릎을 꼿꼿이 펴 힘을 주고 탔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이번엔 살짝 구부린 채 힘을 뺐다. 확실히 중심이 잘 잡힌다. 본능적으로 요령을 터득했음이 느껴졌다.

한층 여유가 생기니 시선도 정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를 품고 있는 기암절벽과 그 위를 덮은 울창한 숲이 보인다. 리조트는 인위적인 산물이라기보다 옛날부터 존재했던 자연이 만든 집 같다. 패들보드가 라겐 아일랜드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또 다른 시선을 선물해 주었다. 

*코라클 보트(Caracle Boat)  | 코라클 보트는 작고 둥그런 모양의 바구니처럼 생긴 웨일스(Wales)의 전통적인 보트
 
글 유의민 사진 이상윤
 
Hiking
45분간의 정글탐험
 
라겐 리조트에는 수상 액티비티만 있다? No! 몸이 마를 새도 없이 하루 종일 물놀이를 즐겼다면, 이제 라겐 리조트의 하이킹을 즐길 시간. 45분간의 짧은 하이킹 코스는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사람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초록색을 보여 주는 이 숲은 몇백년은 살았음직한 거대한 맹그로브 나무와 꼬리지느러미를 닮은 잎을 가진 카리요타(Caryota-Fishtail palm)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라겐섬의 이 열대 우림은 엘 니도에서도 조류 관찰을 위한 최고의 장소 중 하나라고 한다.

가이드 제이크의 재치 있는 설명에 따라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몇 마리의 제비와 팔라완 혼빌(Palawan Hornbill)이라 불리는 부리와 꼬리가 화려한 새, 그리고 야생 긴꼬리원숭이, 짧은꼬리원숭이, 다람쥐, 뱀을 중간중간 찾아보는 재미에 흠뻑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믿을 수 없는 풍경의 아름다운 바닷가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은 코브투(Cove2)라 불리는 라겐섬 뒤편에 위치한 섬이다. 땀으로 온몸을 흠뻑 적시며 산에 올라갔다 내려온 후 해먹에 누워서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과 그림 같은 해변을 바라보다 보면 내가 있는 지금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아침 일찍 하이킹을 할 경우 하이킹을 마치고 코브투 비치에서 프라이빗하게 아침식사를 할 수 있으며, 식사를 끝낸 후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스노클링과 일광욕도 즐길 수 있으니 빼놓지 말고 즐기도록 하자. 만약을 대비해 모기퇴치제를 꼭 준비할 것.
 
글 박지혜 사진 이상윤
 
Sunset Cruises
흐린 그날 우리의 결정은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이 ‘선셋 크루즈’였다.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게 될 환상적인 노을 풍경과 그 아름다운 풍경을 내 카메라에 담을 생각을 하니 그 설렘이 배가 되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리조트로 가는 길 내내 잔뜩 흐린 날씨였고 간간이 세찬 비가 내리더니 급기야 취소되고야 말았다.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이대로 팔라완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보내고 말 것인가? 우리의 결정은 ‘아니올시다!’였다. 모든 게 완벽한 여행은 없다. 이날도 노을을 보기에 그렇게 좋은 날씨였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방카선(Bangka Boat)*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갔다. 배는 섬과 섬 사이에 해가 떨어지도록 가장 좋은 뷰포인트로 이동을 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10여 분을 달렸나? 흐리멍덩한 하늘 속에서 빨간 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그 풍경만으로도 우리의 입에서는 아!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짝사랑하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던 그 아련한 설렘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팔라완의 하늘은 이렇게나 멋진 추억을 선사하려고 그동안 그렇게 우리의 애간장을 태우게 했던 것이었을까? 삶이 녹록지 않을 때 누군가의 위로가 큰 힘이 되듯 팔라완의 노을이 바로 그랬다.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나 노래와 비길 바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방카 위에서 마지막 축배를 들었다. 

*방카 | 필리핀의 전통적인 배로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엘 니도에서 자가용처럼 흔하게 사용되는 교통수단이다. 고기잡이를 할 때 쓰이기도 하고, 관광객들의 호핑투어에도 이용된다.
 
글 사진 이상윤
 
Private Dinner 
반딧불 조명에 파도 소리 들으며
 
조금 흐릿한 날씨 때문에 아쉽게 선셋 크루즈를 하지 못한 저녁시간,리조트에서는 특별한 저녁식사가 있다며 우리를 초대하였다. 보트로 20여 분 후 도착한 섬은 디불루안섬(Dibuluan Island). 숙박객들에게 스노클링, 서핑, 호비캣세일링(Hobiecat Sailing)*, 카약과 같은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와 점심을 제공하는 아일랜드다. 라겐 아일랜드 리조트 가까이에 위치한 열대 우림 무인도로 특별한 이벤트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하여 프라이빗 디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조명 하나 없는 디블루안섬에 도착하니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이름은 ‘디불루안’을 줄인 딥이었다. 낯가림이 없으면서도 음식은 받아먹지 않는 등 여행객들을 대하는 고수의 기질이 농후한 천생 디블루안섬의 마스코트다. 

해변가 가까이 차려진 정찬은 신전에서 즐기는 황홀한 만찬 같다고 할까? 하얀 천과 촛불로 둘러싸인 정찬은 모든 게 완벽했다. 단 하나 아쉬운 건 신화 속 여신처럼 드레스를 입지 못한 내 센스뿐. 야자수를 흩날리던 밤바람은 어느새 내 귓볼을 간지럽히고 셰프가 직접 나와 조리한 요리를 찬찬히 설명해 주며 함께 와인잔을 부딪는 저녁시간…. 한국에서 보기 힘든 반딧불이 불빛은 프라이빗 디너에 찬란함을 더한다. 잔잔한 파도 소리는 정찬의 배경음악이 되어 주었다. 오로지 서로의 대화에 집중하며 보낼 수 있는 프라이빗 디너는 평소 진심 어린 대화로 서로의 틈과 틈을 좁히고 싶은 가족들,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제격이다. 

*호비캣세일링 | 2개의 돛과 바람을 이용하여 즐기는 무동력 해양 액티비티
 
글 오윤희 사진 이상윤
 
글·사진 필리핀원정대 팔라완팀 사진제공 엘 니도 리조트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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