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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말하는 캐나다 가족여행] 봄의 전령, 메이플 시럽 축제를 찾아서

  • Editor. 이종상
  • 입력 2018.04.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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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오늘 메이플 시럽 가득 뿌린 팬케이크 어때?” 
 
아이들에게 종종 팬케이크를 만들어주며 물었다. “아빠가 만들어주니까 맛있지!” 당연히 대답은 항상 긍정적이었다. 15살이 되기 전까진. 부쩍 커버린 아이들에게 예전 기억을 되살려 주고자, 메이플 시럽 축제에 가고 싶었지만 고민이 앞선다. “팬케이크 먹으러 여기까지 왔냐?”는 잔소리를 쏟아낼게 뻔하기에. 엘마이라 메이플 시럽 축제(Elmira Maple Syrup Festival)라면 그런 걱정을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증기열차에 몸을 싣고 ‘싱글데이 메이플 시럽 축제’로 향했다. 무려 기네스북에 오른 축제여서인지. 가는 발길이 유독 경쾌하다. 
 
엘마이라 메이플 시럽 축제(Elmira Maple Syrup Festival)로 가는 증기기차 

●잊지 못할 메이플 시럽 축제의 추억 
 
캐나다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적어도 한 번쯤 ‘메이플 시럽 축제’에 다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온타리오 주의 ‘메이플 시럽 축제’는 봄방학이 시작되는 3월 초부터 이스터 연휴(Easter Holiday)가 있는 4월 초까지 절정이다. 이때는 메이플 수액이 가장 많이 추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메이플 수액은 낮에는 영상, 밤에는 영하일 때 내부 압력에 의해 밖으로 흘러나온다. 즉 간 밤이 얼마나 추웠는지 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시럽을 만드는 노하우는 원주민들로부터 유럽 이주민들에게 전수되었다. 먼저 홈이 파인 통나무에 수액을 받아 달군 돌을 통에 넣는다. 이런 식으로 물을 증발시켜 시럽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이 본래 3일 정도 걸리지만, 유럽에서 온 초기 정착민들이 사용했던 철로 된 양동이는 기간을 하루로 단축시켰다. 문명의 혜택으로 빠르게, 달콤한 시럽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온타리오 주의 세인트 캐서린(St.Catherine)에 있는 화이트 메도우즈 농장(White Meadows Farms)은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트랙터를 타고, 초기 정착민들의 방식으로 수액을 끓여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즉석 메이플 태피캔디(Taffy on Snow)도 맛볼 수 있다. 8살 때 이곳에서 메이플 시럽을 녹여 만든 태피캔디를 맛본 둘째 아이는 17살이 된 지금도 묻곤 한다. “거기 가면 메이플 태피캔디 먹을 수 있지?” 환하게 웃으며 답해줬다. “당연하지!” 
 
원주민이 메이플 수액을 모을 때 사용했던 통나무 양동이 
슈거 부시 여행(Sugar Bush Trek, 2009) 

White Meadows Farms(St.Catherine)
2519 Effingham St, St.Catherines, ON L2R 8P7 
www.whitemeadowfarms.com 

브루스 밀 보호구역(Bruce’ Mill Conservation Area) 관리인 ‘데이비드’씨가 아이들에게 단풍나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아이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이다. 이내 질문 폭탄을 던지기 시작한다. 스스럼없는 아이들의 질문에 웃음 폭탄이 뻥뻥 터진다. 단풍나무 이야기를 다 듣고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이제 맛볼 차례. 메이플 시럽 축제의 고정 메뉴는 팬케이크와 소시지, 이 둘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다. 소시지는 팬케이크의 느끼함을, 메이플 시럽은 소시지의 짠맛을 서로 감싸 안아준다. 일명 단짠의 조화랄까. 햇살 좋은 날, 블랙 티와 곁들이면 최고다. 좀 더 우아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예쁜 피크닉 바구니와 식탁보를 잊지 말자. 광영토론토(GTA)에서 메이플 시럽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는 브루스 밀 보호구역(Bruce’s Mill) 외에도 코트라이트 센터(Kortright Centre), 테라 코타(Terra Cotta Conservation Area), 그리고 아일랜드 레이크 보호구역(Island Lake Conservation Area)등이 있다. 교육이 접목된 축제로 자리 잡아 평일에는 학생들로 활기가 넘친다.  

Sugarbush Maple Syrup Festival 
www.maplesyrupfest.com 
 
말이 끄는 왜건 타고 슈거 부시(Sugar bush) 한 바퀴

●펜케이크 맛집을 찾아라! 
 
온타리오 주에서 지정한 메이플 시럽 생산지는 대략 600여 곳에 달한다. 즉 어디에서 있든 한  두시간 정도면 메이플 시럽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소리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져 있는 펄튼 슈거부시(Fulton Sugar Bush)는 펄튼 가문이 1840년대부터 5대에 걸쳐 시럽을 만들고 있는 농장이다. 매력이라면, 메이플 시럽을 만드는 전 과정을 생생히 눈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점. 또한 메이플 숍을 둘러보며 쇼핑하는 쏠쏠한 재미도 놓칠 수 없다. 메이플 숍에는 시럽이 첨가된 각종 먹거리와 바디용품 등을 판매한다.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두 시간 거리, 또 다른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워크워스(Warkworth)에 위치한 샌디플랫 슈거부시(Sandy Flat Sugar Bush)다. 펄튼처럼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맛보는 팬케이크가 일품이다. 감히 보장한다. “난 축제에서 팬케이크만은 먹지 않겠어!”라고 선언했던 아이들이 두 접시를 뚝딱 해치웠으니 말이다. 살며시 주인 크리스에게 비법을 물었다. 한쪽 눈 찡긋거리며, 어깨를 톡톡 다독여준다. 역시 영업 비밀은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주는 법이다. 
 

장작더미와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모습을 뽐내는 샌디 플랫(Sandy Flat)의 슈거 캠프(Sugar Camp) 

버터밀크 팬케이크와 팬케이크를 서빙하고 있는 샌디 플랫 슈거 부시(Sandy Flat Sugar Bush)의 오너, 로빈(Robin) 
 
펄튼 슈거부시 
Fulton’ Pancake House & Sugar Bush
399 Sugar Bush Road, Pakenham, ON K0A 2X0
+613 256 3867
www.fultons.ca 
 
샌디플랫 슈거부시 
Sandy Flat Sugar Bush & Pancake House
500 Concession Rd. 3W, Warkworth, ON K0K 3K0
+705 924 2057
www.sandyflatsugarbush.com 
 
워털루(Region of Waterloo)의 명물, 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St.Jacobs Farmers Market) 외경

●단일 최대 메이플 시럽 축제, 엘마이라에 가다! 
 
엘마이라(Elmira)로 향하는 증기기차를 타기 위해 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St.Jacobs Farmer’s Maket)에 도착했다. 기차 출발 시간까지는 약 한 시간이 남짓한 상황, 마켓 안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마켓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하다. 하이티의 크리올(Creole), 11가지 맛의 프로기(Perogie), 파머스 마켓의 명물인 애플 프리터(Apple Fritter)까지. 2층에는 퀼트 제품을 포함한 잡화를 주로 취급한다. 


빵을 만들고 있는 메노나이트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애플 프리터(Apple Fritter) 

한 입에 쏘옥~ 미니 도넛 

St.Jacobs Farmers Market 
Open : 목요일, 토요일(오전7:00 ~ 오후3:30) 
* 화요 썸머 마켓 : 6월 중순~노동절(Labour Day) (오전8:00 ~ 오후3:00) 
www.stjacobs.com/Farmers-Market-General-Information.htm 
 
인심도 좋아~ 메이플 시럽을 듬뿍 뿌린 팬케이크와 소시지 
엘마이라 기차역에서 행사장으로 관광객을 운송하는 셔틀 트랙터
 
엘마이라(Elmira)행 증기기차는 정확히 10시에 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 간이역을 떠난다. 좌석은 도착해 마주쳤던 중국인 관광객들로 꽉 들어찼다. 운 좋게도 우리 가족은 차장이 타고 있는  카부스(Caboose)에 오를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기차 타는 것이 좋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차장, 로스(Ross)씨는 열차 자랑에 한창이다. “우리 열차는 시즌 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들에게 핫 초콜릿을 나누어 주고, 티켓에 이름을 새겨준단다. 또한 열차를 강탈하려는 도둑들이 말을 타고 쫓아오는 일명 ‘열차 도둑’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토르티야에 다양한 야채와 고기 등을 싸먹는 요리인 파히타(Fajita)
구운 칠면조 다리 요리
팬케이크 텐트에서 팬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엘마이라 메이플 시럽 축제에 오기 전 많은 사람들이 팁을 주었다. “주차할 곳이 없으니 기차를 꼭 이용해라.” 정말인지 그 말이 딱 맞았다. 이런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에 자그마치 7만 명의 인파가 모였으니, 가히 장관이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곳이 최대 메이플 시럽 축제로 기네스북에 오른 곳임을.  
 
나귀타고 어딜 갈까 
아빠와 딸의 통나무 자르기 체험
 
엘마이라 축제에는 갖가지 음식들이 가득하다. 4달러면 메이플 시럽이 가득 뿌려진 팬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나이더 아레나에서 열리는 팬케이크 뒤집기 대회를 포함해 슈거부시 버스투어, 당나귀 타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쯤 축제를 지혜롭게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기다림을 즐겨야 한다. 두 번째,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3월과 4월은 날씨 변덕이 아주 심하기 때문에 이른 봄옷은 잠시 넣어두자. 세 번째, 슈거부시 버스투어는 오전에 다녀오는 것이 현명하다. 오후가 지나면 엄청난 인파로 붐비기 때문이다. 
 
엘마이라 메이플 시럽 축제 
www.elmiramaplesyrup.com 
 
세인트 제이콥스 & 애버포일 모형 철도(St.Jacobs & Aberfoyle Model Railway) 전경 

●세인트 제이콥스 & 애버 포일 모형 철도 
 
세인트 제이콥스(St.Jacobs) 중심으로 향하면 남부 온타리오의 1950년대 모습을 축소한 오 스케일(O Scale) 모형 철도가 있다. 실제로 6명의 오퍼레이터들이 사각지대를 비추는 28대의 카메라를 보며 기차를 원격 조정한다.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높을 수 있음으로 발판을 이용해 구경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의 하이라이트는 건물, 가로등, 기차 내부에 붙어있는 460개의 작은 전구가 켜지며 빛나는 순간이다. 40분 간격으로 조명쇼가 펼쳐지니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곳은 자선 기관인 워털루 카운티 문화유산보존회(Waterloo County Heritage Preservation Inc)가 운영하고 있다. 
 


1950년대 웨스트포트(Westport) 다운타운의 한 장면 

조종실에서 기차를 조종하는 오퍼레이터들 
 
이쯤 되니 점심에 맛봤던 팬케이크가 그립다. 파머스 마켓은 오후 3시 30분 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서둘러 과일 쇼핑에 나섰다. 싱싱한 과일들은 엘마이라 축제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골든 메이플 시럽과 찰떡궁합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주렁주렁 손에 달린 메이플 시럽들 덕분이겠지. 이제 남은 일은 딱 하나다. ‘멋진 팬케이크 레시피를 개발하는 일’ 
 
<메이플 시럽 축제가 있는 곳> 
 
무스코카 메이플 트레일(Muskoka Maple Trail) 
일시 : 3월 9일~4월 20일 
www.muskokamaple.ca/maple-festival 
 
엘름베일 메이플 시럽 축제(Elmvale Maple Syrup Festival) 
일시 : 4월 28일 
www.emsf.ca 
 
퍼스 메이플 축제(Perth Festival of the Maples) 
일시 : 4월 마지막 토요일 
www.members.perthchamber.com
 
벨모어 메이플 시럽 축제(Belmore MaPle Syrup Festival) 
일시 : 4월 14일
 
글 ·사진 이종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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