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간 것은 계절만이 아니었다. 낯선 그곳에는 익숙한, 어쩌면 그리운, 한편으로는 내가 겪지 않았음에도 어쩐지 알 것만 같은 애틋한 시간들이 자박자박했다. 오래된 시간의 태가 나는 그곳, 구마모토에서. 나무 나이테처럼 시간의 결이 느껴지는 극장 덴키칸 비가 내리는 궂은 날이지만 또 그대로 운치가 있는 스이젠지 정원 구마모토 거리거리에 덜컹이는 소리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노면전차 ●무너진 성벽에도 견고한 시간들 저마다 ‘그곳’에 대한 기억과 잔상은 다르겠지만 구마모토(熊本)에 관해서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규슈 여행에서 주
구마모토현의 현청소재지이자 관문인 구마모토는 규슈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오사카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성(名城)’으로 손꼽히는 구마모토성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성곽의 도시이다. ⓒ트래비 불탈지언정 정복되지 않는 고고함 구마모토성국가의 특별사적으로 지정된 구마모토성은 가히 규슈의 자랑거리이다. 어느 여행책자를 뒤져 보더라도 구마모토성은 ‘꼭 방문해야 할 관광지’ 상위권을 랭크하며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구마모토성이 구마모토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98만㎡의 면적에 한때 총 3개의 천수각,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