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는 화장터에서염소는 젖을 먹이고, 소는 짝을 찾는다. 바라나시에서 마주한 죽음의 현장은 삶의 현장이었다. Varanasi바라나시는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 에 있는 도시다. 이곳은 과거 ‘빛의 도시’라는 뜻의 카시(Kashi)라고 불렸다. 인도 북부 갠지스 강 중류에 자리하며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도시로 여겨진다. 코로나 이전엔 연간 100만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바라나시를 방문했다고 한다. 바라나시는 여행 그 이상의 감각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감각의 제국끝없는 자극이 밀
남인도로 떠난 네 번째 인도 여행에서 깨달았다.최고가 최악이 되고 최악이 최고가 되는 이곳,인도는 천국도 지옥도 아닌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음을.#1 마말라푸람Māmallapuram딜럭스 버스 작은 어촌인 마말라푸람(M?mallapuram)으로 가는 버스 안. 금방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버스는 안팎으로 심하게 낡았고, 하차를 알리는 벨도 존재하지 않는다. 승하차의 경계가 없는 두 개의 문도 열린 채로 버스는 출발했다. 앞뒤로 멘 배낭을 빈 좌석에 내려놓으니 베이지색 옷을 입은 사내가 아무 말 없이 접근했다. 왼쪽 손가락 사이
시시때때로 마주하는 장면들에 시간이 멈췄다. 늘어져 버린 시간에서는 여유가 튀어나왔고덕분에 홍차 한 잔의 온기는 더욱이나 오래 남았다. *인도 북동부는 총 8개 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지역마다 아름다운 풍광과 잘 보존된 부족 문화를 자랑한다.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인도 본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안겨 준다. Manipur 마니푸르 ●Imphal 임팔 감속 여행의 시작점 ‘잘디잘디(Jaldee Jaldee)’. ‘빨리빨리’라는 뜻의 힌디어는 인도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배운 단어다. 성격 급한 여행객에게 그 말은 찰떡같이 입력됐고,
모든 존재에는 이유가 있다.인도가, 세상의 일부인 것은세상엔 기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여행자가 인도를 바라는 이유다. ●No problem“노 쁘라블럼, 마이 프렌드” 그가 고개를 좌우로 덜렁거린다. 잠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첫째, 그는 카메라를 들고 있다. 둘째, 그가 든 카메라는 내 것이다. 셋째, 나는 그를 모른다(물론 그도 나를 모른다). 그러므로 ‘노 쁘라블럼’이라는 그의 단정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문제가 없다면 결론도 없다는 의미인데 그럴 리가. 내 입장은 그와 달랐다. 그의 행동에는 악의가 없었다(아마도)
벵갈루루는 인도가 얼마나 다양한 세계인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벵갈루루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동글동글하게 생긴 글자는 벵갈루루가 포함된 카르나타카주의 공식 언어인 ‘칸나다어’다. 수십 개의 왕조가 각자의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던 인도에서는 통일 왕조라고 부를 만한 시기는 딱히 없었고, 언어가 다른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인도의 공용어는 힌디어와 영어 2가지지만 국가에서 인정하는 공식 언어는 칸나다, 타밀, 우르두, 구자라티 등 22가지다. 여기에 비공식 언어까지 포함하면 200가지가 넘는다. 종교도 마찬가지. 힌두교뿐 아니라 무슬림
인도는 무지개 사탕 같다.각양각색 달달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인도에 갈 때마다 다른 맛을 발견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아메다바드는 인도 8대 도시 중 하나로, 구자라트주의 경제수도다. 도시가 만들어진 시기는 1411년,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술탄 아마드 샤는 당시 사바르마티강 동쪽 둑에 성벽을 쌓고 요새와 사원을 지었는데 아메다바드라는 이름도 이 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무굴제국 시절 이슬람 도시로 번성했던 아메다바드에는 15세기 이슬람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았다. 도시 전체에 힌두교와 이슬람, 자이나교
이만큼 소중한 것분홍색 교회를 지나자마자 코노마(Khonoma)였다. 집들이 옹기종기 발 아래 능선을 따라 이어졌다. 마을이 있는 산을 둘러싸고 다랭이논이 물결의 파장처럼 번지고 있었다. 코노마는 어쩐지 지도에서 찾을 수 없는 선경 같다. 그곳에서 경험한 것들은 모두 귀했고, 그윽했다. 코노마엔 겨우 450여 가구, 2,000여 명이 모여 산다. 걸어서 마을을 빙 둘러 산책해도 겨우 20~30분. 늦가을의 마른 풀이 옷에 달라붙었고, 볏짚을 태우는 구수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집마다 줄을 세워 꽃을 길렀고, 마당은 방금 쓸어
멋진 궁전을 생각했지만 울창한 밀림이었다.짙은 쌍커풀 대신 외꺼풀의 갸름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밤이 되면 골짜기에 십자가가 빛났다.인도였지만, 인도가 아니었다. 자카마(Zakhama) 마을의 사람들.나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았다.사람들은 공동 우물에서 머리를 감고,나무를 때서 요리하며 산다코노마를 돌보는 사내도비피 인(Dovipie Inn) 네이케돌리 헤카(Neikedolie Hiekha) 사장도비피 인은 이번 인도 여행에서 가장 오지에 있었던 숙소다. 그날, 코노마의 유일한 호텔이었던 도비피 인에는 단 세 명의
인도는 빠르게 변해 가고 있지만, 라자스탄의 시간은 더디 흘렀다. 라자스탄엔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의 이미지가 오롯이 남아 있다. 여행을 마치고 온 지금도 라자스탄은 ‘색깔’로 각인돼 있다. 황량한 사막의 땅에 원색의 물감이 뚝뚝 떨어져 있었다. 초로의 남자는 알록달록한 터번을 쓰고 풍성한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코가 뾰족한 알라딘 가죽구두를 신고 다녔다. 라자스탄 여성들은 빨강, 노랑, 주황, 보라, 초록 등 원색의 사리인도 여성들이 입는 전통 의상로 온몸을 휘감고 사뿐사뿐 걸었다. 인도 북부에 위치한 라자스탄(Rajasthan).
72 Hours in India북인도에서의 골든타임 ●Jaipur 자이푸르 델리에서 남서쪽 약 266km에 자리한 라자스탄주의 수도 자이푸르는 인도 최초의 계획도시다. 1728년 이 지역에 세력을 떨쳤던 자이싱 2세가 건설했는데 약 400년 전의 도로는 아직 건재한 채 자동차와 릭샤를 쉴 새 없이 실어 나른다. 왕의 이름을 딴 도시는 ‘승리의 도시’라는 뜻이다. 복잡하다는 첫인상과 달리 자이푸르는 핑크 시티(Pink City)라는 예쁜 별칭을 갖고 있다.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도가 영국 식
72 Hours in India북인도에서의 골든타임 ●Agra 아그라 델리에서 남동쪽 200km 지점에 있는 아그라. 갠지스 강의 지류인 야무나(Yamuna)강변에 위치한 아그라는 인도 네 번째 이슬람 왕조였던 로디 왕조Lodi, 1451~1526년가 왕도로 정한 이후, 무굴제국(Mughul, 1526-1857년)이 수도를 올드델리로 옮기기 전 1564년부터 1658년까지 북부 인도의 중심이었다. 두 왕조의 수도였던 만큼 아그라에는 인도를 대표할 만한 눈부신 문화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아그라 성과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이
72 Hours in India북인도에서의 골든타임 인도의 골든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델리, 아그라, 자이푸르를 다녀왔다. 인도의 정수만을 골라 담느라 몸도 마음도 바빴다. 어느새 또 다른 인도를 꿈꾸게 하고 짧기에 더 애틋했던 북인도에서의 72시간. 암베르 성 내 왕의 접견실로 들어가는 입구인 ‘가네쉬 폴’ ●Delhi 델리 델리는 인도의 수도다. 예부터 인도의 중심지 역할을 해 온 이곳은 펀자브 지방과 갠지스강 유역 교통의 중심지로 수많은 왕조가 이곳에서 흥망을 거듭했다. 20세기에는 영국 지배의 본거지가 됐고 이후 독립을 쟁취한
공기 반, 소리 반, 아쌈의 아우라롱가리 비후 축제에 가는 길, 가이드는 흰색과 빨간색 실로 문양을 낸 스카프 하나를 목에 둘러 준다. 아쌈 여인들이 베틀에서 짜는 전통 직물로 가모사Gamosa라 했다. 사원 제단 위를 덮는 성물이기도 하고, 목에 두르거나 어깨에 걸치는 일종의 제의이기도 하다. 농사꾼들이 허리춤에 묶는 띠로 사용하는가 하면 지금처럼 손님에게 환영의 의미를 담아 건네는 선물로 아쌈 사람들에게 매우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가 있는 복식 문화다.아쌈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농경사회 질서에 따라 파종기의 롱가리 비후Ronga
엄마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 사람도 코끼리도 다르지 않은 모양. 엄마 따라 사파리 투어에 나선 아기 코끼리가 인상적이다 새벽 어스름에 초원으로 걸음을 옮겨 일출을 맛보는 카지랑가 국립공원의 코끼리 사파리 ●Kaziranga 카지랑가코뿔소 노니는 풍경, 이게 진정 야생이지구와하티에서 4시간여를 달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카지랑가 국립공원Kaziranga National Park에 다다랐을 때였다. 일행 중 하나가 전에 없이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브라만푸트라강이 넉넉하게 흐르고 그 곁으로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
홍차를 어느 정도 종류별로 갖추었다 하는 카페라면 빠지지 않는 메뉴 중에 ‘아쌈’이 있다. 인도 아쌈 지방의 재래종 차나무에서 채취한 찻잎이다. 그것 말고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던 아쌈에 다녀왔다. 여기저기 염소 똥 밟히는 사원을 맨발로 걷고 호랑이와 코뿔소가 노니는 야생 초원에서 코끼리 무등을 탔다. 처음 해보는 것투성이었던 내 순결했던 아쌈이여, 안녕. 눈이 깊은 어르신이 나바그라하 사원의 순례자들을 맞이한다●Guwahati 구와하티차도 아닌 인도, 인도 없는 인도인도는 참 부담스러운 여행지다. ‘영적靈的’인 곳이라는 이미지가 큰
언덕 위에 펼쳐진 푸른 차밭, 원숭이들이 손을 흔드는 국경의 고도와 히말라야를 등에 업은 도시들. 머리에 봇짐을 가득 실은 사륜구동차들이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이유다. 홍차의 여왕들차 생산은 손으로 하나하나 찻잎을 수확하고 덖어야 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고된 노동 앞에 아름다움을 논하는 일이 죄스럽지만 차밭의 여인들은 참 고와 보였다. 다르질링차가 ‘여왕의 홍차’, ‘홍차의 샴페인’이라면 다르질링의 여인들은 ‘홍차의 여왕’으로 불려야 마땅하다. 이 여왕들의 손끝에서 세계 최고의 홍차가 나온다 외뿔코뿔소를 보았나이른 아침,
타왕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인도인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다. 중국이 호시탐탐 노려 왔고 인도인들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한다는 타왕은 내가 알던 인도의 경계를 다시 세웠다. 히말라야 3,500m 고지대에 자리잡은 타왕의 하늘은 안개 반, 구름 반이다. 도심을 벗어나 호수로 올라가는 길 인도의 북쪽 창문 ‘타왕’인도의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에 속한 타왕은 북쪽으로는 티베트, 서쪽으로는 부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해발고도 3,500m 높이에 위치하며 히말라야의 청정 자연, 유서 깊은 티베트 불교문화, 소수민족의 전통이 어우러진
나갈랜드 키시마 빌리지 정문에는 나가족을 상징하는 조각이 장식돼 있 다 Nagaland 나갈랜드용맹한 전사의 땅, 나갈랜드구와하티 에서 차로 7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나갈랜드주의 주도 코히마. 구와하티에서 열차나 차량 을 이용해 디마푸르로 가, 다시 2시간여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면 해발 2,000m 고지에 자리잡 고 있는 코히마를 만난다. 코히마에선 인도인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힌디어 간판도 거의 없다. 나갈랜드주 원주민인 나가족과 인도인은 영어로 의사소통한다. 도소매업은 대부분 인도인 차지 로 여전히 나가족이 약자임을 짐작할
마지막 샹그릴라 라다크 Ladakh 신이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절경을 한곳에 모두 모아놓고 자신의 정원으로 삼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추위와 폭설, 분쟁 등의 이유로 긴 세월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고 지금도 일 년에 고작 3개월 정도만 여행자들의 자유로운 방황이 허락되는 곳.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샹그릴라’라는 수식어를 겸허히 인정하게 되는 그곳,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김수진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인도정부관광청 www.incredibleindia.co.kr 1 카르길-스
인도 다람살라 The Little Lhasa in India달라이 라마를 만나러 가는 길 조심스레 마니차Mani Wheel를 돌려본다. 불교 경전이 담긴 회전 경통, 한 번 돌릴 때마다 경문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단다. 스르르 마니차가 돌자 표면의 티베트어는 회전에 말려들어 가뭇없이 흐려졌고, 희붐한 거리 속에서 티베트 승려들의 붉은 승복은 선명했다. 그곳을 활보하는 여행자들은 경쾌했고, 골목골목 빼곡한 가게를 지키는 주인들은 느긋했다. 인도인과 티베트인, 이방인과 현지인, 승려와 중생, 사람과 동물이 한데 뒤섞인 메인광장에는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