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계획들 세우셨나요. 저는 얼마 전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일부만 이야기하자면, 때는 휴가 출발 4일 전입니다. 동행인(아내)은 소파에 누워 면세 쇼핑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결제를 마치고 흡족한 얼굴로 다가와서는 여권을 저에게 건네는 겁니다. 평소라면 그냥 서랍에 집어넣었을 텐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확인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의 여권을 펼쳐 보니 그럼 그렇지, 오늘이 여권 만료일입니다.정말 다행인 건 그 위대한 발견이 금요일 오전에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주말이 지나고 당장 월요일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 일정입니다. 곧
2023년까지, 에겐 딱 두 번의 마감이 남았습니다. 갑자기 곧 연말입니다. ‘갑자기’에 공감을 하시나요? 언제부턴가 삶이 점점 빠르게 흐르는 것만 같습니다. 늙어 가는 것이겠죠. 자꾸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 는 이번 한 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돌아봅니다. 지지난해와 지난해처럼 변함없이 쉽지 않은 여행을 마쳤습니다. 종이 잡지, 그것도 주제가 여행인…. 아무래도 운명에 역경을 타고났지만, 끈기로 유지 중입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여행이 좋아서, 주섬주섬 다시 짐을 쌉니다.8월에는 2020년 이후로 잠시 멈춰 있던
언제고 이런 시간이 오게 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곤 했습니다. ‘굳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의 반대편에, 그래도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잡지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맞서곤 했습니다. 덥석, 결정의 시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와 밀착된 10년이었고, 에 대한 이야기가 제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라, 조금 되돌아보겠습니다. 기자로 입사한 을 4년 반 후에 그만둘 때 들은 말이 “우리도 곧 잡지를 만들 건데…” 였습니다. 그 잡지가
여행 기록의 미덕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 미덕의 함정은 누가 썼든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나만의 여행 기록’이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여행의 파편들은 오늘도 Ctrl + C에 실려 온라인을 떠돕니다.한국관광공사의 대학생 기자단 ‘트래블리더’와 함께 한 지난여름은 여행과 글, 여행과 사진 사이에 ‘나’를 놓아 보는 뜨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문구점 하나를 소개해도 나답게, 흔한 벚꽃 여행도 나답게 그러면 내가 만난 여행이 하나의 세계가 될 수 있는 건지, 우리는 서로에게 물었고 또 답하는 중입니다. ●WITH 트래블리더
이럭저럭 시월입니다. 오로지 옷장 관리의 관점에서 계절의 변화는, 귀찮다면 귀찮고 재밌다면 재밌는 일인데, 올해는 꽤 집중해서 그 일을 해냈습니다. 출장과 여행 위주로 구입했던 흡습, 건속 기능성 옷들이 기능 한 번 제대로 뽐내지 못한 채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등산, 요가, 클라이밍을 위해 산 옷들도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한 건 마찬가지고요. 청바지와 티셔츠, 잠옷만 생고생을 했습니다. 내친 김에 다림질이 귀찮아 손도 대지 않았던 옷들을 꺼냈습니다. 늘어놓고 보니 옷을 살 당시의 마음이 하나씩 기억납니다. ‘공식 석상’을 위해
데뷔의 계절인가 봅니다. 놀라울 만큼 ‘ 지인 출신 ’ 작가들이 쏟아집니다. 이제 ‘ 작가 ’ 라고 불려 마땅한 그들의 첫 페이지를 기억합니다. 자신의 여행을 좀 기록해 보고 싶다던 여행가 , 트래비아카데미의 특강에 참가했던 직장인 , 독자 이벤트에 당첨되 어 함께 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등이었습니다. 여행매거진과 아카데미의 책임자로 , 길게는 10 년 가까이 성장기와 고군분투를 간헐적으로 지켜보는 것은 ‘ 일 ’ 이기도 하 고 ‘ 마음 ’ 이기도 했습니다. 에디터에게는 두 가지 능력 ( 혹은 권한 ) 이 있습니다 ( 또 , 있어야
출근길에 누군가 전송해 준 ‘트렌드 능력고사’라는 걸 해 보았습니다. ‘전 국민이 힙스터가 되는 그날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유행어나 줄임말, 흥행한 마케팅 사례를 묻는 설문이라 N세대인 저는 2번을 반복해도 50점을 겨우 웃돌았습니다. 테스트 결과는, 아직도 김광석의 노래를 최고로 생각하냐며,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세대 가르기 마케팅’이었습니다.이런 마케팅도 유행이라면 유행이어서 누군가는 여행에서도 세대론을 말하지만, 그건 여행을 소비로 볼 때의 이야기입니다. 시장에
낯선 해외 음식 복불복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리스트.한식인 듯, 한식 아닌 한식 같은 해외 음식 5가지를 소개한다.●Russia부대찌개엔 소주가 딱솔랸카 Solyanka Soup출장으로 일주일간 모스크바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한동안 전전했던 한식당을 떠나, 무심코 들어간 어느 러시아 음식점. 여기서 포인트는 한식당을 사랑하는 사장님과의 동행이었다는 점이다. 최대한 무난해 보이는 전통 음식들을 잔뜩 주문했다. 먹음직스러운 고기, ‘샤슬릭’ 위로 언뜻 봐도 강한 향이 날 것만 같은 향신료가 가득 뿌려져 있었다. 땀이 삐질, 동행한 사
믿는 구석이 있었다자카르타, 더구나 발릭파판은 처음이니까. 보나마나 이번 인도네시아 출장을 준비하면서 손이 가는 게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들이었으니 그 대단한 걸 해냈노라 굳게 믿고 있다. 한-아세안센터 조현명 차장과 윤예슬 대리는 늘 침착하고 능숙하게 일을 착착 진행했다. 구체적인 사건을 하나 들자면, 발릭파판 공항에서다. 직원의 실수로 내 수하물 캐리어가 파손됐을 때 조 차장은 본인의 일처럼 나서서 보상 절차를 알아봐 줬다. 자카르타 공항에서 인수인계(!)를 받은 윤 대리는 항공사 오피스까지 동행해 도와주니, 이렇게 고마
우리도 당신 맘에 쏙 들었겠지요!편지로 인사를 대신한다. ‘마가레트, 리스본공항에서 마지막 포옹을 나눌 때 당신이 말했었죠. 가이드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우리와 함께 여행을 즐긴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고요. 그건 우리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찬사였어요. 여정 내내 당신 마음에 쏙 드는 여행객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5개국 언어를 다루는 전문 가이드로서 지금까지 35년 동안 활동한 당신의 이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요. 그 해박함, 그 친절, 그 사교성, 그 배려, 그 열정…. 덕분에 오래전 냉담해져 버린 가톨릭 신자였으면서
설 연휴까지 보내고 나니 2020년으로 성큼 들어와 버린 느낌입니다. 변변한 계획 하나 잡지 못하고 2월을 맞이해 버렸다는 뜻입니다. 나태에 빠진 ‘무늬만’ 여행자를 억지로 끌어낸 것은 1여 년 전 가 주최했던 여행 프로젝트 ‘삼확행(세 가지 확실한 행복)’의 캠핑 동행자들이었습니다. 그들과 다시 만나 인천대교 야경을 바라보며 모닥불 피웠던 밤, 놓고 있었던 여행에 대한 갈망이 서서히 데워지더군요. 여행 준비의 시작은 ‘지름질’ 아니겠습니까. 돌아오는 길에 캠핑용 소품 정리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그 많은 포켓들에 ‘무엇을
새해로군요. 몇 살이 되셨습니까? 오랜만에 들어 보는 질문이시죠? 언젠가부터 상대방의 나이를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나이를 말하는 순간, 우리 머리 위로 ‘철컥’ 내려오는 ‘프레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20대는, 30대는, 40대는, 50대는 …. 그 나이대에는 마땅히 이래야 한다거나, 특정한 편향을 보인다는 굳건한 ‘세대’ 프레임 말입니다. 이 프레임이 여행에도 작동합니다. 보통 20대의 여행은 자기 과시적이고, 새로운 자리매김을 위해 애쓰는 30대의 여행은 좀 더 계획적이며, 경제적 뒷받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