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맞이하고 오랜 길의 안녕을 염원하며 마음껏 걸었다.●마쓰우라·후쿠시마 코스 과감한 쉼표수만 가지 초록을 깨달은 계절이 있었다. 저마다 다른 색을 지닌 나무들이 바람 한 점에도 명도와 채도를 달리하던 시각, 의도적으로 발걸음을 지연시키며 만났던 찬란한 그라데이션. 정처 없이 마냥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던 어린 날의 어느 순간…. 추억은 옅어지고 가끔은 짧은 산책마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할걸. 하루 24시간이 유독 짧게 느껴질 때면 효용성에 매몰되어 한숨처럼 얕은 아쉬움을 뱉
마시기 위해, 후쿠오카 야메시로 두 남자가 떠났다.*두 남자의 탐식도시는 ‘김의성 배우’와 ‘최갑수 여행작가’의 먹고 마시는 이야기다. 거창하고 대단한 맛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아니다. 작은 선술집을 찾아 술 한 잔 나누며 인생을 이야기한다. 두 남자의 첫 탐식도시는 후쿠오카현 야메시. 얼큰하게 취했다.●즐거우면 좋은 인생입니다3년 만의 여행이다. 여권이 만료된 지도 몰랐다. 서둘러 여권을 갱신하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그 사이 세월이 많이 흘렀나 보다. 혼자만 볼펜으로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끄적이고 있었다. 다들 핸드폰 QR코드인
●우린 언제쯤 다시여행을 할 수 있을까요? 새내기 에디터였을 무렵. 채지형 작가와의 대수롭지 않은 대화를 기억한다. 세심하고 다정했다. 출판사니 잡지사니, 그동안 수많은 에디터들을 접했을 그녀임에도 뭘 잘 모르는 에디터의 (어쩌면 어이없었을) 한마디도 허투루 흘리는 법이 없었다. “제가 잘 몰라서요, 작가님”이라는 무책임한 사과를 할 때면 “괜찮아요, 맘 쓰지 마셔요, 기자님”이라는 답변이 채지형 작가에게는 늘 돌아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그렇게 한결같이, 명랑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그려진다.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채지형
규슈에서 가장 많은 올레길을 품은 후쿠오카현.각각의 매력을 지닌 올레 코스를 살펴보다 보면 어느 한 곳도 빠짐없이 모두 걷고 싶어진다.●신상 올레길 신구 코스후쿠오카의 중심부, 하카타와 텐진에서 30분만 움직이면 만날 수 있는 코스다. 다치바나산을 거닐며 귤 밭을 내려보고, 옛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 언덕에서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현해탄에 떠 있는 아이노시마도 조망할 수 있다. 도시 중심부를 지나 소나무 숲으로, 그 앞쪽으로 펼쳐진 신구 해안까지. 코스를 완주하면 바닷바람이 맺힌 땀방울을 식혀 준다.난이도: 하-중
2만6,572보, 2만7,685보.올레길을 처음 나선 이의걸음 수는 차곡차곡 쌓여 간다.그렇게 올레꾼이 된다.●신구 코스오모테나시와 함께 힘찬 출발을혼자만 긴장했다. 팔자에 없던 걷기 운동을 앞두고 말이다. 전날 밤에는 그 좋아하는 생맥주도 기어코 거절했다. 상상만으로도 발바닥이 저릿저릿한 기분이다. 가지고 있는 양말 중 가장 폭신한 녀석을 골라 신고 런닝화의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규슈올레 신규 코스를 거닐 준비를 마쳤다.신구(新宮) 코스는 고령화로 한적해진 마을을 되살려 보고 싶다는 ‘신구마치 오모테나시 협회’의 ‘이케다데페이’
느긋한 여행을 선사하는 ‘바로’ 그것벚꽃 그늘 아래 안락하게 앉아 쉬고 싶다면? 설원 위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면? 돗자리로는 부족한 그 상황의 해결사는 아웃도어 캠핑의자다. 장비가 없던 캠핑 초보 시절, 모닥불 ‘불멍 타임’에 초대를 받았을 때, 밥그릇이 없는 것보다 더 큰 민폐는 의자 없는 엉덩이였다. 그래서 구입한 의자가 밥빌리지의 바로체어(Baro Chair). 접이식에 초경량이야 기본이고, 다른 의자에는 없는 획기적인 장점 2가지에 마음이 동했다. 첫 번째는 등받이를 생략해 무게를 690g으로 줄였다는 것.
바다는 고요했고, 숲은 여전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을 하늘을 벗 삼아, 태평양을 곁에 두고 걸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2012년 2월 개장, 21개 코스를 운영하는 규슈올레의 성공에 힘입어 미야기현에서도 올레길이 열렸다. 규슈에 스며든 올레의 정신이 일본 동북부 지역에도 퍼져나가기 시작한 셈. 지난 6월 시작한 몽골 올레까지 합치면 3개국의 길 위에 올레의 리본이 휘날리게 된 것이다. 규슈올레, 몽골 올레와 마찬가지로 (사)제주올레가 코스 개발과 자문, 길 표지 디자인을 제공하는 한편 운영 방침과 철학까지 공유한다. 제주도,
사가현에는 3개의 올레 코스가 있다. 바다와 만나는 가라쓰 올레, 온천마을이 종점인 우레시노 올레와 다케오 올레는 규슈 올레 완주자가 첫 도전자에게 추천하는 이상적인 올레 코스다. www.welcomekyushu.jp/kyushuolle●발도 예뻐지는 우레시노 올레 온천과 도자기로 유명한 우레시노 코스는 다이죠지절(大定寺)과 요시우라신사(吉浦神社) 등 일본의 절과 신사 문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구불구불한 숲길을 지나 펼쳐지는 다원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우레시노 녹차의 생산지. 그 푸름에 눈과 마음을 씻고 계속 나아가면 주민
소풍이 이렇게 설레었을까? 키 높은 배낭을 메었다, 내려놓았다를 반복했다. 벚꽃잎 날리는 풀밭에 누워 있는 꿈을 꾸고 싶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야메시에 있는 이케노야마 캠핑장은 별이 잘 보이고, 호수가 맑고, 숲이 아름답다. 캠핑장으로 완벽하다 ●Camping Day 1 ‘더 바랄 것이 없다’면서도 그래서 한숨도 못 잤다. 사실 첫 공항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피곤할 상황이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걸 보니 나 좀 신난 걸까? 오랜만에 느껴 보는 설렘 덕에 배낭도 가뿐하게 느껴진다. 웬만한 것은 현지에 다 있다니 꼭 필요한 장비만
사이키(佐伯), 오뉴지마(大入島), 가와라(香春). 십수 번 규슈를 여행했지만, 모두 처음 듣는 지명이었다. 생소한 이름 덕분에 호기심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틀에 걸쳐 꼬닥꼬닥 걸었다. 대나무 숲은 울창했고 주민의 환대는 뜨거웠다. 작지만 사랑스러운 시골마을의 매력에 푹 빠졌다. 길을 만들기보다 길을 ‘찾아내는’ 올레 덕분이다. Kyushu Olle 20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 사이키 오뉴지마(佐伯·大入島) 코스50년 전 학교 가던 길을 찾아 걷다“산책은 그 자체로 하루의 일과요 모험이다.”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중 한 조
올레꾼, 몽골에 가다! 부산역에서 김해공항까지, 새벽의 공항리무진은 30여 분 만에 임무를 완수했다. 몽골에 대해 기본 검색밖에 못했는데 벌써 에어부산 기내다. 비행기를 탐색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6월 중순인데도 이미 만석인 비행기가 말하는 것은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옆 좌석의 여자가 유창한 외국어(몽골어라고 짐작되는)를 쏟아내기 전까지 한국인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었다. 몽골에 도착하면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4시간의 비행도 순식간이었다. 기내식 먹고, 4
아마쿠사(天草諸島)#기도하라 ●조용하고도 강한 어촌마을나가사키에서 아마쿠사까지는 배를 타고 30분이면 닿는다. 그 중간에 돌고래들이 서식하는 곳이 있어 돌고래 와칭과 겸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다. 벚꽃이 가득한 아마쿠사·이와지마 올레길 구마모토현의 남서부에 있는 아마쿠사에는 천주교와 관련된 사적이 많다. 그중 한 곳이 사키쓰(﨑津) 마을이다. 천천히 사키쓰 마을을 걸으며 안내하던 아마쿠사 다카라지마 관광 협회 하마사키 미카 씨는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슨 말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반갑게 주고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