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대로 추억하기로 한다. 실연을 당하지도 않았고 울보도 아니었다. ●먹먹한 밤의 기억 종종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편이다. 얼마 전 지인에게 살면서 마음이 가장 먹먹했던 때를 물었다. 그리고 되돌아온 그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말해 버리고 말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팽팽하게 꿰어진 기억들 속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실밥처럼 툭 튀어 올랐다. 그동안 그 기억을 제대로 꺼내지 않았던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 너무 좋아서. 둘째, 꺼내면 닳을까 봐. 셋째, 곧 다시 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셋
샤워기 물소리가 나뭇잎에 경쾌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바다 냄새, 나무 내음을 비누 삼은 샤워 시간. 아직 샤워 중.●아직 끝나지 않은 샤워담장 없이 우거진 수풀이 섬 안에서의 프라이버시를 온전히 보호해 준다. 최신식 음향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곳에서 맘에 드는 음악을 틀어 놓곤 수건을 챙겼다. 이른 아침 바닷가를 산책하느라 입었던 붉은 옷을 줄에 아무렇게나 걸어 놓고서 자갈길을 걸었다. 맨발로 걸으니 자갈에 남은 까슬한 모래알이 그대로 밟혔다.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야외에 설치된 샤워기를 틀었다. 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전 직원이 독감 백신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환절기와 겨울을 맞이하는 월동 준비 같은 것이죠. 11월이 되니 2021년을 그려 보는 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습니다. 슬슬 해외여행 출장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됩니다만, 여전히 조심스럽죠. 두렵기도 하고요. 아직은 백신 없이 움직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코로나 백신이 곧 여행 백신인 겁니다.여행 백신을 기다리는 동안, 제 면역력을 체크해 봅니다. 여행을 가느라 아팠고, 여행을 못 가게 돼서 아팠고, 여행이 그리워 아픈 중입니다. 아플 만큼 아팠으
먹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프랑스 어느 습지에서 배운 에디터의 처절한 이야기. 아픈 배, 배 타기 때는 2018년 10월, 프랑스 취재 중에 일어난 일이다. 브리에르 지역 자연공원은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습지다. 말도 있고 오리도 있고 거위도 있고. 이곳에선 샬렁스(Chalands)를 타야 한다는 게 가이드의 주장이었다. 샬렁스는 지역 전통 거룻배다. 거룻배는 돛이 없는 작은 배를 뜻한다. 총면적이 490km2에 달하는 습지, 그러니까 노를 저어 다니려면 참 시간이 오래도 걸리겠지만 취재 중이니 최대한 웃으며 배에 오
DCIM* 폴더를 열었더니 내 지난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리 얼마 안 됐는데, 벌써 해외여행에 대한 추억이 아련하다. *DCIM은 ‘Digital Camera IMages’의 약자로 촬영한 이미지가 파일로 저장되는 메모리 카드의 기본 폴더명이다. ●냉동 사진 해동하기 며칠 전. 망각 속으로 숨어 버린 내 지난 여행이 문득 궁금해졌다. 선풍기 앞에 누워 수박을 먹다 갑자기 팽개치고, 모든 디지털 디바이스들을 가져왔다. ‘이 또한 지나가려니~’ 하고 애써 가라앉혔던 조바심은 6월을 시점으로 요동치고 있던 참이었다. 빠
여행이 달라졌다. 전염병에서 기후재난까지, 그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는 곳마다에 공통의 키워드 ‘생태’가 있다. 생태관광에 실린 오해와 선입견에 대해 가감 없이 말해 줄 전문가, 박종석 센터장을 만났다. 그가 몸담은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와 함께 전북 12개 시도 생태관광지 여행도 함께 시작한다. 생태관광은 특별한 여행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교류하는 가장 편안한 여행이다코로나19 이후 생태관광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감하는가? 전북의 경우 확실히 올해 생태관광의 문의와 수요가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지구적 문제인 코로나
사실 이 모든 글과 사진에 앞서 그의 영상 한 편을 보여 주고 싶다. 이를테면 이런 사람이라면 좋겠다. 눈을 떼지 못하는 화려함보단 그저 잔잔하게 흘러감이 자연스러운 사람. 그럼에도 방향성이 확고한 사람. 가끔 기꺼이 길을 헤맬 줄 아는 사람. 그것이 다시 잘 돌아오는 길임을 아는 사람. 그런 이라면 이 영상을 틀림없이 맘에 들어 할 것이다.감송필름의 영상은 한마디로 한 편의 영화 같다. 색감이나 분위기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스토리가 있다는 면에서 그렇다. 뮤직비디오에도, 일상을 찍은 작은 브이로그 하나에도 감송필름의 색은 분명하다
이럭저럭 시월입니다. 오로지 옷장 관리의 관점에서 계절의 변화는, 귀찮다면 귀찮고 재밌다면 재밌는 일인데, 올해는 꽤 집중해서 그 일을 해냈습니다. 출장과 여행 위주로 구입했던 흡습, 건속 기능성 옷들이 기능 한 번 제대로 뽐내지 못한 채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등산, 요가, 클라이밍을 위해 산 옷들도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한 건 마찬가지고요. 청바지와 티셔츠, 잠옷만 생고생을 했습니다. 내친 김에 다림질이 귀찮아 손도 대지 않았던 옷들을 꺼냈습니다. 늘어놓고 보니 옷을 살 당시의 마음이 하나씩 기억납니다. ‘공식 석상’을 위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여행했지만그들은 서로의 다른 방식으로 얽혀 있다.CuriEarth 29살 동갑내기, 진상욱 & 서정하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여행을 통해 이루게 된 저희의 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9살 정하와 29살 상욱. 나이보다 닮아 있는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한다. 그리고 무려 500일 동안 세계를 여행했다. 29개국, 96개 도시. 긴 시간 동안 30개의 나라, 100개의 도시를 채우지 못한 이유는 종종 어디선가 머물렀기 때문이다. 상욱의 시선으로 담은 사진에 정하는 그림을 그리며 한없이 머물렀다. 그들
데뷔의 계절인가 봅니다. 놀라울 만큼 ‘ 지인 출신 ’ 작가들이 쏟아집니다. 이제 ‘ 작가 ’ 라고 불려 마땅한 그들의 첫 페이지를 기억합니다. 자신의 여행을 좀 기록해 보고 싶다던 여행가 , 트래비아카데미의 특강에 참가했던 직장인 , 독자 이벤트에 당첨되 어 함께 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등이었습니다. 여행매거진과 아카데미의 책임자로 , 길게는 10 년 가까이 성장기와 고군분투를 간헐적으로 지켜보는 것은 ‘ 일 ’ 이기도 하 고 ‘ 마음 ’ 이기도 했습니다. 에디터에게는 두 가지 능력 ( 혹은 권한 ) 이 있습니다 ( 또 , 있어야
오만과 너스레 가득한 ‘넌 안 가 봐서 모르지!’여행기자의 상식이 아닌, 무논리의 불만을 터트렸다. 글쎄, 내 여행은 사치였던 걸까? 스스로 적용한 되뇜이지만 이젠 한국인, 나아가 인류 모두에게 해당하는 질문일 듯하다. 생각해 보면 얼마 안 됐다. 겨우 3월부터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급격히 줄어든 이동, 집 밖을 두려워하는 개인과 타인을 믿지 못하는 사회, 그 거짓말 같던 변화가 이제는 만져질 듯 생생하다.반대로, 늘 아파트 현관처럼 다니던 공항, 그리고 세 곳의 서울 톨게이트. 고속도로 휴게소와 항공사 라운지 등은 아득하게
서울 신사동에서 레스토랑 ‘류니끄(RYUNIQUE)’를 운영하는 류태환 셰프는 최상의 재료를 찾아서 전국 구석구석을 여행 중이다. 은어가 제철인 어느 여름날. 여행길에 그가 터득한 레시피를 물었다. ‘류니끄’는 류태환의 ‘류’와 ‘유니크(Unique)’가 합쳐진 말인가. 그렇다. 어머니가 직접 지어 주셨다.어떻게 ‘류니끄’한가.‘하이브리드 퀴진(Hybrid Cuisine)’을 선보인다. 일식과 프렌치를 결합한 레시피에 국내산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퓨전이랑은 다른 개념인가. 크게 보면 퓨전에 속하겠지만 ‘근거’의 차이라 생각한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