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아로사로 향하는 시골열차 아로사 라인Arosa Line 아로사Arosa에 가기 위해 도착한 쿠어 기차역.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 어깨에는 스키를 둘러멘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며 어디론가 힘차게 걷고 있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아로사행 빨간 열차가 서 있는 플랫폼. 아이들과 함께 늠름한 산양을 담은 그라우뷘덴주의 문장이 그려진 열차에 올랐다. 기차 안은 베르니나 익스프레스보다 소박했다. 관광용 열차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열차다. 깜찍한 아로사 라인은 계곡 사이의 좁은 길을 뚫고 수많은 커브를 돌며 설원을 달
●세상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글래시어 익스프레스Glacier Express 생모리츠에서 출발한 글래시어 익스프레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지역인 알불라 베르니나 라인을 지나 쿠어로 향한다. 그라우뷘덴주의 주도 쿠어를 지나면, 스위스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라인Rhine 계곡으로 쑥 빠져 들어간다. 라인 계곡의 깊이는 무려 400m. 드라마틱한 풍경이 펼쳐진다. 웅장한 절벽과 울창한 숲을 지난 후에는 2,033m에 이르는 오버알프 패스Oberalp Pass에 접어든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들이 온 세상을 덮고 있다. 믿기지 않는 창밖
●열차 타고 해발 3,089m까지!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 Gornergrat Bahn 25km에 달하는 유럽에서 가장 긴 스키 슬로프, 400km가 넘는 하이킹 트레일, 해발 3,883m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 알프스의 특별한 마을 체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들이다. 여기에 1898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고르너그라트의 기록도 빠트리면 안 된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전기 톱니바퀴 열차인 고르너그라트. 선로 사이에 깔린 톱니바퀴 위를 서서히 달려 ‘알프스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테호른 앞까지 데려다 준다. 유유자
기차를 타면 스위스가 보인다 스위스의 기차는 취리히 같은 대도시부터 해발 3,000m가 넘는 알프스 산속 마을까지 구석구석 달린다.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기차가 운행된 것은 1847년. 무려 150년이 넘었다. 스위스의 기차는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며 자연친화적인 기차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다. 산과 계곡을 헤치며 달리는 빨간 스위스 기차 ▶Info SwitzerlandAirline | 대한항공이 인천에서 취리히까지 화·목·토요일 주 3회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약 12시간. KLM네덜란드항공을 타고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취리히로 들어갈 경
‘동화마을의 이데아’가 존재한다면 아펜첼Appenzell가장 스위스다운 스위스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이데아Idea’가 있다고 했다. 이데아는 정신·영혼의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것의 ‘유일한 본질’이다. 만약 21세기에 동화마을의 이데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스위스 아펜첼Appenzell과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알록달록한 벽화를 그려 넣은 아펜첼의 집들은 보기만 해도 즐거워진다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손을 들어 투표를 하고, 허브가 지천인 초원에서 행복한 소떼들이 풀을 뜯고, 보름
세 번째 방문이었다. 폼페이를 거쳐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를 거치는 그 뻔한 ‘이탈리아 남부 일정’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매번 ‘새로운 여행’이다. 스테디셀러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포지타노를 색깔로 정의하자면 무지개색이다. 알록달록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때문이다●폼페이Pompei이탈리아 ‘최후의 도시’폼페이를 모를 사람이 있겠는가. ‘이탈리아 남부의 한 도시’라는 수식어보다는 ‘최후의 도시’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곳, ‘폼페이’다. 폼페이는 기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서기 79년 8월24일 베수비오 화
꼭 한 번은 파리‘부티크’ 파리에서는 꼭 한 번 부티크 호텔에 묵고 싶었다. 다른 도시에서는 좀체 들지 않았던 호기심이 고전미의 도시, 파리에서는 몽실몽실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산 레지스 호텔 곳곳에 걸린 그림의 수준만 보아도 산 레지스 호텔의 격이 드러난다 파리 패션신의 한 장면으로 종종 등장했던 산 레지스 호텔의 현관 ●부티크 호텔의 기준 호텔 산 레지스Hotel San Regis 샹젤리제 거리의 국립미술관이자 갤러리인 그랑팔레Grand Palais 인근 호텔인 산 레지스의 게스트 중에는 유명인이 많다. 그중 한 사람은 페라리의
파리를 매일 걷고 걸으며 오늘의 파리와 만났다. 오늘은 동네를 산책하듯 걷지만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 속절없지만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내가 걸어온 길을 자꾸 뒤돌아보았다.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 한가운데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왜 단테의 ‘지옥’에 매혹되었을까? 부티크호텔 산 레지스의 스위트룸에서 보이는 에펠탑. 왼편 아래 건물은 이브 생 로랑의 저택이다 샹젤리제 인근 나폴레옹호텔 스위트룸에서 보이는 개선문과 프히들렁 거리 파리에선 길을 잃어도 좋아. 파리에 대한 낯간지러운 찬사다. 좀 민망하지만 과장은 아니다
‘반반치킨’ 같은 여행지자장면이냐 짬뽕이냐, 프라이드치킨이냐 양념치킨이냐, 쌀국수냐 팟타이냐, 물냉면이냐 비빔냉면이냐….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선 순간들, 아! 생각만 해도 괴롭다. 고심 끝에 하나를 골라도 포기한 다른 하나에 대한 미련이 머릿속을 맴맴. 쌀국수를 먹으면서 옆 테이블의 팟타이에 자꾸 눈이 가고, 프라이드치킨을 먹으면서 양념치킨을 시킬 걸 그랬나 왠지 후회되는 일이 다반사다.그래도 다행인 건 ‘반반치킨’이나 ‘짬짜면’ 같은 메뉴가 있다는 사실이다. 치킨의 바삭함과 감칠맛, 자장의 구수함과 짬뽕국물의 시원함, 둘 중 어느
춥고 외로웠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알고 있다. 3개의 형용사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나란 인간, 말로는 잘 표현을 못하겠다. 1년이 지나서야 일부를 해동해 본다. 약간의 온기를 더해. 아이슬란드 남부의 레이니스피아라 해변. 살아생전 경험한 가장 무서운 바다로 기억될 것 같다. ‘얼음땡’도 아니고 ‘얼음땅’이라니!1년 전 나에게는 2월이 가기 전에 써야 하는 유럽항공권 1장이 있었다. 그래서 목적지는 유럽, 시절은 겨울. 동행자는 없음이 자동 결제된 상황이랄까. 파리나 비엔나처럼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유럽의 로맨틱한 도시들을 먼저 떠
일생에 단 한 번, 가장 로맨틱한 여행을 꿈꾸는 커플에게 추천하는 유럽의 소도시들. ●France Nice무엇을 하더라도 NICE 제일 좋은 곳, 제일 좋은 사람과어릴 적, 생일을 제외하고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은 어린이날이었다. 어린이날 전날 학교에 가면 같은 반 친구들의 어머니들이 보내 주신 온갖 과자와 군것질거리들이 잔뜩이었다. 내 몸만큼 큰 비닐봉지에 그것들을 담아 집으로 돌아오면 세상에서 가장 중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제일 맛있는 것부터 먹을까, 맛없는 것부터 먹을까. 그때마다 난 가장 맛있는 걸 마지막까지 아껴
이 도시의 파란색은 모두 ‘델프트블루’요즘 우리나라 화장품 회사들은 색깔 이름을 참 예쁘게도 짓는다. 얼마 전 매니큐어를 사러 간 곳에서 본 파란색만 해도 한여름 소나기, 파랑새 날갯짓, 철썩철썩 파도, 바람 머무는 깊은 바다, 새벽 2시같이 매력적인 이름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각각의 색을 보면 이름을 왜 그렇게 붙였는지 납득이 갔다. 한여름의 소나기에, 파랑새의 날갯짓에 색이 있다면 왠지 그런 색일 것 같았다.영어권에서도 수많은 파란색에 이름을 붙여 부른다. 인디고블루, 코발트블루, 마린블루, 터키블루 등 블루의
2차 대전 당시 완전히 파괴된 도시 드레스덴과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상징이 된 도시 베를린. 전쟁으로 상처 입은 두 도시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오늘과 다를 내일을 살아간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지만 두 도시를 걸으며 행복했다. 작센주를 통치한 35명 군주가 행렬하는 ‘군주의 행렬’ 벽화 젬퍼오퍼 앞에 자리한 작센 왕 요한Johann의 기마상 젬퍼오퍼 전경 츠빙거 궁전의 정원 브륄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아우구스투스 다리 아침 시간의 프라우엔 교회. 낮에는 이 일대가 관광객들로 가득하다●Dresden드레스덴 구시가를 걷다이른 아침
향기로 추억하는 여행그럴 때가 있다. 거리를 스친 사람의 향기에서 문득 지난 사랑이 떠오르는 순간, 우연히 맡은 비 냄새에서 언젠가 우산을 함께 썼던 사람이 생각나는 순간, 길가 꽃집에서 풍기는 장미향에서 지금 곁에 있는 연인과의 첫 만남이 기억나는 순간….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어느 겨울날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에서 떠올린 어릴 적 고향의 기억으로 장편소설 를 썼다. 출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이 책 이후
서재 결혼식이 필요하다면앤 패디먼Ann Fadiman의 책 에는 그녀가 결혼한 지 5년 만에 시인 남편과 서재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엄청난 독서광이었던 두 사람이 서재를 합치는 일은 전쟁처럼 치열했다.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기준이 서로 너무 달랐고 겹치는 책도 많아 어느 것을 간직하고 어느 것을 버릴 지 결정해야 했는데, 각자의 방식을 한 치도 양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은 ‘결혼해 살면서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데 그때만은 달랐다’는 말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서재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
‘유럽을 걷자’라는 주제로 유럽 트레킹 여행 계획을 세웠다.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뚜르 드 몽블랑TMB을 비롯해 쿵스레덴Kunsleden, 웨스트하이랜드웨이WHW 등 비교적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돌로미티 Dolomites! 사진 속 풍경은 어마어마했고 이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돌로미티에서 행복했던 뚜벅뚜벅 일주일. 트레치매를 향해 가는 101번 도로에서 만난 다정한 중년 부부 돌로미티는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 사이 이탈리아 북동쪽 남티롤
독특한 주거형태로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베로벨로 ●Alberobello풀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머프 마을풀리아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누가 뭐래도 알베로벨로Alberobello다. 알베로벨로는 1996년 유네스코가 마을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독특한 마을이다. 알레로벨로가 유명한 이유는 트룰로Trullo라는 재미난 집 모양 때문이다. 팽이를 뒤집어 놓은 것도 같고 고깔을 덮어 놓은 듯한 생김을 보면 왜 스머프 마을이라는 애칭이 생겼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트룰로 하나만도 특이한데 1,400개가 넘는 트
●Monte Sant’Angelo동굴 예배당에서 평온을…성당의 재발견카스텔 델 몬테에서 더 위로 차를 달리면 풀리아주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몬테 산탄젤로Monte Sant’Angelo가 있다. 북부로 올라가는 차장 밖 풍경은 단조롭다. 바닷물을 수차례 걸러 양질의 소금을 만드는 염전과 머지않아 신의 물방울이 될 포도나무, 올리브가 넉넉하게 펼쳐진다. 바다가 있고 너른 평야가 있으니 과거부터 의식주는 풍요했으리라. 가벼운 상념에서 깨어나면 차는 꼬불꼬불 가파른 언덕을 쉼 없이 올라간다. 굳이 이 험한 비탈길을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이탈리아는 장인의 맵시 나는 부츠를 닮았다. 부츠는 길다. 땅 덩어리가 길쭉하니 남과 북의 풍경도 음식도 서로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탈리아는 중부와 북부에 몰려 있다.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가 그렇다. 남들 다 아는 이들 대도시가 전부인 듯 말한다면 듣는 이탈리아는 섭섭하다. 우리네 남도처럼 이탈리아의 남부에도 또 다른 재미가 가득하다. ‘풀리아’에서 보낸 여름이 아직 그립다. 바리 구시가의 한적한 골목. 발코니에는 이불 빨래가 펄럭이고 아낙들은 집 앞에서 파스타를 만든다 자연 그대로의 이탈리아 모든 길은 로마로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