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삼나무에 둘러싸인 절과 일본의 멋이 담긴 정원, 주상절리를 품은 바다 등 후쿠이는 자연과 동화된 여행지다. 한 곳 들를 때마다 오랜 시간 머물 수밖에 없어 쉼터가 돼 주기도 한다. 일상을 내려놓고 오롯이 휴식으로 여행을 채우고 싶을 때, 이제는 후쿠이가 먼저 떠오른다. ●일본의 향기가 스며들다후쿠이현청의 소재지인 후쿠이(福井)시는 일본 특유의 차분하고 정갈한 감성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또한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도시로, 봄에는 아스와강을 가운데 두고 2.2km의 벚꽃터널이 수많은 사람들을 맞이한다. 일본의 향기를 만
낮과 밤의 화려함, 아침의 일상이 조화를 이룬 천상 여행지 방콕.현지인과 섞여 아침을 해결하고,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경의를 표한다.짜오프라야강에서 일몰을, 314m 초고층 빌딩에서 방콕의 야경을 감상하며 하루를 온전히 방콕스럽게 채웠다. ●가장 먼저 마주한 방콕의 하늘방콕의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방콕을 내 발아래 둘 수 있는, 로맨틱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어떠한 최상급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킹파워 마하나콘(King Power Mahanakhon)은 방콕 도심여행의 진수다. 태국 최고층 빌딩인 이곳은 면세점
싱가포르에서 두 시간을 더 날아서 발리에 도착했다.시끌벅적한 호객꾼 무리 너머로 특유의 공기가 전해져 오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고야 말았다. ●발리에서 생긴 일발리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테라스 너머로 높이 솟은 야자나무와 유난히 푸른 하늘,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그리고 뜨거운 공기가 이를 방증했다.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을 더 날아와 숙소에 도착하는 수고가 있었음에도 피로 누적은 없었다. 발리에 왔으니까.눈을 비비고, 손으로 머리 모양을 대충 잡고는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운지로 향했다. 직원에게 방 번호를
스무 시간의 싱가포르. 말 그대로 ‘맛보기’만 하고 스쳐 지나왔다. 그래서일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난히 생각난다. 촉촉했던 싱가포르의 스무 시간이. ●비 좀 내리면 어때창이국제공항에 되돌아오기까지 약 스무 시간 남짓 남았다. 늦은 밤에 도착해 하룻밤을 숙소에서 보내야 했으니, 사실상 열 시간 정도 남았다고 보는 게 정확했다. 이미 하루가 다 가 버린 게 못내 아쉬웠다. 대신 이튿날, 호텔에서 일찍 체크아웃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비가 쏟아진다. 폭우다. 이렇게 허송세월할 수는 없는 법.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
벵갈루루는 인도가 얼마나 다양한 세계인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벵갈루루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동글동글하게 생긴 글자는 벵갈루루가 포함된 카르나타카주의 공식 언어인 ‘칸나다어’다. 수십 개의 왕조가 각자의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던 인도에서는 통일 왕조라고 부를 만한 시기는 딱히 없었고, 언어가 다른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인도의 공용어는 힌디어와 영어 2가지지만 국가에서 인정하는 공식 언어는 칸나다, 타밀, 우르두, 구자라티 등 22가지다. 여기에 비공식 언어까지 포함하면 200가지가 넘는다. 종교도 마찬가지. 힌두교뿐 아니라 무슬림
인도는 무지개 사탕 같다.각양각색 달달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래서 인도에 갈 때마다 다른 맛을 발견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아메다바드는 인도 8대 도시 중 하나로, 구자라트주의 경제수도다. 도시가 만들어진 시기는 1411년,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술탄 아마드 샤는 당시 사바르마티강 동쪽 둑에 성벽을 쌓고 요새와 사원을 지었는데 아메다바드라는 이름도 이 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무굴제국 시절 이슬람 도시로 번성했던 아메다바드에는 15세기 이슬람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았다. 도시 전체에 힌두교와 이슬람, 자이나교
이만큼 소중한 것분홍색 교회를 지나자마자 코노마(Khonoma)였다. 집들이 옹기종기 발 아래 능선을 따라 이어졌다. 마을이 있는 산을 둘러싸고 다랭이논이 물결의 파장처럼 번지고 있었다. 코노마는 어쩐지 지도에서 찾을 수 없는 선경 같다. 그곳에서 경험한 것들은 모두 귀했고, 그윽했다. 코노마엔 겨우 450여 가구, 2,000여 명이 모여 산다. 걸어서 마을을 빙 둘러 산책해도 겨우 20~30분. 늦가을의 마른 풀이 옷에 달라붙었고, 볏짚을 태우는 구수한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집마다 줄을 세워 꽃을 길렀고, 마당은 방금 쓸어
멋진 궁전을 생각했지만 울창한 밀림이었다.짙은 쌍커풀 대신 외꺼풀의 갸름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밤이 되면 골짜기에 십자가가 빛났다.인도였지만, 인도가 아니었다. 자카마(Zakhama) 마을의 사람들.나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았다.사람들은 공동 우물에서 머리를 감고,나무를 때서 요리하며 산다코노마를 돌보는 사내도비피 인(Dovipie Inn) 네이케돌리 헤카(Neikedolie Hiekha) 사장도비피 인은 이번 인도 여행에서 가장 오지에 있었던 숙소다. 그날, 코노마의 유일한 호텔이었던 도비피 인에는 단 세 명의
겨울에 떠나는 일본 여행에서, 온천을 빼면 왠지 섭섭하다. 그래서 오사카 당일여행지 추천 마지막 코스는 아리마(有馬·Arima)다. 롯코산 아래 자리한 아리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로, 무려 1,300여 년 역사를 자랑한다. 따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지난 시간이 스르르 스쳐 지나간다. 새해에 일어날 재미있는 일을 상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역사적으로 많은 권력자들도 아리마 온천을 즐겼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아리마 온천을 좋아하는 부인과 함께 자주 방문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기자기
오사카에서 고베(神戶·Kobe)로 떠나는 당일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커피와 케이크의 도시 고베. 1868년 서양 문물이 들어온 항구도시 고베는 도시 곳곳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베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가는 지역은 기타노이진칸(北野異人館). 고베 개항 이후 외국인이 살던 집들로, 개화기 일본의 모습을 간직한 건축물이 줄지어 있다. 집이 도심에서 북쪽 언덕에 위치해, 기타노이진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타노이진칸의 중심은 기타노초 광장으로, 관광안내소가 있다.광장 앞에 ‘풍향계의 집’으로 유명한 가자미도리 노야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효고현에 있는 히메지(姫路·Himeji)로 가 보자.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이름난 히메지성이 있기 때문이다. 히메지성은 다른 성과 비교불가다. 17세기 초 일본 성곽 건축을 대표하는 목조건축물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17세기 이전 일본 건축물은 화재로 소실된 것이 많지만.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히메지성에는 보물이 많다. 국보만 해도 8가지다. 망루 27동을 비롯한 문과 벽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입구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
색다르게 오카야마현을 즐기고 싶다면, 구라시키(倉敷·Kurashiki) 미관지구를 추천한다. 에도시대부터 쇼와 초기까지 일본 전통가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역으로, 하얀 벽과 앙증맞은 운하가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을 안겨 준다. 미관지구를 가로지르는 운하에는 고풍스러운 건물의 반영이 담겨 있다. 물이 출렁이면 마음도 덜컹인다. 열 명 남짓 탈 수 있는 나룻배에 몸을 싣고 흔들흔들 뱃놀이를 즐긴다. 뭉쳐 있던 가슴에 틈이 생기고, 옛 사람의 풍류가 스며든다. 운하에 길게 잎을 늘어뜨린 버드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버드나무 아
단 한 번 여행으로 끝나는 여행지가 있고, 다녀온 후에도 눈길이 자꾸 가는 여행지가 있다. 오사카는 후자다. 도시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주변 여행지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여행자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맛과 멋, 마을과 도시, 에도시대부터 21세기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소도시들로 가 보자.오카야마 (岡山·Okayama)오사카에서 떠나는 당일여행, 첫 번째 추천 여행지는 오카야마(岡山·Okayama)다. 오사카에서 신칸센으로 45분이면 닿는 오카야마. 우리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간사이와 규슈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인데다 일본 3대
타이완은 1624년부터 38년간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를 받았고, 이후 약 200여 년 넘게 청 왕조의 통치를 받았다. 그러다 1895년 청일 사이에 시모노세키 조약이 맺어지고 1945년 독립하기까지 50년간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게 된다. 타이완의 과거부터 근현대사까지 톺아 보려면 타이베이 고궁박물원과 중정기념당을 찾아보기를. 그리고 지금의 맨해튼과 같이 변모한 타이베이를 즐기려면 타이베이 101 전망대에 올라 시내를 둘러보자.●중화문화의 보고타이베이 고궁박물원 國立故宮博物院1949년 중국공산당과 내전에 패배한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은
인생이라는 마라톤우우, 쓰, 싼, 얼, 이! 탕! 힘찬 출발 신호와 함께 앞으로 내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숨이 밭아 올랐다. 심장 소리가 귓가를 두드리고, 종아리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 댄다. 지난해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아웃도어 홀릭인 나는 한동안 발이 묶여 답답한 날들을 보냈다. 해가 쨍하고 날씨가 맑으면 기분은 더 우울했다. 병원에 누워 파란 하늘을 창밖으로만 바라보는 게 곤욕이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깁스를 풀었고, 다시 몇 개월이 지나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도 제법 잘 걷게
올리는 순간 ‘좋아요!’를 다다닥 받을 법한 인스타그래머블 감성 마을을 펑후에서 만났다. 얼칸 전통마을(Erkan Historic Village, 二崁聚落保存區)은 타이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전통 고택들이 잘 보전되어 있는 마을로 1890년에서 1910년 사이에 완공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50여 가구가 남아 있는데, 진(Chen, 陳)씨 일가가 백 년 이상 살고 있는 고택으로도 유명하다.마을의 고택들은 건축자재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두 정성이 가득하다. 펑후산 현무암과 산호초 암석을 사용해 돌담을 올렸고, 그 소박한 돌담을 다홍
귓가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 파도 소리 위로 맑은 하늘 품은 바다 빛, 맑은 하늘 품은 바다를 가르는, 바람의 섬 펑후. 아름답다! 펑후Pescadores Islands, 澎湖타이완섬 서부의 타이완 해협에 위치한 펑후는 6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섬은 10개 정도,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바다와 모래사장 그리고 독특한 현무암 지질 경관이 자랑이다. 산호와 현무암을 재료로 축조한 전통 건축물들은 타이완 본섬과는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굴, 게, 인삼과 선인장 아이스크림, 말린 한치, 검은 설탕으로
장화의 거리는 때로 과거의 한국 같고, 오래된 청춘영화의 색 바랜 배경 같으며, 때로는 과거의 일본 같다. 장화를 걷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지난 시절로 회귀한다. 장화 사람들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간마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노스탤지어 장화 ‘짱화’는 정말, 못말려~ 늦은 가을날, 타이완 장화(彰化)에 왔다(현지에서는 모두 ‘짱화’라고 발음한다). 타이완에 처음 온 것도 아닌데 장화는 낯설기만 하다. 이름조차 몰랐던 장화현은 타이중 남쪽에 위치한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차로 두 시간 반쯤 걸렸다.제일 먼저 팔괘산(八卦山) 대불상을
폭폭 찌는 더위 대신 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때. 한국의 가을 날씨와 같은 홍콩의 겨울은 걷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햇살 따스한 한낮엔 자박자박 트레킹을, 밤에는 도심으로 돌아와 항구 쪽으로 향하자. 새해를 맞이하는 홍콩의 야경은 그 어느 때보다 물이 올랐으니.힘들 만하면 선물 같은 풍경드래곤스 백 Dragon’s Back 산등성이의 모양새가 용의 등 같아 이름 붙여진 드래곤스 백은 섹오 피크(Shek O Peak)부터 완참산(Wan Cham Shan)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2004년 이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트랙’으
●올드타운 센트럴타이퀀 TAI KWUN Centre for Heritage and Arts 경찰서도 얼마든지 예술적일 수 있다. 올해 5월 오픈한 ‘신상’ 스폿 타이퀀은 19세기 당시 경찰서, 법원, 감옥으로 쓰이던 건물이었다. 장장 8년간 리노베이션을 거쳐 현대미술과 행위예술, 생활예술 등을 다루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경찰본부 건물, 전시실로 활용한 감옥 등 각각 특색이 다른 건물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현대미술 섹션인 ‘JC 컨템포러리(JC Contemporary)’다. 타원형 무늬가 반복적으로 박힌 독특한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