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아테네에서 정신의 고향을 더듬고미코노스와 델로스의 바닷바람에 마음을 열면산토리니에서는 그저햇살, 바다, 하늘, 하얀 집 그리고 붉은 꽃. 수천년의 기다림, 에레크테이온 신전 사도바울이 복음을 전했던 아레오파고스 언덕 ●아테네 Athens 두 번째 만남이 더 좋은 도시아테네의 역사는 BC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 유적과 보물들 그리고 철학까지…하룻밤 머물면서 다 알려고 하지 말지어다. 아크로폴리스 주변으로 그저 가볍게 산책하자. 두 번째 방문이다. 비행기 안에서 20여 년 전 여름이 떠올랐다. 당시 40일이 넘어가는 여
영화 에서처럼 꽁꽁 언 피오르를 보고 싶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오르가 모여 있다는 피오르노르웨이를 찾아갔다. 협곡 속에 자리한 작은 마을 ‘운드레달Undredal’에서 바라본 송네피오르 겨울 피오르의 감동 플롬Flam겨울 피오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조금 쓸쓸했다. 플롬 산악열차Flamsbana 창밖으로 얼어붙은 폭포와,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이 드문드문 지나갔고 싸락눈이 흩날렸다. 여름엔 이 기찻길 주위로 녹음이 무성하고 꽃이 만발한다고 했다. 여름 같은 생기는 없었지만 겨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봄맞이를 준비하는 3월에도 노르웨이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연중 대부분을 겨울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속을 여행했다. 원래 노르웨이 여행은 여름(6~8월)이 적기랬다. 그때야 비로소 초록 잎이 돋고 꽃이 피어난 피오르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3월에 노르웨이를 찾아갔다. 겨울나라의 진짜 모습은 겨울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북부 노르웨이Northern Norway‘노르웨이’는 ‘북쪽으로 가는 길’이란 뜻이다. 그 길의 끝, 북부 노르웨이로 향했다. 순수의 땅 알타Alta북위 66도33분에 북극선Artic Circle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차들이 라플란드의 도로 위를 질주한다. 성격 급한 운전자는 제한 속도 80km를 넘기며 스노타이어의 위대함을 몸소 보여 준다. 북극선 너머에 자리해 긴 겨울을 나는 라플란드에는 스노타이어처럼 겨울에 최적화된 것들이 많다. 여행자들이 라플란드의 겨울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이유다. 겨울 왕국, 라플란드를 이해하고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5가지 키워드. 칵슬라우타넨의 산타 셀리브레이션 하우스에서 나오는 길 라플란드Lapland는핀란드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 러시아의 콜라반도를 포함한 유럽 최북단을 일컫는 지역이다.
●Zaragoza폭탄을 가지고 있는 대성당바르셀로나에서 서쪽, 마드리드에서 동쪽에 자리한 사라고사Zaragoza로 가는 길목이었다. 차창 밖으로 일렬로 가지런히 서 있는 올리브 나무가 끊임없이 스쳐 지나갔다. 스페인 전역에는 현재 약 6억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쑥쑥 자라고 있단다. 그중 대부분이 남쪽 지방인 안달루시아에 집중되어 있지만 유럽에서 생산되는 올리브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스페인은 대표적인 올리브 생산국이다. 비옥한 토지에서 자라나고 있는 올리브 나무의 건강한 향기를 맡으며 드디어 사라고사에 도착했다. 에브
●Montserrat신비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바위산, 몬세라트희뿌연 새벽안개인지 몽실몽실 내려앉은 옅은 구름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해발 1,200m의 거대한 바위산 몬세라트Montserrat 중턱에는 프란시스코 프랑코Francisco Franco, 1892~1975년의 40년 독재정권 시절, 카탈루냐 사람들이 침묵의 투쟁을 벌였던 베네딕트 수도원이 있다. 독재자의 매서운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지키기 위해 카탈루냐어로 미사를 진행하면서 합창곡을 부르던 애잔함 때문일까. 수도원에는 애달프면서도 굳건한 저항의 기운
당신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언젠가 스페인에서 석 달쯤 눌러 살아 보자고. 당신과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스페인을 나 홀로 먼저 다녀왔다. 그 시간은 달콤한 시에스타siesta를 즐기고 일어나 시원한 샹그리아 와인을 마시며 거리를 산책하는 여유로 가득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많이 그립지 않았다.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다 홀로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홀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일행은 있었다. 커다란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트라팔가 코치 투어. 무려 18개국에서 서른 두 명의 동행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놀라
프랑스 서부의 오래된 성들을 찾아갔다.먼 옛날 그곳에 살았던왕족과 귀족의 흔적을 더듬고수백년 동안 맛을 지켜 온 음식을 탐했다. 1,000개의 성이 세워진 땅루아르Loire루아르강을 따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루아르 지역.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한 프랑스 왕족과 귀족들은 앞 다투어 성을 짓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정원’이자 ‘1,000개 성의 지역’이라 불리는 땅을 찾아갔다. 귀부인들의 손으로 꾸민 성슈농소성Chateau de Chenonceau슈농소성의 주인은 대대로 여성이었다. 앙리2세의 애인이었던 디안느Diane를 시작으로 여
●Nantes 낭트거대 코끼리와의 조우낭트는 브르타뉴주에 속하지 않는 브르타뉴의 도시다. 브르타뉴 공국이 프랑스로 흡수된 뒤 행정구역상 ‘루아르아틀랑티크Loire-Atlantique주’로 분류되었지만 도시 곳곳에 브르타뉴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브르타뉴 대공의 요새이자 거주지였던 ‘브르타뉴공작성Le Chateau des ducs de Bretagne’과 브르타뉴 최대 성당인 ‘생피에르·생폴 대성당La Cathedrale St. Pierre et St. Paul’도 낭트에 있다. 뿌리를 그리워하는 낭트 사람들은 지금도 “브르타뉴주
렌에는 300~600년 된 나무 건물 500여 채가 남아 있고, 그곳에 지금도 사람들이 산다 해질녘 렌Rennes의 어느 거리에서 만난 예쁜 간판 ●Rennes 렌브르타뉴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프랑스 북서쪽 귀퉁이에 ‘브르타뉴Bretagne’라 불리는 지역이 있다. 16세기 이전 약 1,000년 동안 유럽의 강력한 공국(군주가 아닌 공작이 통치하는 소국小國) 중 하나로 존재했던 곳이다. 이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자신을 ‘프랑스 사람’이란 말 대신 ‘브르타뉴 사람’이라고 소개하길 좋아한다. 일부지만 지금도 브르타뉴어로 말하는
●Le Havre 르아브르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유산이 된 사연르아브르의 지도를 보면 흡사 경기도 일산 지도 같다. 격자형 도로와 규칙적으로 배치된 건축물들은 철저한 계획도시의 모습이다. 여느 프랑스 도시들과 달리 현대적인 분위기를 가진 이 도시는 지난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현대적인 도시와 유네스코 유산,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 같지만 여기엔 긴 사연이 있다. “19세기 후반 르아브르는 전 세계의 상인들과 대형 선박으로 붐비는 무역 항구도시였어요.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중 르아브르에 독일군이 숨어 있다는 정
촉촉하고 쫀득한 속살을 맛보다프랑스 서부 기차여행 파리Paris의 매력이 갓 구운 바게트의 바삭한 껍질 같다면 프랑스 서부도시들의 매력은 바게트의 촉촉하고 쫀득한 속살 같다. 기차를 타고 서쪽 해안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도빌Deauville·르아브르Le Havre·렌Rennes·낭트Nantes 그리고 보르도Bordeaux를 오물오물 음미했다.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도빌의 쇼핑거리. 노르망디 전통 양식 건물 안에 각종 명품매장과 부티크숍이 빼곡히 입점해 있다 파리에서 도빌로 향하는 기차 안, 여행자의 시선은 창밖에 머문다. 파스텔 물
●라벤나Ravenna▶in the city단테의 마지막 숨결이 깃들다볼로냐, 파르마 등 에밀리아 로마냐의 주요 도시들이 12~16세기에 문화·종교적인 번성기를 맞이했다면 라벤나는 그보다 훨씬 앞선 4~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비잔틴 문화를 꽃피우고 모자이크 예술을 발전시킨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만 총 8곳이 올랐다. 그중 산 비탈레 성당Basilica di San Vitale과 갈라 플라치디아 영묘Mausoleo di Galla Placidia, 산타 폴리나레 누오보 성당Sant’Apollinare Nuovo은 초
●모데나Modena ▶food origin발사믹 식초의 고향볼로냐에 볼로네제가, 파르마에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와 프로슈토 디 파르마가 있다면 모데나에는 발사믹 식초Balsamic vinegar가 있다. 여기서 발사믹이란 ‘향기가 좋다’는 이탈리아어. 그 뜻만큼이나 향이 좋고, 첫맛은 달콤하되 목 넘김 후에는 신맛이 경쾌하게 남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발사믹 식초’ 하면 여느 이탈리아 식당이나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식재료 중 하나 같지만 만드는 과정을 알고 나면 감히 ‘흔한 식초’라 말할 수 없다. 발사믹 식초는 일단 모데나에서 재
●파르마Parma ▶food origin이탈리아 치즈의 왕,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파르마는 몰라도 파마산 치즈를 모르는 이는 드물 터. 우리가 파마산 치즈라 부르는 것은 사실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로,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생산되는 치즈를 말한다. 자연 방목한 소에서 짜낸 신선한 우유를 응고시켜 틀에 넣고 한 달가량 가염한 후 저장고에서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36개월의 숙성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파르미지아노’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 같은 파르마 지역 생산자들의 장인정신과 엄격한 관리 덕분일까.
미각을 잃고 산 지 어언 36년. 그저 배나 채울 요량으로 라면과 김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던 지난날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아펜니니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포 강변을 따라 비옥한 평야가 펼쳐진 축복받은 땅, 천혜의 자연과 인고의 시간이 빚어낸 음식으로 가득한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볼로냐 시내. 멀리 엔소의 궁Palazzo re Enzo이 보인다 엔초비를 올린 대구살 스테이크 고다치즈와 시금치로 맛을 낸 전채요리 시금치 파스타와 호박을 넣어 만든 라비올리Ravioli 에밀리아 로마냐 Emilia-Romagna이탈리아 중북부에
냉전의 흔적이 베를린을 예술 도시로 회생시킨 것은 필연이었다. 낡고 허물어져 가는 건물은 가난한 아티스트에게 훌륭한 아틀리에가 되었고, 일부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은 세상에서 가장 긴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베를린에서는 어느 곳에 머물러도 도시를 가득 메운 예술의 혼을 느낄 수 있다. 이비스 스타일 베를린 미테의 5층 코너룸에서 내려다본 전경 체크인 데스크 겸 바로 이용되는 로비의 모습 그래피티로 벽면이 가득 채워진 레스토랑 코너룸의 더블베드룸 전경. 세면대는 침실 옆에 만들어져 욕실과 분리되어 있다 로젠탈러 플라츠역 바로 앞에 위치
그때 나는 베를린에 머물러 있는 중이었다. 머무름. 도중에 멈추거나 일시적으로 어떤 곳에 묵는 행위. 여행자에게 ‘머무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많은 도시 중 그곳이 베를린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는 모두 머무른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엽서 베딩, 일상의 회복 자전거 탄 신사가 바람에 흘린 모자를 주워 주고 맥주를 홀짝이던 남자가 보내 온 훈훈한 미소에 답을 해 줄 수 있을 만큼 여백이 있는 일상이 가능한 곳. 베를린은 화려하진 않지만 일상적인 모습이 매력적이고 분위기에 껌뻑 죽지만 요란하지 않은 취향의 여행자들이
왕실에서의 답답한 생활에서 탈출한 앤 공주가 누렸던 자유가 별거겠는가. 여전히 낭만적인 로마의 모든 것, 그리고 감각 있는 숙소면 충분하다. 에디터 트래비 자료제공 에어비엔비 www.airbnb.co.kr 보헤미안 아파트 몬티 로마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의 눈엔 잘 띄지 않는 몬티 지역은 로마 아티스트와 보헤미안들의 아지트다. 개성 있는 작은 부티크들이 즐비하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스타일링이 특징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제 쥬얼리와 액세서리를 찾고 있다면 몬티를 방문하기 바란다. 다양한 색감과 패턴으로 꾸며진 이
이탈리아 마르케 지역을 다녀왔다. 이름은 생소했고, 미리 구해 놓은 정보도 거의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약 30년을 살았다는 한국인 가이드는 “마르케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진짜 휴양지”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 진짜 휴양지에는 풍경 이외에 예술과 음식도 풍성하게 깃들어 있었다. 피아스트라 수도원의 회랑. 기둥 사이마다 붉은색 꽃이 놓여 있다.넉넉한 휴양지 마르케 기행문을 작성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경한 지역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낯선 곳이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이 공존한다. 이번에도 설렘과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