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새로운 호텔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됐다. 일본의 안전 서포트 주식회사로부터 의뢰된 프로젝트로, 한국에서 자연재해나 긴급 상황이 발생할 시 한국에 주재중인 기업인들을 자국으로 안전하게 이송시키기 위한 1차적 피난 장소로서의 호텔을 물색하고 계약을 추진하는 일이었다. 대규모의 그룹보다는 극소수의 일부 주재원들에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텔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출을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호텔과의 교섭에 난항이 예상됐다. 흥미로웠다. 일본기업들은 발생이 불확실한 긴급 상황에 대비해
‘관광이 도시를 죽인다(Tourism Kills the City)’라는 스티커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 주요 도시에 등장했다. 오버투어리즘은 수용 능력을 뛰어넘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주민들의 삶을 침해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합성어다. 몇 년 전 만들어진 신조어지만 굴뚝 없는 산업으로 고용과 수익을 창출한다는 관광산업에 대한 기존의 긍정적 인식을 뒤엎고 관광이 주민들의 일상적이고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공해라는 부정적 인식을 전파하는 대표적인 단어가 되었다. 그만큼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문제
지난달 APAC팀 미팅을 위해 홍콩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하루는 카페에서 호주팀 동료 루크가 플랫화이트를 한번 마셔보라며 추천해주었는데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이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바로 그 커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을 넣지만 카푸치노처럼 위로 볼록하지 않고 평평하기때문에 ‘플랫(flat)’이라고 한다. 또 우유의 양이 라떼보다는 적기때문에 커피맛이 더 진하며 호주에서 처음 만들어져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인기라는 등 루크의 긴 설명을 듣고 있자니 머릿속 한켠에 우습게도 항공사의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미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이제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더 익숙해졌지만, 막상 여행지나 맛집 추천 부탁을 받으면 그때부터 큰 고민이 시작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데다, 우리나라는 할 것도 갈 곳도 맛볼 것도 너무 많은 곳이니까. 특히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이 추천을 부탁할 때는 더 난감해진다. 여행을 통해 경험의 넓이와 깊이를 쌓은 이들을 감동시키기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며칠 전 5박6일 일정으로 서울을 찾은 직장동료이자 학교 후배인 맥스(Max Pomeranc)의 여행을 도와주는 일은 더 힘들
가을바람이 차가워지면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호텔들도 내년도 예산편성에 돌입한다. 호텔을 먹여 살릴 시장 세그먼트(Market Segment)별 상황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2019년 한 해의 목표 매출을 결정 한 뒤에 비로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영업비용을 책정한다. 기업체 시장에서는 얼마의 매출을 올릴 것인지, 여행사를 통한 물량은 얼마의 가격에 몇 객실이나 판매 할 것인지, 영업과 마케팅 담당자들은 벌어들일 매출과 비용을 놓고 다음 한 해를 준비한다. 인건비도 책정해야 하고 마케팅비용도 가늠해야 한다. 미뤄놨던 욕실의 낡은 수도
학교 앞 문방구가 사라졌다. 2007년 1만9,617개(종사자 수 3만2,647명)를 기록했던 문방구로 불리는 문구용품 소매점포는 2015년 1만1,735개(종사자 수 2만1,810명)로 줄었다. 문구용품 소매점포가 매년 1,000개 정도 사라지는 이유는 초중고 학생 인구의 감소로 인한 수요 감소와 대형마트에서 문구류를 저렴하게 팔기 시작하며 시장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2011년부터 시행된 ‘학습준비물지원제도’가 문방구 위기의 결정타가 됐다.학습준비물지원제도는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기본 학용품 및 학
지난 주말 성수동에 다녀왔다. 내 기억과는 달리 지금의 성수동에서는 브루클린이나 포틀랜드 등으로 여행을 갔을때 느꼈을법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공업지역의 낡아 버려지거나 용도를 잃어 방치된 공장들을 철거하는 대신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생시키는 세계적인 트랜드 ‘뉴어버니즘(New Urbanism)’의 중심지가 한국에서는 바로 성수동인 것이다. 내가 찾아간 ‘대림창고’ 역시 겉에서 보면 오래되고 낡은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는, 이름 그대로 어떤 공장의 평범한 창고와 같은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로
골목길이 떴다. 최근 서울 구석구석, 감성이 살아 있는 골목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 방문한 기억나는 맛집은 어느 곳에 있는가? 나지막한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나만 알고 싶은 맛집인가? 혹, 그곳이 연남동이나 성수동 아니면 한남동에 있는 건 아닌가? 그렇다. 한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교통이 불편하고 유동 인구가 적어 침침한 분위기마저 풍기던 골목길이 이제는 핫 플레이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에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작은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강남역이나 명동 같은 시내 중심지
10년도 넘은 일이다. 니케이트렌디(Nikkei Trendy)라는 일본의 경제 잡지가 일본 국내 호텔의 서비스 수준을 점검하기 위해 80개 시티호텔을 이용하고 각 호텔의 평가를 특집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이 특집의 점검항목은 판에 박힌 위생이나 서비스 응대 시간, 친절 등의 항목이 아닌 재미난 10가지 항목이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호텔은 불야성인가?’와 ‘호텔은 밤과 아침,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항목의 측정이었다. 늦은 밤 시간에도 호텔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응대할 대안을 갖추고 있는냐는 의미였다. ‘호
‘맥주와 아기 기저귀’, 월마트는 기저귀 심부름을 나온 남편이 맥주를 함께 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저귀 진열대 옆에 맥주를 진열했다. 그 결과 기저귀와 맥주의 매출이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월마트는 장바구니 분석을 통해 상품 간의 구매 연관성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교차판매(Cross selling)전략을 도입했다. 교차판매는 한 제품과 서비스를 산 고객이 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추가로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으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영업 방식이다. 핸드폰 구매 시 핸드폰을 산 곳에서 가장 유리하
페르시아 왕 샤리아르는 사냥을 나간 사이 흑인 노예와 놀아난 왕비를 발견한다. 그는 실망한 나머지 격분하여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살해했다. 이후 전국의 미인을 한 명씩 불러들여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처형하는 만행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딸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때 용기와 지혜를 겸비한 노 재상의 딸 셰헤라자드가 자진하여 왕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날 밤 그녀는 샤리아르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제안한다. 만약 셰헤라자드의 이야기가 왕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그녀는 날이 밝는 즉시 죽어야만 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대학원 수업 중 들었던 인상적인 이야기중 하나는 외국 항공사들이 다양한 통계 데이터를 전문업체를 통해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한다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항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보이는 신용카드 사용과 관련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 사실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과거 내가 근무했던 항공사의 경우 노선 계획을 위해 주로 참고하던 자료가 경쟁사의 탑승률이나 항공권의 평균 가격 자료처럼 항공산업에 직접적으로 연관성을 갖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해외에서는 기업간 데이터 거래가 이미 왕성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