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참, 너무 그립다.귓가에 맴도는 여행 소리가 더욱 그립게 만든다. 사운드 오브 비 버드늙었나? 요즘 잠이 없다. 유난히 일찍 출근하던 길, 아파트 단지에서 새소리를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허공에 욕을 하며(가끔 사물과도 싸운다) 새똥을 피해 멀찌감치 돌아갔다. 하지만 이날은 문득 방콕의 어느 아침이 떠올랐다. 댓바람 뙤약볕 속 지저귀던 새들의 합창. 분주한 짹짹 소리에 깨어나고, 유난히 뜨겁던 방콕의 그날 하루가 시작됐다.“븅븅~” 페루에서 들었던 벌새(hummingbird) 소리도 기억난다. 헬리콥터처럼 꽃마다 순회하며 뾰족
음식을 만들어 감상하고 먹는 재미.하루를 고스란히 제주식(食)으로 채웠다.●제주식 고기국수 한 그릇고향생각제주도는 다양하고 독특한 향토 음식 문화를 지녔다. 별미만 찾아다녀도 일주일이 훌쩍 지나갈 정도다. 마침 제주였고, 아침을 거른 탓에 허기가 쏜살같이 밀려들던 참이었다. 무얼 먹을까 심히 고민해 본다. 제주도라면 역시 해산물이겠지 싶다가도 너무 안일한 선택이 아닐까 고심한다. 문득 베지근한 고기국수 한 그릇이 떠올랐다. 양도 튼실하고 고기도 많이 얹혔으면 좋겠다.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부근에 위치한 식당 한
신안군에는 무려 1,000개가 넘는 섬들이 있다. 그중에서 비금도, 도초도는 오랫동안 신안의 섬 관광을 주도해 온 절대 강자였다. 신예 섬들이 인프라를 갖추고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요즈음, 문득 두 섬의 묵직한 매력을 찾아 떠나 보고 싶어졌다.●뭐니 뭐니 해도비금도목포항에서 54km 거리에 있는 비금도는 해안선 길이만 약 132km에 이른다. 13개의 마을에서 3,50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규모가 큰 섬이다. 1996년 서남문대교가 개통되면서 도초도와는 같은 생활권이 되었다.비금도 3대 자랑거리비금도 3대 자랑거리를
여행의 해빙기.알프스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을 거슬러 올랐습니다.스위스의 천장에 닿았고비로소 여행과 만났습니다. 글 천소현 사진 강화송 기자
여전히 찰랑이는 봄볕꽃과 새가 어울린 자리광주를 품은 무등산 자락, 의재미술관이 있다. 20세기 남종문인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을 기리고자 건립된 미술관에 꽃과 새가 날아와 앉았다. 꽃에 파묻힌 세상과 보드랍게 매만져진 정물엔 그린 이의 애정이 소복이 쌓여 있다. 사계절 다른 정취를 자아내는 유리 통창 병풍과 계절에 따라 바뀌는 전시는 의재미술관의 모든 계절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미술관 가는 길부터 봄이 내려앉은 그림까지, 아직 저물지 않은 봄길을 거닐 수 있는 전시.의재미술관│6월12일까지, 화~일요일 09:30~17:30(월요일
여행의 해빙기, 스위스로 떠났다.여행의 해빙기, 알프스로 가다해외입국자에 대한 격리 의무 해지 소식은 여행의 해빙이기도 했다. 냉큼 떠난 곳은 스위스 알프스였다. 빼앗겨 본 후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오래 품어 온 여행을 떠나기 가장 좋은 때라는 걸! 웬만한 여행자라면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에서 신라면컵 먹은 이야기쯤은 기본 레퍼토리인데, 이제야 알프스의 봉우리에 시선을 돌렸다. 아이거(Eiger), 묀히(Monch), 융프라우(Jungfrau) 삼총사의 아래로. 사실 ‘오른다’고 하기 좀 민망한 것은, 안
속리산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의 이름이 한남금북정맥이다. 그 산줄기 가운데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것대산이 있다. 청주의 중심을 흐르는 무심천에서 동쪽으로 직선거리 약 5km 지점에 있는 것대산에 옛사람들이 넘던 상봉재, 옛 봉수대 터, 전망 좋은 꼭대기가 있어 여행자들을 반긴다. ●것대산 꼭대기에서 통쾌한 전망을 즐기다백두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금강산을 지나 남쪽으로 이어지다 태백산 부근에서 방향을 틀어 내륙 쪽으로 뻗어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진다. 그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부른다. 충북
봄과 여름 사이, 초록과 노랑으로 가득한 성주에는 우리가 몰랐던 휴식이 있었다. ●목장 캠프닉 팜 0311 성주 하늘 목장 성주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팜 0311 성주 하늘 목장’이다. 주인 여국현 대표가 마중 나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고향인 성주로 돌아온 지 몇 년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주를 방문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방치돼 있던 목장을 3년 전 캠프닉(캠프+피크닉) 장소로 조성했죠.” 버려진 땅은 밀밭과 유채꽃밭으로 변신했고 밭 근처로 예쁜 텐트들이 놓였다.
해외여행 떠나고 싶은 날,영국행 비행기 대신 안국행 지하철을 탄다. 경복궁과 창경궁 사이 전통미 가득한 북촌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공간에 마음이 달뜬다.●안국과 영국 사이 그 어디쯤런던 베이글 뮤지엄요즈음 서울에서 가장 핫한 빵집. 평일에도 ‘오픈런’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 이름이 단번에 말해주듯 런던 분위기로 꾸민 베이글 전문점이다. 마치 영국 런던 어느 골목에서 마주할 법한 가게 외관부터가 눈에 확 들어온다. 분명 북촌 거리인데 런던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외관만이 아니다. 내부는 이국적인 바이브가 더욱 강하다. 영국
한여름에 새빨간 동백꽃이 피어나고, 계단을 내딛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어둠에 잠긴 숲 위로는 커다란 고래가 유유히 떠다닌다. 꿈 이야기냐고? 물론 아니다. 통영에 있는 세 개의 ‘피랑’ 이야기. 아, 피랑은 절벽이나 벼랑을 뜻하는 사투리다. ●첫 번째 피랑, 원조 벽화 마을 동피랑고깃배를 잔뜩 끌어안은 강구안 뒤쪽에 ‘동쪽 벼랑’인 동피랑이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아닐지라도 꽤나 경사진 것을 보니 순간, 또 올라야 하나?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원조이자 여전히 전국 제일의 벽화 마을이 이곳임을. 마
넓게는 울산광역시, 그보다 범위를 좁혀도 울주군에 속한 행정단위상 읍 단위인 언양은 상대적으로 다른 읍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인상이다. 그 인지도에는 언양이라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음식 불고기가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언양 불고기 하나를 목표로 삼고 찾아오는 수가 적지 않다. 그래서 불고기 먹으러 언양에 갔다가 뜻밖의 요새들을 발견하고 언양을 새로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신라에서 조선으로 이어진 견고한 읍성이렇다 할 정보 없이 불고기 맛집 한두 곳을 검색해 언양에 들어섰더라도 이걸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어렵
임순례 감독, 김태리 주연의 영화 의 촬영 장소인 우보면의 ‘혜원의 집’과 산성면의 화본역 일대가 레트로 감성 여행지로 주목받으면서 경상북도 한가운데 위치한 군위가 대구를 비롯하여 구미, 상주, 영천, 포항 등 경북 주요 도시의 근교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군위(614.32㎢)의 면적이 서울(605.2㎢)과 비슷하다. 그 말은 즉 가 볼 만한 곳의 선택지 역시 보다 많다는 뜻. 군위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또 하나의 여행 테마는 ‘사유’다. 자연 속에서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돌담
조금도 허투루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여행의 순간. 쉬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지역+여행’을 키워드로 검색 삼매경에 빠지고 욕심이 가득 묻어나는 일정을 짜기 마련이다. 통영 여행을 앞둔 욕심쟁이 여행자에게 추천하고픈 곳이 있다. 통영 특유의 기운을 담뿍 느끼는 동시에 여행의 피로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그러면서도 포토제닉한 장소를 말이다. ●멍게를 배양하던 곳에서 문화를 배양하는 곳으로카페 배양장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유휴 공간을 활용한 카페들이 속속 문을 열고 상당수가 성업 중에 있지만 기존의 역할과 기능은 사라지고 그 분위기
통영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림 같은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모델 포즈를 취하며 SNS 피드를 풍요롭게 할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푸른 바다 위로 아스라하게 흩뿌려진 섬을 구경하는 것은 기본값이 되어버린 것 같다. 통영이 처음이 아니라면, 조금은 차분히 혹은 보다 깊숙이 통영을 느끼고 싶다면 ‘거장’을 좇아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글과 그림과 음악… 예술혼으로 통영을 그려내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통영이 그리워하는 근현대의 거장들을 곳곳에서 마주하게 될 테니.●박경리의 ‘나의 살던 고향’시작은 의 작가 박경리. 그
고성으로 향했다. 남쪽 바닷가 경남 고성이다. 작정하고 고성 뽀개기 여행이 아니라 인근의 통영 또는 남해 여행길에 더하면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곳들을 소개한다. 그렇다고 콘셉트가 없을까. 오랜 퇴적층에 공룡 발자국이 남아 있는 상족암부터 가야 시대 고분군, 밀물 땐 섬이 되고 썰물 땐 육지와 연결되는 솔섬까지 고성에 가면 겹겹의 시간을 체감할 수 있는 타임리프의 여행이 시작된다. ●가야의 시간이 봉긋이우리나라의 고대 문화가 꽃핀 시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주도했던 삼국시대다. 이 세 나라만큼 기세를 떨치지 못하고 562년 신라에
터무니없는 얘기라고도 한다. 남아 있는 기록이 없어 사실이 아니라고도 한다. 그래도 어쩔꺼냐, 충북 단양군 단성면 충주호 관광선 장회나루 마당에 기생 두향과 퇴계 이황의 조형물과 두 사람의 사랑 얘기가 전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가까운 곳 구담봉에는 토정 이지함 형제와 천재 소년 이산해의 이야기도 내려오고 있다. 구담봉에서 보는 충주호 풍경은 덤이다. ●두향과 이황의 옛 이야기사랑했다. 두향은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을 공경했다. 공경하여 사모했다. 그렇게 사랑했다. 매화를 좋아했다. 매화를 좋아하는 이황을 좋아했다. 훗날, 매화
이제 카페는 여행 계획을 짤 때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는 존재가 됐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카페 ‘좀’ 다니는 춘천 사는 언니가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맘때 춘천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카페를 모아봤다. 멋진 야외 공간과 볼거리를 갖춰 여행지로서도 손색없는 춘천 카페 베스트 5●카페라고 쓰고 꽃밭이라 읽는유기농카페이 카페의 주인공은 단언컨대 꽃이다. 그래서 커피 마시러 가는 카페가 아니라 꽃 보러 가는 카페다. 작은 카페 앞에 드넓은 꽃밭이 펼쳐진다. 튤립을 시작으로 유채꽃, 샤스타데이지, 해바라기
강릉은 지금 전국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 중 하나다. 바다면 바다, 카페면 카페, 거기에 식도락, 아트, 역사 등 여행자를 유혹하고 만족시킬 만한 아이템을 완벽하게 보유했다. 여행 테마가 무궁무진한 강릉에서 요즈음 사랑받는 키워드는 소품숍. 강릉 여행에 소소한 재미를 더할 소품숍들을 소개한다.●강릉에서 파리 여행자 모드르봉마젤강릉인들의 일상이 이어지는 평범한 동네에 평범하지 않은 공간 하나가 눈에 딱 들어온다. 정확한 주소를 모르고 가더라도 화이트 톤의 건물을 보는 순간, ‘아, 저기!’라고 단번에 눈치채게 될 것. 사방이 온통 하얀
답답한 실내 데이트를 벗어나고 싶어지는 계절. 연인과 손잡고 걸으면 좋을 만한 예쁜 야외 공간을 갖춘 경기도 이천의 카페 3곳을 소개한다.●봄날의 완벽한 데이트 코스이진상회밥 먹고 커피 마시고 산책도 하는, 평상의 데이트 루틴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 속 너른 부지에 카페, 레스토랑, 인테리어 소품숍, 정원 등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대표의 부친이 1960년 창업한 이진상회에서 이름을 따왔다. 메인 스폿인 카페에는 제주도 인기 빵집으로 꼽히는 메종드쁘띠푸르가 입점해 있다. 카페에 들어서면 채광 좋은 자리에
일상의 반복이 지겨워져 여행을 떠난다지만, 도착 즉시 다시 그곳의 루틴이 시작된다. 조식부터 그렇다. 조식당 가는 길늘 그렇듯 여행의 하루는 호텔 조식으로 시작한다. 여차하면 조식 뷔페 마감으로 손가락만 빨게 된다. 그래서 꼭 알람을 맞추고 잔다. 시차 적응에 실패하면 몸이 말려 놓은 시래기 같아진다. 하지만 아침식사에 대한 열망은 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보통 둘째 날부터 ‘호텔 조식 룩’이 사라진다. 나가 보면 다들 그렇다. 양말을 아끼느라 맨발로 슬리퍼를 질질 끌고 식당으로 향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아침에 타는 엘리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