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긴 여행에서 백령도는 첫 섬이었다. 낯설고 두려웠다. 실수와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서 더 다시 가고 싶은 것을 보면, 섬은 좋은 사람과 같다. 올근볼근하면서도 늘 애틋하고 가끔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다시 백령도로여객선 예매사이트인 ‘가보고싶은섬’의 서해 5도에 대한 50% 여객운임 지원프로그램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예년 같으면 진즉에 예산 소진으로 혜택을 받기 어려웠을 테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10월 하순 백령도행 여객선은 빈자리가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좌석표의 번호를 무시하고 2층 객실 뒤편으로 가서 자리
숨 가쁜 걸음으로 나아가기에 바빴다면,잠시 멈춰 깊게 숨을 쉬어 보자.서울 도심 곳곳 퍼져 있는 한적한 숲을 모았다.넉넉한 나무 그늘은 덤이다.●머리 위에 드리운 초록안산자락길 메타세쿼이아 숲길#메타세쿼이아 #힐링 #도심속숲길 #초록 #무장애숲길‘도심 속 숲’이라는 개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도심에서 쉽게 닿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숲이 제대로 울창하다는 점에서 안산자락길이 그렇다. 독립문역 등 안산자락길에 오를 수 있는 길은 다양하지만 그중 메타세쿼이아 숲길로 곧장 진입하려면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근처에서 출발하는 편이 유리
구불구불 자라는 왕버드나무처럼, 군산 호수의 지난 운명도 평탄치 않았다. 45년의 봉인을 풀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원시림과 습지를 살피기 위해 오늘도 구불길에 동행하는 이들이 있다. 군산 호수 에코라운드 군산 호수와 청암산에는 총 18개의 습지군락과 산림군락이 있다. 수변로(13.8km), 청암산 등산로(8km), 구불4길(7.18km) 등 트레킹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다. 총 486종의 습지 식생 및 야생 동물이 서식하는 지역이니, 상세하게 설명해 줄 에코 매니저와 함께 걸으면 더 풍요롭다. 주소: 전라북도 군산시 옥산면 옥산리
물이 길게 흐르는 장수(長水). 그 물의 뿌리를 찾아 은어처럼 거슬러 올라갔다.금강의 시발점인 뜬봉샘과 수분마을. 물의 운명이 나뉘는 곳이다. 은어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금강을 거슬러 올라간 이들이 도착한 곳은 장수 신무산(神舞山, 해발 897m) 8부 능선의 뜬봉샘이었다. 1,000리 금강이 이곳에서 발원한다. 이 물을 처음 맞이하는 물뿌랭이 마을이 장수군 장수읍 수분(水分)마을이다. 지대가 높아지고 길이 좁아졌다. 장수읍을 출발해 남쪽으로 수분재를 넘는 도로 양쪽에 통째로 잘 여문
“살 빠져서 가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조건 없이 푹 쉬고, 양껏 먹고, 한껏 즐기시라는 마을 사람들의 말. 그 유쾌한 명령에 9팀의 가족들은 흔쾌히 순응했다. 더하고 뺄 것 없이 편안한 꿈희망여행이었다.●차조가 필 무렵 길가에 꽃 대신 차조가 피었다. 샛노란 빛깔의 차조가 알알이 맺혀 있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익었다’ 대신 ‘피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가평 아홉마지기마을에서는 길에서 들풀보다 차조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마을의 자랑이자 대표 특산품인 차조는 지금의 마을을 있게 해 준 귀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탄다, 가을을. 그래서 오갈 데 없는 괴괴한 마음을 찰떡처럼 알아주는 그곳. 때마침 단풍도 절정이라지 않나. ●홰나무와 산 국내엔 꽤 다채로운 지명이 있다. 어감이며 뜻이 각각 그럴싸하다. 영광이니 진주, 영양은 뭔가 긍정적 단어를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바다 여수(麗水)에, 빛이 올라오는 양양(襄陽), 기린 발굽을 닮았다는 인제(麟蹄) 등도 뜻이 상서롭다. 그런데 괴산(槐山)이라니. 덜덜덜. 뜻은 홰나무 산. 어쩐지 듣기에 터프한 이름이다. 인근의 옥천(沃川), 청주(淸州), 단양(丹陽) 등도 꽤 점잖은 이름이다. 국내 시군 명 중
어디를 둘러보아도 끝이 없다. 넘실대는 황금빛 파도를 눈대중으로 넘는다. 이다지도 광활하니 마음이 둥실둥실 높이 날 수밖에. 맞닿은 경계를 가늠하는 일은 따뜻하니 아득했다. ●하늘을 가르는 바람의 이름은 사랑한낮의 푸른 들판을 생각한다. 내 유년기의 기억은 바람결에 묻어나는 까칠한 풀 내음. 김제로 가는 기차 안에서 어린 날의 촉촉한 감각들을 상상했다. 김제역에서 벽골제마을까지는 차로 10분. 마을 어귀에 내리자 꿈희망여행의 특별한 시골 밥상이 한 상 가득 맞이한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마을 주민이 정성껏 차려 낸 한 끼다. 나물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섬 이름 죽도, 유인도만 따져도 9개나 된다. 그중 대나무 죽(竹) 자를 쓰지 않는 섬은 하나도 없다. 죽도란 이름 앞에 지역 명칭을 붙이는 이유도 각각을 구별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홍성 죽도다. ●낚시를 못 해도 괜찮아죽도행 여객선은 대하축제로 유명한 홍성 남당항 우측, 길게 뻗은 방파제 끝에서 출발한다. 평일인데도 주차장은 차 한 대 세울 공간이 없을 만큼 빼곡했다. 대부분 낚시꾼들이 타고 온 차량이었다. 그중 일부는 차박을 작정했는지 인도까지 캠핑장비를 내놓고 있었다. 주차장 몇 바퀴를 배회하다 승선장
서울의 지하에는 지하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 문화, 예술, 자연들이 땅속 깊이 심어지고 있다. 서울의 땅 아래, 싹트고 있는 미래의 씨앗을 찾았다.●지하철에서 만나는 갤러리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 #지하철갤러리 #정원이_있는_미술관 #미술관_같은_지하철 #아트투어 #녹사평역지하철에서 내렸을 뿐인데 숲을 만났다. 2019년 3월,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6호선, 녹사평역이 새롭게 태어났다. 녹사평역 지하 5개 층 전체에 걸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일상의 최전선에 있는 공간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겸
흥겹게 발을 뗀다. 출발점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지난 2002년 뜨거웠던 열기를 잠시나마 기억해 본다. 그리고 걸음은 이내 차분해진다. 월드컵경기장 바로 옆쪽에 난 매봉산 자락길을 따르는 것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흙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전망대에 닿는다. 산에서 내려오면 한국 방송의 메카, 상암동이다. 주요 방송국들이 모인 첨단도시를 찬찬히 둘러보자. 독특한 건축물, 갤러리, 체험 공간까지. 몰라서 몰랐던, 알고 보면 즐거운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매봉 상암길Maebong
산책이 필요한 날, 성미산에 오른다. 마포 성산동 지명의 유래가 된 성미산(성산)은 해발 66m 높이로 나지막해 가볍게 오르내리기에 딱 적당하다. 성산근린공원에서 잠시 쉬었다가 내려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즐길 거리를 찾을 차례. 편안한 분위기의 아담한 카페, 서울의 3대 빵집이라 불리는 유명 빵집, 특색 있는 서점 등 성산 주변에는 소소한 재미들이 꽤 포진해 있다. 화려한 랜드마크보다는 나만의 아지트를 소중히 여기고, 한적한 골목길에서도 의미를 찾을 줄 아는. 그런 당신에게 성미산 동네길이 답이다.▶성미산 동네길Seongmisa
서해안의 파란 바다만 떠오르던 태안. 이곳엔 초록빛 농촌마을도 자리하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과 변화하는 세상에서도 옛 전통의 고운 면만 간직하고 있더라. 매화둠벙마을에서 텀벙텀벙 시원하게 놀았다.●서해안의 곱디고운 농촌마을 ‘태안’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파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서해안 바다와 푸른 하늘이 조화를 이룬 풍경을 보러 온 수많은 여행자들의 모습도 그려진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태안 곳곳에 다양한 명소가 숨어 있으며, 매화둠벙마을도 그중 하나다. 이 마을을 다녀온 후로는 태안의 초록빛도 깊이 간직하게 됐다.
2020년 초 고흥과 여수 사이에 4개 다리가 개통되면서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는 양방향에서 차량으로 오갈 수 있는 섬이 되었다. 섬에 다리가 놓이면 많은 것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의 섬을 기억하는 일, 누구의 몫일까? ●밧줄의 미학적금도적금도는 2016년 팔영대교 개통으로 고흥반도와 연륙된 최초의 여수 섬이다. 적금도란 이름은 ‘금을 쌓아둔 섬’이라는 뜻이다. 오래전부터 금맥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일제 강점기부터 수차례 채광을 시도했지만 성공한 예는 없었다고. 적금도는 외형적으로는 평범한 어촌마을
10월이다. 여름을 보내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가을이다. 여름을 배웅하러 동해로 갔다. 그곳에서 가을을 만났다.●여름이 그립다면양양더 늦기 전에, 해담마을1,183m 높이의 조봉 아래로 맑은 계곡이 흐르는 곳. 첩첩산중에 해를 담은 마을이 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서부터 더는 첩첩산중이라 할 순 없지만, 덕분에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강원도 산골 마을이 생긴 셈이다.여름엔 방갈로와 캠핑이 인기고, 펜션이 있어 가을 이후에도 숙박할 수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휴양하는 것도 좋지만, 해담마을이 매력적인 이유는 페인
과거 보러 한양 가는 길에 이 마을에서 새 신을 갈아 신곤 했다는 옛 선비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맨발이어도 좋을 만큼 맑고 청정하다. 이쯤에서 신을 벗고 쉬어 가도 좋으리. ●신을 벗으시오! 경천 싱그랭이 에코빌마을의 시작을 알려 주는 장승과 솟대를 지나 이제 싱그랭이 마을에 도착했음을 알려 주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 싱그랭이 마을을 500년 동안 보호해 온 느티나무다. 동네에서 가장 큰 그늘을 찾아 모인 아주머니들이 멸치 대가리를 톡톡 따 내며 흉금을 털어 내고 있었다. 원님도 쉬어 갔다는 야외 쉼터를 중심으로 ㄷ자 대형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따라 안동을 여행하니, 예스러움과 고즈넉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퇴계처럼 기품 있고 간결하니도산서원조선시대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선비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안동에서 태어났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도산서원으로 향한다. 조선 선조 7년(1574년)에 건립된 서원으로,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시고 후손과 제자들이 제를 올리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지금도 퇴계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간결하고 검소했던 퇴계 선생의 성품을 본뜬 듯 소박하지만 올곧은 기품이 도산서원에 가득
실내 여행지라고 얕봤다면지금이야말로 겸허해질 때다. ●언덕 위의 화려한 월드‘강릉 지역 날씨’. 여행 전날, 이 문구는 네모난 검색창 위로 수도 없이 입력됐다. 우산을 챙길까, 부채를 챙길까. 영동북부지방의 연평균 강수량은 1,400mm. 서해안의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타 지역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애매한 강수확률에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결단이 내려졌다. 실내를 공략하자. 무더위와 강추위, 태풍과 폭설에도 끄덕 없는 무적의 여행지, 그 첫 시작은 언덕에서부터였다. 굽이굽이 많이도 올랐다. 택시기사가 멈춰선 언덕에는 거대한 직사각
만물의 관성은 시간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목포가 달라졌다. ●목포는 낭만항구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목포에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연고지도 아닌 목포에 말 못할 사연이라도 묻어둔 걸까? 아니다. 그저 목포를 애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갖게 된 애타는 마음이다. 목포는 1897년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항구도시다. 자주적으로 개항한 항구도시이자 지리적, 군사적 요충지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4대 항구도시 중 하나임에도 목포의 인구는 약 22만명. 부산(340만명)이나 인천(294만명) 등 다른 항구도시에
예스러움과 모던함을 맛있게 비볐다.혀끝에서 전주의 멋과 맛이 달콤하게 맴돌았다. ●전통과 신념, 소중함을 지킨다는 건눈길마다 한국이 묻어난다. 한옥의 유려한 처마 곡선 아래 한복을 입은 연인들이 거닌다. 전주 한옥마을은 ‘우리 것’에 대한 전주인들의 사랑과 이를 지키기 위한 투쟁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상인들이 전주에 대거 거주하며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이에 반발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고.한옥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옷을 갈아입어볼까? 곳곳에서 전통 한복부터 개화기 의상
한 번의 여행으론 아쉬움이 남는 여행지가 부산이다.과거와 현재, 그리고 조화를 이룬 곳들이 수두룩하니까.계속해서 새로워지는 이 도시의 다음 모습도 궁금하다. ●하늘에서 한 번, 땅에서 한 번부산은 도시와 자연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곳이다. 덕분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꼭 가고 싶은 희망 여행지’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도시다. 테마도 다양하다. 미식, 자연, 역사, 액티비티 등 우리가 여행을 통해 즐기고 싶은 대부분이 이곳에서 가능하다. 게다가 자갈치 시장, 남포동 등 오래된 공간과 해운대 센텀시티, 럭셔리 호텔 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