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완전히 파괴된 도시 드레스덴과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상징이 된 도시 베를린. 전쟁으로 상처 입은 두 도시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오늘과 다를 내일을 살아간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지만 두 도시를 걸으며 행복했다. 작센주를 통치한 35명 군주가 행렬하는 ‘군주의 행렬’ 벽화 젬퍼오퍼 앞에 자리한 작센 왕 요한Johann의 기마상 젬퍼오퍼 전경 츠빙거 궁전의 정원 브륄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아우구스투스 다리 아침 시간의 프라우엔 교회. 낮에는 이 일대가 관광객들로 가득하다●Dresden드레스덴 구시가를 걷다이른 아침
향기로 추억하는 여행그럴 때가 있다. 거리를 스친 사람의 향기에서 문득 지난 사랑이 떠오르는 순간, 우연히 맡은 비 냄새에서 언젠가 우산을 함께 썼던 사람이 생각나는 순간, 길가 꽃집에서 풍기는 장미향에서 지금 곁에 있는 연인과의 첫 만남이 기억나는 순간….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어느 겨울날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에서 떠올린 어릴 적 고향의 기억으로 장편소설 를 썼다. 출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이 책 이후
서재 결혼식이 필요하다면앤 패디먼Ann Fadiman의 책 에는 그녀가 결혼한 지 5년 만에 시인 남편과 서재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엄청난 독서광이었던 두 사람이 서재를 합치는 일은 전쟁처럼 치열했다.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기준이 서로 너무 달랐고 겹치는 책도 많아 어느 것을 간직하고 어느 것을 버릴 지 결정해야 했는데, 각자의 방식을 한 치도 양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은 ‘결혼해 살면서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데 그때만은 달랐다’는 말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서재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
‘유럽을 걷자’라는 주제로 유럽 트레킹 여행 계획을 세웠다.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뚜르 드 몽블랑TMB을 비롯해 쿵스레덴Kunsleden, 웨스트하이랜드웨이WHW 등 비교적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돌로미티 Dolomites! 사진 속 풍경은 어마어마했고 이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돌로미티에서 행복했던 뚜벅뚜벅 일주일. 트레치매를 향해 가는 101번 도로에서 만난 다정한 중년 부부 돌로미티는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 사이 이탈리아 북동쪽 남티롤
독특한 주거형태로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베로벨로 ●Alberobello풀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머프 마을풀리아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누가 뭐래도 알베로벨로Alberobello다. 알베로벨로는 1996년 유네스코가 마을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독특한 마을이다. 알레로벨로가 유명한 이유는 트룰로Trullo라는 재미난 집 모양 때문이다. 팽이를 뒤집어 놓은 것도 같고 고깔을 덮어 놓은 듯한 생김을 보면 왜 스머프 마을이라는 애칭이 생겼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트룰로 하나만도 특이한데 1,400개가 넘는 트
●Monte Sant’Angelo동굴 예배당에서 평온을…성당의 재발견카스텔 델 몬테에서 더 위로 차를 달리면 풀리아주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몬테 산탄젤로Monte Sant’Angelo가 있다. 북부로 올라가는 차장 밖 풍경은 단조롭다. 바닷물을 수차례 걸러 양질의 소금을 만드는 염전과 머지않아 신의 물방울이 될 포도나무, 올리브가 넉넉하게 펼쳐진다. 바다가 있고 너른 평야가 있으니 과거부터 의식주는 풍요했으리라. 가벼운 상념에서 깨어나면 차는 꼬불꼬불 가파른 언덕을 쉼 없이 올라간다. 굳이 이 험한 비탈길을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이탈리아는 장인의 맵시 나는 부츠를 닮았다. 부츠는 길다. 땅 덩어리가 길쭉하니 남과 북의 풍경도 음식도 서로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탈리아는 중부와 북부에 몰려 있다.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가 그렇다. 남들 다 아는 이들 대도시가 전부인 듯 말한다면 듣는 이탈리아는 섭섭하다. 우리네 남도처럼 이탈리아의 남부에도 또 다른 재미가 가득하다. ‘풀리아’에서 보낸 여름이 아직 그립다. 바리 구시가의 한적한 골목. 발코니에는 이불 빨래가 펄럭이고 아낙들은 집 앞에서 파스타를 만든다 자연 그대로의 이탈리아 모든 길은 로마로 통
●금과 은으로 만든 영광의 도시들 Mining Cities of Slovakia유서 깊은 채광 도시들 슬로바키아에는 금의 도시, 은의 도시, 동의 도시가 있다. 중부의 험한 화산 암반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크렘니차Kremnica에서는 금이, 반스카 스티아브니차Banská Štiavnica에서는 은이, 반스카 비스트리차Banska Bystrica에서는 동이 채광되었던 것. 물론 수백년 전의 일이니 자원은 고갈되었지만 부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 형형하게 살아 있다. 반스카 비스트리차의 시계탑에서 내려다본 풍경 산 비탈 위에 세워진 도시
●낡은 성들의 유혹 Castles & Chateaux 캐슬과 샤또 슬로바키아는 숱한 전쟁의 무대였다. 헝가리와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는 동안 몽골 타타르족과 투르크족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음을, 슬로바키아의 남은 성들이 증명하고 있다. 성의 파괴가 적에 의해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세금이나 관리비를 부담할 수 없어서 성주가 일부러 불을 놓 는 경우도 있었고, 세월이라는 파괴자의 위력도 대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슬로바키아에는 100 여 개의 성과 2,100여 개의 대저택들이 남아 있다. 차에서 졸다가 깰 때마다 새로운
SLOVAKIA A Window to Central Europe 확실히 이 여행은 ‘내가 알던 유럽’ 밖으로의 행군이었다. 멀고 낯설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슬로바키아가 실은‘유럽의 중심’이었다니! 내가 알고 있던 유럽은 얼마나 작았던 걸까. 슬로바키아는 몰랐던 유럽으로 통하는 작은 창문이었다. 트렌친 성 입구에서 내려다본 트렌친 시내 전경. 로마제국의 국경도시로 숱한 전투의 무대가 됐었지만 지 금은 더 없이 평화로운 모습이다 유럽의 중심, 슬로바키아슬로바키아의 인구는 540여 만명으로 핀란드, 덴마크와 비슷한 숫자다. 참고로
‘흥’을 아는 당신이라면만약 ‘흥이 넘치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오겠다고 하면 나는 그를 인사동이나 N서울타워 전망대에는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 우선 대낮부터 이태원의 세련된 막걸리 주점에서 ‘찐하게’ 한잔 걸치고 기분 좋게 거리를 노닐다가, 해가 뉘엿뉘엿할 때쯤 경리단의 루프톱바를 찾아가 일몰과 야경을 감상하고, 이름난 클럽과 복작복작한 소주 집을 번갈아 순회하며 잠들지 않는 서울의 밤을 경험하게 해 줄 것이다.그 친구가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싶다고 하면, 제주행 비행기를 탈 것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