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따라 안동을 여행하니, 예스러움과 고즈넉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퇴계처럼 기품 있고 간결하니도산서원조선시대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선비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안동에서 태어났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도산서원으로 향한다. 조선 선조 7년(1574년)에 건립된 서원으로,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시고 후손과 제자들이 제를 올리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지금도 퇴계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간결하고 검소했던 퇴계 선생의 성품을 본뜬 듯 소박하지만 올곧은 기품이 도산서원에 가득
실내 여행지라고 얕봤다면지금이야말로 겸허해질 때다. ●언덕 위의 화려한 월드‘강릉 지역 날씨’. 여행 전날, 이 문구는 네모난 검색창 위로 수도 없이 입력됐다. 우산을 챙길까, 부채를 챙길까. 영동북부지방의 연평균 강수량은 1,400mm. 서해안의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타 지역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애매한 강수확률에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결단이 내려졌다. 실내를 공략하자. 무더위와 강추위, 태풍과 폭설에도 끄덕 없는 무적의 여행지, 그 첫 시작은 언덕에서부터였다. 굽이굽이 많이도 올랐다. 택시기사가 멈춰선 언덕에는 거대한 직사각
만물의 관성은 시간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목포가 달라졌다. ●목포는 낭만항구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목포에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연고지도 아닌 목포에 말 못할 사연이라도 묻어둔 걸까? 아니다. 그저 목포를 애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갖게 된 애타는 마음이다. 목포는 1897년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항구도시다. 자주적으로 개항한 항구도시이자 지리적, 군사적 요충지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4대 항구도시 중 하나임에도 목포의 인구는 약 22만명. 부산(340만명)이나 인천(294만명) 등 다른 항구도시에
예스러움과 모던함을 맛있게 비볐다.혀끝에서 전주의 멋과 맛이 달콤하게 맴돌았다. ●전통과 신념, 소중함을 지킨다는 건눈길마다 한국이 묻어난다. 한옥의 유려한 처마 곡선 아래 한복을 입은 연인들이 거닌다. 전주 한옥마을은 ‘우리 것’에 대한 전주인들의 사랑과 이를 지키기 위한 투쟁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상인들이 전주에 대거 거주하며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이에 반발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고.한옥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옷을 갈아입어볼까? 곳곳에서 전통 한복부터 개화기 의상
한 번의 여행으론 아쉬움이 남는 여행지가 부산이다.과거와 현재, 그리고 조화를 이룬 곳들이 수두룩하니까.계속해서 새로워지는 이 도시의 다음 모습도 궁금하다. ●하늘에서 한 번, 땅에서 한 번부산은 도시와 자연 모두를 경험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곳이다. 덕분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꼭 가고 싶은 희망 여행지’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도시다. 테마도 다양하다. 미식, 자연, 역사, 액티비티 등 우리가 여행을 통해 즐기고 싶은 대부분이 이곳에서 가능하다. 게다가 자갈치 시장, 남포동 등 오래된 공간과 해운대 센텀시티, 럭셔리 호텔 등의
옛 번영의 기억을 가늠해 본다. 조선시대 당시 지금의 마포, 공덕 부근에 존재했던 마포나루의 날들을. 한강의 대표적인 나루였던 마포나루는 늘 전국에서 드나드는 배들로 붐비곤 했다. 지금은 영락없이 현대적인 모습이지만, 옛 흔적이 일대 곳곳에 남아 있다.상인들이 구워 먹던 갈비의 전통을 잇는 갈비집들, 뱃사람들의 무사를 기원하며 지어진 사찰, 마포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역사 속 인물들까지. 걷는 속도에 맞춰 찬찬히 역사를 떠올려 본다. 얽힌 사연만큼이나 풍성한 게 또 있으니, 먹거리다. 갈매기 골목과 족발 골목, 전 골목 등이 포진해
동네 마당에서 새 소리를 듣고 길고양이와 알 수 없는 밀당을 하며 물 좋은 계곡에서 꾸밈없는 시간을 보냈다. 대단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귀한, 그것은 유독 가족의 특성이기도 했다.●순천의 순한 기운기분 탓일까. 순천에 가까워질수록 한결 온순해지는 것 같다. 언젠가 순천에 다녀온 누군가가 ‘순하다’고 말했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곤두서 있던 날도 뾰족했던 성미도 조금은 잠잠해지고 있었다. 순천역에 도착해서도 목적지까지는 차로 40분을 더 가야 했다. 꽤 굽이진 도로가 이어졌고 창문 사이로 드는 뙤약볕이 팔뚝 아래 마
주제가 담기면 늘 걷던 걸음도 달라진다.자연이, 역사가 살아 숨 쉰다.개천 따라 한강길Bulgwangcheon & Hongjecheon Stream추천코스│디지털미디어시티역 3번 출구-불광천-홍제천 합류부-한강 합류부 & 홍제천교-홍제천 합류부-홍제천-가좌역 1번 출구길이│약 6.7km 소요시간│ 2시간 꼭 어떤 목적이 있을 필요는 없다. 물길을 따라 걷는 산책은 이미 근사하니까. 서울을 가로질러 흐르는 불광천과 홍제천을 걸어 보자. 그중에서도 마포구 구간은 한강을 품고 있으니 개천과 강을 동시에 산책할 수 있는 셈이다. 자칫 지루
더 많이, 더 알차게 꾸역꾸역 밀어 넣던 시대는 지나갔지만 덜 나가고, 덜 만나는 시대의 사람들은 다시 길을 떠난다. 어쨌거나 언택트. 덜 알려지고 덜 부대끼는 곳, 건강한 여행지를 찾아.* 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제목이다.이 시대의 여행지라면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 빼어난 경관의 느린 호수길, 형형색색의 음악분수로 작년 봄부터 점점 이름을 알리던 예산은 정부, 한국관광공사, 광역단체 합동 심사에서 ‘숨은 여행지 6선’, ‘야경관광지 100선’, ‘언택트 여행지 100선’에 꼽혀 모두가 조심하는 시대 새로운 여행
이번 여행이 더 특별했던 것은 코로나 영웅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임관 후 바로 대구에 가서 봉사했던 국군 간호장교와 그 가족들을 맞이한 ‘재미난 쉼터’는 제주 가시리마을과 신풍리마을이었다. ●장맛비가 미워요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멍아방잔치마을’의 식당에서 점심을 준비하는 신풍리 주민들의 손놀림은 분주했지만, 그들의 귀와 시선은 운동장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드디어 코로나 영웅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고 주민들은 밖으로 뛰어나가 박수로 환영했다. 점심 메뉴는 고사리나물, 죽순나물, 더덕무침과 성게
청산(靑山)이라는 이름이 전혀 버겁지 않다. 이곳저곳이 실로 푸른 섬이다. 다섯 번째 청산도 여행에서는 그 푸름에 조금 물들었다. 느긋하고 풋풋해졌다. “오늘은 배가 안 뜬다네요.” 완도 민박집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녀의 표정에 걱정이 없는 것은 하루 더 묵어갈 손님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섬으로 갈 때 일기예보를 보지 않은 지도 꽤 되었다. 미리 살피고 대처하던 여행이 언제부터 이리 느슨해진 걸까? 대중교통에 의지했던 여정이 차를 운전하고 다닌 후부터 많이 달라졌다. 계획대로 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어지고 시간에 대한 개념
캠핑이, 차박이 유행이다. 그걸 증명하듯 주말 대구 금호강변의 캠핑장에는 알록알록한 텐트와 캠핑카가 여름의 무늬를 수놓고 있었다.●새삼, 대구를 여행할 이유 캠핑 친구들이 있다. 찬밥도 나눠 먹고, 은하수 이불 아래 노숙도 같이 한 식구들이다. 주로 오지로, 섬으로 떠나기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도시, 그것도 대구였다. 한동안 여행지 목록에서 소외되었던 대구를 여행한다는 것은, 반쯤 여행에 미쳐 있거나 여행업에 생을 걸고 있는 우리에게 적잖이 선언적인 선택이었다. ‘어쨌든 여행을 계속되어야 한다’는 선언 말이다. 대구가
아이에게 좋은 것만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아직 배 속에 있는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초보 부모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안겨 줄 여행지를 한데 모았다. ●경이로운 생명 탄생의 장소 삼성혈#한라생태숲 #연리목 #양치식물원 #한라산전망 #제주도생태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신화 중 하나가 삼신인(三神人) 신화이다. 신화에 따르면 탐라(제주도의 옛 지명)에 아직 사람이 살고 있지 않던 시기, 신성한 한라산의 기운이 내린 곳에 삼신인이 땅에서 솟아났다고 한다. 전설적인 신화의 흔적이 삼성혈(三姓穴)에 남아 있다. 제주 구도심에 위
안방에서 전 세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 오스카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이를 두고 “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흐름을 타고, 한국의 콘텐츠 역시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류 드라마 속 서울을 찾았다.●뉴트로 감성해방촌 콤콤 오락실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뉴트로(New+Retro)가 대세다. 신흥시장 골목 안, 자그맣게 자리한 ‘콤콤 오락실’은 뉴트로의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드르륵’ 문을 열고 오락실로 들어서면 테트리스를 시작으로 슈퍼마리오,
1960년대, 서울시의 인구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는 전부 서울월드컵경기장 옆, 난지도에 매립되었다. 그렇게 무려 15년이 흘렀고 마침내 난지도에는 95m에 달하는 쓰레기 산 2개가 생겨났다. 악취와 침출수는 땅을 죽여 갔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1993년, 난지도에 쓰레기 반입이 중단된다. 생태 안정화 작업이 시작되었고 2002년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월드컵은 노력이란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난지도의 완벽한 청소를 목표로 잡았던 해가 바로 지금, 2020년이다. 2020년, 아마도 이번 여름 가장
자연과 역사, 정겨운 동네 풍경까지. 망원동으로 향하는 길은 늘 알차다. 시작은 자연스럽게, 망원한강공원에서 출발해 보자. 말 그대로 ‘초록’한 망원초록길과 조선시대 명승지였던 망원정, 서울 최초의 함상테마파크인 서울함공원까지 멀지 않은 걸음으로 둘러볼 수 있다. 한강을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아기자기한 골목길 코스가 등장한다. 망원동 구석구석에 숨은 작은 소품 가게와 카페, 식당들을 찾아 아지트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늦은 오후, 어김없이 찾아온 허기는 망원시장에서 달래 보는 게 어떨지. 망원동 산책에서 지루할 틈이 없다.망원 한
제주 여행 마지막 날. 아쉬움을 달래 줄 마지막 목적지로 숲은 어떨까? 공항까지 30여 분 거리에 있는 제주시의 숲길 다섯 곳을 소개한다. ●자박자박 호젓한 산책길한라수목원#한라수목원 #자연생태체험학습관 #난전시실 #한란 #죽림원호젓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한라수목원을 추천한다. 혼자여도, 연인이나 친구와 걸어도 좋은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숲길이다. 수목원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금세 아담한 유리온실에 닿는다. 만년콩과 구상나무, 제주고사리삼 등 제주도에 자생하는 희귀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난 전시실
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꼭 물어 본다. 외연도에 가 보셨냐고. 10가지 보물을 가진 아름다운 외연도. 가장 사랑하는 섬이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섬이다. ●10가지 선물을 찾아서여객선이 들어서자 외연도항은 북적이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내리고 나면 뭍에서 건너온 생필품들이 주민들에게 건네질 차례다. 선원들의 익숙한 손놀림에 리어카나 카트가 가득 채워지면 뭍으로 나갈 물건들도 여객선 앞머리로 옮겨진다. 하루 중 가장 기다리던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설레고 풍요롭다.외연도는 충청남도의 유인도 중 육지와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갔다. 이름하여 배꼽마을. 그 안으로 들어가니 아늑하고 편안했다. 배꼽이 닮은 사람들, 정선에서 온 9팀의 가족들도 1박 2일 동안 편안하게 놀고, 먹고, 쉬었다.●국토의 배꼽에는 배꼽마을“배꼽마을로 가 주세요.” 양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 기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아! 도촌리요.” 도촌리가 배꼽마을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반도 영토 네 개의 끝점(독도 동단, 평북 마안도 서단, 제주 마라도 남단, 함북 유포면 북단)을 기준으로 중앙경선과 중앙위선의 교차점, 즉 정중앙 점이 바로 이곳 양구
쉬어 가기로 마음먹은 날, 충청남도에 쉼표 하나를 찍었다.●Yesan 예산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 황새공원황새는 우아하다. 검고 긴 부리, 그 옆으로 붉게 물든 눈 주변. 날개를 활짝 펴면 그 길이가 270cm에 달한다.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선 황새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충남 예산군은 삽교천, 무한천을 끼고 넓은 농경지와 범람원 습지가 형성돼 최적의 황새 서식지로 손꼽혔다.하지만 195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황새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들녘은 농약으로 뒤덮였고 하늘은 전선으로 엉켜 갔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