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부에서 1시간 이내 거리의 파주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동네다. 군데군데 흩어진 볼거리를 모두 섭렵해도 당일이면 충분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기에 제격이다. ●즐거움이 가득임진각 북녘 땅을 마주하고 선 임진각에서는 안보관광과 여유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물론 둘 중 하나를 선택해도 좋다. 안보관광을 원한다면 임진각 국민관광지 내에 자리한 관광상품권 판매소로 향하자. 도라산 역으로 가는 상품과 도라산 역, 도라 전망대, 제3땅굴, 통일촌 등지를 둘러보는 상품을 판매한다. 안보관광을 하지 않아도 임진각
70년 가까이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한이 4km의 간격을 지키는 곳. 가히 거리 두기 생활의 원조라고 할 만한 DMZ 민통선 북쪽을 다녀왔다. 그 오랜 ‘경계’가 지켜 낸 것은 일상 그리고 자연이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육군 제1사단이 지키는 민통선 검문소에서 차를 멈추고 통행증을 내밀며 윤도영 파주미래DMZ 대표가 입을 열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대한민국의 땅,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자유의 다리, 통일대교 등 염원이 담긴 다리들은 건재하지만, 최근 몇 년은 사람도, 바이러스도 오가지 못하게 철통
바람이 더 강해지기 전에 길을 나섰다.생각을 비우고 이야기를 담았다.▶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철책길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에 걸쳐져 있는 평화누리길은 총 12코스로 구성돼 있다. 김포시에 속한 1~3코스 중 1코스 염하강철책길을 걸었다. 거리│14km 소요시간│4시간 주요코스│대명항→김포함상공원→덕포진→쇄암리쉼터→원머루나루→김포CC→문수산성 남문 ●지도가 없어도 괜찮아 하루가 다르게 공기가 차가워지고 있었기에. 맘껏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종종 듣기만
“살 빠져서 가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조건 없이 푹 쉬고, 양껏 먹고, 한껏 즐기시라는 마을 사람들의 말. 그 유쾌한 명령에 9팀의 가족들은 흔쾌히 순응했다. 더하고 뺄 것 없이 편안한 꿈희망여행이었다.●차조가 필 무렵 길가에 꽃 대신 차조가 피었다. 샛노란 빛깔의 차조가 알알이 맺혀 있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익었다’ 대신 ‘피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가평 아홉마지기마을에서는 길에서 들풀보다 차조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마을의 자랑이자 대표 특산품인 차조는 지금의 마을을 있게 해 준 귀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을 때, 가까운 이의 날숨조차 신경 쓰일 땐 우음도로 간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갈대가 출렁이고 갯벌처럼 진득한 검은 흙엔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또렷한, 한때 섬이었던 뭍으로.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소 울음소리와 닮은 우음도는 해산물이 풍부한 곳으로, 조선 시대 임금님께 진상되는 맛 좋은 생선도 이곳에서 잡았다. 그러나 해수를 담수화해 공업용수로 이용하려는 시화방조제가 세워지자 섬은 육지가 됐고,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라 불릴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해졌다. 결국 시화호가 해수호로 남아 수질이 개선되
로 시작해 , 와 의 장면들을 인천에서 찾았다. 차이나타운에 온 이상,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었다.●잊을 수 없는 풍미가장 먼저 에 등장하는 중국집 ‘풍미’를 찾았다. 연락도 없이 찾아갔는데도 조지미 사장은 마치 단골을 반기듯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 에 대해 물었더니 “그 영화를 촬영한 건 기억나요. 근데 하도 많은 작품을 찍어서 헛갈리네요”라며 웃는다.에서 ‘풍미’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고등학생 오동구(류덕환)의 친구네 가
요새 우리 사이에 놀이는 이런 것이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을 앞장세워, 동네 산책에 나서는 것. 그가 자주 걷는 거리에 단골 카페, 단골 갤러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발을 들여놓게 된다. 또 하나의 세계로. 내 발목을 잡은 도시‘인천’이라는 말만 들어도 설렌다.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관문이 이 도시에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공항이 들어서기 이전에도 인천은 그런 곳이었다. 1883년 개항이 되면서 신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 지금 인천 중구에 가면 그 유명한 차이나타운이 있고, 조계 경계계단을 기준으로 반대편엔 일본 및 각
무지개 피던 어느 날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는 물러가고하늘은 한 뼘쯤 자란 것 같았다. 그날, 예쁘게 핀 무지개를 만났다. ●가을엔 무지개가 뜬다 연천으로 가는 길 내내 심장이 요동쳤다. 평화수도, 통일동산, 평안동산…. 서울을 벗어나자 드문드문 이런 표지판이 보였다. 앞과 옆으로 종종 군용차가 지나가기도 했다. 먹먹했고 다소 초조했다. 그 느낌이 생소했지만 알아챌 수 있었다. 점점 북한 땅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긴장감이 감도는 마을, 굽이굽이 속살을 파고들어갔다. 엄마 품에 얼굴을 파묻은 어린아이처럼. 그 속엔 세상물정 모른다는
묵직한 소리와 그 소리의 여백이 카메라타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내 머릿속 긴장감은 이내 사라진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나운서 황인용. 이제 여든이 된 그는 방송국이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가 고향 파주 헤이리에 카메라타를 연 건 2004년 무렵. 복고를 지향하는 레트로 문화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외에서 공수해 온 1930년대 고가 음향장비와 2만장의 LP판을 소장한 음악감상실이 15년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감사하
찬 공기 서늘하던 어느 늦겨울의 저녁, 우리는 비밀의 정원에 숨어들었다. 물 머금은 초록 잎사귀 사이로 보이던 것은 다정한 너, 그리고 봄. ●당신에게 선물할, 봄봄 소식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것 같아 서운했다. 차창 밖으로 건조한 겨울의 색이 부서지듯 지나갔고, 임진강 위로 겨울 철새가 하늘을 배회했다. 겨울의 연천은 스산했다. 위도로 따지면 북한의 개성보다 북쪽, 아마도 봄은 아주 느지막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겨울 허브빌리지에서 우리의 할 일은 봄의 열쇠를 찾아내는 것. 이곳에 숨어 있다는 계절의 정령을 만나는 것이었다. 허브
방랑시인 김삿갓은 양주의 풍광을 곁에 두고 자랐다.절로 시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버들고을, 양주경기 북부의 중심인 양주는 수려한 자연과 풍부한 역사와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매력을 발산한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감악산·칠봉산·불곡산 줄기가 도시를 휘감고, 중랑천·신천·공릉천이 본류인 북한강으로 흘러든다. 양주는 삼국시대 때 고구려·백제·신라가 돌아가며 차지했던 지역이기도 한데, 따라서 600여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땅에 스며들었다.고려 왕조 때부터 양주로 불리기 시작했고, 조선시대에는 한양의 요충지로 굳게 자리를 지켰
그날 오후는 대체로 보라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강물처럼 흐르던 가을이 향기롭기만 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꽃말에 홀려 ‘급’ 감행한 가을 여행이었다. 난생 처음 경기도 연천이라는 곳엘 갔다. 우선 연천이 어디냐 하면 경기도에 있다(사실 처음 들었을 땐 충청북도 어디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남한의 끝, 그러니까 북한 땅과 가까운 최전방의 ‘군’이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꼬박 달렸더니 논밭 사이사이 꽤 굽이진 길이 이어졌다.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의심쩍을 정도로 조용한 시골마을을 지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