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업계에서 알게 된 지인과 10여 년 만에 재회했습니다. 근황을 나누다 그녀가 문득 물었습니다. 오래되었으니 회사에 누적된 콘텐츠도 많겠네요! 그 스치는 질문 하나가 제 안으로 들어와 많은 생각의 꾸러미를 엮어 냈습니다. “지금 남은 게 도대체 뭘까?” 제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하, 글쎄요. 처음 여행기자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었고, 플로피디스크에 기사를 담아서 데스크에 제출하곤 했어요. 데이터가 있다 해도 지금은 사용할 수 없죠. 데이터의 수명은 고작 몇 년인 것 같아요. 결국 남는 것은
요새 우리 사이에 놀이는 이런 것이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을 앞장세워, 동네 산책에 나서는 것. 그가 자주 걷는 거리에 단골 카페, 단골 갤러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발을 들여놓게 된다. 또 하나의 세계로. 내 발목을 잡은 도시‘인천’이라는 말만 들어도 설렌다.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관문이 이 도시에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공항이 들어서기 이전에도 인천은 그런 곳이었다. 1883년 개항이 되면서 신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 지금 인천 중구에 가면 그 유명한 차이나타운이 있고, 조계 경계계단을 기준으로 반대편엔 일본 및 각
10월입니다. 어느덧, 이라는 단어에 다들 공감하시나요? 지난여름 내내 무엇을 했길래 가을이 이렇게 갑작스럽나 생각해 봤더니, 소나기처럼 생각이 쏟아집니다. 무엇보다, 여행 강좌를 진행하느라 바빴네요. 석 달 동안 500명이 넘는 독자들을 직접 만났으니까요. 7~8월에는 10주짜리 트래비아카데미 여행작가 정규과정이 있었고, 9월에는 가을여행주간 이벤트로 명사들을 모신 특강이 4회 있었습니다. 틈틈이 CGV에서 청춘여락, 허니블링 등 인플루언서들의 팬미팅 겸 특강도 진행했습니다. 강의 소개와 인사말을 할 뿐이었는데, 영화관에서 마이크
얼마 전 원주박물관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감성 여행 글쓰기’가 주제였죠.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언제나 저 자신입니다. 그날도 그랬죠. 글은 머리뿐 아니라 몸으로 써야 하는 것이며, 여행은 우리가 사는 동안 몸을 가장 예민하게 즐겁게 사용할 기회라고 말하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도 저 자신이었습니다. 처음 맡아 보는 냄새, 알쏭달쏭한 맛, 눈을 시원하게 해 주는 풍경, 눈을 감고 집중하게 되는 소리, 여행은 우리 몸을 감각의 제국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런 여행이 얼마 만이었을까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굴업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는 2005년 5월에 처음 세상과 만났습니다. 격 주간으로 발행했죠. 그것도 타블로이드 판형으로요. 잡지는 세상의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습니까. 당시만 해도 여행매거진은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였고, 도 더 많은 뉴스를 더 빨리 전달하고자, 한 달에 두 번씩 빽빽하게 정보를 담았습니다. 14년이 흘러, 이제 사람들은 여행정보를 SNS와 온라인에서 얻습니다. TV에 나오는 셀럽들의 여행이 아니라 인플루언서의 여행에 더 열광하게 되었죠. 이제는 오히려 셀럽들이 짠 내 나게 여행을 하고, 뭉쳐서 패키지
최근에 참신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행작가들의 글은 사실 죄다 사기 아닌가요? 게다가 너무 감상적이에요!” 이런 말도 덧붙였죠. “여행을 떠나지 않은 때의 여행작가들을 보면 반백수처럼 지내더라고요. 놀다가 여행 가는 사람들은 우리처럼 일하다가 여행 가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을까요?” ‘사기’이고 ‘반백수’라니, 팩트체크를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여행은 참 주관적인 것이죠. ‘여행이란~’으로 시작되는 여행에 대한 정의는 마치 지구별을 누비는 여행자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여행은 특별하고 남다르게 마
얼마 전에 마셔 본 일본술 중에 음악으로 숙성시킨 흑설탕 소주가 있었습니다. 저장 탱크에 특수 제작한 스피커를 부착해서 3개월 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이죠. 소주 특유의 냄새가 적고 부드러워 모두가 ‘엄지 척’이었습니다. ‘음악 숙성’의 원리는 모르지만, 술에 대한 특별한 예우가 맘에 쏙 들었습니다. 이름은 ‘렌토(Lento)’입니다. 라르고, 렌토, 아다지오…. 달달 외웠던 용어들은 이제 앞부분만 남아 있네요. 마치 ‘태정태세문단세’까지만 기억나는 것처럼요. 기억을 들춰 보니 이 세 가지 느림은 모두 다른 것이었네요. 대
[트래비아카데미 원정대] 필리핀 팔라완필리핀 최우의 비경 팔라완!호핑투어와 스노클링,각 섬마다 숨어있는 작은 비치에서의 힐링타임까지,엘 니도 엑티비티의 모든 것을박지혜 (루시 파크 LUCY PARK) 님이제작한 영상으로 경험하세요~
[트래비아카데미 원정대] 필리핀 팔라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필리핀 최후의 비경이라고 불리는 팔라완,엘 니도를 박지혜 (루시 파크 LUCY PARK) 원정대원의영상으로 함께 감상하세요~
새해맞이는 잘 하셨나요? 새해라는 이유로 이렇게 덥석 물려받은 레터의 백지가 첫 줄부터 까마득합니다. 김기남 국장의 레터가 워낙 인기 연재(?)였으니, 이건 뭐 성공한 드라마의 후속편을 맡은 듯 암담한 기분입니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다 이 페이지를 영원히 봉인하자고 하니, 후배가 혀를 쯧쯧 찹니다. 어쩔 수 없죠. 시대적 아니 데드라인적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요. 원래 이 글이 ‘레터’라고 쓰고 ‘예고편’이라고 읽는 것 아니겠습니까(이런 식으로 부담을 털어봅니다). 1월호답게 새해 여행 계획에 도움이 될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초등학생 조카가 겨울방학에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간다고 합니다. 목적지는 파리와 베니스, 피렌체, 로마입니다. 꼭 가고 싶은 곳을 물었는데 파리를 꼽았다고 합니다. ‘겨울에 파리는 추울 텐데, 빵집 이름 때문인가?’ 조카에게 물었습니다. “왜 파리에 가고 싶어?” 잠시 뒤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뾰족한 탑.” 어디서도 대체 불가한 에펠탑이 보고 싶다는 답에 따뜻한 남쪽 지방을 권하려던 저의 계획은 단박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여행은 스토리를 소비하고 추억을 만들어 오는 과정입니다. 처음으로 모녀 여행을 떠나는 처제는 여행
해외여행이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출국자는 851만8,802명입니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 기간 등을 감안하면 올해는 2,500만명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1,249만명을 기록한 2010년과 비교하면 8년 만에 2배가 되는 셈입니다.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한국의 인구가 약 5,173만명이니까 산술적으로는 2명 중 1명이 해외를 여행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됩니다. 여행 경험이 늘면서 여행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어떠했다’는 식의 콘텐츠는 일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