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이 익고 열매가 영그는 것만으로도 가을은 아름답다. 가을이면 개울물도 부풀어 오르고 산하의 풀 나무도 물든다. 공활한 하늘 따라 사람 마음 부푸는 것도 그 모든 가을의 하나 일뿐. 그런 마음으로 경상북도 영양군 시골길을 걸었다. 흥 오른 장터 왁자지껄 난장판에 생기가 돈다. 논 위로 불어가는 바람에 들녘이 일렁이고, 노루목고개 넘어 반변천 흐르는 마을, 물에 잠긴 돌다리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도 좋았다.금촌산길 넘어 상원마을 산비탈 과수원에서 사과가 영글고 담 너머 골목까지 뻗은 대추나무 가지에 대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고추가 빨
포항은 바다다. 이름난 모든 명소와 맛집이 바다를 향한다. 신상 명소인 해상스카이워크와 오션 뷰 카페에서 바다를 걷고 즐기며, 고수의 요리에서 바다를 맛본 포항에서의 하루. ●올여름 핫 플레이스, 여기! 포항 해상스카이워크포항이 바다 명소 천국이 되기로 작심한 것 같다. 2020년 이가리닻 전망대와 2021년 스페이스워크를 개장한데 이어 올해 해상스카이워크까지 줄줄이 선보인 걸 보면 말이다. 현재 건립 추진 중인 해상케이블카까지 완공되면 아마도 전국에서 으뜸가는 해양레저 명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지난 5월에 정식 개장한 해상스카이워
봄과 여름 사이, 초록과 노랑으로 가득한 성주에는 우리가 몰랐던 휴식이 있었다. ●목장 캠프닉 팜 0311 성주 하늘 목장 성주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팜 0311 성주 하늘 목장’이다. 주인 여국현 대표가 마중 나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고향인 성주로 돌아온 지 몇 년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주를 방문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방치돼 있던 목장을 3년 전 캠프닉(캠프+피크닉) 장소로 조성했죠.” 버려진 땅은 밀밭과 유채꽃밭으로 변신했고 밭 근처로 예쁜 텐트들이 놓였다.
넓게는 울산광역시, 그보다 범위를 좁혀도 울주군에 속한 행정단위상 읍 단위인 언양은 상대적으로 다른 읍에 비해 인지도가 높은 인상이다. 그 인지도에는 언양이라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음식 불고기가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언양 불고기 하나를 목표로 삼고 찾아오는 수가 적지 않다. 그래서 불고기 먹으러 언양에 갔다가 뜻밖의 요새들을 발견하고 언양을 새로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신라에서 조선으로 이어진 견고한 읍성이렇다 할 정보 없이 불고기 맛집 한두 곳을 검색해 언양에 들어섰더라도 이걸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어렵
임순례 감독, 김태리 주연의 영화 의 촬영 장소인 우보면의 ‘혜원의 집’과 산성면의 화본역 일대가 레트로 감성 여행지로 주목받으면서 경상북도 한가운데 위치한 군위가 대구를 비롯하여 구미, 상주, 영천, 포항 등 경북 주요 도시의 근교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군위(614.32㎢)의 면적이 서울(605.2㎢)과 비슷하다. 그 말은 즉 가 볼 만한 곳의 선택지 역시 보다 많다는 뜻. 군위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또 하나의 여행 테마는 ‘사유’다. 자연 속에서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돌담
대구의 거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의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그들의 숨결이 대구 곳곳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미술투어 : 화가 이인성을 발견하는 시간숨겨진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이인성을 찾아서화가 이인성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대구 인물기행 코스다. 대구 곳곳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화가 이인성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투어코스: 남산교회 - ABL 생명빌딩 - 대구미술사 터 – 무영당 – 대구근대골목단팥빵 - 계산성당소요시간: 도보 2시간30분 두 개의 뾰족집계산성당작년 큰 화제를 모았던 이건희 컬렉션이 대구를 찾았다.
초록빛, 분홍빛, 노랑빛.김천의 봄은 유독 진했다.●봄과 여름, 그 사이의 초록빛구성면 양파밭 김천은 어느 계절이든 짙다. 연중 해가 좋기 때문이다. 지형적으로 산과 평야가 적절하게 섞여 있고 수량이 풍부해 토질도 비옥하다. 김천에서 나고 자란 과채들은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대표적으로 샤인머스캣이 있다. 김천은 샤인머스캣의 최초 재배지다. 당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함이 ‘맛있다’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형용하기 아까운 풍미를 지니고 있다. 자두, 참외도 빼놓을 수 없다. 자두의 경우 전국 생산량의 27% 정도가
첫날은 황리단길 같은 핫플에서,다음 날은 신라 시대 유적 투어로 채운다.이렇게 끝내도 경주 여행은 충분히 알차다.그럼에도 하루 더 머물 수밖에 없던 이유. 유독 파란 경주의 바다가 기다리기 때문이다.경주의 여행은 역사와 핫플에 그치지 않는다. 30~40분만 동쪽으로 나가면 푸른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최소 하루는 더 경주에 머물러야 되는 이유다. 경주 바다 여행은 울산 목전에 있는 관성솔밭해변에서 봉길대왕암해변으로 북상하거나 그 반대로 다니면 된다. 이번에는 봉길대왕암해변에서 문무대왕릉을 먼저 만났다. 시작은 가볍게 유적지다. 경주
‘레트로 감성’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 여행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름도 낯선 경북 군위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여행지로 인기몰이 중이다. MZ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40대 이상에게는 추억을 선사할 경북 군위로 출발!●여기서는 나도 ‘혜원’, 영화 촬영지영화 는 군위를 감성 여행지로 등극시키는 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영화 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 집, 참 예쁘다’라는 생각을 했을 터. 주인공 혜원(김태리)만큼 그가 머물던 시골집과 시골 풍경은 영화에서 중
대구 북성로를 찾았다.현재가 과거에 녹아들고 있었다.관광과 공연 예술이 뒤엉켜 자라나고 있었다. 1. 북성로에 대한 첫 번째 단상시대를 대변하는 거리대구는 경상감영(조선시대 당시 경상도를 관할했던 감영)이 있던 곳이다. 선조 34년(1601년) 대구에 경상감영이 설치되며 조선 중·후기 영남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경상감영은 대구읍성 내에 자리했다. 서울로 치면 사대문 안인 셈이다. 하지만 1906년 관찰사 서리였던 박중양은 일본 자본가들의 상권을 넓혀 주기 위해 조정의 허락 없이 대구읍성을 헐어 버린다. 성이 헐린 자리에는 길이
가을의 끝, 김천을 여행했다.어느 때보다 깊고 진하게,김천의 매력에 한껏 물들었다. Nature●1,600년의 세월직지사직지사는 김천에서 가장 깊은 가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부작사부작, 절 마당 가득 떨어진 낙엽을 살포시 밟는다. 세상이 노랗고 벌겋게 물든, 그런 가을이었다. 툇마루 아래 정갈하게 놓인 스님의 고무신이 가볍게 비워낸 마음처럼 깨끗하다. 직지사는 황악산(黃岳山)에 자리하는 사찰이다. 황악산의 황(黃)은 오방색 중에서 가운데를 의미한다. 실제로 황악산 직지사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중추에 위치한다. 직지사의 창건에
막창 말고, 치킨 말고, 김광석 말고.근대기 대구를 일으킨 건축물을 찾았다.보고, 듣고, 알아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살이라서, 그래서 여행만큼은 가볍길 바랐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봤다. 호기심을 쫓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잠자리를 찾는 데 시간을 쏟았다. 생각 없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 안의 ‘팩폭’ 세포가 물었다. “언제까지 비워 내기만 할 건데!” 대구 건축문화기행을 접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나는 건축 전공자도 아니고, 평소 건축에 크게 관심을 두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