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길’이라 불리는 130번 현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도로 옆 작은 식당을 만날 수 있다. 마일 하이 카페(Mile High Cafe)라는 이름에 충실하게 해발 700m 고지대에 위치한 윈예쥐이 레저 농장(雲也居一休閒農場)은 연평균 26°C의 온화한 기후로 등산, 꽃구경, 과일 채집에 적합해 여름 휴양지로 특히 사랑 받는다. 게다가 자두의 주요 생산지인 먀오리현에 위치해 있어 봄에는 자두 향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농장 주인이 직접 키운 자두로 만든 특별한 자두 요리를 맛볼 수 있다.자두 외에 생강도 유명해서 생강을 재료로 만든
목장이라니, 왠지 냄새로 고역이지 않을까 싶은 선입견은 목장에 들어서는 순간 와장창 깨져버렸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지금에 와서 알아챌 만큼 후각적인 거부감이 그야말로 전무했다.페이니우 목장(飛牛牧場)의 첫인상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뮤직비디오 감독이라면 남진의 리메이크 버전은 여기서 찍겠노라고! 미국에서 목장 운영을 배워 온 사장 부부가 운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소 12마리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120헥타르가 넘는 대규모 초원에 30~40마리의 소와 염소,
신주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남쪽으로 타이완을 여행했다. 전형적인 소도시를 지나고, 국제슬로시티 치타슬로도 지났다. 큰 도시도, 비경도 없었지만 여유가 있다면 더 느리게 걷고 싶었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도시신주 新竹신주시 관시(關西)에는 옛것과 동시에 지금의 것이 많다. 1937년 일제 강점기에 창업한 타이완 홍차 문화관(台紅茶業文化館, 타이홍차이에원화관)도 그중 하나다. 1930년대 초반, 타이완의 홍차는 일본에 헌상됐고, 1930년대 중반에는 타이완의 으뜸 수출 품목으로 성장했다. 루어 가문(羅氏)이 신주시 관시에 적을 두고
가오슝에는 나풀나풀 낭만이 떠다닌다.눈을 뜨면 짙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들어온다.도시가 품은 운하의 이름마저도 사랑이라는 뜻의 ‘아이허(愛河)’다. ●콩당콩당 나풀나풀 가오슝가오슝 주잉(左營)역에 내려 하늘을 한참 올려다봤다. 새파란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춤을 추고 있었다. 불과 1시간 30분 전 타이완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온통 먹구름이었는데, 역시 ‘남부의 수도’ 가오슝이다. 화사하고 화창했다. 사람들은 조금 느리게 걷고 있었다. 가만히 있던 심장이 콩당콩당 뛰기 시작했다. 가오슝에는 나풀나풀 낭만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화려하다매년 정월 보름이면 타이완은 형형색색의 등불로 옷을 갈아입는다. 거리에는 가지각색 등불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넘치고 두 손 꼭 잡은 가족들 사이에는 따뜻함이 흐른다. 타이완에서 등불 축제는 중요한 이벤트다. 정월 보름날 등을 켜지 않으면 운이 좋지 않다는 미신이 있을 정도다.●핑동의 특산물을 표현한 주등, 풍요의 다랑어까만 밤을 밝히는 등불은 희망을 뜻한다.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는, 희망과 기원의 마음이 한데 담긴 등. 매년 정월 대보름, 타이완 등불 축제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타이완
타이완은 1624년부터 38년간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를 받았고, 이후 약 200여 년 넘게 청 왕조의 통치를 받았다. 그러다 1895년 청일 사이에 시모노세키 조약이 맺어지고 1945년 독립하기까지 50년간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게 된다. 타이완의 과거부터 근현대사까지 톺아 보려면 타이베이 고궁박물원과 중정기념당을 찾아보기를. 그리고 지금의 맨해튼과 같이 변모한 타이베이를 즐기려면 타이베이 101 전망대에 올라 시내를 둘러보자.●중화문화의 보고타이베이 고궁박물원 國立故宮博物院1949년 중국공산당과 내전에 패배한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은
인생이라는 마라톤우우, 쓰, 싼, 얼, 이! 탕! 힘찬 출발 신호와 함께 앞으로 내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숨이 밭아 올랐다. 심장 소리가 귓가를 두드리고, 종아리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 댄다. 지난해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아웃도어 홀릭인 나는 한동안 발이 묶여 답답한 날들을 보냈다. 해가 쨍하고 날씨가 맑으면 기분은 더 우울했다. 병원에 누워 파란 하늘을 창밖으로만 바라보는 게 곤욕이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깁스를 풀었고, 다시 몇 개월이 지나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도 제법 잘 걷게
올리는 순간 ‘좋아요!’를 다다닥 받을 법한 인스타그래머블 감성 마을을 펑후에서 만났다. 얼칸 전통마을(Erkan Historic Village, 二崁聚落保存區)은 타이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전통 고택들이 잘 보전되어 있는 마을로 1890년에서 1910년 사이에 완공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50여 가구가 남아 있는데, 진(Chen, 陳)씨 일가가 백 년 이상 살고 있는 고택으로도 유명하다.마을의 고택들은 건축자재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두 정성이 가득하다. 펑후산 현무암과 산호초 암석을 사용해 돌담을 올렸고, 그 소박한 돌담을 다홍
귓가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 파도 소리 위로 맑은 하늘 품은 바다 빛, 맑은 하늘 품은 바다를 가르는, 바람의 섬 펑후. 아름답다! 펑후Pescadores Islands, 澎湖타이완섬 서부의 타이완 해협에 위치한 펑후는 64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다. 이 중 사람이 사는 섬은 10개 정도,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바다와 모래사장 그리고 독특한 현무암 지질 경관이 자랑이다. 산호와 현무암을 재료로 축조한 전통 건축물들은 타이완 본섬과는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굴, 게, 인삼과 선인장 아이스크림, 말린 한치, 검은 설탕으로
장화의 거리는 때로 과거의 한국 같고, 오래된 청춘영화의 색 바랜 배경 같으며, 때로는 과거의 일본 같다. 장화를 걷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지난 시절로 회귀한다. 장화 사람들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간마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노스탤지어 장화 ‘짱화’는 정말, 못말려~ 늦은 가을날, 타이완 장화(彰化)에 왔다(현지에서는 모두 ‘짱화’라고 발음한다). 타이완에 처음 온 것도 아닌데 장화는 낯설기만 하다. 이름조차 몰랐던 장화현은 타이중 남쪽에 위치한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차로 두 시간 반쯤 걸렸다.제일 먼저 팔괘산(八卦山) 대불상을
석회암 절벽을 사력을 다해 오르느라 한소끔 땀을 흘리고 나니경쾌하지만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고단함을 풀어 주는 시원한바닷바람이 콧잔등을 스친다.나만 알고 싶은 해벽 클라이밍의 매력이다. 타이완 롱동용의 동굴(Dragon Caves)이라는 이름을 가진 타이완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 롱동(龍洞)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된다. 유명 관광지인 지우펀(九份), 진과스(金瓜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고 낚시,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하이킹, 클라이밍을 모두 즐길 수 있어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는 아
진먼다오는 타이완에 속한 땅이지만 중국 본토의 샤먼시에서 직선으로 불과 10km로 중국과 오히려 더 가깝다. 진먼다오 곳곳에서는 중국과 얽힌 전쟁의 역사와 상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금문’이 익숙한 이유 타이완 쑹산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의 습도나 더위에 대해 숱하게 들었지만, 며칠 전까지 베트남의 불볕더위를 겪어 본 터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입국장을 벗어나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물기를 흠뻑 머금은 수건을 온몸에 한 겹 덧댄 느낌이랄까? 숨이 턱 막혔다. 한
타이완 여행 내내 마음이 붕붕 떠 있었다. 오랜만에 즐기는 호캉스와 처음 가 보는 여행지에 대한 기대가 날개 짓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단정한 도시 공항에서 수도로 진입하는 길은 어쩔 수 없이 그 나라의 첫인상이다. 그런 면에서 타이완의 첫 인상은 SF적이었다. 타이완 타오위안 국제공항(臺灣桃園國際機場)을 벗어나자마자 시작된 고가는 랜드마크가 꽂혀 있는 도심까지 저공비행처럼 이어졌다. 착륙 지점은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건물, 타이베이 101(Taipei 101) 앞. 이번 호캉스의 무대가 될 그랜드 하얏트 타이베이(G
고품격을 내세운 중장년층의 크루즈가 아니다. 보타이와 화려한 드레스가 없어도 된다. 타이완을 여행하고 크루즈 프로그램을 즐기다가 하룻밤을 지내고 나면 일본의 몰디브, 이시가키섬에 닿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나 가족과 떠나면 좋겠다. 짐을 싸고 다시 풀어야 하는 수고도 없이 두 나라를 여행한다. 그것도 크루즈로! 타이완 지룽항에 정박해 있는 스타크루즈 아쿠아리우스호 스타크루즈 아쿠아리우스호에는 젊은 커플들이 많다 Star Cruises Aquarius 스타크루즈 아쿠아리우스호떠나기 전부터 설레었던 것은 선베드로 둘러싸인 수영장
산이냐 바다냐. ‘엄마가 좋아,아빠가 좋아?’만큼 난감한 선택이다.산그늘이 진 해먹에 누워 ‘그래, 이거지’싶다가도 해 질 녘 바다의 파도 소리를들으니 ‘아니, 이건가’ 싶다.선택의 가능성은 거의제로에 가까웠다. 11번 고속도로에서 만난 바다와 산은 각자의 방식으로 푸르렀다 윈도우 배경화면 같았던 초록 밭 판 아주머니는 꽃처럼 수줍었고, 그녀가 만든 꽃차는 향긋했다 라이 아저씨가 선보인 마지막 코스. 자리를 뜨고 싶지 않을 만큼 평화로웠다 화롄의 츠커산 ●화롄 花蓮그 여자의 꽃, 그 남자의 놀이터산이라면 향기롭다. 너도나도 꽃이 피
‘타이완=타이베이’라는 공식이 무너진 건 한 밤이 지나고 나서였다.두 밤, 세 밤이 지나자 새로운 공식들이 성립되기 시작했다.바다와 산, 때로는 꽃과 사람.조금은 낯선 타이완에서 민수가 선사한 답이다. 부논 레저 팜 기념품 숍에서 만난 아이. 미소가 참 귀여웠는데 민수(民宿)는 사람 이름이 아니다. 타이완에서 민수는 우리나라에서 민박, 요즘 말로는 비앤비(B&B) 정도라 할 수 있겠다. 호텔의 장점이 깔끔하고 정확한 서비스라면 민수의 좋은 점은 집 같은 분위기와 따스한 정이다. 호스트가 직접 아침을 만들고, 관광객들은 절대 모를 숨
타이완 산림 깊숙이 묻혀 있는 원시의 어느 객지를 찾아갔다. 그곳은 객가(客家)족이라 불리는 소수 이민족들이 일궈낸 터전이자 그리운 이방인들의 고향. 모두의 향수가 짙게 서린 그 땅, 그 둔덕에는 하얀 오동나무 꽃이 듬성듬성 피어 있었다. 난좡 옛거리 예술 공방에 매달린 까치 공예품들 쉐진차당의 풍경. 창밖에는 작은 정원이 있다 ●3번 국도 따라 떠난 ‘슬로 낭만 여행’ 산 넘고 고개 넘어 타이완 땅에 뿌리내린 객가 소수민족. 약 200년의 개간을 통해 다채롭게 꽃피운 이들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3번 국도를 따라 천천히 여행하길
가 보았는데 또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내겐 그런 곳 중 하나가 타이완 지우펀(九份)이다. 타이완 동북쪽에 자리한 산촌, 지우펀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옛날 옛적, 육지에 길이 나기 전엔 바다를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당시 지우펀의 가구 수는 겨우 아홉. 아홉 가구의 주민들은 생필품도 함께 사서 사이좋게 아홉 등분으로 나누었다. 우리 발음으로 ‘구분(九份)’, 지우펀이라는 마을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지우펀의 가장 높은 전망대에 오르면 화려한 사원과 아름다운 섬, 먼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아홉 가구
Taiwan Lantern Festival첫 번째 타이완 여행을 떠올린다. 로맨틱한 크루즈 여행이었다. 하지만 저녁 6시만 되면 신데렐라처럼 배로 돌아가야만 했고, 그 화려하다는 타이완의 야경은 구경조차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두 번째 타이완 여행은 ‘야경’이 주제다. 정월대보름의 타이완 등불축제를 운명처럼 여행했다. 타이완 등불축제의 밤, 거대한 등불 사이로 오색찬란한 불꽃이 수를 놓는다 해가 지자마자 찾아오는 마법의 시간 ‘매직아워’에 사진을 찍으면 등불과 하늘의 노출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로맨틱한 등
타이중에 두고 온 것 나의 일부를 떼어 놓고 온 느낌이다.중요한 무언가를 두고 온 사람처럼가끔씩 안절부절 때로는 상실감에사로잡히고 있다.아무래도 나의 시간은여전히 그곳에서흐르고 있는 모양이다. 타이중 범특희미창문화 골목의 한 상점뜻밖의 햇살이 반가웠던 날7개월 만이다. 지난 2월의 타이완은 작정하고 파종하려는 농부처럼 내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비를 뿌렸었다. 흩날리는 빗방울을 이를 악물고 받아내며 기약 없는 다음의 타이완을 생각했던, 아쉬운 첫 만남이었다. 기어이 여행의 마지막 날까지 떨어지던 비를 처연하게 바라보면서 나오려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