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하루 중 유난히 한적했던 시간.부산을 여행했다.●흰여울 냄시주말 냄새가 있다. 보통의 주말에 나는 냄새. 느지막이 일어나 이불을 갠 뒤 창문을 열면 나는 냄새. 명확한 표현은 없지만, 그냥 그렇게 한적하고 신선한 냄새가 있다. 부산에서 주말 냄새를 맡았다. 정확히는 금요일 아침, 부산 흰여울 문화마을 냄새가 그랬다.흰여울 문화마을은 영도 봉래산 중턱에 있다. 가파른 기슭에 집들이 오밀조밀 붙어 있다.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산기슭 묘지 주변으로 모여들어 생긴 마을이다. 조깅하는 아저씨보다 그의 그림자가 더 긴 아침, 좁다란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을 때, 가까운 이의 날숨조차 신경 쓰일 땐 우음도로 간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갈대가 출렁이고 갯벌처럼 진득한 검은 흙엔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또렷한, 한때 섬이었던 뭍으로.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소 울음소리와 닮은 우음도는 해산물이 풍부한 곳으로, 조선 시대 임금님께 진상되는 맛 좋은 생선도 이곳에서 잡았다. 그러나 해수를 담수화해 공업용수로 이용하려는 시화방조제가 세워지자 섬은 육지가 됐고,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라 불릴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해졌다. 결국 시화호가 해수호로 남아 수질이 개선되
제주에는 ‘알아 두면 쓸모 있는 신기한 잡학사전’ 여행지가 많다. 보면 볼수록 더 매력 있고,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제주. 이번 여행에선 지식을 한껏 살찌워 보자. ●광활한 우주의 세계 제주항공우주박물관#제주항공우주박물관 #우주세계 #나로호 #우주인체험 #조종사체험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항공 기술과 우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심어 준다. 항공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1층 항공역사관을 꼼꼼히 둘러보자. 에어 홀 공중에 매달린 전시물은 실제 상공을 비행했던 항공기들이다. 전시 규모가 큰 데다 대한민국 영토를 지켰던 팬
0.5mm보다는 0.3mm. 원색보다는 무채색의 옷, 핑크보다는 오렌지색 립스틱이 좋더라.서울 곳곳에서 취향을 찾았다.●세상 유일한 내 펜모나미 스토리연구소 Monami Story Lab홍대와 DDP, 용인 에버랜드, 부산에도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가 있지만 이중 딱 두 지점만이 ‘스토리연구소’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하나는 용인 모나미 본사 1층에 있는 수지점, 다른 또 하나가 서울 인사동점이다. 스토리연구소가 일반 콘셉트 스토어와 다른 점이라면 ‘잉크랩(ink Lab)’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수많은 색상의 잉크 중 맘에 드는 잉
로 시작해 , 와 의 장면들을 인천에서 찾았다. 차이나타운에 온 이상,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었다.●잊을 수 없는 풍미가장 먼저 에 등장하는 중국집 ‘풍미’를 찾았다. 연락도 없이 찾아갔는데도 조지미 사장은 마치 단골을 반기듯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 에 대해 물었더니 “그 영화를 촬영한 건 기억나요. 근데 하도 많은 작품을 찍어서 헛갈리네요”라며 웃는다.에서 ‘풍미’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고등학생 오동구(류덕환)의 친구네 가
봄이다. 봄소식은 남쪽에서 온다. 남쪽의 먼 섬들은 봄이 더 간절하다. 뭍에 나가 살았던 주민들이 돌아와야 마을도, 섬 개들도 살 맛이 난다. ●맹골도의 대장 개 맹골이전남 진도군 맹골도는 먼 섬이다. 위도상으로 보면 추자도나 여서도보다 남쪽은 아니지만, 망망대해에 어깨 기댈 섬이라고는 곽도와 죽도가 고작이다. 그래서 겨우내 섬은 더욱 휑하니 비워졌다. 처음 맹골도를 찾았을 때는 한겨울이었다. 역시나 섬은 적막했다. 텐트와 약간의 식량을 배낭에 넣어 간 것은 섬 주민들에게 잠자리나 식사 도움을 받기 어려우리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텐
고즈넉한 한옥을 따라 걸으면 길을 따라 술술 풀어진 부모님의 추억과 상점마다 문턱을 넘었던 내 설렘이 하나의 시간으로 꿰어지는 곳.내가 원서동에 가는 이유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원서동과 계동은 조선시대부터 구한말, 70년대, 현재까지의 모든 시간을 품고 있다. 창덕궁 비원의 서쪽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원서동(院西洞)은 조선 왕실을 돌보던 나인과 중인, 하인들이 모여 살던 동네다. 근대에는 애국 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중앙고, 휘문고, 경기고 등 학교가 이 일대에 세워지며 훗날 독립운동의 주역들을 길러 낸 곳이
세상이 무채색으로 느껴질 땐 강원도로 떠난다.산과 바다가 아닌 한 층 다른 세계로.●광산과 예술의 조우삼탄아트마인삼탄아트마인은 4층에서 출발한다. 회색 계단을 따라 한 층 한 층 땅 깊은 탄광으로 내려가는 듯하다. 아늑한 카페 아래로는 현대미술 전시가, 그 옆으로는 탄광에 관한 수만 장의 서류가, 그 아래로는 전 세계의 유물이 놓여 있다.산업 현대화를 이끌었으나 폐광된 후 흉물스러워진 삼척탄좌는 세계를 여행하며 10만여 점의 예술품을 수집한 김민석 관장을 만나 이색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수집을
사실 여행은 생태적인 행위다.항상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여행자는 말하자면 외래종이므로.지역의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는 방식으로 여행하기! 그래서 보타닉원정대가 됐다. 무려 1호다.●숲을 건너 마을로 정읍 솔티달빛생태숲 솔티마을겨울비가 내장산 구석구석을 적시던 날, 정읍에 도착했다. 고즈넉한 내장산 조각 공원이 이번 원정대 탐험의 출발지였다. 내장산 북쪽 자락 숲속에 위치한 솔티마을(현 송죽마을)의 화전민들이 직접 발로 다져 만든 옛길을 걸어 볼 참이다. 옛사람들의 노고에 비하면 새로 놓인 내장생태탐방로마루길의 데크는 비단길이다. 그래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놓였다. 이제 마음으로부터 섬을 떠나보내야 할 것만 같았다. 작별을 고하기 위해 다시 찾은 섬, 노인은 삽과 망태를 끌며 광활한 개펄로 나섰고 겨울 해변은 여전히 비워진 채 남아 있었다.●동백꽃 파마머리암태도천사대교를 건너 따라가다 보면 기동삼거리와 마주친다. 이곳에서 자은도 방향으로 가려면 우회전을 하고, 팔금과 안좌는 좌회전을 해야 한다. 삼거리 전면 담벼락에는 여행자들의 눈길을 끄는 벽화가 있다. 집주인 노부부의 인자한 얼굴 위로 동백나무 가지가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동백나무 파마머리 벽화’는 섬의
정확히 3시간 30분이면,대전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다. ●2:00 pm대전역 서울에서 대전까진 KTX로 1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대전역에 내려 노란 표지판에 적혀 있는 ‘시티투어 타는 곳’ 안내 문구를 따라가 본다. 곧 보라색 탑승장에 도착했다. 출발까진 조금 이른 시간, 대전시티투어 탑승장이 찾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은 오산이었다. 대형 관광버스에 오른다. 쾌적하고 깔끔하다. 자리에 앉으니 인사를 건네는 한 사람, 반나절 동안 대전의 역사를 소개해 줄 문화관광해설사다. 마침 버스가 출발했다. ●2:30 pm동춘당 대전시티투어 버스
흑백 필터만 입혀도 근대의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곳. 낭만을 운운할 수 있고,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곳. 대전 원도심지는 최적의 영화 촬영지다.●오래 머물고 싶은 곳근대 도시라 불리는 대전 원도심지. 그중에서도 영화·드라마 촬영지의 핫스폿이라 할 만큼 많은 작품에 등장했던 곳들을 찾아 나섰다. 그 첫걸음은 중구 보문로 205번길에 위치한 ‘옛 충청남도 관사촌’이다. 적벽 돌담 사이로 경사진 골목길 초입에 들어서면 높게 솟은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 멋스럽게 길을 트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2층으로 지어진 파란 기와지붕과 적
울릉도 천부마을에서 나리분지까지는 4km. 많은 눈이 내리고 그대로 얼어붙은 탓에 버스 운행이 중지되었다. 할 수 없었다. 걸어야 했다! 걸어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는 마을 사람들의 걱정 섞인 격려를 믿기로 했다. 오래지 않아 배낭과 겹겹이 껴입은 옷 사이로는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햇볕이 닿지 않아 빙판이 되어 버린 구간은 미끄러워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버거웠다. 입을 벌린 채 가쁜 숨을 토해내며 얼마나 걸었을까? 겨울 복판에 선 나리분지는 적막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고갯마루 전망대에 오르니 순백의 평원이 꿈처럼 펼
남들 다가는 여행지와 맛집이 식상하다면 조금 새로운 여행에 도전해 보자. 재미도 있고 의미도 가득한 특별한 연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당신을 위해 엄선한 4가지 색깔의 결이 다른 여행을 모았다. ●“니들이 패들보드 타는 재미를 알아?”울산 태화강 패들보드(SUP)울산을 공업도시로만 알고 있다면 분명 여행 초보자일 가능성이 높다. 산업단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울산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바다, 산, 강, 도시 등을 모두 갖춘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걸 알게 된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일출을 볼 수 있는 간절곶, 하얀 억새가 장
진주가 쏟아진 듯 눈부신 섬강, 웅장한 기암절벽의 소금산, 옛 감성과 지금이 공존하는 시장의 맛깔스러운 음식과 정, 이곳의 자연과 일상에 파묻힌 24시간의 기억이다.●원주의 하늘길을 걷다원주 여행의 꽃이자 출발점으로 가장 적합한 곳은 간현관광지의 소금산 출렁다리다. 소금산은 해발 343m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원주의 명산이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빼어난 절경으로 소개된 소금산은 기암괴석과 맑은 강물, 울창한 숲을 간직한 자연의 보고다. 또 ‘작은 금강산’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중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에 올랐다. 권금성에 올라 내려다봤고, 내려다봤던 산자락 품에도 안겼다. 그렇게 설악산 추억의 결을 하나 더 보탰다. ●가장 빠르고 손쉬운 설악산 만추의 설악산에 올랐다.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 세월 따라 겹겹의 추억을 쌓은 산, 이번에는 가장 쉽고 대중적인 방법을 택했다.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에 있는 설악케이블카를 탔다. 1971년 운행을 시작했으니 2020년이면 50년째다. 중고교 시절 당연한 일처럼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40대 중후반 중년들보다 나이가 많다. 예상보다 훨씬 긴 설악케이블카의 역사보다
독립을 향한 열망,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 손을 맞잡고 나누는 온기. 모두 사랑의 이름이다. 안동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랑의 흔적을 쫓았다.●목 놓아 독립을 외치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정부로부터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에 맞선 자정순국자가 가장 많은 곳.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독립에 대한 경북인들의 열망과 자부심이 배어난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 들어서자마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및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조각상이 맞이한다. 여성독립운동가가 손에 든 태극기와 치맛자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점에서 보령을 찾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알차게 든든하다. ●바다 같은 하늘, 하늘 같은 바다 위에서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 서해로 향했다. 여름 내 머드 축제로 후끈했던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한여름 태양 아래 진흙으로 뒤덮였던 자리에는 선선한 바닷공기만이 촉촉히 남았다.바람 따라 몸까지 가벼우니, 짚트랙(Zip Trek)을 즐기기엔 이만한 날도 없다. 높이 52m, 탑승거리 613m.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기다란 네 개의 선들이 대천해수욕장 한가운데로 가로질러 뻗어있다. 그래, 바다를 하늘에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경에서의 시간은 한 박자 느려졌다가또 빨라졌다. 문경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터널 어느 즈음인 것 같았다. ●흙길 따라 당신과는 천천히첫 번째 목적지는 ‘길’이었다. 조선시대, 영남지역과 한양을 잇는 중요한 관문이었던 문경새재. 높고 험한 고개였지만 한양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자 선비들이 과거길에 오를 때 고집할 만큼 의미가 깊었던 길이다. 문경새재는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지금은 걷기 좋은 길 위로 수많은 인파가 모인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걷기 여행에 나선 이들을 따라 부지런히 걸어보기로
미안하다, 너무 늦게 와서.고맙다, 여기 있어 줘서.언제나 지금처럼 굳세어라.우리 땅, 우리 섬●울릉도이제 다시 시작이다묵호항을 출항한 씨스타 1호에서는 때 아닌 합창이 한창이다. 생각지도 못한 울릉도행 롤러코스터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울릉도 여행의 시작은 전적으로 바다 날씨에 의해 좌우된다.1년 중 약 3개월이 파도 때문에 결항된다니, 쉽사리 방문자를 허락하지 않는 섬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러한 모자란 접근성이 울릉도를 때 묻지 않은 섬으로 남겨 두었을 터.1976년 공사가 시작된 울릉도 일주도로는 2019년 3월18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