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인 듯 혼자 걷고, 혼자인 듯 함께 걸었다. 우리의 부산 유람은 그렇게 시작됐다. 영화와 동행하는 두 기자의 인생 여행나만의 여행? 아니 우리만의 여행이다. 한국 영화에 빠져 제2의 삶을 한국에서 만들어 가는 영화 칼럼니스트이자 대중문화를 취재하는 나리카와 아야 기자와 음식이라는 카테고리로 한국과 일본에서 푸드라이터로 활동하는 박수진 기자.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이 영화를 몽타주하여 국내 구석구석 여행길에 나섰다.●과거 속 현재, 그 자리 그대로갈 곳도, 볼 것도 많다는 부산. 영화제를 담보로 우린 부산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창원의 ‘좋아요’는 이곳에서 모인다.실패 없는 창원의 인스타그래머블 Spot 5.노을 질 무렵, 안민고개 #노을맛집안민고개는 창원에서 진해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장복산 산허리에 위치하고 있어 진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안민고개는 ‘만날재’라고도 불리는데, 과거 진해에서 창원으로 시집간 부녀자들이 팔월 열이렛날 고갯마루에서 가족을 만난 데서 유래한 별명이다. 현재 고갯마루 위에는 ‘안민생태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위치한다. 장복산과 웅산 사이의 생태계를 배려해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벚꽃이 만개하는 4~5월에는
여기, 몰라서 몰랐던 곳이 있다.한없이 머물고 싶어지는 계절,가을을 닮은 창원을 여행했다.●창원을 묻다낯선 도시가 여행을 물었다. 거대한 로터리를 둘러맨 창원은 도심에 관해 물었고 한껏 물든 가을 덕에 더욱 바랜 마산은 세월을 물었다. 우연히 마주친 진해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옛 추억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 도시의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차라리 되묻기로 한다. 창원에게 여행을 물었다. 서울역을 출발해 창원역까지, 창밖으로 흔들리는 가을꽃의 실루엣을 한껏 만끽해 본다. 잠시, 사색에 잠긴다. 창원을 여행지로 인식했던 적이
요새 우리 사이에 놀이는 이런 것이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을 앞장세워, 동네 산책에 나서는 것. 그가 자주 걷는 거리에 단골 카페, 단골 갤러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발을 들여놓게 된다. 또 하나의 세계로. 내 발목을 잡은 도시‘인천’이라는 말만 들어도 설렌다.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관문이 이 도시에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공항이 들어서기 이전에도 인천은 그런 곳이었다. 1883년 개항이 되면서 신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 지금 인천 중구에 가면 그 유명한 차이나타운이 있고, 조계 경계계단을 기준으로 반대편엔 일본 및 각
신기했다. 제주의 사람들이 자꾸만 똑같은 질문을 던져 왔다. ‘나는 누구인가?’ 아직도 그런 질문을 하고 살아야 하는 건가? 부쩍 마음이 주름진 나의 푸념에 제주가 대답했다. 이렇게. ●나는 ‘오조리의 마음’ 입니다 취다선 리조트‘쉼’이 간절한 사람들 사이에서 취다선은 이미 제주 숙소 1순위다. 추천을 받았고, 극찬을 들었고, 2박을 한 후 나도 동의했다. 취다선 리조트는 묘하게도 누군가 손으로 빚은 조소 작품 같은 느낌을 준다. 컬러풀한 벽화와 차분한 차실이 언밸런스함을 이겨 내고 사이좋게 공존한다. 그 분위기에 한 번 빨려들면
진분홍 배롱나무가 선교장 연못에 너울거렸다.주문진 방파제에서는 를 따라 손을 맞잡은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흘렀다. 예스럽고 트렌디한 곳, 강릉이다. ●경포대다섯 개의 달이 뜬다잖아요항상 강릉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호수가 있다니, 그 중 하나는 임의 눈동자에 뜬다니 어찌 아니 달콤하리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지만 강릉의 낭만은 언제나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강릉 여행에서 경포대는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되는 일정이자 절대 빠지지 않는 일정이다. 그리고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흔히 칭하는
여백이 가득하다. 백제의 찬란한 역사를 확 트인 공터에 상상으로 써내려갔다.●미래를 기다리는 미륵사지 석탑낯설지만 익숙하다. 익산의 첫 감상이다. 역사책 속에서 수도 없이 봤으니 눈으로는 가까우나, 한 번도 와본 적은 없으니 발로는 먼 곳이다. 올해 봄, 장장 20년간의 복원을 마치고 익산 미륵사지 석탑(서탑)이 모습을 드러냈다니, 익산을 방문할 이유는 이것 하나로도 충분했다. 미륵사지 서탑과 동탑은 휑한 공터에 다소 거리를 두고 일직선으로 배열돼있다. 하나는 9층, 다른 하나는 6층. 비대칭적인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
무지개 피던 어느 날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는 물러가고하늘은 한 뼘쯤 자란 것 같았다. 그날, 예쁘게 핀 무지개를 만났다. ●가을엔 무지개가 뜬다 연천으로 가는 길 내내 심장이 요동쳤다. 평화수도, 통일동산, 평안동산…. 서울을 벗어나자 드문드문 이런 표지판이 보였다. 앞과 옆으로 종종 군용차가 지나가기도 했다. 먹먹했고 다소 초조했다. 그 느낌이 생소했지만 알아챌 수 있었다. 점점 북한 땅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긴장감이 감도는 마을, 굽이굽이 속살을 파고들어갔다. 엄마 품에 얼굴을 파묻은 어린아이처럼. 그 속엔 세상물정 모른다는
청송은 개성이 확실한 여행지다. 보고 먹을 것이 분명하다. 마침 청송의 매력이 가장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이 오고 있다. ●주연 배우 확실한 청송여행청송 여행은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가 주연이고 솔기온천, 송소고택, 달기백숙, 사과가 조연이다. 야송미술관과 객주문학관도 있지만 주연이 워낙 막강해 존재감을 내세우기가 어렵다. 여행 좀 다닌다는 이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다. 예측 가능한 답이 돌아온다. 맛집을 검색해도 열에 아홉은 백숙이다. 덕분에 청송에서는 결정장애와 정보의 홍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단 가고, 보고, 먹고, 몸을
‘어매가 나물 씻고 아부지가, 삽을 씻는 저녁이면, 별들이 예천의 우물 속에서, 헤엄을 친다 카대요.’ - 안도현 중에서 안도현 시인의 시 에서 예천은 이 나라 땅의 눈동자 같은 우물이라고 한다. 전국 음료수 공장의 40%가 있을 정도로 예천은 물맛이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예천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사랑하는 안도현 시인과 함께한 길에는 시원한 물빛 바람이 일었다.●다시 예천으로, 안도현 시인 지난 7월6일, 예천에서는 안도현 시인 초청강연 및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그 자리에 있을 걸 알면서도 자꾸만 꺼내 보고 싶은, 이번 여행은 돌이켜 보면 그런 마음들이었다. 차라리 쏟아내 버리면 후련할 것을. 그러질 못했다. 날씨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겠다, 했는데 먹먹한 하늘에 여전히 속이 상할 게 뭐람. 이런 해상 케이블카를 타는 게 얼마 만인지. 삼척은 또 처음이었다. 그저 새파랄 풍경을 상상하며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온 보람은 미미해져 갔지만 일기예보가 심심찮게 엇나간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장호역에 용화역까지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에서, 바닥에 뚫린 작은 유리 프레임에 시선을 박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제주의 하늘은 바다처럼 푸르렀고 바다는 하늘처럼 파랗고 드넓었다. 하늘과 바다, 늘 그곳에 있어 당연한 듯 지나치던 것들이 제주에선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이번 여행에선 당연한 것들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하늘에서 바다까지, 모두! ●Day 1 하늘을 걷는 시간제주에서, 아니 우리나라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았다. 백두산, 금강산과 함께 한국의 3대 영산으로 꼽히는 남한 최고봉(1,950m) 한라산은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도공도공’ 심장이 터질 듯 망치질을
교통편도 없었고, 식수도, 먹을 것도 넉넉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짜잔! 누군가 나타나 차를 태워 주고 물을 주고, 먹을 것을 나눠 주었다. 운수 대통할 기운이 넘친다는 달리도니까! ●아흔아홉배미논 위에서다시 목포. 이 항구를 떠나는 일에 자꾸 익숙해진다. 곧 유달산 정상이 보이고, 그 아래 지붕이 예쁜 마을을 지나면 큰 배가 두 척이나 있어서 아주 부자로 느껴지는 목포해양대학교를 지나, 곧 목포대교가 하늘을 가르게 될 거라는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그다음이 문제다. 섬인지 육지인지 구분이 모호하게 이어지는 섬들의 징검다리
언젠가 혼자 섬 백패킹 여행을 가 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래서 추천 받은 리스트의 첫 자리엔 굴업도가 있었다. 혼자서도 좋은 곳이라고. 추천은 반만 맞았다. 굴업도는 혼자서도, 여럿이어도, 오롯이 좋았다. ●굴업도 안의 무인도지난봄 에서 진행했던 후쿠오카 캠핑여행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목적지는 섬이고, 방법은 캠핑에, 조금 힘들더라도 멋진 곳이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에 딱 들어맞는 후보지는 굴업도였다. 누군가 관련 글을 링크로 보내 왔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시작하는 기사였다. 너무 거창해서 농담 같은 수식어가 독
음악의 클래식처럼 여행에도 클래식이 있다.오랫동안 수많은 여행자가 찾았고 앞으로도 그럴 곳이다. 햇살 좋은 여름날 부산 여행의 클래식을 누렸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성지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것들에 대해 우리는 ‘클래식’이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여행에도 오랫동안 사랑 받는 목적지들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부산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은 도시적 감성이 가득한 관광지부터 해운대, 광안리해수욕장, 이기대 자연공원, 황룡산 등 다양한 자연 경관도 보유해 여행에 최적화 된 곳이다. 그 중에서도 해운대, 해동용궁사, 광안리,
자연이 선사하는 조화로운 풍경을 좋아한다. 사람이 만들어낸 고즈넉한 거리를 종종 찾는다. 전남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으며사람들의 발자욱을 따라 때묻은 거리를 걸었다.●선교사들의 꿈과 애환양림근대역사문화마을에는 한옥과 서양식 건물이 공존한다. 광주의 5대 부자들이 살았던 곳이자 서양인 선교사들이 모여 교회, 학교, 병원 등을 개설한 마을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개화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았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양림마을의 연혁과 역사를 알 수 있는 관광안내소가 가장 먼저 맞이한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법
설악이 푸르고 동해가 맑다. 속초에 접어들자 초여름 바람에 초목이 우수수 흔들렸다. 이렇게 건강하고 풍요로운 곳을 만날 줄은 몰랐다. ●우리의 안녕을 확인받기 위하여비취색이 영롱하다. 낙산사 홍련암으로 소원을 빌러 가는 길, 초여름의 바다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마음 속에 소원 하나쯤 품어본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홍련암은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암과 함께 국내 3대 관음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관음보살이 있는 곳, 그 중에서도 영험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바다와 맞닿는 절벽에 자리하고 있어 일출
남과 북, 분단과 상처, 여전히 사무치는 감정…. 눈앞의 광경은 의심할 여지없이 또렷했지만 아득한 정서적 거리감 탓에 볼수록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가깝구나! 고성에서 새삼 깨달았다.●민통선 넘어 쫄깃한 여행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이자 가장 동쪽에 있는 전망대이니 출발지가 어디이든 대개 가장 멀기 마련이다. 고성 통일전망대.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로 반듯하게 자른 38선하고도 그 위 북쪽으로 88km나 더 올라간 동해 바닷가에 앉아 있다. 휴전선까지의 거리라야 고작 3.8km, 빠른 걸음이면 한 시간이면 족할 거리다. 그야말로 북쪽으로
버찌가 익어갈 무렵,새콤한 대구를 찾았다. ●자연에게 묻다간질간질한 계절, 정확히 어디쯤인지 몰라 한껏 설렐 수 있는 지금의 사이. 따스한 햇살은 봄이라는데 져버린 벚꽃 잎은 여름이란다. 봄과 여름의 그 사이를 묻고 싶어 대구의 자연을 찾았다.서울역을 출발해 동대구역까지, KTX로 2시간이 소요된다. 잠을 청하면 개운까지 부족한, 졸음을 견디기엔 약간은 버거운 시간. 난생 첫 대구지만 도회적인 분위기가 익숙하다. 곧장 노트를 꺼냈다,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은 비슷하니까. 다시 들춰보진 않겠지만 모든 것에 이유가 있는 도시를 우선 적고
익숙한 동네를 새롭게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시간을 겹겹이 뜯어보는 것이다.조선시대 풍경맛집 양화진저기 저 와인 바는 가 본 적이 있다만. 이 길의 이름은 이날에야 알았다.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오자 ‘성지길’이 이어졌다. 10분가량 걸었을까, 꽤나 가파른 나무 계단 앞에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표적처럼 서 있다. 어려운 단어들 중 가장 먼저 눈에 꽂힌 건, 꽃. 주변에 버들꽃이 많이 펴서 이름이 붙었다는 ‘양화’나루의 무용담에 관한 내용이었다.양화나루(진, 津)는 한강나루, 삼전도나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