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 in Hanoi나를 취하게 하는 곳들 호안 끼엠 지구에는 비싼 신시가지의 임대료에 밀려 온 사람들이 곳곳에 터를 잡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최전방에 있는 이들이야 주로 젊은 예술가나 사업가. 덕분에 감각적인 카페, 음식점, 편집숍 등이 구시가지에 늘어나고 있단다. 그중에서도 야심한 밤까지 나긋하게 불을 밝힌 술집을 우리가 어찌 지나칠 수 있으랴. 모토-산 우버 누들(Moto-San Uber Noodle) 아마 ‘요만 하다’고 표현하기에 적절할 것이다. 1층 전면을 바bar로 만들고 테이블 몇 개를 거리에 따박따박 맞대 놓
●Halong Bay하롱베이 너울같이 밀려왔다하롱베이, 무던히도 많이 들었던 이름이었다.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석회암 봉우리들이 바다에 무수히 솟아 절경을 이룬다는 곳. 그 풍경이 용이 내려온 것 같다 하여 하롱(하룡, 下龍)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중국의 구이린이 바다에 옮겨진 곳이라는 등등의 수식어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그런 곳이 있다. 가보지 않았으나 마치 이미 무수히 다녀왔던 듯 지루한 여행지 말이다. 석회암 봉우리가 굽이치듯 펼쳐져 있는 하롱베이의 풍경 하롱베이는 크루즈를 타야만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사실 하롱베이
●Ninh Binh닌빈 꽃이 피어나면 소원을 빌자꽃 향기가 흐뭇하게 퍼졌다. 보드랍고 포근한 향이다. 누가 이 산에 꽃나무를 이렇게 많이 심었단 말인가. 봄이면 흐엉 틱(Huong Tich) 산에 자몽꽃(Grapefruit blossom)이 지천으로 피어난단다. 흐엉 틱 산의 절과 사원을 퍼퓸 파고다(Perfume Pagoda)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분명 봄이 아닌데도,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향기는 퍼져 왔다. 그대로 홀리고 말았다. 다소 부담스러운 언덕길과 비에 젖어 미끄러운 계단도 아무렇지 않았다. 자몽꽃 향이 자욱했
비밀의 정원 잠시 하노이에 산책을 다녀왔다. 가랑비가 내려 축축했고, 오래된 나무 문을 밀고 들어갈 때마다 2단, 3단으로 빼곡히 앉은 불상들이 내려다봤다.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가 곧 그칠 것은 알았지만 해가 비출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오래 기도했으니 해가 비출 것이다. 하노이가 약속한 일이다. 미아 파고다에서는 부처의 눈길을 피할 곳이 없다●Duong Lam등럼 역사는 삶이 채워져 만들어지는 것담을 맞댄 집들이 골목을 이룬다. 얼핏 봐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쌓인 집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등럼 고대 마을(Duong Dam
●기누가와 鬼怒川도깨비를 보았노라 도깨비가 사는 곳은 따로 있었다. 그곳에 터를 잡은 도깨비는 강 위에 놓인 다리나 계단, 담벼락은 물론 기차역 앞에서도 호시탐탐 나타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빴다. 바로 일본 도치기현, 기누가와에서다. 기누가와 파크 호텔의 프라이빗 노천탕이다. 미리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도깨비 마을 기누가와에서는 곳곳에서 도깨비가 출몰한다. 마을 주민들은 다리마다 세워진 도깨비 동상이 강이 범람하지 않게 돕는 수호신이라 믿고 있다 도깨비의 화火가 뜨겁다 도깨비 마을 기누가와는 이름부터 으스스하다. ‘기鬼’는
이사와 石和그대, 마음의 문을 열어 주오 마음 속 꽁꽁 감춰 두었던 가여운 이야기는 보드랍고 따뜻한 물길에 스르르 녹아내렸다. 포도주 한 잔을 더하는 밤이면 더 쉽게 잊을 수 있다. 요란하지 않아 좋았던 이사와에서는. 메이세키노야도 카게츠는 3대째 운영되고 있다. 알칼리성 온천수는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와인을 머금고 입수 시계태엽을 돌려 그날 밤으로 돌아가 본다. 하얀 입김이 차가운 공기 속으로 뽀얗게 퍼진다. 발가벗은 몸은 뜨거운 물에 데워져 발갛게 물들었는데 머리카락은 쭈뼛 설 정도로 공기는 차갑다. 뜨거운 노천탕 수
일본 온천 여행을 도쿄로 간다고 하니 주변 반응은 시큰둥하다. 으레 그럴 것이라는 말투로 하코네에 가냐고도 묻는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피어오르는 순간이다. 도쿄, 온천 그리고 하코네를 공식처럼 생각하는 지인들을 뒤로하고 호기롭게 떠났다.수많은 온천 리스트에서 두 곳만 콕 집어 손에 넣고. 물안개가 피어오른 이사와 메이세키노야도 카게츠의 아침 풍경.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기차 타고 온천 여행 일종의 자책감이었다. 그동안 도쿄를 수차례 여행했으면서도 근교에 훌륭한 온천 마을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몰랐다니. 자책감은 책임감으로 바
Diving OKINAWA Kerama Islands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오키나와는 한두 번의 여행으로 정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오로지 바다만을 목적으로, 맑고 투명하기로 유명한 케라마 제도의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케라마의 맑디맑은 바다 앞에 서니, 뛰어들 용기가 절로 난다오키나와의 숨겨진 시즌여행지로서 오키나와(沖繩)의 인기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최근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오키나와를 찾고 있다. 바로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쟁적인 취항 덕분. 그러나 본섬 외에도 무려 40여 개의 부속섬들이 모여 군
Fall in 시모노세키, 한겨울에 가을을 만나다“껴입고 왔던 코트도, 칭칭 감고 왔던 목도리도 무용지물이 됐다.얼굴에 살살 스치는 바람과 새빨갛게 물든 단풍잎은 분명 겨울의 것이 아니다.그렇게 다시 가을이 왔다. 한겨울에 떠난 일본 여행에서.” 아카마신궁 뒤쪽에 매달려 있던 등 귀 없는 불상, 미미나시호이치. 악기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아카마신궁 정문. 천황이 상상했던 바다 속 용궁도 저런 모습이었을까●시모노세키 下關 저 바다 아래 우리 집이 있어아카마신궁 신비롭다 혹은 몽환적이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강
야마구치현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따뜻한 나라에 가고 싶다.” 매섭게도 추웠던 요 근래, 따스한 날들이 너무도 절실했던 탓일까. 1시간 조금 넘게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우베(宇部) 공항에서 가장 먼저 피부로 와 닿은 건 훈훈한 공기였다. 입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는 것으로 여행의 스타트를 끊었다. 딱 한 계절만큼 시간을 돌린 것처럼, 다시 만난 온기가 낯설지만 더없이 반가웠다. 여행 전 자칭 일본여행 전문가라는 주위 사람들에게 먼저 물었다. 혹시 ‘야마구치현(山口県)’에 대해 아냐고. 그들에게마저 생소했나 보다. 스마트폰으
홍콩 사람처럼 누비는 올드타운센트럴Old Town Central 서울에 신사동 가로수길이 있다면, 홍콩엔 올드타운센트럴이 있다.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감각적인 숍들로 가득 채워진 올드타운센트럴은 갤러리와 골동품 가게가 즐비한 할리우드 로드(Hollywood Road)와 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자리한 미드 레벨(Mid-Level)지구 사이 소호(Soho)와 노호(Noho), 포호(Poho)를 포함한다. 홍콩 여행에 있어 이곳이 결코 빠지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하기 때문. 평소 쇼핑, 미식, 예술을 좋아하거나
Ikeda 이케다라면의 재발견인스턴트라면발명기념관 The Momofuku Ando Instant Ramen Museum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인스턴트 라면이다. 바로 그 라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알 수 있는 곳이 오사카 북부 이케다에 위치한 인스턴트라면발명기념관이다. 저렴하고 손쉬운 먹거리로만 인식되는 라면이 실은 발명 당시의 사회적·문화적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는 창의적 발명품임을, 그리고 지금도 현재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해 가며 발전해 가고 있는 상품임을 배울 수 있다. 한마디로 라면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곳
Minoh (箕面)미노 미노를 볼 때까지 다 본 게 아니다초록빛 충만한 흙길 위, 또 다른 오사카를 만나는 시간이다. 미노로 가는 그 길은 마치 순간이동과 같았다. 오사카의 북부 미노 지역으로 흘러가는 동안, 또 다른 버전의 설레임을 만났다. 오사카 우메다에서 전철로 몇 정거장밖에 되지 않는 미노는 오사카의 베드타운이다. 언덕을 따라 고급 주택들이 늘어서 있고, 차분하면서도 깨끗한 일본 소도시의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온천과 트레킹 같은 가벼운 휴식을 위해 오사카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자 아이들의 단골 소풍지이기도 하
Nose (能勢)노세 꼭꼭 숨은 건강한 놀이터 오사카 도심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1시간 남짓 달렸다. 넓은 도로가 좁아지고, 높은 빌딩 대신 저층 건물이 거리를 따라 자리한다. 언덕 몇 개를 더 넘고 나면 논과 밭이, 사이에 드문드문 농촌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주변을 산봉우리 여럿이 한데 모여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형세. 오사카의 지붕이라 불리는 노세의 첫인상이다. 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논과 밭이 들어섰고, 그 뒤로는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높은 지대라는 지형적 특징 탓에 오사카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졌지만, 자연
Delicious Market 오사카는 일본 최고의 거상들을 낳은 유서 깊은 상업도시로 예로부터 물류의 중심지였다. 3대 시장으로 도지마(堂島)의 쌀시장, 덴마(天滿)의 채소시장, 자코바(雜喉場)의 어시장이 흥했었다. 지금도 시장은 오사카의 상인들이 편애하는 서민 맛집의 보고(寶庫)다. 가와카미 상점 ●300년 전통의기즈 시장 아직 해가 채 뜨기도 전인 새벽녘이건만, 사방에서 활기가 넘친다. 수레를 끌고 분주하게 시장 구석구석을 오가는 이들부터 호쾌한 목소리로 가격을 흥정하는 이들까지. 전국 각지에서 이곳으로 모여든 해산물이 다시
Midnight Bar 어둠과 빛 그리고 음악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 속에서 한 잔의 칵테일에 취하는 시간. 라이브 재즈를 연주하는 곳부터 정겨운 심야식당까지, 술잔에 고이는 오사카의 밤은 달콤하다. 더 바 ●빛과 음악의 하모니더 바 (The BAR)시끌벅적한 우메다를 피해 로맨틱한 도시의 밤을 한껏 느끼고 싶다면 기타신치에 알맞은 장소가 있다. 금방이라도 몰디브 해변 어딘가로 데려다 줄 것만 같은 모히토, 진한 블랙 러시안 등 메뉴판 한 페이지로는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칵테일과 와인리스트를 갖추고 있는 ‘더 바’가 바로
Fukushima (福島)후쿠시마 골목을 누비는 호기심 발자국JR후쿠시마역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 작은 골목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불을 밝히며 영업을 준비하는 가게들이 눈에 띈다. 양쪽 벽으로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늘어서 있는 모습은 마치 일본 고전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이내 까마득한 밤, 모든 가게에 주황 불빛이 드리우면 후쿠시마 골목에서는 맛있는 축제가 시작된다. 하나 둘, 소박한 음식점들을 점령해 보자. 특색 있는 맛집부터 조용한 바까지. 단 두 블록의 골목으로도 다양한 분위기의 밤을 즐길 수 있다. 후쿠시마의 진한 화장
Dotonbori 道頓堀도톤보리 물 따라, 사람 따라 도톤보리(Dotonbori)에는 두 개의 흐름이 있다. 오사카항으로 빠져나가는 도톤보리강에서 이어진 수로의 흐름과 일본, 중국, 한국인들이 뒤섞인 인파의 흐름이다. 가장 유명한 클리코맨* 전광판 주변으로 온통 휘황찬란한 대형 네온사인과 입체적인 광고판이 반짝이고, 그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수로 위에는 리버크루즈가 쉼 없이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밀려오는 이미지와 사람들의 홍수에 반쯤 정신이 나갈 듯한 순간에 몸을 움직일 방향을 정해 주는 것은 어디선가 솔솔 날아오는 오코노미야키
Temma 天満덴마 오사카의 삶, 깊숙한 곳을 걷다 일본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로 알려진 덴진바시스시 선술집이 늘어선 덴마의 밤거리 여행자로 가득한 도톤보리나 난바를 벗어나 진짜 오사카의 밤 풍경을 만나려면 우메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덴마로 향하면 된다. 길이가 2.6km로 일본에서도 가장 긴 아케이드로 알려진 덴진바시스시(天神橋筋) 옆길을 따라 식당과 주점들이 이어진다. 가게마다 붉은 제등이 밝아지면 퇴근길 직장인들이 하나둘씩 찾아와 선술집을 가득 메운다. 마음에 드는 식당이나 선술집이 있다면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사케를 주문해
오사카 IN and Out밤에는 야경이 아름다운 오사카 중심부에 푹 빠졌고,낮에는 오사카 외곽에서 숲과 온천을 즐겼다.몰랐던 오사카의 발견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해질녁의 우메다 공중정원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내려다본 오사카 야경 Umeda 梅田우메다 우리 ‘거기’서 만날까?저녁이 되자 원정대원들이 하나씩 우메다 공중정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약속도 없었지만 그 넓은 오사카에서 우리는 잠시 동안 다시 완전체가 되었다. 그만큼 우메다 공중정원은 오사카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곳이다. 그것도 아주 높은 곳으로. 전망대가 자리 잡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