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직 요강바위를 못 본 것은, 비경을 쉬쉬하는 사람들의 음모가 분명하다. 산도 좋고 물도 좋아 요산요수인 그곳을, 생태적으로 지켜 내는 것은 모두의 의무이고. ●요강에서 하늘까지 섬진강 상류. 꽤 너른 강폭이지만 유속이 빠르다. 주변의 바위들이 어찌하여 모두 둥글둥글 성격 좋아 보이게 다듬어졌는지 알 것 같다. 크고 작고 평평하고 기묘한 너럭바위들이 3km에 걸쳐 퍼져 있는 이곳이 바로 장군목 유원지다. 순창 사람들은 장군목을 섬진강 212.3km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는다. 딱 봐도 여러 가지 전설이 수위를 넘고,
꽃피는 사월, 홀로 떠났다.아직 찬기가 가시지 않은 보길도로. 돌이켜보면 ‘혼섬’ 여행에서 필요한 건 결국, 슬기였다. ●보길도행, 핸들을 잡았다이른 아침, 전라남도 해남 갈두항. 첫 배를 기다리는 차량 줄의 꽁무니에 섰다. 애써 달려온 보람도 없이 결항이라니. 강풍 탓이다. 바람이 잦아들고 운항이 재개되기까지는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운전석에 앉은 채로 꾸벅이기 시작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으니 깊은 잠은 언감생심이다.보길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완도 화흥포항 또는 해남 땅 끝에 위치한 갈두항에서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
전라남도 목포시 고속버스터미널. 자전거가 출발했다. 영산강 하구를 따라 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 바퀴는 무안군과 함평군에 흩어져 있는 명산, 사평, 식영정, 석관정 나루터에 찬찬히 자국을 남겼다. ●삶을 닮다자연의 이치 중 하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일까. 강길을 따라가는 자전거 페달도 상류에서 하류 쪽으로 향하곤 한다. 그러나 자전거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건, 페달의 방향이 아니라 바람의 움직임이다. 자전거는 바람을 등지고 매끄럽게 나아가기도, 바람에 부딪치며 힘겹게 저항해 가기도
또다시 내년 봄을 기약한 이들에게, 강화도의 꽃길을 동봉해 보낸다. 멀리 가 닿길 바라며. ●얼음, 그리고 땡기다리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는 편이다. 보고 싶은 건 바로 봐야 하고, 먹고 싶은 건 지금 주문해야 하고, 가고 싶은 곳은 당장 가야 하는 성격. ‘빨리빨리’는 습관이라기보단 생활신조에 가까웠다. 그런 내게 가만히 무언가를 인내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무거운 과제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끝없는 기다림의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해외여행, 마스크 없는 삶, 여러 지인들과의 모임, 그리고 꽃놀이도
예술과 카페, 강화도에선 마음의 부등호가 한 쪽으로 기우는 법이 없었다. ●악동 DNA어릴 적 나는 동네에서 소문난 악동이었다. 아파트 층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건 기본, 멀쩡한 엘리베이터 문에 ‘고장’ 문구를 적어 두는가 하면, 단지 내 토끼장의 토끼를 밥 먹듯이 풀어 줘 경비 아저씨를 매번 곤란하게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맘때쯤 태어난 동생에게 가족들의 관심이 쏠리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는데, 사실은 그냥 경직된 분위기를 부수고 해방감을 느끼는 게 좋았다. 몸 속 어딘가에 악동 DNA라도 남아 있는 걸까. 부모님의 회초
일상에 브레이크가 필요했다. 액셀을 밟았다. 여행경로: 서울→7번 국도→동해 추암 해수욕장→새천년도로→삼척 원평 해수욕장→신남 해수욕장→울진 후포리 벽화마을●등뼈를 타고동해, 동, 해, 동─해. ‘동해’를 입 안에 넣고 이리저리 굴려 본다. ‘동’에서 드넓은 바다로 98톤의 고래가 푸웅덩 잠수했다가 ‘해’에서 고요한 바다 표면이 반짝인다. 혀끝에 파란이 인다. 그게 좋아서 핸들을 잡았다. 어디로든 떠나야 했던 매일도 있었고. 간절한 건, 그저 시동을 거는 일. 버튼을 누르자 엔진이 드릉드릉, 뛸 준비를 한다. 액셀을 밟는 발에 망설
추자도의 봄은 꽃보다 먼저 와 있었다. 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오랜 섬 여행으로 단련된 촉은 봄이라 말했다. 나른한 부둣가, 미로처럼 이어진 대서리 골목, 그리고 담벼락에 채색된 파란 물결을 타고. 그렇게 오고 있는 중이라고. ●제주 섬의 절반제주도에는 유인도 8개를 포함해 79개의 섬이 있다. 그중 절반은 추자군도에 모여 있다. 추자면은 완도군에 속해 있다가 1914년 제주도에 편입되었다. 추자도를 포함해 그 뒤를 따랐던 40여 개의 작은 섬들도 제주도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추자도에는 총 4개의 섬, 즉 다리로 이어진 상추자도
키덜트(Kidult)는 어린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이(어른+아이)’를 지칭한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 만화, 과자 등에 향수를 느끼는 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 숱한 ‘어른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필, 서울 키덜트 소품숍 9곳을 가 다녀왔다.●토이스토리 덕후를 위한 건대 토이쩔어스남녀노소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을 이곳에서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픽사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덕후’라면 토이쩔어
통영 우도우리나라에는 7개의 우도가 있다. 잘 알려진 제주의 우도를 포함해 서해 5도의 가장 남쪽 섬 우도, 굴이 맛있기로 소문난 서산의 우도, 금일도 명사십리해변 앞에 오뚝하게 떠 있는 섬의 이름도 우도다. 그리고 통영에도 역시, 우도가 있다. ●여행의 반, 해초비빔밥통영 우도는 연화도와 인접해 있으며 면적 0.6km2에 20여 가구, 약 30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이다. 선착장 위쪽 작은 마을인 아랫막개에 몇 가구가 살고 있지만, 본 마을인 울막개는 고개 하나를 넘어야 한다.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콘크리트 도로가 선착장에서 마
지금까지의 공원이 경관과 테마 중심이었다면, 앞으로 공원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공존의 자리다. 익산이 그리는 미래의 공원이다. ●미륵산 아래서 미래의 눈으로 이제는 터로만 남은 익산 미륵사지가 기대고 있는 산의 이름은 미륵산이다. 높은 산이 귀한 익산에서 미륵산은 가장 높은 산이고,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지형을 닮은 아담한 저수지가 보인다. 금마면에 위치한 금마저수지다. 미륵산(430m)과 용화산(342m)에서 흘러내린 물은 이 저수지에 고였다가 평원으로 퍼져 나가 곡식을 키운 후 다시 만경강에 합수해 서해로 흘러간다.
이것은 허리가 뻐근한 이야기다. 끊어지고 토막 난 백두대간을 복원하는 과정에는 분단의 현실과 훼손된 생태의 현실이 모두 소환된다.●마을로 내려온 백두대간 남원은 지리산의 서북쪽에 있다. 전라북도가 나눠 가진 지리산의 지분을 남원이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남원의 생태관광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넓게는 백두대간이라는 큰 무대까지 바라본다. 남원 주천면 노치마을은 유일하게 백두대간이 마을을 통과하는 곳이다. 일제가 백두대간의 정기를 끊기 위해 커다란 목돌 6개를 땅에 박았다는 이야기가 그 증거다. 목돌을 박은 이후 마을 사람들은
간밤에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았던 날.소록소록 이야기가 흐르는 곳으로 걸음을 뗐다.▶21-22’ 한국관광100선강화 원도심 스토리워크강화 원도심을 걸으며 강화읍에 관한 역사와 이야기를 알 수 있는 도보 코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1~2022 한국관광 100선’에 꼽혔다. 1970년대 초까지 방직산업으로 활황을 이루었던 마을의 모습과 3·1운동 당시 치열했던 싸움의 흔적 등을 찾을 수 있다.거리│2.6km소요시간│약 2시간코스│심도직물터→용흥궁→대한성공회 강화성당→강화 3·1독립만세 기념비→700년 은행나무→이화견직 담장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