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압골의 영향으로 주말 동안 중부지방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비가 오겠고…’화창한 하늘이 무색하게 하는 내일의 기상예보가 이른 아침부터 부산한 우리 커플의 귓가로 흘러든다. 11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와 나는 셀프웨딩촬영을 위해 서해안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몇 벌의 웨딩드레스와 소품을 준비하며 제발 날씨가 좋기만을 바라 왔는데, 이보다 더 기운 빠지는 소식이 또 있을까. “오빠, 여행 다른 날짜에 가면 안 되겠지?” 여행은 ‘떠나는 순간’이 아닌 ‘준비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문득 스친다. 그렇다면, 이번 여행
울릉도는 패키지여행의 이점이 크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 맘대로, 또 손쉽게 여행하기에는 여러모로 열악한 부분이 많아서다. 그래도 나만의 홀가분한 자유여행을 포기하는 것도 퍽이나 아쉽다. 그래서 패키지에 자유를 줬다. ‘울릉도 패키지 자유여행’이라고 하면 될까? 도동항에서 시작해 행남등대까지 이어지는 도동 해안산책로는 화산섬의 지질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연인과 부부,가족끼리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상전벽해의 울릉도비행기 날고 크루즈선 뜰 날10년쯤 지났겠구나, 망망대해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 울릉도를 보
나뭇잎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이틀 전 시원하게 쏟아진 빗물 덕분이었을까. 산 속을 걷는 틈틈이 흐르는 물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이따금씩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은 덤.그렇게 인제는 한 발짝 먼저 내 품에 가을을 안겨줬다. 자작나무 숲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길이 마련돼 있다 ●산속 깊이 숨어있는 새하얀 숲자작나무 숲이라고 했다. 분명 ‘숲’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왜 가벼운 산책쯤 일거라 생각했었을까. 3년 전 처음 자작나무 숲을 찾았을 때 이야기다. 한여름이라 옷차림은 가벼웠고 샌들까지 신었더랬다. 2시간 이상 자작나무 숲을 둘러보고
바닷가 도시 동해를 올랐다. 수평의 바다에서도 수직의 오른다는 말은 성립했다. 고되고 고단했지만 생기가 넘쳤던 옛 사람들의 삶에 닿았고, 신선이 노닐던 절경에 빠졌다. 논골담길과 무릉계곡 등반기다. 논골담길 담에는 옛날 이곳에서 억척스런 삶을 살았던 논골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동해 논골담길 벽돌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더니…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던 마을이래서 뭣도 모른 채 기대했다. 그 정도로 부촌이었으면 마을도 제법 근사하겠구나, 그런 지레짐작. 빗나갔다. 머릿속에 단아하고 기품 있는 한옥마을을 지어 올렸지만 웬걸, 언
부산에 다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배달한 만두로 수 년을 버틴 의 오대수도, 흰여울문화마을에서 국밥을 들이키던 의 송우석도. 부산을 영화처럼 여행할 필요가 있음이 확실하다. 마침 10월12일부터 21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도 열리니 완벽한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부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요트투어. 바다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풍경은 역동적이다 ●도심으로 녹아든 영화의 현장을 찾아서작고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포개진 초량리 산복마을이나 묵직한 철강 크레인들이 거인들처럼 솟아있는 영도를 보라. 단 한 시간만이라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국내 패키지여행을 했다. 그도 좋았지만 ‘운전의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여행에 집중할 수 있어서 더 설레었다. 아내와 함께 한 홍천·속초·양양·인제 1박2일 패키지여행 이야기! 낙산사 홍련암 수타사는 성덕왕 7년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수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생태 숲 산책길 ●두근두근 패키지 ‘함께 또 따로’1박2일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줄 관광버스는 서울역과 신길역에서 손님들을 태우고 마지막 집결지인 잠실종합운동장역으로 온다. 손님은 많을까, 어떤 사람들일까, 가이드는 친절할까…. 국내 첫 패키지여행이어
힐튼 부산 Hilton Busan 힐튼 부산의 그랜드 오픈을 이틀 앞둔 기자간담회 현장. 아난티 코브 운영사인 에머슨퍼시픽 이만규 대표가 말하길, “우리나라 사람들이 멋진 풍경을 만나면 외국 같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부산 기장 지역은 외국 부럽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해 이곳에 휴양지를 만들 생각을 했다.” 그럼 일단은 성공이다. 나를 포함해 힐튼 부산을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그리스 같다”,“발리 풀빌라 같다”, “싱가포르의 모 호텔을 빼닮았다”는 첫인상 소회를 쏟아냈다. 힐튼 부산주소: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8
미국에 포틀랜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부산이 있다.푸른 바다와 하늘마저 그 시원한 맛을 거드니세계 그 어느 맥주 도시가 부럽지 않았다. ●도깨비를 마시는 시간아키투 브루잉 컴퍼니수메르 시대, 맥주의 원료인 보리를 수확하는 축제였던 ‘아키투(AKITU)’에서 이름을 따온 아키투 브루잉 컴퍼니는 2003년 양조를 시작했다. 그런데 브루어리에 도깨비가 나타났다? 아키투 브루잉 컴퍼니의 대표 맥주는 단연 도깨비(Dokkaebi) 맥주. 우리나라 최초로 전통 재래식 메주의 다양한 토종 유산균과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사워 에일(Sour Ale)
여름은 초록과 파랑 사이의 어딘가 즈음이다. 싱그러운 초록 숲 향기를 맡고 새파란 하늘 아래 카누를 타며 물레길을 휘젓고 돌아왔다. 탁하고 후덥지근한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니 여름도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었다. 남이섬 송파은행길. 남이섬 산책의 묘미는 사람 키보다 몇 곱절 큰 나무들이 일렬로 이어진 길을 걷는 것 남이섬 내 하늘 자전거 춘천 낭만에 대하여 그래, 당신 말이 맞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첫사랑으로 끙끙 앓던 청춘은 뜨거웠다. 그리고 청춘은 여전히 춘천에 머물러 있다. 청춘과 춘천이라는 두 단어는 마치 의도한
담양여행의 키워드는 단연 나무라야 했다. 대나무, 메타세쿼이아,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그야말로 나무의 마을이었다. 여름 한 낮, 땡볕이 거칠수록 나무는 짙은 그늘로 서늘했고, 그 어둑함 사이로 서걱서걱 청량한 노래가 흘렀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여름이면 푸른 터널로 여행객들을 보듬는다 여름날의 메타세쿼이아 길 산책 ●메타세쿼이아 길푸른 터널 속으로담양하면 당연히 죽, 대나무다. 아니 그랬었다. 담양의 상징으로서 대나무가 누린 독보적 명성에 메타세쿼이아가 도전장을 내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담양 메
서해안 중간 어딘가에 자리한 그곳.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대신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고, 세련되지 않은 투박한 매력이 가득해 더 정겨운 곳. 한 발자국 내딛으며 일상에서의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은 동네, 홍성에 다녀왔다. 갯벌과 바다, 등대가 한눈에 보이는 남당항 1 오후에는 배가 정박해 있다 2 새조개와 대하를 상징하는 조각물 3 봄철에는 바지락과 쭈꾸미를 넣은 해물 칼국수가 일품이다 수수한 매력과 맛에 취하다한적한 홍성에 들어섰다. 홍성역에서 출발한 지 30분 만에 도착한 곳은 남당항. 조금 이른 도착이었는지 남당항에 늘어선
당연하다고 방심하진 마임실에 치즈라. 반전 없는 조합이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고소하고 쫄깃한 맛, 임실에는 그 이상의 이야기와 재미가 있었으니. 터덜터덜. 임실 치즈마을로 향하는 수단은 자동차도 자전거도 아니었다. 푸른 논밭을 가로지르는 경운기다. 눈치 챘을까. 반전이 없다 했지만 반전이 있는 게 임실의 반전이란 사실을. 산과 나무와 지붕이 서로 맞닿아 있는 필봉문화촌의 취락원 장담한다. 임실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에 ‘지정환’ 신부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는 1966년,
●타임머신을 탄 오후 시간에는 힘이 있다. 동네 구멍가게 앞에서 이런 심오한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에도 꼭 이만 한 슈퍼가 있었다. 학교가 파하면 어김없이 들러 군것질을 하곤 했는데, 있는지도 몰랐던 그 기억들이 여기서야 문득 떠오른 것이다. 20년을 훌쩍 뛰어넘은 오후였다. 군산 근대역사거리는 구수하고 정겹다. 지나치는 벽화마저도 초원사진관에는 정원과 다림의 사랑이,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향수가 담겼다 전라북도, 군산 근대역사거리에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마을 한편에 자리한 초원사진관도 20여 년
서울에서 두 시간, 이른 아침부터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당일치기 브루어리 여행을 떠났다. 울산 그리고 양산으로. ●YANGSAN양산의 터줏대감켈슈 브로이놀 거리, 볼 거리, 먹거리, 여행의 3요소가 모두 충족되는 곳이라 해야겠다. 한국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와 영남권 최대 놀이동산인 통도 환타지아 사이에 위치했다는 것만으로 말이다. 켈슈 브로이는 대한민국 수제 맥주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해도 무방하다. 2002년 소규모 양조장 ‘혼마 브로이’로 시작한 켈슈 브로이는 그동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양산의 터줏대감 브루어리로 자
전 세계 안 가 본 곳이 없는 홍콩 친구들과 함께하는 제주. 모름지기 숙소는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를 담아야 하며 주인장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여행고수인 그들과어떤 숙소에 묵어야 할까? 눈 먼 고래는 바깥채인 ‘바다 고래’와 안채인 ‘숲 고래’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의 오래된 돌담 집에 현대적인 기술과 감각을 더해 이렇게 세련된 공간을 만들어 냈다●문화 차이를 초월한 감성 스테이숙소 이름은 ‘눈 먼 고래(Blind Whale)’. 평범했던 조천의 오래된 전통 돌집을 개조해 마치 마술을 부리듯 모던하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서해 ‘만리포’ 해변에 ‘캘리포니아’가 펼쳐진단다.갈까 말까 고민도 잠시,이번 주말 파도가 마구 밀려온다는 소식에 떠밀려 그곳에 도착했다.또 한 번 서핑의 꿈을 한아름 안고서.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 이국적인 풍경 서해에도 서핑하기 괜찮은 파도가 꽤 들어온다 ●서해안에 파도가 없다고?국내의 유명 서핑 스폿으로는 제주 중문, 부산 송정과 해운대, 포항, 강원도 양양, 그리고 서해 만리포가 있다. 처음 만리포에 대해 들었을 땐 무척이나 낯설었다. 밀물과 썰물이 있는 서해에서 서핑이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달그락 달그락 별이 부딪치던 소리는 사그락 사그락 귓가를 맴도는 추억의 여음이 되어 기어이 그 밤을 증언하는 표식이 되고 말았다. 이쯤에서 영양이 가르쳐 준 것 한 가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지 못할 것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영양풍력발전단지. 영양의 자연이 이국적인 풍경을 입었다●육지의 섬으로“양양이 아니고?” 영양으로 떠난다는 말에 지인들은 모두 하나같은 반응으로 되묻기가 먼저였다. 뭐, 나조차 그런 의문부터 가졌었다는 점을 고백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양이란 곳에 어떤 볼거
Close Up! 바다열차스크린은 영화관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고혹적인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가는 바다열차 여행은 차창을 통해 바다의 삶을 보여 주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바다열차는 정동진, 묵호, 동해, 추암, 삼척에 이르는 56km의 해안선을 달리는 기차다. 정동진에서 삼척역까지 6개 역에서 승하차할 수 있는데, 이왕이면 전 구간 탑승을 권한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바다의 모습에 넋을 잃게 될 테다. 바다열차 여행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바다를 향해 난 좌석에 앉아서 1시간20분 동안 동해의 일상을 경험한
예부터 많은 문인묵객이 단양의 아름다운 경치에 탄복했고, 이곳에서 지극한 풍류를 누렸다. 그래서 ‘단양 8경’은 더욱 섬세하고 아름답다. 단양 8경은 조선개국 공신 삼봉 정도전을 비롯해 퇴계 이황과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등 많은 선비와 화가가 사랑했다. 단양 8경의 백미는 도담삼봉이다. 남한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도담삼봉의 삼도정에서 단양 15대 군수였던 퇴계 이황은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시를 읊조렸을 것만 같다. 기생 두향과의 못다 한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고고한 기개를 지켜야 하는 선비로서 그는 두향을 향한 사랑을 고이
길은 타임머신처럼, 정약용 선생이 유배 길을 걷던 조선 후기의 강진으로 데려다 주었다. 차나무가 많아 ‘다산(茶山)’이란 별명을 지닌 만덕산. 그 안에 다산 정약용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남도유배길이 있다. 남도유배길의 4개 코스는 각각 13km가 넘는 길이다. 하나를 완주하는 데 최소 4시간 이상 걸리므로 도전하기가 만만치 않다.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남도유배길의 ‘맛보기’이자 핵심 코스는 2코스의 다산오솔길 중 다산초당-백련사 구간이다.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잇는 오솔길은 빨간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동백림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