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담는다는 것, 모두 달랐다. 마크 트웨인에겐 글이었고 폴 고갱에겐 그림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여행작가의 대선배들이다. 물론 그 이전엔 ‘마르코 폴로’도 있었고 네덜란드인 ‘하멜’, 우리나라엔 ‘혜초’와 ‘윤선도’가 있었다. 명나라의 환관 ‘정화’도 함대를 끌고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당시 사람들은 이들의 글과 그림을 통해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여행의 꿈을 키웠을 것이다. 아닌가? 전남 강진 어느 무인텔에서 소주를 잔뜩 마시곤, 타고난 역마살 신세를 한탄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직업이 언제 생겼나 궁금해져 찾아봤다. 여
2022년, 이제 제게 남은 휴가 따윈 없습니다. 평일은 오직 출근과 퇴근만을 위한 하루일 뿐입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남은 휴가를 탈탈 털어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무려 3년 만이었습니다. 방콕을 들렀다 몰디브로 향했습니다. 1박당 수백만원하는 리조트에 틀어박혀 딱히 할 것도 없이 있다 왔습니다. 자다가 먹다가 수영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재수 없는 조언인 줄 알면서도 굳이 해야겠습니다. 몰디브는 부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글로 풀자면 한없이 오그라들 그런 미세한 감정을, 경험이 대신해 주기 때문입니다. 쌓여
이우석 소장이 전하는 잔혹동화. 여행자의 낭만, 그리고 허상에 대하여"세상에는 우리가 머릿속에 품고 지냈던 상상과는 터무니없이 다른 곳이 많다.현실적 여행을 위해 전두엽을 좀 더 차갑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여행은 흔히 꿈과 낭만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견 그렇다. ‘원하는 것’이 아니라 ‘꿈’이란 단어를 쓰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자신이 기대하는 것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 아닌가. 이제 실재하는 세상을 보여 주겠다. 하하하.만화영화 의 배경으로 등장한 스위스(정확히는 스위스 그라우뷘덴주 마이엔펠트).
2023년까지, 에겐 딱 두 번의 마감이 남았습니다. 갑자기 곧 연말입니다. ‘갑자기’에 공감을 하시나요? 언제부턴가 삶이 점점 빠르게 흐르는 것만 같습니다. 늙어 가는 것이겠죠. 자꾸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 는 이번 한 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돌아봅니다. 지지난해와 지난해처럼 변함없이 쉽지 않은 여행을 마쳤습니다. 종이 잡지, 그것도 주제가 여행인…. 아무래도 운명에 역경을 타고났지만, 끈기로 유지 중입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여행이 좋아서, 주섬주섬 다시 짐을 쌉니다.8월에는 2020년 이후로 잠시 멈춰 있던
소멸 예정인 마일리지로부터나는 헤어지기로 결심했다.헤어질 결심, 두 번째 이야기. 마일리지라는 것“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저희 380만원짜리 인천(ICN)-로스앤젤레스(LAX) 간 항공권을 예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외로 떠나는 여행길이 열렸다지만 아직까지 여행 일정을 덜컥 잡기엔 요원하기만 하다. PCR 검사만 면제시키면 뭐하나, 콧구멍만 편하지. 수백만원에 이르는 이놈의 항공권 가격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누군가 ‘코로나 이후는 그 이전과 다른 세상이다’라고 했던가. 어딜 검색하나 내게 익숙한 항공권 가격이 아니다. 일명
지난여름은 모 아니면 도의 시간이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가 지구의 7월 기온이 가장 높았던 3개 해 중 하나라고 합니다. 반면 8월, 대한민국은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습니다. 전국이 침수되었습니다. 물은 높은 곳으로부터 낮은 곳으로 흘렀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침수 피해로 인해 참변을 당했습니다. 애통한 여름이 지나갑니다.이제 ‘여전한’ 가을입니다.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희소한 시대지만, 감염 증가율은 여전히 가파릅니다. 안타깝지만 이번 명절
c59. y20. 파란(碧)색 계열이며 천청색(淺靑色)이라고도 한다. CMYK 색상 코드(인쇄와 사진에서의 색 재현에 사용되는 체계)는 5AC6D0. 환상적 트로피컬 블루. 하지만 난 이 색을 봐도 전혀 들뜨지 않는다. 그저 청크린(변기세정액)이나 캔디바(빙과류) 같은 색이라 여기고 있다. 이 색으로 가득한 천국에서 주야장천 일만 하다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니요언제였나. 십여 년이 흘렀을까. H선배와 함께 몰디브에 취재 여행을 갔을 때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인 허니무너의 버킷리스트에 꼭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몰디브다. 원래 이름
국내에 BA.2.75가 상륙했습니다. 일명 켄타우로스, 코로나 재유행을 주도할 차세대 리더입니다. 얼마 전 인천에서 BA.2.75 첫 확진자가 나왔는데 상황이 특이합니다. 확진자 A씨는 최근 해외를 방문한 적이 없답니다. 이미 켄타우로스는 국내 어느 곳에서 미친 듯 달리는 중입니다. 여행업계는 다시 조마조마합니다.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찾아오나 싶었던 여름 성수기가 코앞인데 확진자의 상승세는 자비가 없습니다. 금리도, 물가도, 항공권 가격도 모든 것이 천장을 뚫고 하늘로 향합니다. 날씨도 말썽입니다. 어디서는 폭우로 떠내려가고 어
나는 지금 기차에 앉아 있다. 이번 달 8번째, 이번 주만 4번째다. 의 철이처럼 매일 기차에 앉아 있는 셈이다. 낭만적인 이름, 기차난 기차를 좋아한다. 모든 탈것 중에 으뜸이다. 낭만적이라는 배와 가장 빠른 운송수단인 비행기에 비해서도 그렇다. 기차는 적당히 낭만이 있고 빠르다. 기차는 역과 역을 잇지만, 대부분(새로 생긴 역은 멀다)의 역은 도심 한복판에 있다. 결과적으로 어떠한 교통수단보다 가장 최종 목적지에 가깝게 여행객을 데려다 주는 수단이 기차다. 물론 영종 신도시에 사는 사람에겐 조금 다른 이야기긴
여름 휴가 어디로 가세요? 이 질문,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분, 휴가 계획은 세우셨는지요. 한동안 안부 인사를 건네기도 난감했던 여행업 종사자 이모씨는 하와이를 간다고 하고, 오래 알고 지냈던 김작가는 유럽을 돌아보려 한답니다.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다행이면서도 부러운 요즘입니다.좋은 일만 일어난다면 그게 여행이고 인생일까요. 역시나 다시 고난이 찾아왔습니다. 원숭이 두창, 이름도 생소한 신상 전염병이 등장했습니다. 발생 41일 만에 38개국에서 2,021명이 확진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빠른 확산세에 세계보건기구(
이것 참, 너무 그립다.귓가에 맴도는 여행 소리가 더욱 그립게 만든다. 사운드 오브 비 버드늙었나? 요즘 잠이 없다. 유난히 일찍 출근하던 길, 아파트 단지에서 새소리를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허공에 욕을 하며(가끔 사물과도 싸운다) 새똥을 피해 멀찌감치 돌아갔다. 하지만 이날은 문득 방콕의 어느 아침이 떠올랐다. 댓바람 뙤약볕 속 지저귀던 새들의 합창. 분주한 짹짹 소리에 깨어나고, 유난히 뜨겁던 방콕의 그날 하루가 시작됐다.“븅븅~” 페루에서 들었던 벌새(hummingbird) 소리도 기억난다. 헬리콥터처럼 꽃마다 순회하며 뾰족
얼마 전 해외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터키를 거쳐 몰타, 영국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출장 하루 전, 베란다에 방치되어 있던 캐리어를 거실로 끌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작은 방으로 향해 옷장 가장 윗부분 선반에서 출장을 위해 구입해 놨던 편한 옷 뭉텅이를 꺼냈습니다. 그것들을 거실에 모조리 흩뿌리니 기억났습니다. 이런저런 준비를 필요로 한다는 좁은 관점에서, 여행은 참으로 귀찮고 고단한 것이었습니다. 2년하고도 2개월 만에 떠나는 여행 전날, 사방 천지 정리해야 할 것 투성이가 된 거실에서, 이대로 집에서 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의 반복이 지겨워져 여행을 떠난다지만, 도착 즉시 다시 그곳의 루틴이 시작된다. 조식부터 그렇다. 조식당 가는 길늘 그렇듯 여행의 하루는 호텔 조식으로 시작한다. 여차하면 조식 뷔페 마감으로 손가락만 빨게 된다. 그래서 꼭 알람을 맞추고 잔다. 시차 적응에 실패하면 몸이 말려 놓은 시래기 같아진다. 하지만 아침식사에 대한 열망은 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보통 둘째 날부터 ‘호텔 조식 룩’이 사라진다. 나가 보면 다들 그렇다. 양말을 아끼느라 맨발로 슬리퍼를 질질 끌고 식당으로 향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아침에 타는 엘리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었습니다. 이제 10명이 넘게 모일 수 있습니다. 새벽에도 식당과 카페에 갈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한 칸 띄어 앉지 않아도 됩니다. 영화관에서는 팝콘에 스프라이트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이제 진짜 그래도 됩니다.여행의 회복은 일상보다 조금 늦지만, 나름 편해지는 중입니다. 6월부터는 해외입국자에 대한 코로나 진단검사가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코로나와 관련된 모든 입국 제한 조치를 해제한 국가와 지역은 24개에 달하며 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를 인정해 주는 나라는 이보다 더 많아지고 있습
홍콩의 예술을 느낄 수 있는 M+(엠플러스)*가 지난해 11월 개관했다. 개관까지 꼬박 10년. 정도련 부관장은 엠플러스의 시작과 현재를 같이 하고 있다. 정 부관장은 2013년 엠플러스에 입사해 수석 큐레이터이자 부관장으로 엠플러스를 이끌고 있다. 그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은 엠플러스의 이야기부터 숨겨진 홍콩의 명소까지. 정 부관장이 경험한 홍콩과 홍콩의 예술 이야기를 지난 3월29일 온라인으로 만나 들어봤다.-엠플러스는 시각문화박물관을 지향하고 있다. 미술관이 아닌 시각문화박물관으로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미술 분야에만 집중하는
세상 천지에 좋은 사람만 사는 것은 아니다. 하인리 힘러(Heinrich Himmler, 나치의 SS친위대장) 같은 인종차별주의자도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전쟁광도 있게 마련이다. ●이집트 뮤지움 빌런, 뮤지움 뮤지움 이집트에선 ‘이브라힘’이라는 꽤 근사한 이름을 가진 가이드를 만났다. 아침이고 늦은 밤이고 그는 언제나 웃었다. 처음엔 그 웃음이 고대문명의 후손들이 가난한 동양인 여행작가를 환대하는 최고의 표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구, 이 멀리까지 호구를 보내 줘서 반가워요’라는 뜻이었다.이브라힘은 과
예술로 노는 마을, 위스테이 별내를 찾았다.그곳에서 서로를 잇는 이들을 만났다.●예술로 노는 마을, 백 개의 잇다‘위스테이 별내 사회적 협동조합’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위스테이 별내 아파트 입주민으로 구성된 생활문화공동체다. ‘위스테이 별내’는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2018년에 착공하여 2020년 8월에 입주를 마쳤다. 총 491가구로 구성된 거주민은 임차인인 동시에 아파트를 운영하는 주체가 된다. 즉 이곳은 스스로 살아갈 공간을 주민이 직접 꾸며 가는 아파트다. 덕분에 육아 돌봄 프로그램, 시니어
매번 이 지면의 첫머리를 어떤 문장으로 채워야 할지 심히 고민합니다. 이건 어떨까요, 살구빛 봄입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탈락입니다. 잡지의 계절은 독자님들이 머무는 시간보다 한 달쯤 이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민할 때 딴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후배 기자들이 옆자리에 오갈 때마다 눈치가 보입니다. 뭐라도 적어 봐야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나의 주제로 내용을 풀어 가기에는 최근 너무나도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치렀고 울진, 삼척 일대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무려 213시간 만에 주불 진화에 성공했는데, 이
노래를 틀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에 놓고 온 것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내 마음을 두고 왔어요. 언덕 위 높은 곳에, 그것이 나를 불러요. 작은 케이블카가 별까지 반쯤 올라가는 곳이죠(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High on a hill, it calls to me. To be where little cable cars climb halfway to the stars).” 부드러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와 잘 구운 와플 같은 ‘토니 베넷(Tony Bennett)’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
하나부터 열까지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INTJ. 지루한 건 싫고 재밌으면 오케이인 사람, ENTP. 싸움이 나면 말리다 본인이 싸우는 사람, ENTJ. 식당 메뉴 선택을 전부 결정하는 사람, ISTJ. 여행 가자고 설득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 INFP. 사람 말 안 듣고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 INTP. MBTI를 맹신하진 않지만, 거의 맞는 것 같습니다.저는 INTP입니다. INTP의 특징은 사람에 대해 관심이 적고, 염세주의자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계획을 철저하게 계획했다 한들 즉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다분하고, 영혼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