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이름이 붙고 사람들이 찾아와 걷기 시작할 때, 100가지의 다른 여행이 생겨난다. 또 하나의 길 위에 새로운 여행이 열렸다. 무라타 코스, 미야기 올레의 다섯 번째 길이다.●치유와 귀환을 바라며 미야기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봤던 지역 중 하나다. 강도 7의 강진과 높이 10m의 쓰나미로 1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생겼고 그로 인한 재산 손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로부터 수년 후. 복구에 땀과 노력을 쏟아부은 결과, 자연과 주민들의 삶은 제 모습을 찾아갔다. 하지만 아픔은 여전히 남았고 지역을 바라보는 시
일출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그곳이 섬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른 새벽부터 깨어 있어야 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날씨가 너무 좋아도 안 되고, 태양 빛이 너무 강해도 곤란하다. 그래서 모아 봤다. 벅찬 감동으로 맞이했던 12개 섬의 일출 장면들. 좋은 기운으로 한 해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았다. 한 달 한 달, 진심으로 이어 가는 우리네 삶을 위하여.①개머리언덕 위 인생 일출굴업도굴업도 개머리언덕은 백패커들의 성지로 통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해안절벽 위에서의 하룻밤,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개머리언
●탄흔을 품고 살아가는 300년 느티나무 고목300년 느티나무 그늘 아래 정자는 마을 사람들의 쉼터다. 오가며 힘들 때 팍팍한 다리 쉬어가는 고마운 나무 그늘이며, 모여 앉아 정겨운 이야기 나누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경북 칠곡군 석적읍 망정리, 망정1리 마을회관 옆 느티나무 고목 이야기다. 고목 앞에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조선시대 숙종 임금 때 마을을 지켜준다는 뜻을 담아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나무가 고사하면서 뿌리에서 새 줄기를 키워냈다고 한다. 그 나무가 현재 남아 있는 300년 느티나무다. 수백 년 넘은 나무 아래에서
벌써 가을이 그립다. 지난 가을 북한산 이 능선 저 능선을 걸으면서 ‘단풍숲’에 푹 빠져서 놀았다.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북한산이다. 지난 가을 북한산 단풍숲을 거닐 던 날들 중 외국인을 만나지 않은 날이 없다. 산을 좋아하는 젊은 청춘 남녀가 북한산 등산 데이트를 즐긴다. 청춘은 그 자체로도 빛나지만, 산에서 만난 청춘은 더 싱그럽게 빛났다. 지난 가을 다녀왔던 북한산의 가을 이야기 중 하나를 여기에 남긴다. ●동령폭포에서 추사를 만나다북한산 평창동 지킴터로 들어선다. 이정표 뒤 일선사 안내판이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간이화장
프로 여행러의 가장 큰 자질은 체력이다! 이건 내 말이 아니고, 어느 날 여러 여행 잡지 편집장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온 말이다. 그만큼 여행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잠을 줄여 돌아다녀야 하고, 과식을 미덕으로 여기며, 평소라면 하지 않을 자극적인 경험에 뛰어들기도 한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가끔은 그 반대의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웰니스가 필요하다인문힐링센터 여명(이하 여명)은 바로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여행지다. 2019년 3월 영덕 운서산(520m) 아래 나옹왕
이탈리아에서는 아침을 커피로 시작한다. 카푸치노와 함께 크림 혹은 초콜렛이 듬뿍 담긴 달콤한 빵 코르네토(cornetto)가 전형적인 아침식사이다. 카푸치노 대신 에스프레소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에스프레소를 하루에 네 다섯 잔 정도 마시는데 아침, 점심식사 후, 일을 하면서, 일을 마친 늦은 오후, 저녁식사 후 등 에스프레소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힘들다.이 곳에서 커피는 카페(caffè)라고 부르며 에스프레소를 뜻한다. 에스프레소는 '빠른'이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익스프레스(express)로
수십 년 역사의 국빈 요리를 맛보고, 시내를 드라이브하며 애프터눈 티를 즐겼다. 달콤했던 타이베이에서의 2박 3일.●100명이 넘는 국빈들이 맛봤던 요리인천에서 두 시간 반을 훌쩍 날아가 타이베이(Taipei)에 도착한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먼저 찾아간 곳은 ‘더 그랜드 호텔 타이베이(The Grand Hotel Taipei)’. 붉은 기둥에 금색 기와를 얹은 정통 양식의 이 호텔은 본래 신궁으로 지어졌고, 이후에 국빈 대접이나 연회가 열리는 영빈관으로 쓰이다가 1925년부터 호텔로 개조됐다고 한다.“100명이 넘는 전 세계 대통
내게 마지막 단 한 끼가 주어진다면 나는 부산으로 떠날 것이다.●솰아있네, 부산2023년의 마지막 달 마지막 날, 내게 마지막 단 한 끼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떠나야 할까. 그나마 따뜻한 부산이 우선 떠오른다. 한반도에서 12월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피란수도여서 이북 문화도 섞여 들었고 화교와 일본인, 러시아인 등 외국인이 많이 사는 부산이라 맛난 음식도 다양하게 많다.구포역 앞에는 일찌감치 부산에 터를 잡은 화교가 운영하는 만둣집 ‘금룡’이 있다. 다른 요리 없이 물만두, 군만두, 찐만두, 만둣국 백반에 오향장육만을 파는
강릉 예술은 청년이다. 에너지가 넘치고 끊임없이 변한다. 새로운 예술가들이 꾸준히 강릉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강릉 예술의 터줏대감인 하슬라아트월드부터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통해 빛과 소리의 예술을 보여 주는 아르떼뮤지엄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강릉의 보물하슬라아트월드하슬라아트월드는 강릉의 보물이다. 산과 바다, 사람과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예술공간으로, 마음을 보듬고 상상력을 키우기 좋은 곳이다. 진한 솔향을 맡으며 걷다 보면 슬며시 조각품이 말을 걸고, 툭 터진 바다
강릉의 바다는 여행자를 위한 종합선물상자다. 원하는 모든 것들을 한껏 즐길 수 있다. 바다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주문진시장, 파도 소리 들으며 잠들 수 있는 솔향기캠핑장, 향긋한 커피를 즐기며 드라마 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영진해변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강릉의 바다를 소개한다. ●바다와 솔숲을 다 품다연곡해변 솔향기캠핑장바다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는 것이다.강릉의 연곡 솔향기캠핑장은 바다가 코앞이다. 소나무 숲도 있다. 솔 숲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캠핑이 가능하다. 뿐만 아
강릉의 길은 무지개다. 강릉만큼 다채로운 길을 품은 곳은 또 없을 터.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넘던 대관령 옛길, 푸른 바다를 보며 국내 최대 해안단구를 걸을 수 있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강릉의 상징인 소나무 아래를 걷는 바우길, 다섯 개의 달이 뜨는 호수 주위로 드리워진 경포호 산책길까지 각양각색이다. 강릉의 특별한 길을 두 발로 느껴 보자. ●신사임당과 율곡의 발걸음을 따라대관령 옛길 전국에 수많은 옛길이 있지만, 대관령 옛길만큼 귀한 길은 많지 않다. 태백산맥의 주요 고개로 영서와 영동을 나누는 대관령(해발 832
몇 년 전, ‘백령에서 울릉까지’라는 타이틀로 우리나라 20여 개 섬을 연속 여행했었다. 여정은 10월 말에 시작돼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끝났다. 늦가을과 겨울을 타고 흐르던 알싸한 기억, 시산도는 11번째 섬이었다. 그 섬을 다시 찾았다.●첫인상은 바다 공장시산도의 첫인상은 거대한 바다 공장과 같았다. 역기 모양으로 생긴 어구와 크레인이 물양장 가득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외국인 근로자들, 말로만 들었던 ‘부자 섬’의 진면목을 보는 듯했다.시산도에는 150여 가구에 250여 명의 주민이 산다. 많은 가구가 미
향기는 직접 가지 않으면 맡을 수 없다. TV가 아닌, 두 발로 현장을 가야 하는 이유를 다시 깨우쳐 준 이번 여행. 다음에 불가리아로 떠난다면, 분명 이 장미 향 때문일 것이다. ●장미의 나라에서불가리아는 ‘장미의 나라’다. 국화부터 장미다. 불가리아산 장미 오일은 고급 향수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프랑스,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 장미 향수에는 대부분 불가리아산 장미 오일이 들어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멀리 가지 말고, 여행 가방만 열어봐도 알 수 있다. 장미 향 신경 안정 오일, 장미 모양 볼펜, 장
2023년 두짓 타니가 일본에 최초로 진출했다. 그 첫 도시는 천년의 고도(古都), 교토다. 태국의 호스피탈리티 정신이 일본의 오모테나시와 만나서 더욱더 정교해졌다는 걸, 육감으로 깨달았다. ●태국 한 방울, 일본 한 스푼내가 가장 자주 여행하는 나라는 일본,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나라는 태국이다. 전자는 나의 여권에 찍힌 도장의 개수가 증명하는 바이고, 후자는 내가 오래전 방콕 가이드북의 저자라는 설명이면 충분할 것 같다. 이 두 조건의 완벽한 조합을 교토에서 만났다. 태국의 국민성이라고 불리는 호스피탈리티 문화는 호텔 비즈
세부 제이파크 아일랜드가 가족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하여. ●모두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리조트연말이 다가오면 따뜻한 해변이 절실해진다. 푸른 바다를 외면하자니 아쉽고, 막상 떠나자니 두렵다. 누군가 그랬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부모에게 휴식이 아닌 고난이라고. 그럼에도 수많은 가족 여행객들이 연말이면 세부로 향한다. 다 이유가 있다.세부 막탄섬에 위치한 ‘제이파크 아일랜드’는 유독 한국인 가족 여행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리조트다. 투숙객의 대부분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다. 세부 막탄에 자리한 수많은 리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향해 나간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곳에 새로움을 불어넣은 지역에 마음이 간다. 쓸모가 사라진 공간에 에너지를 넣고, 사람이 떠난 도시를 매만져 다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추천을 받아 지속가능성을 보여 주는 주고쿠 지방의 소도시 세 곳을 여행했다. ▶AIRLINE제주항공이 히로시마까지 화·목·토요일 주 3회 직항 항공편을 운행한다. 아침 8시5분 출발로, 이른 아침부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일본, 대세는 소도시
●1000년 은행나무의 전설말하는 은행나무경북 칠곡군 기산면 각산리 417,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옛 이야기를 간직한 채 가을을 보내고 있다. 1018년에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안내판의 문구대로면 1000년이 넘었지만, 보호수를 알리는 나무 앞 푯돌에는 1993년에 보호수로 지정됐고, 수령이 950년이라고 새겨져있으니, 보호수 지정년도에서 30년이 지난 지금으로 치면 980살 먹은 나무다. 1000년에 가까운 ‘1000년 은행나무’라고 할만하다.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옛 대흥사 터이기도 하다. 대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됐다고
백악산(북악산)의 중심 북악팔각정에서 도로(북악산로. 이른바 북악스카이웨이) 옆 숲길을 따라 하늘전망대가 있는 북동쪽으로 걷는다. 하늘전망대에 올라 전망을 보고 숲으로 들어가면 1968년 1.21 사태 당시 총알 흔적이 남아 있는 바위 ‘호경암’이 나온다.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 골짜기의 깊이를 말해준다. 오르내리는 숲길을 따라 걷다 만난 성북천 발원지는 숲속의 평범한 작은 물줄기다. 갈림길에서 숙정문 방향으로 걷는다.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북대문인 숙정문을 통과해서 삼청공원 쪽으로 걸어 숲을 빠져나온다. 삼청동 옛 마을 골목길은 푸근
가을 양양 여행을 계획할 땐 양양에서 유명한 먹을 것들을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양양은 물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알려진 양양 송이가 가을 양양 특산물 음식의 대표주자라면, 자연산 섭국은 오래 전부터 양양사람들이 집에서 끓여먹던 음식이다. 대를 이어 말아내고 있는 막국수 냉면, 아이 간식 어른들 술안주로 자리 잡은 닭강정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초가을에 1박2일 온가족 여행을 그렇게 다녀왔다. ●양양에 도착하자마자 송이전골을 먹으러 갔다일기예보는 정확했다. 전국 가을비, 양양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탔다. “송이
크루즈를 타고 홋카이도를 여행했다.바다에 가만히 안긴 채로, 호사를 누리면서.●여행의 수고가 귀찮아질 때언제나 여행을 바란다. 하지만 그 여행에 수반되는 수고들이 귀찮아질 때가 있다. 각종 예약, 공항의 절차,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다시 공항에서 호텔로의 이동. 이 모든 것들이 버거워 떠남을 망설일 때가 있다. 문득 크루즈 여행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객실 침대에 누워서 창밖만 보고만 있어도 매일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초대형 호텔이 저절로 움직여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셈이다. 크루즈 안에는 수영장, 레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