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가을이 떠나고 있다. 유난히 짧은 가을을 그냥 넘기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평창에 방문하기로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자주 찾았던 곳인 만큼 애정 또한 깊은 곳이다. 하루 정도 짬을 내서 월정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을을 가장 진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다. 월정사는 백두대간의 중심부 가장 깊숙한 곳, 오대산 자락에 있는 사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의 본사일 정도로 규모가 꽤 크다. 신라 시대에 자장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고려 시대 일연 스님이 쓴 에 그 창건 유
북한강 물길과 경춘선 기찻길을 따라 달리는 길.속도보다는 여유를 장착했다. 강길 따라 추억이 흐른다.▶북한강 자전거길코스│경춘선 춘천역→의암댐→청평 안전유원지→경의중앙선 운길산역주행거리│72km 소요시간│6시간 10분 난이도│중휴식 포인트│춘천역에서 운길산역까지 72km는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시원한 강바람과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 식당 등의 휴게소 덕분에 큰 피로감 없이 상쾌하게 달릴 수 있다.한강의 대지류, 북한강북한강은 북한 지역 금강군 옥발봉에서 발원해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까지 이어지는 한강의 대지류다. 협곡이 많고 수량이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 중 하나인 철원으로 떠나자. 한탄강 물줄기는 쉼 없이 흐르며 절경을 연출하고, 철원평야는 사계절 색을 바꾸며 철원 여정을 따른다. ●한탄강 제일 절경 고석정신라 진평왕이 세우고, 고려 충숙왕이 사랑했던 고석정. 조선 명종 때에는 임꺽정이 정자 건너편에 석성을 쌓고 웅거, 의적활동의 근거지로 삼으며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보냈다. 고석정(孤石亭) 이름 그대로 외로이 우뚝 선 바위 아래로는 한 폭의 그림인 듯 물줄기가 굽이친다. 정자에서 바라본 강줄기는 한 폭의 동양화를 펼쳐 놓은 듯 한탄강 제일의 절경을
고랭지 언덕은 바람으로 가득하다. 희미하게 바다 내음도 실려 온다.수직의 산과 수평의 바다는 그렇게 이어진다. 하늘 다음 태백은 높고 그 아래 삼척 바다는 너르다. ●가장 높은 곳에서 깊은태백은 높다. 태백산이 우뚝하고 여러 고봉이 격랑처럼 솟구치며 그 뒤를 따르니 어딜 가도 높다. 가마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은 태백산 꼭대기(1,567m)에 천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를 올렸다. 사람의 바람이 닿을 만큼 하늘과 가깝다고 생각해서 그랬다. ‘하늘 다음 태백’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러니 태백 여행도 높을 수밖에 없다.태백에서는 동굴도 높은
우거진 활엽수와아기자기한 야생화로부터 조화를 배웠다.●발길조차 까다롭지결단코 계획형은 아니다.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충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난관을 맞이했다. 그저 오르면 된다 생각했거늘, 까다로웠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곰배령은 지정된 탐방로에 한해 제한적 탐방제를 운영하고 있다. 오르기 위해서는 개방 시기(하·동절기)와 탐방 신청 방법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하절기는 매년 4월20일 경에 시작된다고 하니, 문득 곰배령의 첫 인상은 한껏 무르익은 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이
그렇다. 춘천은 만만하다. 나쁜 뜻이 아니다. 부담스럽지 않게 대할 만하다는 의미다. 가깝고도 충분한 여행이 춘천에 있다. ●청평사에 진심청평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머릿속이 어지러운 날, 가볍게 걷고 싶은 날, 그냥 좀 별 뜻 없이 시간을 때우고 싶은 날과 같이, 언제든 잠시 환기가 필요할 때면, 곧잘 청평사에 간다고 했다. 그는 청평사의 사계절 풍경마저 속속 꿰고 있는, 청평사에 꽤 진심이었다.청평사는 973년, 그러니까 고려시대 광종 24년에 창건된 절이다. 처음 백암선원에서 보현원, 문수원 그리고 조선 명종 때 청평사
일상에 브레이크가 필요했다. 액셀을 밟았다. 여행경로: 서울→7번 국도→동해 추암 해수욕장→새천년도로→삼척 원평 해수욕장→신남 해수욕장→울진 후포리 벽화마을●등뼈를 타고동해, 동, 해, 동─해. ‘동해’를 입 안에 넣고 이리저리 굴려 본다. ‘동’에서 드넓은 바다로 98톤의 고래가 푸웅덩 잠수했다가 ‘해’에서 고요한 바다 표면이 반짝인다. 혀끝에 파란이 인다. 그게 좋아서 핸들을 잡았다. 어디로든 떠나야 했던 매일도 있었고. 간절한 건, 그저 시동을 거는 일. 버튼을 누르자 엔진이 드릉드릉, 뛸 준비를 한다. 액셀을 밟는 발에 망설
시작은 한 통의 전화였다. 동해에 있는 도서관에서 강의를 맡아 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동해에 갔다가 엉거주춤 눌러앉고 말았다. 처음엔 한 달 정도 머물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 두 달로, 두 달이 세 달로 이어졌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아침마다 해 뜨는 모습을 기록했다. 동해 토박이인 양 어판장을 어슬렁거리고 시장을 활보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지도를 뒤적이며 찾아야 했던 동해가 시나브로 제2의 고향 같아졌다. 알 수 없는 인생이다.동해만 사랑했던 건 아니다. 속초·양양·강릉·삼척 어느 곳 하나 마음 주지 않은 데
평균 수명 100세 시대. 얼마나 사느냐 만큼,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해졌다. 이왕이면 여행도 몸에 좋은 게 좋겠다. 그래서 준비했다. 건강한 여행에 목마른 이들을 위한 웰니스 여행지다. 명상, 스파, 요가부터 DIY 화장품 만들기까지. 서울에서 그리 멀지도 않다. 강원도와 충청도 여행에서 저장해야 할 곳들을 모았다. ●이곳이 ‘찐’ 무릉도원동해무릉건강숲숙박, 식사, 치유 프로그램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싶은 귀차니스트들을 위해 동해시가 준비한 웰니스 관광지, 동해무릉건강숲이다. 동해무릉건강숲에서는 당일 체험과 숙박 프로그램을 통해
10월이다. 여름을 보내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가을이다. 여름을 배웅하러 동해로 갔다. 그곳에서 가을을 만났다.●여름이 그립다면양양더 늦기 전에, 해담마을1,183m 높이의 조봉 아래로 맑은 계곡이 흐르는 곳. 첩첩산중에 해를 담은 마을이 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서부터 더는 첩첩산중이라 할 순 없지만, 덕분에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강원도 산골 마을이 생긴 셈이다.여름엔 방갈로와 캠핑이 인기고, 펜션이 있어 가을 이후에도 숙박할 수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휴양하는 것도 좋지만, 해담마을이 매력적인 이유는 페인
실내 여행지라고 얕봤다면지금이야말로 겸허해질 때다. ●언덕 위의 화려한 월드‘강릉 지역 날씨’. 여행 전날, 이 문구는 네모난 검색창 위로 수도 없이 입력됐다. 우산을 챙길까, 부채를 챙길까. 영동북부지방의 연평균 강수량은 1,400mm. 서해안의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타 지역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애매한 강수확률에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결단이 내려졌다. 실내를 공략하자. 무더위와 강추위, 태풍과 폭설에도 끄덕 없는 무적의 여행지, 그 첫 시작은 언덕에서부터였다. 굽이굽이 많이도 올랐다. 택시기사가 멈춰선 언덕에는 거대한 직사각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갔다. 이름하여 배꼽마을. 그 안으로 들어가니 아늑하고 편안했다. 배꼽이 닮은 사람들, 정선에서 온 9팀의 가족들도 1박 2일 동안 편안하게 놀고, 먹고, 쉬었다.●국토의 배꼽에는 배꼽마을“배꼽마을로 가 주세요.” 양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 기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아! 도촌리요.” 도촌리가 배꼽마을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반도 영토 네 개의 끝점(독도 동단, 평북 마안도 서단, 제주 마라도 남단, 함북 유포면 북단)을 기준으로 중앙경선과 중앙위선의 교차점, 즉 정중앙 점이 바로 이곳 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