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세계는 두 발로 땅을 딛고 사는 우리들에겐 늘 낯선 곳이다. 낯선 건 흥미롭고, 흥미로우면 특별해진다. 그래서 어떤 행위라도 물속에서 하면 조금 더 특별해지곤 한다. 가령 인사와 환복, 춤 같은 것들도.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추석을 맞아 선보이는 ‘추석 특집 수중공연’에선 낯선 행위들이 반복된다. 푸른 물결 사이로 인어와 요정이 헤엄치고, 유영하는 가오리 곁으로 한가위 인사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진다. 1초 만에 한복으로 갈아입는 요정의 환복 퍼포먼스도 놀랍다. 9월1일부터 12일까지만 한정적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공연의 특별함을 더
바르셀로나에서 왔습니다호안 미로:여인, 새, 별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 호안 미로. 그의 작품은 자유 그 자체다. 전통적인 회화 작법을 배제하고 순수한 색과 시적이고 상징적인 기호를 사용한다. 여인, 새, 별은 작품의 주요 모티프다. 그림 몇 장만 보더라도 ‘창의적’이라는 수식어가 그에게 붙은 이유를 금방 납득하게 된다. 유화부터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에 이르기까지 원작 70여 점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호안 미로 미술관에서 그대로 옮겨 왔다. 여러모로 놓치기 아까운 전시다.마이아트뮤지엄│9월12일까지,
죽음 앞에서 떠난 여행낙타의 관절은 두 번 꺾인다“오진일 가능성은 없나요?” 쉰 목소리로 쥐어짜낸 듯한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2016년 12월23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유방암 환자가 되었다. 내 몸도 마음도 서서히 죽어 가게 되는 걸까, 고통 속에서 뒤척인 나날들. 이제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 이상의 목표가 필요했다. 그렇게 약봉지와 가발을 들고 떠난 세계여행. 구름 없이 파란 하늘, 어제 목욕한 강아지, 밤과 새벽 사이 달, 그저 늘어놓았을 뿐인데 걸음마다 꽃이 피었다. 때론 엉뚱하지만 잔잔한
우리에겐 때때로 아무 생각 없고 의미 없는 시간이 필요하다. 머물며 바라보고 음미할 수 있는 여행 같은 것들의 시간. 이 책은 무지개처럼 다양한 취향의 색깔 중 첫 번째, 매혹적인 빨간색을 담고 있다.무려 3명의 작가가 모여 국내 여행지 중 사시사철 매혹적인 장소를 엄선해, 같은 장소에 대한 다른 시선으로 엮었다. 메인 장소 33곳과 주변 장소 66곳, 총 99곳의 이야기다. 장소에 대한 설명으로 가득 책장을 가득 채운 타입은 아니다. 잠시라도 떠나라며 어느 곳을 제안할 뿐이다. 각 스폿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QR 코드로 대체했다.
단순함이 주는 즐거움은 힘이 세다. 예쁜 것을 보고, 달콤한 향을 맡고,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오감으로 느껴지는 원초적 즐거움. 그 즐거움은 복잡하지 않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저 몸이 자유롭게 감각하도록 내버려 두면 그만이다. 미디어아트 전시 엔 단순한 즐거움이 있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해석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힘 빼기’를 제안할 뿐이다. 전시는 단순하다.주제는 시간과 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테마로 한 11개의 존은 꽃을 활용한 플라워 아트와 70여 대의 빔
결국,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힘껏 흔든 막걸리를 개봉하듯, 한 끼를 천천히 탐닉해야만 한다. 놀고먹기 연구소 이우석 소장이 선보이는 한 끼 지침서를 소개한다.는 20여 년 동안 스포츠서울에서 여행기자로 활동했던 이우석 소장의 첫 번째 책이다. 수없이 많은 곳을 여행하며 수없이 많은 것을 먹어온, 두둑한 뱃살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책장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과 식재료를 4가지 테마로 분류해 담았다. 더불어 맛집 230곳도 함께 소개한다. 그렇다고 단순 ‘맛집 가이드북’이라는 표현은
결정적 순간들의 모음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정수가 담긴 사진집 의 발행 7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사진전.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오리지널 프린트, 프랑스어 및 영어 초판본, 출판 당시 편집자 및 예술가들과 작가가 주고받은 서신과 더불어 그의 눈이 되어 주었던 손때 묻은 라이카 카메라까지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다. 그가 포착한 ‘결정적 순간’들을 보고 싶다면 더더욱 놓치지 말 것.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10월2일까지, 화~일
세계를 먹자, 여행은 맛있다여행자의 식사처음 접해 보는 이국 거리의 냄새, 봄날 저녁의 햇빛, 불안한 듯 보이는 친구들의 얼굴, 그리고 긴장감과 흥분. 책 속에는 바쁜 일상 때문에 선뜻 트렁크를 들고 떠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자유의 냄새가 가득 담겼다. 유럽, 아시아, 일본에서 여행하며 행복한 식사를 즐기고 온 작가는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을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랑스러운 그림들은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음식과 여행지를 묘사한다. 그림 옆에 달아 놓은 설명들도 작가의 일기장을 열어 본 듯 솔직담백하다.스기우라 사야
꽃보다 포르투갈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인생에는 왜 비상 깜빡이가 없는가. 인생이 그러니 여행도 마찬가지다. 책 를 읽다가 포르투갈에 빠진 저자. 그녀는 ‘직접 보고 느끼는 그 느낌이어야 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포르투와 리스본, 코임브라, 코스타노바 등 11곳의 도시를 여행하며 포르투갈의 속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누구나 겪을 수도 있을,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에피소드들은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다. 1장부터 독자를 정신없이 빨아들인달까. 이 책의 좌충우돌 여행기는 마치 예능 프로그램 를 보는 듯
여전히 찰랑이는 봄볕꽃과 새가 어울린 자리광주를 품은 무등산 자락, 의재미술관이 있다. 20세기 남종문인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을 기리고자 건립된 미술관에 꽃과 새가 날아와 앉았다. 꽃에 파묻힌 세상과 보드랍게 매만져진 정물엔 그린 이의 애정이 소복이 쌓여 있다. 사계절 다른 정취를 자아내는 유리 통창 병풍과 계절에 따라 바뀌는 전시는 의재미술관의 모든 계절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미술관 가는 길부터 봄이 내려앉은 그림까지, 아직 저물지 않은 봄길을 거닐 수 있는 전시.의재미술관│6월12일까지, 화~일요일 09:30~17:30(월요일
대리만족 일본 워케이션진한 여운, 도쿄일본이란 나라를 너무 좋아했기에 첫 직장과 자취 생활을 일본에서 시작한 저자. 평온했던 도쿄 생활은 갑자기 터진 한일 무역갈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어 코로나19가 창궐했고, 여행사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버티다 버티다 결국 귀국을 했다. 너무나 평범했기에 더 그리운 일본에서의 생활. 책은 잔잔한 감성을 담은 사진과 향수(鄕愁)가 짙게 밴 에세이로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도쿄라이프를 꿈꾸어 봤던 사람, 일본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책. 후루룩 읽기 좋다. 이송이│하모니북│1만7,600원
내면을 노크하다안창홍-유령패션텅 빈 옷 속에서 우리는 익숙한 무언가와 마주하게 된다. 그 옷을 입고 뽐내고자 했던 이의 욕망은 작가의 상상 속에서 박제된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자본주의에서의 계급을 상징하는 ‘패션’은 오랫동안 자신을 바라보던 당신을 응시한다. 사라진 것은 모델일까, 욕망일까? 남은 게 무엇인지, 그 답은 관객에게 달렸다. 전시와 연계된 드로잉 85점이 미술관 4층에서 이어지며 작가의 지난 전시는 사바나미술관 홈페이지에서 VR로 둘러볼 수 있다.사바나미술관│5월29일까지, 화~일요일 10:00~18:00(월요일
이제는 떠나야 할 때다시 여행이다일상이 멈췄고 여행도 멈췄다. 그러나 세월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도 봄은 오고 새싹은 돋고 꽃은 피었다는 뜻이다. 산수유로 시작해 매화가 피고, 곧 벚꽃도 필 것이다. 잠들고 깨기를 반복하는 자연처럼, 내 몸도 치유해야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마냥 괴로워만 할 수는 없다. 아름다운 여행지로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 일상을 여행처럼, 하루하루 소중하게 살아가면 된다. 그러다 여행이 다시 시작됐을 때, 여유가 된다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면 그뿐이다. 김희정│이담북스│1만5,00
80년 가옥의 순간들화가의 비망록화가 박노수가 걸어온 길을 사진가 조선희가 담았다. 화가가 40여 년을 거주했던 이층집 구석구석에서 포착한 순간들이다. 청아한 색채가 돋보이는 화가의 작품들은 긴 여운을 남긴다.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로 등록된 건축물을 감상한 후, 바깥의 정원을 따라 걷다 보면 서촌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동산이 나온다. 80여 년의 시간을 간직한 가옥에서 생각의 우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박노수미술관│8월28일까지, 화~일요일 10:00~18:00(월요일 휴관)│성인 3,000원그림 속 향기를 찾아서카유보트,
여행의 진정한 의미나의 친애하는 여행자들여행을 혼자 떠났다고 해서 혼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햇볕이 내리쬐는 길 위에서, 세계 곳곳에서 마주한 모든 순간이 긴 여정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은 사람과 삶을 만나는 과정이기에. 그 과정을 헤매며 작가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교감하며 타인의 삶을 엿본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서로를 묻고 보듬는 어느 여행자에 관한 기록을 담은 책. 추효정│책과이음│1만5,800원실패하지 않는 여행 가이드혼자도 함께도 패키지도 다 좋아 항상 아쉬운 여행을 하고
칠기에 담긴 시간漆, 아시아를 칠하다칠공예는 시간의 예술이다. 옻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해 정제하고, 기물에 몇 번이고 옻칠을 덧칠해야 완성된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빛깔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 빛을 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나전칠기와 일본의 마키에 칠기, 동남아시아의 전통 칠기가 어떤 특색을 갖고 발전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전통 칠공예에 사용된 재료를 현대의 칠기 작품들이 어떻게 승화시켰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다.국립중앙박물관│3월20일까지, 10:00~18:00(수·토요일 21:00까지)│입장권 3,000원
구석구석 도로 여행대한민국 드라이브 가이드그놈의 ‘코시국’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도 없이 시간만 지나간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거리두기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있다. 이 책은 답답한 마음을 뻥 뚫리게 해주면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드라이브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드라이브 코스 속 여행 명소, 주변 관광지, 당일치기 코스’ 등 베테랑 여행작가 3인이 직접 전국을 누비며 찾은 보석 같은 코스들로 구성돼 있다.이주영, 허준성, 여미현│중앙북스│1만7,500원 이탈리아에서 만난 영화영화의 섬, 시칠리아 기
천재여야만 했던 천재살바도르 달리展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원화를 마주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살바도르 달리 작품의 최대 소장처인 3대 미술관의 연합기획전으로, 그가 참여한 히치콕 감독의 영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상영된다. 달리의 유년시절부터 평생의 배우자이자 뮤즈를 만난 청년 시기, 고국으로 돌아간 노년 시기의 작품을 인생의 흐름대로 감상할 수 있다. 달리의 작품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멀티미디어 영상 과 애니메이션 가 특히 압도적이다.DDP 디자인전시관│3월20일까지, 10:0
외면은 답이 아니다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디지털 미디어’라는 폭탄이 인간 세상에 떨어졌다. 스마트 기기로 세상과 소통하던 사람들은 점차 스크린을 통해서만 세계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 전시는 ‘미술관’이란 가상과 실제의 공간에서 구현된 작품들로 잠든 감각을 깨우고,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의 감각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과거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미술관의 이국적인 우아함도 관람의 맛을 더한다. 남서울미술관의 숨겨진 공간을 들어가 볼 수 있는 다락방 투어도 꼭 예약할 것.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ㅣ2월27일까지, 매일 10:
서울의 재발견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매일 지나치는 평범한 도시 공간이 새로운 휴식과 견문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60여 점에 이르는 그림 속에서 도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한편, 시공간의 정체성을 짚어 보는 ‘서울 인문 산책 드로잉 에세이’다. 저자는 17년 차 건축사 ‘이종욱 ’씨다. 그는 주중에는 산업 시설 건축 설계를 수행하다가, 주말에는 도시 곳곳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다. 이종욱│뜨인돌│1만7,000원음악으로 만난 여행판타스틱 뮤직 보야지그림을 매개로 음악와 사람을 잇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