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필터만 입혀도 근대의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곳. 낭만을 운운할 수 있고,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곳. 대전 원도심지는 최적의 영화 촬영지다.●오래 머물고 싶은 곳근대 도시라 불리는 대전 원도심지. 그중에서도 영화·드라마 촬영지의 핫스폿이라 할 만큼 많은 작품에 등장했던 곳들을 찾아 나섰다. 그 첫걸음은 중구 보문로 205번길에 위치한 ‘옛 충청남도 관사촌’이다. 적벽 돌담 사이로 경사진 골목길 초입에 들어서면 높게 솟은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 멋스럽게 길을 트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2층으로 지어진 파란 기와지붕과 적
울릉도 천부마을에서 나리분지까지는 4km. 많은 눈이 내리고 그대로 얼어붙은 탓에 버스 운행이 중지되었다. 할 수 없었다. 걸어야 했다! 걸어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는 마을 사람들의 걱정 섞인 격려를 믿기로 했다. 오래지 않아 배낭과 겹겹이 껴입은 옷 사이로는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햇볕이 닿지 않아 빙판이 되어 버린 구간은 미끄러워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버거웠다. 입을 벌린 채 가쁜 숨을 토해내며 얼마나 걸었을까? 겨울 복판에 선 나리분지는 적막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고갯마루 전망대에 오르니 순백의 평원이 꿈처럼 펼
남들 다가는 여행지와 맛집이 식상하다면 조금 새로운 여행에 도전해 보자. 재미도 있고 의미도 가득한 특별한 연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당신을 위해 엄선한 4가지 색깔의 결이 다른 여행을 모았다. ●“니들이 패들보드 타는 재미를 알아?”울산 태화강 패들보드(SUP)울산을 공업도시로만 알고 있다면 분명 여행 초보자일 가능성이 높다. 산업단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울산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바다, 산, 강, 도시 등을 모두 갖춘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걸 알게 된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일출을 볼 수 있는 간절곶, 하얀 억새가 장
진주가 쏟아진 듯 눈부신 섬강, 웅장한 기암절벽의 소금산, 옛 감성과 지금이 공존하는 시장의 맛깔스러운 음식과 정, 이곳의 자연과 일상에 파묻힌 24시간의 기억이다.●원주의 하늘길을 걷다원주 여행의 꽃이자 출발점으로 가장 적합한 곳은 간현관광지의 소금산 출렁다리다. 소금산은 해발 343m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원주의 명산이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빼어난 절경으로 소개된 소금산은 기암괴석과 맑은 강물, 울창한 숲을 간직한 자연의 보고다. 또 ‘작은 금강산’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중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에 올랐다. 권금성에 올라 내려다봤고, 내려다봤던 산자락 품에도 안겼다. 그렇게 설악산 추억의 결을 하나 더 보탰다. ●가장 빠르고 손쉬운 설악산 만추의 설악산에 올랐다.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 세월 따라 겹겹의 추억을 쌓은 산, 이번에는 가장 쉽고 대중적인 방법을 택했다.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에 있는 설악케이블카를 탔다. 1971년 운행을 시작했으니 2020년이면 50년째다. 중고교 시절 당연한 일처럼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40대 중후반 중년들보다 나이가 많다. 예상보다 훨씬 긴 설악케이블카의 역사보다
독립을 향한 열망,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 손을 맞잡고 나누는 온기. 모두 사랑의 이름이다. 안동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랑의 흔적을 쫓았다.●목 놓아 독립을 외치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정부로부터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에 맞선 자정순국자가 가장 많은 곳.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독립에 대한 경북인들의 열망과 자부심이 배어난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 들어서자마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및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조각상이 맞이한다. 여성독립운동가가 손에 든 태극기와 치맛자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점에서 보령을 찾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알차게 든든하다. ●바다 같은 하늘, 하늘 같은 바다 위에서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 서해로 향했다. 여름 내 머드 축제로 후끈했던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한여름 태양 아래 진흙으로 뒤덮였던 자리에는 선선한 바닷공기만이 촉촉히 남았다.바람 따라 몸까지 가벼우니, 짚트랙(Zip Trek)을 즐기기엔 이만한 날도 없다. 높이 52m, 탑승거리 613m.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기다란 네 개의 선들이 대천해수욕장 한가운데로 가로질러 뻗어있다. 그래, 바다를 하늘에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경에서의 시간은 한 박자 느려졌다가또 빨라졌다. 문경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터널 어느 즈음인 것 같았다. ●흙길 따라 당신과는 천천히첫 번째 목적지는 ‘길’이었다. 조선시대, 영남지역과 한양을 잇는 중요한 관문이었던 문경새재. 높고 험한 고개였지만 한양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자 선비들이 과거길에 오를 때 고집할 만큼 의미가 깊었던 길이다. 문경새재는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지금은 걷기 좋은 길 위로 수많은 인파가 모인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걷기 여행에 나선 이들을 따라 부지런히 걸어보기로
미안하다, 너무 늦게 와서.고맙다, 여기 있어 줘서.언제나 지금처럼 굳세어라.우리 땅, 우리 섬●울릉도이제 다시 시작이다묵호항을 출항한 씨스타 1호에서는 때 아닌 합창이 한창이다. 생각지도 못한 울릉도행 롤러코스터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울릉도 여행의 시작은 전적으로 바다 날씨에 의해 좌우된다.1년 중 약 3개월이 파도 때문에 결항된다니, 쉽사리 방문자를 허락하지 않는 섬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러한 모자란 접근성이 울릉도를 때 묻지 않은 섬으로 남겨 두었을 터.1976년 공사가 시작된 울릉도 일주도로는 2019년 3월18일에
함께인 듯 혼자 걷고, 혼자인 듯 함께 걸었다. 우리의 부산 유람은 그렇게 시작됐다. 영화와 동행하는 두 기자의 인생 여행나만의 여행? 아니 우리만의 여행이다. 한국 영화에 빠져 제2의 삶을 한국에서 만들어 가는 영화 칼럼니스트이자 대중문화를 취재하는 나리카와 아야 기자와 음식이라는 카테고리로 한국과 일본에서 푸드라이터로 활동하는 박수진 기자.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이 영화를 몽타주하여 국내 구석구석 여행길에 나섰다.●과거 속 현재, 그 자리 그대로갈 곳도, 볼 것도 많다는 부산. 영화제를 담보로 우린 부산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창원의 ‘좋아요’는 이곳에서 모인다.실패 없는 창원의 인스타그래머블 Spot 5.노을 질 무렵, 안민고개 #노을맛집안민고개는 창원에서 진해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장복산 산허리에 위치하고 있어 진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안민고개는 ‘만날재’라고도 불리는데, 과거 진해에서 창원으로 시집간 부녀자들이 팔월 열이렛날 고갯마루에서 가족을 만난 데서 유래한 별명이다. 현재 고갯마루 위에는 ‘안민생태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위치한다. 장복산과 웅산 사이의 생태계를 배려해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벚꽃이 만개하는 4~5월에는
여기, 몰라서 몰랐던 곳이 있다.한없이 머물고 싶어지는 계절,가을을 닮은 창원을 여행했다.●창원을 묻다낯선 도시가 여행을 물었다. 거대한 로터리를 둘러맨 창원은 도심에 관해 물었고 한껏 물든 가을 덕에 더욱 바랜 마산은 세월을 물었다. 우연히 마주친 진해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옛 추억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 도시의 질문에,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해 차라리 되묻기로 한다. 창원에게 여행을 물었다. 서울역을 출발해 창원역까지, 창밖으로 흔들리는 가을꽃의 실루엣을 한껏 만끽해 본다. 잠시, 사색에 잠긴다. 창원을 여행지로 인식했던 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