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클래식처럼 여행에도 클래식이 있다.오랫동안 수많은 여행자가 찾았고 앞으로도 그럴 곳이다. 햇살 좋은 여름날 부산 여행의 클래식을 누렸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성지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것들에 대해 우리는 ‘클래식’이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여행에도 오랫동안 사랑 받는 목적지들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부산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은 도시적 감성이 가득한 관광지부터 해운대, 광안리해수욕장, 이기대 자연공원, 황룡산 등 다양한 자연 경관도 보유해 여행에 최적화 된 곳이다. 그 중에서도 해운대, 해동용궁사, 광안리,
자연이 선사하는 조화로운 풍경을 좋아한다. 사람이 만들어낸 고즈넉한 거리를 종종 찾는다. 전남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으며사람들의 발자욱을 따라 때묻은 거리를 걸었다.●선교사들의 꿈과 애환양림근대역사문화마을에는 한옥과 서양식 건물이 공존한다. 광주의 5대 부자들이 살았던 곳이자 서양인 선교사들이 모여 교회, 학교, 병원 등을 개설한 마을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개화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았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양림마을의 연혁과 역사를 알 수 있는 관광안내소가 가장 먼저 맞이한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법
설악이 푸르고 동해가 맑다. 속초에 접어들자 초여름 바람에 초목이 우수수 흔들렸다. 이렇게 건강하고 풍요로운 곳을 만날 줄은 몰랐다. ●우리의 안녕을 확인받기 위하여비취색이 영롱하다. 낙산사 홍련암으로 소원을 빌러 가는 길, 초여름의 바다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마음 속에 소원 하나쯤 품어본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홍련암은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암과 함께 국내 3대 관음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관음보살이 있는 곳, 그 중에서도 영험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바다와 맞닿는 절벽에 자리하고 있어 일출
남과 북, 분단과 상처, 여전히 사무치는 감정…. 눈앞의 광경은 의심할 여지없이 또렷했지만 아득한 정서적 거리감 탓에 볼수록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가깝구나! 고성에서 새삼 깨달았다.●민통선 넘어 쫄깃한 여행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이자 가장 동쪽에 있는 전망대이니 출발지가 어디이든 대개 가장 멀기 마련이다. 고성 통일전망대.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로 반듯하게 자른 38선하고도 그 위 북쪽으로 88km나 더 올라간 동해 바닷가에 앉아 있다. 휴전선까지의 거리라야 고작 3.8km, 빠른 걸음이면 한 시간이면 족할 거리다. 그야말로 북쪽으로
버찌가 익어갈 무렵,새콤한 대구를 찾았다. ●자연에게 묻다간질간질한 계절, 정확히 어디쯤인지 몰라 한껏 설렐 수 있는 지금의 사이. 따스한 햇살은 봄이라는데 져버린 벚꽃 잎은 여름이란다. 봄과 여름의 그 사이를 묻고 싶어 대구의 자연을 찾았다.서울역을 출발해 동대구역까지, KTX로 2시간이 소요된다. 잠을 청하면 개운까지 부족한, 졸음을 견디기엔 약간은 버거운 시간. 난생 첫 대구지만 도회적인 분위기가 익숙하다. 곧장 노트를 꺼냈다,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은 비슷하니까. 다시 들춰보진 않겠지만 모든 것에 이유가 있는 도시를 우선 적고
익숙한 동네를 새롭게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시간을 겹겹이 뜯어보는 것이다.조선시대 풍경맛집 양화진저기 저 와인 바는 가 본 적이 있다만. 이 길의 이름은 이날에야 알았다.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오자 ‘성지길’이 이어졌다. 10분가량 걸었을까, 꽤나 가파른 나무 계단 앞에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표적처럼 서 있다. 어려운 단어들 중 가장 먼저 눈에 꽂힌 건, 꽃. 주변에 버들꽃이 많이 펴서 이름이 붙었다는 ‘양화’나루의 무용담에 관한 내용이었다.양화나루(진, 津)는 한강나루, 삼전도나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묵직한 소리와 그 소리의 여백이 카메라타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내 머릿속 긴장감은 이내 사라진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나운서 황인용. 이제 여든이 된 그는 방송국이 아니라, 그가 운영하는 뮤직 스페이스 카메라타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가 고향 파주 헤이리에 카메라타를 연 건 2004년 무렵. 복고를 지향하는 레트로 문화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외에서 공수해 온 1930년대 고가 음향장비와 2만장의 LP판을 소장한 음악감상실이 15년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감사하
다가오는 5월, 서울식물원이 정식 개원을 앞두고 있다. 축구장 70개 면적에 달하는 정원이 도심 한가운데 들어서는 셈이다. ●벌써부터 후끈한 온실의 열기서울에 거대한 정원이 들어선다. 5월 정식 개원을 앞두고 막바지 단장에 나서고 있는 서울식물원이다. 서울식물원은 세계 여러 도시의 식물과 식물문화를 소개하고 사람들이 더욱 친숙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그 규모만 해도 무려 축구장 70개 면적에 달한다니, 서울 도심에 그야말로 정원이 조성되는 셈이다.서울식물원은 크게 열린숲과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등으로 나뉜다.
춘천하면 닭갈비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막국수는 그저 후식쯤으로 치부했다. 땀 흘려 막국수를 만든 후에야 나는, 이번 여행의 주인공을 막국수로 정했다. ●춘천, 가장 가까운 청춘의 이름“쉬는 날에 왜 춘천에 가? 좀 더 멀리가야지” 주말 행선지로 춘천을 택했을 때, 친구들은 내게 물었다. 가까울수록 소홀하기 마련이고, 가까울수록 오히려 더 멀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가지 않는다면, 언제고 가지 않으리라. 나는 춘천행 기차에 오르며 가까운 낭만의 소중함을 먼저 곱씹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2층 기차인 ITX-청춘열차는 쉽게 위층 자리를
백두대간에서 샘솟은 물은 모여 천이 되고 합쳐져 강으로 흐른다. 물길을 따르니 영월이 일렁였고 굽이도니 정선이 보였다. ●한반도를 품은 선암마을 수 년 만에 다시 찾은 영월 한반도지형 전망대, 시간 깨나 흘렀음을 알려주려는 듯 몰라보게 깔끔해진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는다. 주차공간이 없어 아등바등 도로변 빈틈을 비집어야했던 옛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주차장은 넓고 깔끔하다. 전망대까지는 채 1km도 되지 않지만 산길이라 혹여 불편할까, 나무계단과 목조다리가 깔렸고 곳곳에 안내표지판도 들어섰다. 그야말로 호젓한 산속 산책길이다. 마침 삼
찬바람이 가시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다가왔다. 시의 아름다운 선율, 조선의 얼이 담긴 성곽과 샛노란 국화밭이 기다리는 고창으로 가야할 때다. ●봄을 탄 자연과 문학 선운사로 진입하는 첫 관문인 선운산 도립공원에 발을 들이고서야 고창 여행이 시작됐음을 실감한다. 그만큼 선운사는 고창을 대표하는 장소이며, 선운사를 둘러싼 도립공원은 계절과 상관없이 각각의 매력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선운사는 산세와 어우러진 외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선운산 내에 자리한 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산으로, 조선 후기 번창할
꽃이 피었다. 매화꽃과 앵두꽃이 톡톡 망울을 터트렸다. 지리산 끝자락, 순천과 하동을 천천히 거닐었다. ●드라마틱한 삶의 군상, 하동섬진강을 끼고 달리니 하동이다. 한적한 2차선 도로에는 수령이 꽤 됐을 법한 벚나무가 빽빽하다. 봄이 완연해지면 길 끝에서 끝까지 꽃잎이 흩날리겠다. 쌍계사로 가는 길목은 ‘십리벚꽃길’이란 이름이 달렸을 정도. 봄나들이를 오자면 이곳이 제격이겠다. 매화꽃과 앵두꽃은 서둘러 피었다. 소담한 나무에 톡톡 맺힌 꽃잎은 설탕 같다. 달콤하다. 꽃을 상상하며 쌍계사로 들어선다. 무려 신라시대에 세워진 쌍계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