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나무가 많다.그래서 종이로 유명한가 보다.나무 그늘 아래 여름날 원주를 여행했다. ●천년고찰로 가는 금강송길구룡사해발 1,288m의 명산 치악산에 안긴 천년고찰 구룡사, 사찰까지 차로 손쉽게 닿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매표소에서 구룡사까지 1km 정도인 산중 산책로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구룡테마 탐방길이다. 느릿느릿 걸어도 30분 정도면 도착하는데 굳이 속도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이 길은 하늘로 쭉쭉 치솟은 금강송의 호위를 받을 수 있는 길 아니던가! 붉고 굵은 줄기가 하늘로 곧게 자라고 목질도 단단해
쨍한 하늘 아래 시원하게 파도를 타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그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 양양으로 떠났다.●서핑에 대한 오해 셋 요즘의 나는 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다. 평소 좋아하는 와인과 위스키를 공부하고 주식과 관련된 책도 읽는 중이다. 친구와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그 어려운 일주일 금주도 성공했다. 이른 봄에는 집 앞에 방치된 노지를 다독여 작은 텃밭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상추며 딸기, 감자 등을 심었는데 첫 농사치고는 수확이 좋다. 가끔 쉬는 날에는 큰맘 먹고 산 정상에도 오른다. ‘고작?’ 일지도 모르는 소
봄의 입구에서 정동진은 탁월한 선택이었다.●8톤 어치의 시간꼭 박하사탕이 부서진 듯한 바람이었다. 청량하고 맑고, 또 화했다. 이토록 시원한 바닷바람은 간만이었다. 성큼 가까워진 동해였기에, 뜻밖의 설렘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올해 3월2일부터 강릉선 KTX는 동해역까지 발을 뻗었다. 서울역에서 2시간. 환승도 필요 없다. KTX를 타고 무궁화호 열차나 버스로 꾸역꾸역 갈아타던 시대는 2019년 겨울과 함께 막을 내렸다. 정동진은 바야흐로 ‘만만한’ 여행지가 됐다.지난 20년간 정동진은 수많은 이들의 새해를 함께 했다. 매일 똑같이
가장 먼저 봄을 알아챈 건 이끼다. 월동한 전나무는 이끼 덕분에 기지개를 켰다. 어린 양들도 얼굴을 내밀었다. 숲에는 여린 생기가 돌았다. 봄바람이 불었다. ●2020년 봄날의 소원불자가 아니더라도 월정사 주변으로는 언제나 사람이 모인다. 아무래도 전나무 숲길 때문인 것 같다. 월정사 입구 금강교 옆으로 뻗은 약 900m의 길은 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광릉 국립수목원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 전나무 숲과 함께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힌다. 추위에 강한 음수라 사시사철 푸르다. 푸른 잎 위로 하얀 눈이 쌓인 모습이 예뻐 겨울철
세상이 무채색으로 느껴질 땐 강원도로 떠난다.산과 바다가 아닌 한 층 다른 세계로.●광산과 예술의 조우삼탄아트마인삼탄아트마인은 4층에서 출발한다. 회색 계단을 따라 한 층 한 층 땅 깊은 탄광으로 내려가는 듯하다. 아늑한 카페 아래로는 현대미술 전시가, 그 옆으로는 탄광에 관한 수만 장의 서류가, 그 아래로는 전 세계의 유물이 놓여 있다.산업 현대화를 이끌었으나 폐광된 후 흉물스러워진 삼척탄좌는 세계를 여행하며 10만여 점의 예술품을 수집한 김민석 관장을 만나 이색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수집을
진주가 쏟아진 듯 눈부신 섬강, 웅장한 기암절벽의 소금산, 옛 감성과 지금이 공존하는 시장의 맛깔스러운 음식과 정, 이곳의 자연과 일상에 파묻힌 24시간의 기억이다.●원주의 하늘길을 걷다원주 여행의 꽃이자 출발점으로 가장 적합한 곳은 간현관광지의 소금산 출렁다리다. 소금산은 해발 343m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원주의 명산이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빼어난 절경으로 소개된 소금산은 기암괴석과 맑은 강물, 울창한 숲을 간직한 자연의 보고다. 또 ‘작은 금강산’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중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에 올랐다. 권금성에 올라 내려다봤고, 내려다봤던 산자락 품에도 안겼다. 그렇게 설악산 추억의 결을 하나 더 보탰다. ●가장 빠르고 손쉬운 설악산 만추의 설악산에 올랐다.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 세월 따라 겹겹의 추억을 쌓은 산, 이번에는 가장 쉽고 대중적인 방법을 택했다.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에 있는 설악케이블카를 탔다. 1971년 운행을 시작했으니 2020년이면 50년째다. 중고교 시절 당연한 일처럼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40대 중후반 중년들보다 나이가 많다. 예상보다 훨씬 긴 설악케이블카의 역사보다
진분홍 배롱나무가 선교장 연못에 너울거렸다.주문진 방파제에서는 를 따라 손을 맞잡은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흘렀다. 예스럽고 트렌디한 곳, 강릉이다. ●경포대다섯 개의 달이 뜬다잖아요항상 강릉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호수가 있다니, 그 중 하나는 임의 눈동자에 뜬다니 어찌 아니 달콤하리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지만 강릉의 낭만은 언제나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강릉 여행에서 경포대는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되는 일정이자 절대 빠지지 않는 일정이다. 그리고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흔히 칭하는
그 자리에 있을 걸 알면서도 자꾸만 꺼내 보고 싶은, 이번 여행은 돌이켜 보면 그런 마음들이었다. 차라리 쏟아내 버리면 후련할 것을. 그러질 못했다. 날씨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겠다, 했는데 먹먹한 하늘에 여전히 속이 상할 게 뭐람. 이런 해상 케이블카를 타는 게 얼마 만인지. 삼척은 또 처음이었다. 그저 새파랄 풍경을 상상하며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온 보람은 미미해져 갔지만 일기예보가 심심찮게 엇나간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장호역에 용화역까지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에서, 바닥에 뚫린 작은 유리 프레임에 시선을 박고.
설악이 푸르고 동해가 맑다. 속초에 접어들자 초여름 바람에 초목이 우수수 흔들렸다. 이렇게 건강하고 풍요로운 곳을 만날 줄은 몰랐다. ●우리의 안녕을 확인받기 위하여비취색이 영롱하다. 낙산사 홍련암으로 소원을 빌러 가는 길, 초여름의 바다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마음 속에 소원 하나쯤 품어본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홍련암은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암과 함께 국내 3대 관음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관음보살이 있는 곳, 그 중에서도 영험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바다와 맞닿는 절벽에 자리하고 있어 일출
남과 북, 분단과 상처, 여전히 사무치는 감정…. 눈앞의 광경은 의심할 여지없이 또렷했지만 아득한 정서적 거리감 탓에 볼수록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가깝구나! 고성에서 새삼 깨달았다.●민통선 넘어 쫄깃한 여행우리나라에서 가장 북쪽이자 가장 동쪽에 있는 전망대이니 출발지가 어디이든 대개 가장 멀기 마련이다. 고성 통일전망대.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로 반듯하게 자른 38선하고도 그 위 북쪽으로 88km나 더 올라간 동해 바닷가에 앉아 있다. 휴전선까지의 거리라야 고작 3.8km, 빠른 걸음이면 한 시간이면 족할 거리다. 그야말로 북쪽으로
춘천하면 닭갈비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막국수는 그저 후식쯤으로 치부했다. 땀 흘려 막국수를 만든 후에야 나는, 이번 여행의 주인공을 막국수로 정했다. ●춘천, 가장 가까운 청춘의 이름“쉬는 날에 왜 춘천에 가? 좀 더 멀리가야지” 주말 행선지로 춘천을 택했을 때, 친구들은 내게 물었다. 가까울수록 소홀하기 마련이고, 가까울수록 오히려 더 멀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가지 않는다면, 언제고 가지 않으리라. 나는 춘천행 기차에 오르며 가까운 낭만의 소중함을 먼저 곱씹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2층 기차인 ITX-청춘열차는 쉽게 위층 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