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무작정 떠나고 보면 낭패를 볼 수 있다.그래서 준비했다. 가사도 여행을 위한 꿀팁들. 톳, 톳, 튀는 가사도 여행 스킬들●Step 1배낭 속에 ‘잘 곳’도 준비하기진도군에 위치한 6km2 면적의 가사도에는 두 개의 마을이 있다. 휴가철에는 민박이 식당을 겸해 운영하지만, 비시즌에는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내로라하는 관광 섬이 아닐 때에는 먹고 자는 문제에 대한 단단한 대비가 필요하다. 섬에 들어가기 전, 텐트와 취사도구를 준비해 배낭에 넣었다. 식재료는 적당한 곳에서 마련하기로 했다. ●Step
객관성을 잃어버린 여행지가 있다. 말하자면 각자의 고향 같은 곳. 내 고향은 아니지만 양림동이 그러하다. 광주 남구의 작은 마을. 아무렇지도 않던 그곳이 소울 여행지가 되기까지. 내게 무슨 마법이 걸렸던 걸까. ●짠하고 진한 이야기만 많았던 그곳 “휴직하신다고요? 그럼 내려오셔야죠!”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가 대뜸 말했다. 때가 때인 만큼 여행은 생각도 안 했는데, 양림동이 ‘또’ 내게 손을 내민 것이다.어설프게 나는 양림동 1호 여행자다. 9년 전 취재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떼는 말이야’식으로 말하자면, 당시 양림동은 지금과는
섬진강을 달린다. 페달이 경쾌하다.젖을 새 없이 땀이 마른다.아직은 순했던 봄볕 아래에서. ●방해꾼 없는 강섬진강에는 방해꾼이 없다. 물살을 막아서는 하구 둑과 보가 없기에, 섬진강은 때에 따라 불규칙한 얼굴을 보인다. 건기에는 개울처럼 좁고 얕게 흐르다가 우기가 되면 큰 강의 위용을 사납게 드러내는 식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강 풍경이 익숙하다면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강의 모습이란 본래 그렇다. 인위적인 간섭이 없는 자연스러움. 때로는 강하고, 때로는 약해지는 물살의 움직임. 자연 하천을 바라보는 두 눈에 애정이 묻어나는 이유
초도를 떠나지 못한 건,순전히 밥상과 막걸리 그리고 바다 때문이라고.몽돌이 구르는 해변에 누워 달콤한 핑계를 댔다. ●6년 만에 초도행초도는 여수에서 뱃길로 77km 거리에 있다. 지도를 펼치면 거금도와 남쪽의 거문도 중간 지점에 자리하고 있으며 7.7km2의 면적으로 인천 앞바다의 장봉도보다 좀 더 큰 섬이다. 초도에는 세 개의 마을이 있다. 비교적 큰 섬임에도 마을과 마을을 잇는 교통수단은 없다. 섬 가운데 솟아 있는 산상봉 둘레로 일주도로가 놓여 있지만 다른 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주민 전용 마을버스조차 다니지 않는다. 그
농촌에서의 하룻밤과 시골밥상에만 끌리다니오산이었다. 여행도 푸짐할수록 좋으니.●말도 쉬어간다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낯설었다. 다섯 시간이 넘는 이동시간을 보고서야 짐작했다. 땅끝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강진은 땅끝마을로 유명한 해남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남쪽 끝으로 향한다는 건 꼬르륵 보채는 위장의 결의를 다져야 하는 일이다. 일찍이 집을 나서 주먹밥으로 배를 채우고 버스에 올랐다.해가 중천에 뜰 때쯤 눈앞에 바다가 펼쳐졌다. 해안 도로를 따라 청보리가 가득하고, 사계절의 초입에는 만개한 유채꽃이 봄을 알린다 하니 드라이브 코스로도
꽃피는 사월, 홀로 떠났다.아직 찬기가 가시지 않은 보길도로. 돌이켜보면 ‘혼섬’ 여행에서 필요한 건 결국, 슬기였다. ●보길도행, 핸들을 잡았다이른 아침, 전라남도 해남 갈두항. 첫 배를 기다리는 차량 줄의 꽁무니에 섰다. 애써 달려온 보람도 없이 결항이라니. 강풍 탓이다. 바람이 잦아들고 운항이 재개되기까지는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운전석에 앉은 채로 꾸벅이기 시작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으니 깊은 잠은 언감생심이다.보길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완도 화흥포항 또는 해남 땅 끝에 위치한 갈두항에서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
전라남도 목포시 고속버스터미널. 자전거가 출발했다. 영산강 하구를 따라 강을 거슬러 오르는 길. 바퀴는 무안군과 함평군에 흩어져 있는 명산, 사평, 식영정, 석관정 나루터에 찬찬히 자국을 남겼다. ●삶을 닮다자연의 이치 중 하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일까. 강길을 따라가는 자전거 페달도 상류에서 하류 쪽으로 향하곤 한다. 그러나 자전거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건, 페달의 방향이 아니라 바람의 움직임이다. 자전거는 바람을 등지고 매끄럽게 나아가기도, 바람에 부딪치며 힘겹게 저항해 가기도
색깔에 이끌려 서남부 땅끝 바닷가를 달렸다.보라색으로 일렁이다 옥색으로 깊어졌고, 노르스름하게 맛났다.신안 목포 영광은 그렇게 색으로 물들었다. 순전히 색깔 때문이다. 신안 퍼플섬(Purple Islands)의 보랏빛 유혹! 색깔을 전면에 내세운 여행지가 어디 그리 흔하던가! 100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해서 ‘천사 섬’이라더니 정말 섬이 많다. 육지와 신안의 섬들을 연결하는 천사대교를 건너다보니 좌우로 올망졸망한 섬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수많은 섬 사이를 40~50분이나 비집고 들어가니 어느 순간 버스 정류장이며
그늘진 마음에는 볕이 필요하다.초록 마을 보성에서 언 몸을 녹였다. ●겨울은 가고 봄이 온다제한된 여행의 크기와 비례하게 마음은 무채색으로 변해갔고, 나는 어떻게든 차갑게 식어가는 마음에 온기를 채우려 애썼다. 어느 날엔 노래를 불렀고, 또 어느 날엔 그림을 그리다가 술을 마셨다. 그러다 결국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는데, 그건 바로 식물을 곁에 두는 일이었다. 작은 생명체를 하나둘 집에 들이자 생기가 돌았다. 바라만 보아도 싱그러운 기운을 얻었고, 새싹이라도 쑤욱 틔우는 날이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초록이 주는 에너지는 이토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유난히 짧다.가진 게 두 발뿐인 뚜벅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관광택시에 올라 곡성을 마음껏 담았다.●멋쟁이 빨간 넥타이 기사님 뚜벅이는 괴롭다. 가고픈 곳은 많은데 막상 갈 수 있는 곳은 적다. 아쉬운 듯 돌아서고 다시 찾는 게 여행의 묘미라고 하지만, 어쩐지 늘 아쉬움을 감출 수는 없다. 곡성역 앞에서 푸른색 니트에 빨간 넥타이를 한 기사님을 만나자마자 마음이 놓였던 이유다. “어디 가실 거예요?” 기사님께 형광펜을 친 추천 코스 목록을 내밀었다. “성륜사는 다른 관광지들이랑 너무 멀고….” 아뿔싸. 가고 싶은
섬을 오가는 여객선 3척의 이름조차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다.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한 섬. 구국의 불길이 타올랐던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를 걸었다. ●비로소 안심하는 곳완도 화흥포항에서 소안도까지는 1시간. 뱃길 말미에 노화도 동천항에 잠시 기항한다. 오래 전, 소안도는 제주를 오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과 같은 섬이었다. 제주권을 벗어난 바다가 워낙 거칠고 험했기 때문에 뱃사람들은 이곳 섬에 도착한 후에야 비로소 안심했다고. ‘소안’이란 이름은 여기서 유래됐다. 소안도는 남북의 두 섬이 길이 1
살포시 낀 물안개와 산에 앉은 구름 띠가 몽환적이다. 차분함은 노랗게 물든 나무와 희끄무레한 억새 몫이다. 마음껏 뛰노는 아이가 싱그러움마저 채우니 부러울 게 없다. ●자연으로 돌아간 아이들 곡성은 섬진강, 기차마을, 영화 의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여전히 숨어 있는 선물이 많은 곳이다. GKL사회공헌재단의 꿈희망여행은 곡성에서 ‘안개마을’이라는 보물을 캤다.안개마을은 목동 1~3구와 뇌연, 뇌죽, 고달, 수월리 7곳이 모인 연합 마을이다. 꿈희망여행 목적지로 2018년에 합류해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쌓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