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음식을 먹기 위해 최대 1시간 45분을 기다려 본 적 있다. 건대입구 근처의 스시 전문점이었는데, 통통한 연어 뱃살이 올라간 초밥은 눈물나게 맛있었다. 사람들이 기다려 먹는 것은 분명 ‘맛’있기 때문이다. 오픈한지 두 달째인데 벌써부터 웨이팅을 해야 하는 핏제리아오 역시 그렇다. 대학로에만 20여 개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도 이곳에 오픈한 것은 나폴리 정통 화덕 피자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고.피자에 대해서는 자신감뿐만 아니라 고집도 대단하다.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붓에 담아 온 심정이 그러했을까. 처
열정은 감자에서 시작됐다. 감자튀김에 맥주를 파는 시장통의 작은 점포일 뿐인데, 매장 밖으로 ‘테이크아웃’ 줄 따로, ‘좌석대기’ 줄 따로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다. 한 달 사이에 다시 가 보니 매장 옆 골목에 간이 포장마차를 설치해서 좌석난을 조금 해결한 상태였다. 맛이 특별하냐고? 막 튀겨낸 통통한 감자는 짭조롬하고 고소하다. 11가지 소스 중 하나를 골라 찍어 먹으면, 손은 저절로 다음 감자로 이동 중이다. 그렇게 몇 개를 연달아 먹다 보면 곧 떠오르는 한 가지.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다. 마치 생크림처럼 찰진 크림이 계량컵 상
볼 수 없어 즐거운 가면축제베네치아 카니발Venice Carnival수많은 운하와 강 위에 이어지는 곤돌라들의 행렬. 자신의 정체성을 가면 안에 숨긴 사람들. 설탕이 듬뿍 뿌려진 프리똘레Fritole와 잘게 튀긴 과자 갈라니Galani. 이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은 2월의 베네치아다. 축제 기간 동안 산 마르코 광장Piazza di San Marco은 물론 베네치아 전역의 도로에서 카니발 행렬이 이어진다. 이때 착용하는 가면과 복장을 꼬박 일 년 동안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 그만큼 베네치아 카니발의 소품은 부와 창의성,
2014년 여행기상도여행 블랙홀, 참을 수 있겠어? 2014년 연휴 기상도는 맑다. 삼일절만 토요일과 겹쳤을 뿐 다른 법정공휴일과 국경일이 모두 평일에 안착했다. 게다가 날짜배열도 좋다. 3일 연휴와 4일 연휴가 각각 3번씩 있으니 썩 괜찮다. 한글날도 목요일이어서 징검다리 4일 연휴다. 그뿐인가, 추석 연휴도 달력상에는 4일 연휴로 표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5일까지 쉴 수 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대체공휴일제 덕택이다. 관공서를 대상으로 시행된다지만 다른 민간 부문도 상당수 대체휴일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대체공휴일제로 올해 추
‘처음’의 기억은 강렬함보다 소중함으로 남는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민을 떠나 살면서도 태어난 나라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기 힘든 건 그래서가 아닐까. 처음 두 눈에 담은 땅, 처음 두 발을 디딘 땅으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은 욕심이라기보다 본능에 가까울 테다. 인천 송도에 세워지는 국내 첫 ‘재미동포 타운Korean American Village’이 미국 거주 한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역시 사람의 본능과 무관하지 않은 일이다.재미동포 타운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주택단지 허가를 받은 곳이다. 미국 시민권이 있
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더랬다. 더 이상 컴퓨터 앞에서 수십 개의 검색창을 뒤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내 마음에 쏙 드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감동스러웠기 때문.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룻밤을 계획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고, 이곳이 저곳인 양 비슷해 머물고 싶은 곳을 찾기 어려웠다. ‘사진발’ 잘 받아 예뻐 보였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마치 오래전 졸업사진 속 내 증명사진을 보는 것처럼 낭패감이 들었던 경험이 있다
한국의 이민 역사는 하와이에서 시작되었다. 1903년 1월13일,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자 102명을 태우고 인천 제물포항을 떠난 ‘갤릭Gaelic호’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당시 하와이에선 노동집약적 사탕수수 농업이 한창이었고, 한국인 이민자들은 하와이 농장의 값싸고 좋은 노동력 공급원이었다. 그로부터 110년이 흐른 지금. 4만6,000명에 달하는 한국인 이민자들은 하와이에서 어엿한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고, 하와이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은 한 해 15만명을 넘어섰다. 그 사이 하와이도 한국도, ‘서로 없어서는 안 될’
“늦은 밤 도착해도 걱정이 없네요”가볍게 떠나는 제주 여행, 숙소는 어디로 잡을까?제주 구 도심지에 자리한 호텔 로베로Hotel ROBERO는 깔끔하고 정돈된 시설에 주변 볼거리도 풍부해 단체 관광객은 물론 개별 여행객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특히 교통이 편리해 늦은 밤에 도착해도 힘들게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차로 5분 거리에 제주국제여객터미널이 있으며 공항도 10분이면 닿는다. 차가 없는 뚜벅이 여행자라면 공항-호텔 간 운행되는 무료 셔틀버스 서비스(사전 예약 필수)를 눈여겨보자.각양각색인 여행자 입맛에
뒤늦은 독립을 선언하고 이사를 할 때 어머니는 많은 선물과 짐을 동시에 안겨 주셨다. 그중 하나가 커다랗고 새까만 칠기 상이었다. 6명이 둘러앉으면 딱 맞는 크기의 이 상은 가장자리의 테가 솟아올라 팔을 올리기에도 불편할 뿐 아니라 칠이 벗겨져 검정 매니큐어로 덧칠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버리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40년 전 시집올 때 혼수로 해왔다는 어머니의 추억 때문이고, 두 번째는 가끔 대군단의(내 기준으로는 2명 이상의) 손님이 와서 식사를 할 때 그런 대로 밥상 노릇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호시탐탐, 미끈
프랑스 알프스 지역의 소도시 안시Annecy에서 열린 오일장, 조그만 간이 빵집의 풍경이 향긋했던 버터 향과 함께 유독 따뜻하게 기억된다. 상인은 손님과 한참 동안 안부를 나누더니 그날 가장 맛있게 구워진 파이를 건넸고, 줄지어 기다리던 사람들은 색깔만으로 군침 도는 다양한 빵들을 보며 무얼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던 모습이 마냥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서울의 삼청동 한켠에도 그런 분위기와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프랑스식 파이인 타르트Tarte를 파는 카페 ‘까로맘’은 ‘도로시’라는 이름을 걸고 한두 평 남짓한 공간에
영화관은 많지만 영화는 더 많다. 개봉관을 잡지 못하고 사장되고 마는 영화는 얼마나 많을까.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과 목요일, 홍대 ‘영화다방 와’에서 진행되는 ‘장롱영화제’가 이 영화들을 구제하고 있다. 마치 장롱면허처럼 각자의 외장하드 속에 잠들어 있는 영화를 세상 밖으로 꺼내 관객과 교류하는 소규모 영화축제다.시나리오를 쓰는 작가, 독립영화를 연출하는 감독, 연극과 영화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드나드는 카페 ‘영화다방 와’의 안주인 최수안 감독은 그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이다. 힘들게 영화를 만들고 난 이후에도 영화를 상영
아들뻘 되는 K-pop 아이돌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해외의 열성팬들은 어떻게 한국을 찾는 걸까?한류라는 기이한 문화현상을 현실이 되도록 만든 숨은 조연.엔터테인먼트와 여행의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기업, 투어테인먼트가 그 답을 갖고 있다. 1 투어테인먼트는 한국의 스타들과 해외 팬들이 만나는 자리라면 어디든 간다. 사진은 가수 신혜성의 팬미팅 행사 2 해외 로케 촬영도 투어테인먼트의 전공이다. 일본에서 촬영한 드라마 의 한 장면 3 지난해 방영됐던 드라마 의 호주 촬영 장면 여행사와 연예기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