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로 떠나기 전 ‘캄보디아 역사’에 대한 EBS 다큐를 3편 정도 보았다. 씨엠립이라는 곳에 대한 소개는 대부분 ‘앙코르와트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살인현장 킬링필드의 나라’라는 멘트로 시작되거나 마무리되고 있었다. 세계적 문화유산에 대한 감탄과 묵직한 답답함이 공존하는 상태로 여행을 시작했다. 스스럼없이 다가온 캄보디아 아이들 가장 가슴을 파고든 것은 찬란한 문화유산이라고 하는 앙코르와트 그리고 관광지마다 있었던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4살, 9살의 두 아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였다. “아이들이
내 인생이 잠시 길 위에 멈춰 버린 것 같은 때가 있었다. 다시 시동을 걸고 나아가기에는 나는 너무 힘이 빠져 있었다. 무기력에 빠진 것이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어둡고 초조해 보였으며, 나는 서서히 웃음을 잃어 갔다. 어떤 것을 해도 안 될 것만 같은 부정적 생각들이 나를 휘어잡고 있었다.스틸사진 속 누군가의 모습은 언제나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삶은 멋진 포즈를 잡고 찍는 스틸사진이 아니라 매일매일 이어지는 동영상인 것이다. 즐겁고 행복할 때뿐만 아니라 슬프고 아픈 순간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녹화되는 동영상. 아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중에 벨기에로 이동해야 했다. 유럽 남부에서의 휴가를 마치고 뮌헨에 가서 적당한 시간대의 기차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딱 맞는 시간대의 열차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소지하고 있던 인터레일패스를 쓸 경우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독일의 고속철 ICE였다. 만만치 않은 추가 요금까지 물어가며 탈 생각도 없었지만, 환전해 놓은 마르크화(유로화 사용 전이었다)도 없었다. 그러나 시계 초침은 째깍째깍 흐르고, 이것마저 놓치면 어디에선가 1박을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플랫폼에 서 있는 열차는
침대가 불에 타고 있다. 거실에는 저마다 사연이 가득한 사람들이 소파를 꿰차고 앉아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 낸다. 정작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은 연락이 닿질 않는다. 그가 있어야 이 엉망진창인 상황이 해결될 텐데. 이러니 신경쇠약에 안 걸릴 수가 있나. 주인공 페파는 연인이었던 이반에게 전화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하고 싶은 말이 남았던 페파가 열심히 그의 소식을 수소문하는 동안 그녀의 아파트에 테러리스트와 사귀었던 친구, 집을 구하러 온 청년과 그의 여자친구, 심지어는 이반의 부인(이반은 유부남이었다)까지 들이닥쳐 복닥복닥 소란
9월에 개봉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라는 다큐멘터리를 뒤늦게 봤습니다. 침공이라고는 하지만 외계인이 나오거나 총성이 울리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미국에 없는 외국의 장점을 따와 사회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마이클 무어식 벤치마킹이 골자입니다. 감독 특유의 날선 비판과 재치는 재미나지만 그의 고민 상당수가 우리나라와도 상통하기 때문에 마냥 편하지는 않습니다. 프랑스에서 훔쳐 와야 할 사례로 소개한 학교 급식을 볼까요? 프랑스 시골 공립초등학교의 급식은 고급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습니다. 식판이 아니라 사기그릇에 3~4
2016년도 이달로 마지막, 의 라운드 테이블도 이달로 마지막이다. 서로의 산타클로스가 되어 선물을 주고받는 달, 12월. 그래서 마지막으로, 선물에 대한 수다를 떨었다.정리 취재부 소소한 선물의 기쁨 고- 평소 여행지에 가서 선물을 자주 사는 편인지?김- 내가 알아서 사진 않고, 가족들이 뭘 사 오라고 시키면 사 간다. 얼마 전에 일본에 갔는데 딸내미(김 부장의 딸은 중학생이다)가 ‘시세이도 퍼펙트휩 폼클렌저’를 사오래서 20개를 사다 줬다.all- 20개씩이나 필요한가?손- 그거 조금만 써도 거품이 많이 나서
인터뷰 내내 그는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베트남은 도저히 하나의 색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며.가는 곳마다 날씨, 사람들, 쌀국수의 맛이 다른무궁무진한 베트남‘들’에 대해 들었다. 올해로 한국생활 6년째인 팜 후 찌 대사는 베트남 음식만큼이나 한국 음식도 즐겨 먹는다. 그중에서도 된장찌개를 가장 좋아한다고. 평소 베트남 경제나 정치 관련 인터뷰를 주로 했던 그에게 와의 여행 이야기는 다소 특별한 경험이었다. 주한 베트남대사관 팜 후 찌 PHAM HUU CHI 주한 베트남 특명전권 대사최근 한국인들 사이에서 베트남이 여행지로 급부
다시 찾아온 스키의 계절. 새하얀 설원을 멋들어지게 누비리라 싶지만마음만 앞선 짱짱한 호기는 곤란하다.짜릿한 쾌감과 끔찍한 부상은 생각보다 매우 절친한 사이다.나 자신을 알라스키장에서 흔히 자신의 실력보다 더 높은 난이도의 코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찔하게 위험했던 순간보다 가파른 슬로프를 잘 타고 내려왔다는 성취욕이 더욱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간과한 자만과 과시욕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스키강습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동료들을 따라 무작정 상급자 코스에 오르는 것은 절대
‘최선을 기대하되 최악에 대비하라(Hope for the Best and Prepare for the Worst)’는 서양 속담이 있다. 무조건적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합리적인 낙관주의’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최악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컨틴전시 플랜’이라고 한다. ‘컨틴전시 플랜’은 경영자가 미래에 발생하리라 예측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예측을 했다 하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 회복하는 것이 어려운 우발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대비하려는 방안을 마
아끼는 친구가 이 밴드의 음악은 “하나의 세상이야”라는 말과 함께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뮤직비디오를 공유해 줬다. 고요하고 숭고했다. 평화롭고 따뜻했다. 심연에서 아지랑이가 꼬물대는 듯 했고, 따뜻한 공기를 품은 안개가 저 멀리서 밀려오는 듯 먹먹함도 밀려왔다. 시규어 로스의 존재조차 모르던 나는 몽환적인 음악과, 그에 부합하는 영상들을 보며 그들의 출신성분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아이슬란드 사람이다. 그 춥고 척박한 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이렇게 따뜻한 음악을 만들다니 의외다. 이름만 들어도 옷깃을 여미게 되는
South America Road Trip‘사진하는 전명진’이 3명의 요리사와 함께푸드트럭을 몰고 남미를 여행했다.스펙터클했던 두 달 동안의 여정을틈틈이 사진으로 기록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동형 홍보관 프로젝트팀 지난 7월31일부터 9월23일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이동형 홍보관’ 프로젝트팀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를 다녀왔다. ‘김치버스’로 유명한 류시형 셰프(맨 왼쪽), 스페인어에 능통한 두 요리사 이신행(윗줄), 이수진(아랫줄 가운데) 사진가 전명진(아랫줄 오른쪽)까지 총 네 명으로 꾸려졌다.사진을 찍은 전명진 작가는 포토
저자 김민철 기억력이 형편없지만 성실한 기록으로 에세이를 펴내고, 동네 밖을 싫어하는 ‘집순이’라면서 여행책을 낸 사람. 내면의 아이러니를 담담하게 인정하며 모든 요일을 특별하게 채워 나가는 그녀를 만났다.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 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 주었다.‘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여행엔 각자의 빛이 스며들 뿐이다. 그 모든 여행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작은 마을들은 어김없이 우리를 환대한다. 큰 도시에서는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