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길은 무지개다. 강릉만큼 다채로운 길을 품은 곳은 또 없을 터.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넘던 대관령 옛길, 푸른 바다를 보며 국내 최대 해안단구를 걸을 수 있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강릉의 상징인 소나무 아래를 걷는 바우길, 다섯 개의 달이 뜨는 호수 주위로 드리워진 경포호 산책길까지 각양각색이다. 강릉의 특별한 길을 두 발로 느껴 보자. ●신사임당과 율곡의 발걸음을 따라대관령 옛길 전국에 수많은 옛길이 있지만, 대관령 옛길만큼 귀한 길은 많지 않다. 태백산맥의 주요 고개로 영서와 영동을 나누는 대관령(해발 832
몇 년 전, ‘백령에서 울릉까지’라는 타이틀로 우리나라 20여 개 섬을 연속 여행했었다. 여정은 10월 말에 시작돼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끝났다. 늦가을과 겨울을 타고 흐르던 알싸한 기억, 시산도는 11번째 섬이었다. 그 섬을 다시 찾았다.●첫인상은 바다 공장시산도의 첫인상은 거대한 바다 공장과 같았다. 역기 모양으로 생긴 어구와 크레인이 물양장 가득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외국인 근로자들, 말로만 들었던 ‘부자 섬’의 진면목을 보는 듯했다.시산도에는 150여 가구에 250여 명의 주민이 산다. 많은 가구가 미
향기는 직접 가지 않으면 맡을 수 없다. TV가 아닌, 두 발로 현장을 가야 하는 이유를 다시 깨우쳐 준 이번 여행. 다음에 불가리아로 떠난다면, 분명 이 장미 향 때문일 것이다. ●장미의 나라에서불가리아는 ‘장미의 나라’다. 국화부터 장미다. 불가리아산 장미 오일은 고급 향수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프랑스,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 장미 향수에는 대부분 불가리아산 장미 오일이 들어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멀리 가지 말고, 여행 가방만 열어봐도 알 수 있다. 장미 향 신경 안정 오일, 장미 모양 볼펜, 장
2023년 두짓 타니가 일본에 최초로 진출했다. 그 첫 도시는 천년의 고도(古都), 교토다. 태국의 호스피탈리티 정신이 일본의 오모테나시와 만나서 더욱더 정교해졌다는 걸, 육감으로 깨달았다. ●태국 한 방울, 일본 한 스푼내가 가장 자주 여행하는 나라는 일본,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나라는 태국이다. 전자는 나의 여권에 찍힌 도장의 개수가 증명하는 바이고, 후자는 내가 오래전 방콕 가이드북의 저자라는 설명이면 충분할 것 같다. 이 두 조건의 완벽한 조합을 교토에서 만났다. 태국의 국민성이라고 불리는 호스피탈리티 문화는 호텔 비즈
세부 제이파크 아일랜드가 가족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하여. ●모두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리조트연말이 다가오면 따뜻한 해변이 절실해진다. 푸른 바다를 외면하자니 아쉽고, 막상 떠나자니 두렵다. 누군가 그랬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부모에게 휴식이 아닌 고난이라고. 그럼에도 수많은 가족 여행객들이 연말이면 세부로 향한다. 다 이유가 있다.세부 막탄섬에 위치한 ‘제이파크 아일랜드’는 유독 한국인 가족 여행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리조트다. 투숙객의 대부분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다. 세부 막탄에 자리한 수많은 리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향해 나간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곳에 새로움을 불어넣은 지역에 마음이 간다. 쓸모가 사라진 공간에 에너지를 넣고, 사람이 떠난 도시를 매만져 다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추천을 받아 지속가능성을 보여 주는 주고쿠 지방의 소도시 세 곳을 여행했다. ▶AIRLINE제주항공이 히로시마까지 화·목·토요일 주 3회 직항 항공편을 운행한다. 아침 8시5분 출발로, 이른 아침부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일본, 대세는 소도시
●1000년 은행나무의 전설말하는 은행나무경북 칠곡군 기산면 각산리 417,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옛 이야기를 간직한 채 가을을 보내고 있다. 1018년에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는 안내판의 문구대로면 1000년이 넘었지만, 보호수를 알리는 나무 앞 푯돌에는 1993년에 보호수로 지정됐고, 수령이 950년이라고 새겨져있으니, 보호수 지정년도에서 30년이 지난 지금으로 치면 980살 먹은 나무다. 1000년에 가까운 ‘1000년 은행나무’라고 할만하다.이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옛 대흥사 터이기도 하다. 대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됐다고
백악산(북악산)의 중심 북악팔각정에서 도로(북악산로. 이른바 북악스카이웨이) 옆 숲길을 따라 하늘전망대가 있는 북동쪽으로 걷는다. 하늘전망대에 올라 전망을 보고 숲으로 들어가면 1968년 1.21 사태 당시 총알 흔적이 남아 있는 바위 ‘호경암’이 나온다.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 골짜기의 깊이를 말해준다. 오르내리는 숲길을 따라 걷다 만난 성북천 발원지는 숲속의 평범한 작은 물줄기다. 갈림길에서 숙정문 방향으로 걷는다.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북대문인 숙정문을 통과해서 삼청공원 쪽으로 걸어 숲을 빠져나온다. 삼청동 옛 마을 골목길은 푸근
가을 양양 여행을 계획할 땐 양양에서 유명한 먹을 것들을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양양은 물론,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알려진 양양 송이가 가을 양양 특산물 음식의 대표주자라면, 자연산 섭국은 오래 전부터 양양사람들이 집에서 끓여먹던 음식이다. 대를 이어 말아내고 있는 막국수 냉면, 아이 간식 어른들 술안주로 자리 잡은 닭강정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초가을에 1박2일 온가족 여행을 그렇게 다녀왔다. ●양양에 도착하자마자 송이전골을 먹으러 갔다일기예보는 정확했다. 전국 가을비, 양양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탔다. “송이
크루즈를 타고 홋카이도를 여행했다.바다에 가만히 안긴 채로, 호사를 누리면서.●여행의 수고가 귀찮아질 때언제나 여행을 바란다. 하지만 그 여행에 수반되는 수고들이 귀찮아질 때가 있다. 각종 예약, 공항의 절차,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다시 공항에서 호텔로의 이동. 이 모든 것들이 버거워 떠남을 망설일 때가 있다. 문득 크루즈 여행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객실 침대에 누워서 창밖만 보고만 있어도 매일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초대형 호텔이 저절로 움직여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셈이다. 크루즈 안에는 수영장, 레스토
맛으로는 장흥을 이길 곳이 없다. 장흥의 산해진미에 대하여.진정한 진수성찬의 고장흔히 맛있는 음식을 두고 ‘산해진미’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산해진미(山海珍味)’란 산과 바다에서 나는 진귀한 맛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그냥 하나의 맛있는 음식을 산해진미라고 지칭해선 안된다. 이와 비슷한 말로 ‘진수성찬(珍羞盛饌)’이란 말이 있는데 여기서 진수(珍羞)는 평소 보기 드물게 맛 좋은 음식, 성찬(盛饌)은 반찬을 풍성하게 차림을 뜻한다. ‘만한전석(滿漢全席)’을 산해진미로 칭하기도 하는데 사실 만한전석은 고유명사다. 청나라의 황제, ‘강희제
지금 제주에서 가장 예술적인 장소 4곳을 소개한다. 본태박물관, 빛의 벙커,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 김택화 미술관을 다녀왔다.1. 본연의 아름다움 본태박물관본태박물관은 도미니크 페로, 톰 메인과 더불어 세계 3대 건축가로 꼽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노출콘크리트에 빛과 물이라는 근원적 요소를 활용, 건축과 외부환경을 조화롭게 연결한다는 작가 고유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태는 ‘본래의 모습’을 뜻한다. 건축가와 박물관의 지향성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일단 끌린다. 박물관은 크게 3개의 구역에 5개의 전시실로 나뉜